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어둠의 법률 전문가 (31/110)

#31화. 어둠의 법률 전문가2022.03.18.

1654866401209.jpg“특이한 케이스로군요.”

오늘도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말보르크 백작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말에 대한 모든 문제, 말 해결사에게 맡기세요!’라고 안내돼 있는 이곳은 장제소 겸 말 종합 관리소이자 정보 길드인 페가수스의 본부. 그중에서도 법률 상담실. 나는 백전백승 법률 전문가인 말보르크 백작과 비서관 플록스를 마주하고 있다. 말보르크 백작은 눈부신 흰색 정장을 즐겨 입어 법정에서 ‘버터 삼킨 백상아리’로 통한다고. 플록스는 신중한 얼굴로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이번엔 바닥에 떨어뜨리는 대신. 진은 지나가는 구경꾼 모양새로 상담실 안을 어슬렁거렸다.

1654866401209.jpg“공작이 한 짓을 보면 레이디가 고액의 위자료를 청구하고 다른 조건들도 여럿 붙여서 이혼을 하고도 남을 경우인데 말이죠.”

백작이 턱 끝을 문지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1654866401209.jpg“그런데 공작이 이혼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나온다……?”

백작의 의문에 플록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1654866401209.jpg“보통 저희가 다루는 케이스는, 주로 남편 쪽에서 의뢰하는 경우인데…….”

잠시 분위기를 살피던 그가 나머지 말을 이었다.

1654866401209.jpg“어떻게 하면 법적인 근거를 대서 찰거머리 아내를 떼어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위자료를 적게 주고도 곱게 이혼할까, 뭐 그런 경우들입니다.”

찰거머리 아내로 살아 본 적이 있어 무슨 말인지 단번에 이해했다.

16548664012124.jpg“그건 점잖은 축이고.”

진이 불쑥 한마디 했다.

16548664012124.jpg“본인들의 정체를 밝히지 그래? 그럴듯하게 포장하지 말고.”

진의 말에 말보르크 백작이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1654866401209.jpg“하여간, 레이디의 호감이 내게 기우는 걸 두고 보지 못하는구먼.”

16548664012124.jpg“헛소리 집어치우고.”

1654866401209.jpg“아, 예예. 우리는 진흙탕 싸움 전문 해결사들입니다. 오로지 의뢰자가 지불한 수임료를 우선하고 도덕 따위 시궁창에 처박았죠. 됐나?”

말보르크 백작이 딱딱거리자 플록스가 민망한 얼굴로 표현을 달리했다.

16548664036544.jpg“합법보다는 주로 변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듯합니다.”

백작이 다시 보충했다.

1654866401209.jpg“법의 해석에 상상력을 발휘하는 일이랄까, 분야 간 합작을 도모하는 일이랄까. 전문성에 창의력을 더하는 작업으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기에 대한 매우 예술적인 설명이었다.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과연 이들이 내가 의뢰한 일에 어떻게 상상력을 발휘하고 합작을 도모할지.

16548664012124.jpg“그 감사 받지 마, 레이디 앰브로시아. 스캔들 입막음, 주변인 매수, 여론 조작, 비열한 함정 파기, 뒷돈 거래 주선 전문이니까.”

그러시군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1654866401209.jpg“진, 레이디에게 물안개 같은 남자로 기억되고 싶은 내 신비주의 전략을 방해 말게나.”

전략이라면서 조금도 숨길 마음이 없는 말보르크가 화제를 돌렸다.

1654866401209.jpg“대체 공작이 왜 그리 꼭지가 돌았을까. 얼음 칼날처럼 엄정하고 치밀하신 분이 말씀이야.”

16548664036544.jpg“얼음 칼날은 무슨요. 뜨거운 불륜 행각을 벌일 때부터 그 칼날 다 녹아내렸지요.”

말하고 보니 아차 싶었는지 다들 내 눈치를 살폈다. 면전에서 이런 소릴 듣고 있자니 민망하긴 했다.

1654866401209.jpg“이 바닥이 원래 입이 좀 거칩니다. 그래야 또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곳이라. 레이디 앞이라 조심한다고 하는 건데도 이렇습니다. 널리 이해를.”

말보르크의 접대 멘트에 이어 플록스의 현실적인 충고도 뒤따랐다.

16548664036544.jpg“이혼 관련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별별 추잡한 이야기들이 다 쏟아져 나옵니다. 레이디께서도 각오를 단단히 하시는 게 좋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열여섯 번의 생에서 익히 겪었던 일들이다. 물론 그때는 지금과는 정반대로, 내가 이혼을 거부하며 악다구니를 썼지만. 그때도 별별 소리를 다 들었지.

