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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이 미친듯이 유능하다-117화 (117/224)

00117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 =========================

#5 - 내 조직이 무지막대하게 커진다(17)

브루투스는 가엾은 데이고르를 괴롭힌 것으로도 모자라 흑산회 산하의 모든 조직원을 엿 먹이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는지 주변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건 그렇다 쳐도 꽤나 뻔뻔한 조직원들이군요. 간부들이 목을 걸고 이 시대의 거물 중의 거물인 마이어 보스의 뜻에 거스르는 와중에 자신들은 조용히 방관하겠다니.”

“!?”

“아. 아니면 이런 겁니까? 암흑조직의 일원은 간부에 대한 충성심 따위는 전혀 품지 않았으니 목숨을 바칠 이유도 없고, 그러니 자연스레 무릎을 꿇을 이유도 없는 거죠.”

말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허나 언급된 시점에서는 모른 체 할 수가 없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서 뻐기고 있는 건가 싶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저희의 충의를 보아주십시오!”

“충의를 보아주십시오!”

비교적 주변에 있던 흑산회 조직원들이 무릎을 꿇자 멀리 있던 조직원들까지 우르르 무릎을 꿇었다. 그 숫자만 물경 천 칠백여 명에 육박하니 실로 장관이나 다름없었다.

모두가 허겁지겁 머리를 숙이거나 주변 조직원들을 보며 감탐하는 사이, 나는 브루투스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그의 입가에 떠오르는 썩소를 발견한 것은.

‘이 자식...!’

평범하게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싸이코 짓이 아니다.

이건 의도하고 저지른 싸이코 짓이다.

언뜻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이번 소동은 전부 이 녀석 때문에 시작되었지.’

느닷없이 내성에 침입해서 자기어필을 하고, 연이어 재료채집을 빌미로 나를 도시 밖으로 끌어내는 걸로도 모자라 아예 수도까지 도달해버렸다.

이런 사태가 일어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지라도 어떤 경위로든 나와 중앙귀족 및 왕실 간에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행위였다고는 간단히 짐작할 수 있다.

꿍꿍이가 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할 정도의 냄새가 난다.

‘제법이군.’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칠 뻔했어.

이놈은 스파이다.

이만한 놈이 아무런 배경도 없이 홀로 나타나 활개 치지는 않았을 터.

브람 시와 중앙의 갈등을 유발하고자 한다면 브루투스를 파견한 세력이 브람 시나 중앙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스레 브루투스가 타 도시에서 파견된 고급 스파이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이상하군요. 마이어 보스는 흑산회 보스임과 동시에 브람 시의 시장이 아닙니까?”

“그렇다.”

“그럼 어째서 브람 시의 유력자나 휘하 세력원들은 뭘 남 일 구경하는 것처럼 멀뚱멀뚱 서있는 겁니까? 저들은 위기에 처한 시장의 친위대장을 방관한 책임이 있지 않습니까?”

느닷없이 돌아오는 서슬 퍼런 칼날에 모두가 식겁했다.

“어허! 어딜 감히 큰일 날 소리를. 멸혼객이 함께하는 이상 우리들로서는 방해가 된다고 여겼을 뿐이다.”

“하이칼 경비총장의 말이 맞다. 우리 흑오문은 암흑가에 머물렀기에 더욱 더 멸혼객의 저력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멸혼객께서도 뭐라 말씀 좀 해주시오.”

이즈라크의 간청에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멸혼객이 불쑥 지붕 위에서 튀어나왔다.

“희멀건 녀석아. 내가 왜 너 따위를 위해 변론을 해줘야만 하지?”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인가.”

“연금술사의 말도 막상 듣고 보니 그럴싸하더군. 네놈들이야말로 카이사르를 곤란하게 하려고 시장과 내가 도시를 떠난 사이에 병력을 집결시킨 건 아니고?”

유감스럽게도 멸혼객은 카이사르보다 더한 핵싸이코다.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절대로 안 한다.

베베 꼬인 심사 덕분에 이즈라크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보다 쟨 왜 지붕에서 안 내려오는데.

