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이번 생은 미친 나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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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이번 생은 미친 나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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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화. 이번 생은 미친 나방처럼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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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서 당신한테 키스하면 어떻게 되지?’
진의 잠꼬대 같은 말을 듣는 순간, 내 영혼은 이미 그의 입술을 덮치고 있었다.
아아, 이래서 아는 맛이 무서운 거구나!
하지만 내 육신은 어마어마한 자제심을 발휘해 딱딱한 가면을 쓰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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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되긴요. 어차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내 대답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고 단호했는지, 진의 좁아진 미간에 못마땅함이 잔뜩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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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키스할 리 없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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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시 돋친 목소리예요? 굳이 밝히자면 나 때문은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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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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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혼전 순결을 고집해서잖아요.”
진의 반응이 내 예상보다 격했다. 그의 잿빛 눈동자가 묘한 빛으로 일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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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걸 알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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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얘긴데요? 당신이 그렇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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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 없어. 아무리 전생의 나라지만, 그런 얘길 사방팔방 떠들고 다닐 만큼 생각이 없진 않을 테니.”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 크흠, 나만 아는 사실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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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본인 입으로 혼전 순결을 사수할 거라고 했단 말이죠. 결혼할 상대가 아니면 절대로 허튼 접촉은 하지 않는다고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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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런 말이 왜 나온 거야? 당신이랑 왜 그런 대화를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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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건…….”
당신이 그런 논리로 처음엔 나를 거부하다, 나중엔 역으로 그걸 이유 삼아 결혼을 졸랐죠. 어휴, 그때 진이 앙탈 부리던 모습 참 귀여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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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에게 접근했기 때문이에요! 그랬더니 질색하면서 저런 핑계를 대더라고요.”
거짓말은 아니지. 처음엔 정말로 저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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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한테 접근했다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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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냐고 묻는 거예요? 자존심도 버리고 수치심을 무릅쓰고 털어놨더니? 좋아해서 그랬어요, 좋아해서! 자, 충분한 설명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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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엔 왜 접근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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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황당해서 얼굴이 달아오른 나와는 달리 진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이유가 진심으로 몹시 궁금하다는 듯이.
좀 전의 말과 지금 빤히 쳐다보는 이 얼굴, 뭔가 은근히 거슬리는데? 내가 지난 생의 진을 좋아했든 말든, 이번 생의 진이 자만심을 가질 이유는 없지 않나?
여하튼 나는 우리 관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 바가 있었기에, 이렇게 둘러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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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생에 당신이 나를 싫어하는 티를 노골적으로 팍팍 내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달까. 여하튼 그때 교훈을 얻어 다시는 당신한테 접근하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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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그건 접근이 아니었군. 내가 눈을 감고 있을 때 슬쩍 찔러 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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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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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내가 당신을 싫어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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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셔했죠. 그런데 전부 다른 생의 일이잖아요. 왜 그렇게 관심을 보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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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됐고. 여하튼 내가 당신한테 말했다는 거지? 혼전 순결에 관한 내 결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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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랬어요.”
진이 넋 나간 듯한 얼굴로 새삼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왜? 뭘 잘못 말했나? 혼순남이라니, 자기가 생각해도 좀 부끄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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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한테 내가 정말로 그 말을 했단 말이지?”
진은 다시 한번 내게 확인했다.
나는 괜히 불안해져서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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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군…….”
진의 이 말을 끝으로 마차 안은 침묵에 잠겨 바퀴 덜컹거리는 소리만 오갔다. 나는 괜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창밖을 열심히 내다보는 척했다.
처음 18회차로 가기로 결심했을 때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진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무엇보다 컸고, 부당해 보이는 것들을 바로잡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을 뿐.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불행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황제와 프러너스의 야욕을 무너뜨리고 진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려보내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너무 커졌지만, 잠깐 위기를 모면하거나 피하는 것으로는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럼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은?
자연스레 진과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생에 우리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진이 반쪽짜리 시더우드이자 황실에서도 내놓은 방탕 황자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누구와 결혼을 하든 말든 크게 상관할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 진이 황제가 되면 과연 그 곁에 내가 설 수 있을까? 더욱이 적진의 영수인 카를슈테인 공작의 전 부인이었던 내가? 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신분을 숨기고 ‘레이디 M’이라는 가명을 쓰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내가 아무리 좋은 비책을 내놓아도 사람들이 내 신분을 아는 한은 쉽게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일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득달같이 내게 책임을 전가하겠지. 전쟁은 끊임없이 불안을 일깨우고 나약한 귀족들은 그 불안을 스스로는 견디지 못할 테니.