16548664036628.jpg“괜찮습니다. 그때 보셔서 아시겠지만, 저도 거친 면이 없지 않거든요. 피차 조금씩 이해하고 조심하면 되겠지요.”

내가 태연하게 대꾸하자 말보르크와 플록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16548664012124.jpg“조심들 하라고. 보기보다 무서운 분이야.”

진이 옆에서 추임새를 넣었다.

1654866401209.jpg“하하, 그렇군요. 원래 방심하다 얻어맞는 게 더 아픈 법이죠.”

말보르크가 유들거리며 받았다.

1654866401209.jpg“서로 공통점도 확인했으니 더욱 친밀해진 분위기 속에서 얘기를 조금 빠르게, 거침없이 진전시켜 보겠습니다.”

16548664036628.jpg“네, 그러시죠.”

1654866401209.jpg“저희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공작이 심경 변화를 일으킨 원인입니다. 물론 첫사랑과 남부끄러운 애정 행각을 벌일 때부터 저 인간 어디 고장 났나 했습니다만.”

16548664036544.jpg“흠흠.”

1654866401209.jpg“요즘 뒷구멍으로 불륜을 저지르는 귀족이 한둘입니까. 어째서 버젓이 대놓고 사고를 친 건지. 더욱이 공작같이 재수 없는 냉혈한이 말이지요.”

16548664036544.jpg“흠흠.”

1654866401209.jpg“그것도 모자라 이젠 이혼까지 안 해 주겠다? 갑자기 정신을 차린 거라고 봐야 합니까? 아니면 호르몬 이상인가?”

16548664036544.jpg“흠흠.”

1654866401209.jpg“플록스, 그러다 목쉬겠어. 그만 좀 흠흠 대. 이 정도는 레이디가 소화하실 수 있을 거야. 안 그렇습니까, 레이디?”

말보르크의 물음에 나는 시원스레 대답했다.

16548664036628.jpg“네, 괜찮아요. 참고로 프러너스는 앞 구멍으로 당당하게 아젤리아를 만나는 것으로 그녀를 대우하고 싶어 했어요. 첩이나 정부가 아니라 공작부인으로 만들어 주려 했죠.”

1654866401209.jpg“왜 그랬답니까.”

16548664036628.jpg“둘이 죽도록 사랑했거든요.”

1654866401209.jpg“…….”

나는 마치 소설 속 인물들 이야기인 양 덤덤하게 말했다. 재미도 없고 인기도 없을 소설이지.

1654866401209.jpg“아, 레이디의 박력 있는 자세를 보니 소송이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 역시 정신력 싸움이거든요.”

16548664036628.jpg“그런가요.”

말보르크의 너스레에 나는 가볍게 웃었다. 그러다 진과 눈이 마주쳤는데, 왠지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그가 금방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서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지만.

1654866401209.jpg“그러니까 저희가 궁금한 건 공작의 변덕이 어디서 비롯되었나 하는 겁니다. 혹시 짐작 가는 바가 있으신지요?”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16548664036628.jpg“공작은 제게 남자가 생겼다고 오해하고 있어요.”

16548664087046.jpg“아하!”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깨달음의 탄성이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1654866401209.jpg“미처 생각지 못한 이유지만 단번에 이해가 가는 이유로군요.”

말보르크가 왠지 기쁜 듯한 얼굴로 말했다.

1654866401209.jpg“그런데 참으로 양심도 없는 오해로군요. 바람은 본인이 피우고서 의처증이라도 생긴 거랍니까.”

16548664036628.jpg“그게…… 처음엔 그가 먼저 오해를 한 게 맞긴 한데…….”

1654866401209.jpg“또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16548664036628.jpg“공작이 변태 같은 시도를 하려고 들기에…….”

여기저기서 욕지기가 낮게 터져 나왔다.

16548664036628.jpg“그걸 뿌리치는 과정에서 내가 없는 애인을 급히 만들어 냈거든요. 그 앞에서 깊은 사이인 척 연기도 하고.”

욕지기가 흘러나오던 입들이 딱 멈췄다.

16548664036628.jpg“내가 잘못한 건가요? 불리한 짓을 한 거죠?”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1654866401209.jpg“아닙니다. 이 역시 생각지 못한 전개지만, 지금이야말로 변칙이 힘을 쓸 차례군요.”