바보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는 속설이 정말이었나.

“결백합니다. 맹세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증명해라.”

“우리는 혹여나 있을지도 모를 간자가 외부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막고자 결계마법을 펼치며 도시 내외부의 모든 물리적, 마법적 정보유출을 차단하고 있었소.”

시스템 알림이 안 뜬 게 이 새끼 때문이었다.

이즈라크 놈이 이렇게 통수를 치네.

내 시선이 싸늘해짐을 느꼈는지 이즈라크가 다급히 첨언을 덧붙였다.

“그리고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요 며칠 간, 연합기관의 연합장이자 마협협회 회장인 하인즈 대마법사의 행방이 묘연했다는 사실을.”

“호오. 그 말인 즉, 하인즈 대마법사가 간자였다?”

“심증뿐이지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오. 그렇지 않으면 하인즈 대마법사가 도시가 봉쇄된 이후, 어디에서 누구와 만나 무얼 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없을 테니까!”

그 말에 잠자코 있던 리델라프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 영감님이라면 우리랑 있었다.”

“에에엑!?”

엑. 진짜냐.

왜 같은 파티에 있던 나도 몰랐지.

“시장. 기억나지 않는가? 각 영지에 도착할 때마다 저희의 등장을 예상치 못한 것처럼 놀라던 영주들의 반응을. 그게 하인즈 옹이 교란마법을 쳐서 그런 거다.”

“으음. 분명 이상할 정도로 서로 정보공유가 안 되는 느낌이었지.”

“그뿐만이 아니다. 배에서는 모두가 멀미에 걸리지 않도록 멀미방지 마법을 걸어주었으며, 왕궁 보물창고에 쳐들어간 뒤에는 인식저하 마법 및 마법트랩 해제를 하셨다.”

“적지 않은 공헌을 하였군.”

“오우거를 타고 브람 시로 복귀하는 와중에는 적들의 원거리 투사체나 마법을 방호마법으로 차단하거나 튕겨내며, 지쳐가던 오우거에게 마법으로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면 알아보지 못하는 게 이상했다.

“정말로 노구의 공헌을 모른다는 것이오?”

헉 시발 깜짝이야.

갑자기 옆에서 하인즈 대마법사가 불쑥 튀어나왔다.

이 새낀 왜 갑자기 여기서 튀어나오는 건데.

“나는 그를 본 기억이 없다.”

“음? 그럴 리가. 하인즈 옹은 투명마법을 쓰고 따라오셨을 뿐인데. 어째서 보지 못했다는 거지?”

네가 방금 한 말을 그대로 소리 내서 말해봐.

거기에 답이 있어.

불가사리처럼 불가사의하게 멍청한 등신새끼야.

“격을 이룬 자들은 투명마법 정도는 간단하게 꿰뚫어보는 게 정상 아니었던가?”

앗. 그런 거였나!

격을 이룬 적이 없어서 미처 몰랐다!

“바보야! 보스는 저주에 시달리고 있잖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 있어도 언제나 굉장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투명한 노인네가 발가벗고 있는 건 못볼 수도 있지!”

천만 다행히도 리나가 구원투수로 나서주었다.

“잠깐. 노구는 벌거벗지 않았다네.”

“그치만 투명화 마법을 사용해도 착용한 옷은 고스란히 보이잖아.”

“그건 마법숙련도가 낮은 미숙한 초보마법사들에게나 한정된 이야기일세.”

“그럼 할아버지는 투명화 마법을 자주 쓰는 변태인거야?”

“노구는 변태가 아닐세. 왜 자꾸 그런 이상한 표현을 노구에게 붙이는 건가?”

“마법은 직접 쓰지 않으면 숙련도가 늘지 않잖아. 젊은 시절부터 투명화 마법을 자주 썼다면 그냥 투명해지기만 하고 말았을 리가 없어! 분명 사리사욕을 위해 활용했겠지!”

리나의 발언에 좌중이 다시금 술렁거렸다.

왜 내 부하들이 입을 열 때마다 정신 산만하게 화제가 자꾸 바뀌는 걸까.