16548664036544.jpg“원인을 알게 된 것만도 큰 성과입니다. 그에 맞는 대응책을 세울 수 있으니까요.”

말보르크와 플록스가 앞다투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1654866401209.jpg“내가 그랬지? 공작 생긴 게 딱 그럴 거 같다고. 속이 좁고 잘 삐치는 데다 앙심이 길게 가지. 딱 그럴 골상이야.”

말보르크가 자신의 감을 자랑하며 주변의 동의를 구했다. 맞장구쳐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1654866401209.jpg“차라리 잘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공작과 법정에서 정식으로 맞붙는다면 승률이 그리 높진 않거든요.”

16548664036544.jpg“공작 본인이 전문가이기도 하고 그쪽으로 빵빵한 인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기도 한지라.”

1654866401209.jpg“하지만 법의 틈새를 노리거나 법이 아닌 다른 심리적인 압박을 동원하는 거라면 저희도 만만한 상대가 아닐 겁니다.”

16548664036544.jpg“그럼요, 치정 쪽은 저희가 전문 중에서도 전문이지요.”

번갈아 설명을 쏟아내는 두 사람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건 내 착각이겠지? 왠지 불안해진 나는 물었다.

16548664036628.jpg“법의 틈새라거나 심리적인 압박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궁금하네요.”

16548664036544.jpg“예를 들어 약간의 망신을 감수하더라도 급행으로 일을 처리하고 싶을 때는 불륜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합니다. 꽤 효과적인 방법이지요.”

설명하는 플록스의 표정이나 목소리는 성실하고 친절한데, 말하는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16548664036544.jpg“불륜 사실을 널리 퍼뜨려서 상대편이 고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겁니다. 레이디의 경우도 적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16548664036628.jpg“네? 고발당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16548664036544.jpg“철컹철컹, 감옥에 며칠 가 계시면 됩니다. 말이 감옥이지, 귀족 신분이신 데다 뒷돈을 쓰면 시끄러운 사람들 피해 조용한 데서 휴양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저희가 다 알아서 처리해 드립니다.”

16548664131429.jpg

   어처구니없는 얘기에 넋을 놓고 있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16548664036628.jpg“잠깐만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불명예스럽잖아요.”

16548664036544.jpg“그런 면이 없지 않습니다만, 빠르고 확실하게 처리하고 싶은 분들이 선호하는 방법입니다.”

16548664036628.jpg“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죠?”

16548664036544.jpg“불륜으로 고발당하고 피고가 그 사실을 시인하면 자동으로 결혼이 무효화되거든요. 망신은 당해도 이혼은 확실히 할 수 있는 거지요.”

16548664036628.jpg“너무 극단적이네요.”

16548664036544.jpg“레이디께서 마침 가짜 애인도 만드셨고, 공작을 그쪽으로 도발하셨다기에 드린 말씀입니다. 사실 이 방법을 쓴 귀부인은 지금껏 없었기 때문에 저희로서도 모험이긴 합니다.”

그런 걸 하필 나한테 가장 먼저 쓰려고 하다니.

16548664036544.jpg“이 법은 사실 귀부인들이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참을 수밖에 없도록 악용되는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16548664036628.jpg“저런.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네요.”

1654866401209.jpg“레이디가 이 법을 제대로 악용한 사례가 되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공작에게 망신도 주고 이혼도 해 내시는 거죠.”

플록스의 설명에 이어진 말보르크의 황당한 제안에 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16548664036628.jpg“차라리 내가 공작을 고발하겠어요. 그럼 되겠네요!”

1654866401209.jpg“지금 상황에선 공작이 자신의 불륜을 인정할 리 없지요. 게다가 애초에 공작은 법 위에 선 고귀한 분이라. 내연녀를 부인으로 들이면 불륜조차도 아닌 게 됩니다.”

16548664036628.jpg“무슨 법이 그래요? 앞뒤도 안 맞고 엉터리잖아요!”

1654866401209.jpg“제국법의 본질을 정확히 간파하셨군요.”

기가 차서 말문이 막혔다.

16548664036628.jpg“잘못을 저지른 건 공작인데 내가 왜 이혼하기 위해 그런 수고까지 해야 하나요? 더욱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럼 가짜 애인 역할을 한 사람은요? 엉뚱한 일에 휘말린 것도 모자라 감옥살이까지 하라고요?”

1654866401209.jpg“그 가짜 내연남이야 어차피 공작에게 찍혔으면 제국에서 제대로 발붙이고 살기는 힘들 겁니다. 사례비를 넉넉히 받는 조건으로 며칠 감옥살이하고 제국을 뜨는 게 상책이죠.”

내가 진을 흘끔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16548664036628.jpg“그 사람이 그걸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잖아요?”

1654866401209.jpg“말귀를 못 알아먹으면 그 내연남을 잡아다 족쳐, 아니 잘 타이르면 되는 것이죠.”

말조심하세요, 말보르크 백작. 그 내연남 멀리 있지 않습니다.

1654866401209.jpg“그나저나 그가 누굽니까? 저희가 일단 신변 확보를…….”

16548664036628.jpg“아, 그건 밝힐 수 없어요.”

내가 그의 정체를 비밀에 부치기로 결심했을 때였다.

16548664012124.jpg“난데.”

진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갈랐다. 모두의 고개가 그를 향해 돌아갔다.

16548664012124.jpg“그 내연남…… 일단 나로 되어 있어.”

16548664087046.jpg“아…….”

말보르크와 플록스의 눈동자가 바삐 돌아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16548664036544.jpg“축하드립니다, 보스.”

1654866401209.jpg“역시 자네야.”

16548664036544.jpg“그나저나 어쩌다가 거기까지 진도가…….”

1654866401209.jpg“이 사람 플록스, 함께 다녀오지 않았나. 멀리 여행을.”

16548664036544.jpg“아, 죄송합니다. 그 여행이 성사되는 데 제 공이 적지 않았다는 걸 기억해 주십시오.”

1654866401209.jpg“어쨌든 경사야.”

16548664036544.jpg“그럼 역시 철컹철컹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되겠습니다.”

1654866401209.jpg“레이디, 아무 걱정 마십시오. 진이라면 막 갖다 써도 괜찮으니까요.”

  * * * 진의 충격 선언 이후 어둠의 법률 전문가들이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상담은 다음 날로 미뤄졌다. 아무래도 작전을 처음부터 다시 짜려는 듯했다. 나는 페가수스를 나와 곧장 호텔로 돌아갔다. 로비로 들어서자 지배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급히 다가왔다.

1654866401209.jpg“레이디,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16548664036628.jpg“손님이요?”

1654866401209.jpg“예, 웰츠 백작님이 오셨습니다.”

자기 호텔이라고 티 내는 건가. 백작 부부가 번갈아 가며 찾아오네. 이 부부는 참. 내 거의 유일한 친구이고, 나를 걱정하고 챙겨 주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인데. 지난 열여섯 번의 삶 동안 한결같이 내게 선의로 대해 준 고마운 사람들이고. 더욱이 이토록 아름다운 호텔에서 마음껏 쉴 수 있도록 배려도 해 주었단 말이지. 그런데 왜! 이 선량한 사람들이 부담스러운지 모르겠다. 둘 다 예전부터 싫은 건 아닌데 그렇다고 아주 좋아지지는 않는, 그런 사이? 왜일까. 내가 은혜도 모르는 야멸찬 사람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걸까. 백작 부부와는 몇 생에 걸쳐 알고 지냈고, 더구나 웰츠 백작은 나와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으니 함께한 시간만 따지면 이들과 진은 상대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솔직히 이 부부보다 진이 훨씬 편했다. 진이야말로 전혀 친절하지도 다정하지도 않고, 걸핏하면 나에게 땍땍거리는데 말이다.

16548664225242.jpg“로제트, 얼굴이 괜찮아 보인다. 다행이야.”

호텔 지배인의 안내로 별실에 들어서니 내 소꿉친구이자 올랜도의 남편인 윌로우 웰츠 백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16548664036628.jpg“윌로우, 여기까지 웬일이야?”

16548664225242.jpg“하하, 그건 내가 할 소리지.”

16548664036628.jpg“하긴 네 호텔이지. 여기 참 좋다.”

16548664225242.jpg“네 마음에 든다니…… 기쁘네.”

지금 막 들어선 방은 특히 신경을 쓴 곳인 듯했다. 아름다운 객실과 라운지들 중에서도 특별했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위해 창가에 마련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16548664036628.jpg“사업 때문에 바쁠 텐데, 설마 나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 아니지? 너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가 보더라.”

16548664225242.jpg“로제트에게 칭찬을 다 듣네.”

16548664036628.jpg“칭찬받을 만하지, 뭐.”

윌로우가 머뭇거리더니 왠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16548664225242.jpg“로제트.”

16548664036628.jpg“응?”

16548664225242.jpg“이만하면 나도 괜찮은 사람인가?”

16548664241161.jpg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