이제는 무릎 꿇고 엎드린 채로 슬그머니 눈치를 보고 있는 조직원들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저러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뭔가 벌을 서고 있는 느낌이 들잖아.

“아무튼 하인즈 대마법사는 간자가 아니다. 그는 나를 위해서 힘을 써주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리델라프가 마법협회에 요청해서 하인즈 대마법사가 합류하도록 손을 쓴 모양이다. 그런 그가 갑작스레 배신 따위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런가. 미안하다.”

“뱀파이어 아저씨. 뭘 말로만 때우려고 그러는 거야? 보스가 신용하고 발탁한 인선에 불만을 제기했다는 건 보스에게 불신을 피력한 거잖아?”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를! 끔찍한 소리는 그만 둬라. 나는 빌헬름 마이어와 척을 질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럼 충의는 아니더라도 성의 정도는 보여줘야지. 귀여운 리나를 따르는 조직원들도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고?”

“…….”

이즈라크는 이건 아닌데 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례비를 지급하겠다.”

“보스도 돈 많아.”

“흑오문은 시청에서 진행하는 미궁사업에 전폭적인 협조를 약속하겠다.”

“그럼 이 일이 없었으면 협조 안할 거였어?”

“병균이 우글거리는 지면에 고귀한 뱀파이어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이고 싶지 않다. 그건 지나치게 비위생적이며 야만적인 행위다.”

기어이 이즈라크가 내심을 밝혔다.

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비위생적이고 야만적인 행동이니까 의미가 있는 거잖아. 보스에게 무례를 저질렀으면 몸과 마음이 더럽혀질 각오 정도는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싸이코들은 자기들끼리만 통하는 감각 같은 게 있는 걸까.

리나의 말에 멸혼객과 브루투스, 카이사르가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덩달아 무릎을 꿇은 게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흑산회 간부들과 조직원들마저 나만 당할 수 없다는 독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크윽.”

이즈라크는 망설이던 끝에 주변을 둘러보고는 잔혹한 결단을 두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을 본 교주 라만이나 파괴자 루커스, 색마 콰이어, 마약술사 파난이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

“영생의 인도함은 미천한 흙바닥에 있지 아니하다.”

“이즈라크. 네놈, 설마... 저지를 작정인가?”

“아니겠지?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병균. 싫다...”

이즈라크는 그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다 꿇어.”

흑오문의 다섯 수장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신의를 표했다.

수장들은 간부들에게 무언을 압박을, 간부들은 직속부하들을, 직속부하들은 조직원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결과적으로 흑오문에 속한 전원이 무릎을 꿇으며 내게 신의를 지킨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흑오문은 뜻을 밝혔는데 다른 두 집단은 그리 뻣뻣하게 있어도 괜찮은 겁니까?”

브루투스의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은지 오만상을 찌푸리는 유력자들이 보였다.

허나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와중에 무슨 이유를 대더라도 자신들이 썩 좋게 보이지 않을 것임은 명백히 확신할 수 있었다.

설령 명분이 있더라도 이미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 자들이 개빡친 얼굴로 꿇지 않으면 용서하지 않겠다며 이를 갈고 있으니 피할 방도가 없었다.

[브람 시의 모든 무력집단이 당신에게 충의와 신의를 증명하고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는 무방비한 복종의 자세를 취하였습니다.]

[브람 시 최고권력자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증명해낸 보상으로 카리스마가 5 상승합니다.]

[보스의 기백 스킬의 숙련도 등급이 마스터(Master)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세계최초로 두 가지 스킬을 마스터했습니다. 최초달성 보너스로 스킬포인트 50을 습득합니다.]

[현재 보유한 스킬포인트가 100을 넘었습니다. 막대한 양의 스킬포인트를 비축했기에 비밀특전이 제공됩니다.]

[스킬포인트를 소모하여 스킬레벨을 올리거나 등급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단, 습득은 한 가지 스킬만 가능합니다.]

브루투스 너 이 새끼.

사랑한다.

============================ 작품 후기 ============================

팩트> 주인공은 속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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