진의 편에 선 귀족들이라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제국의 귀족이란 워낙 나약하고 비겁한 족속들이기에 불리할 때마다 희생양을 찾을 것이고, 그들의 성화에 진은 끊임없이 골머리를 앓겠지.
황위 탈환이 무사히 끝난 후에도 모함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지도.
진이 황위에 오르면, 그다음엔 공을 세운 모든 가문이 황후의 자리를 탐낼 테니 말이다. 괜히 그 아귀다툼에 끼었다가는 뼈도 못 추리지, 암.
과거 신분도 신분이지만 나는 후사를 볼 수 없는 몸. 후계자를 낳을 수 없는 황후는 두고두고 정쟁의 불씨가 된다.
그러니 내가 할 일은 진이 황위에 올라 불행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운 뒤, 적당한 시기에 조용히 물러나 내가 원래 원했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물처럼 바람처럼 유유하게,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삶으로…….
그런 담백한 삶으로……는 개뿔.
아니, 사실 난 그렇게 고상한 사람이 못 된다. 첫사랑과 바람난 남편을 되찾기 위해 삶을 십수 번 되풀이했을 만큼, 나는 천박한 욕망의 노예일 뿐.
내가 무슨 성녀라고, 오직 진의 행복을 빌며 아무 미련 없이 돌아서겠는가.
진이 잘난 귀족 가문의 여식과 짝이 되어 희희낙락하는 꼴을 도저히 곁에서 지켜볼 자신이 없어 떠나려는 것이다. 그런, 꼭 나 같은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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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차에도 내겐 허락되지 않는구나.’
씁쓸한 마음으로 깜깜한 창밖을 바라보는데, 진이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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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 원래는 나방이었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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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빛을 보고 날아든 나방이 마차 창문에 잔뜩 붙어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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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어둠 속에 살던 녀석들이니 햇빛 자체가 그들에겐 치명적인 독이 되었지. 환한 낮에 피어 있는 꽃과 풀과 공기마저도 나방들에겐 해로웠으니, 자연스레 해가 뜬 시간을 피해 밤에만 활동하게 됐지.”
갑자기 나방 이야기? 지난 생엔 들어 본 적 없는 얘긴데. 진의 잿빛 눈동자는 나방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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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방 한 마리가 환한 대낮에 길을 나선 거야. 미친 나방이었지. 주변에서 다들 말렸어. 너 그러다 큰일 난다, 너 그러다 죽는다. 그런데도 기어이 고집을 부리며 햇빛 속으로 날아간 거야. 뭐, 미친 녀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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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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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단번에 되는 게 세상에 어디 있어?”
그렇긴 합니다만. 삶을 열일곱 번씩이나 되돌아온 나한테 굳이 그렇게 눈을 부라리며 일깨워 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그 사실을 모르는 진은 거만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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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날아가다 죽을 것 같아서 되돌아오고, 조금 날아가다 되돌아오고. 그 일을 무수히 반복하던 어느 날, 낮에 날았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거야. 햇빛이 더 이상 독이 아니게 된 거지. 미친 나방이 나비가 된 순간이었어.”
꼭 진 자신의 이야기 같았다. 어둠 속에서 온갖 박해와 위협을 받았지만 결국 이겨 내고 환한 빛 속에서 아름다운 날개를 활짝 펴는.
새로운 황제의 상징을 나비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진이 엉뚱한 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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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비 이야기, 꼭 당신 이야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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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미친 불나방 같다는 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자 진이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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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독이 되는 환경도 뚫을 만큼 강인한 생명체라서 불가능한 일을 해 내기도 한다는군. 이를테면 다른 세상을 넘나드는 것 같은. 당신이 다른 생에서 건너왔다기에 생각이 났어.”
그리고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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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이 이곳으로 올 때 함께 따라온 나비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이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이질적인 시공을 넘나들고 이어 주는 이능을 가진 건 버섯밖에 없는 줄 알았더니. 나비도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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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생엔 삶을 반복한 사실을 진에게 말하지 않았으니, 진도 이런 얘기를 내게 하지 않은 것이겠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된 여자한테 이렇게 막 성의껏 이야기도 들려주고 그러는 성격은 아니지 않나?
진이 나름 나를 배려한 것일 텐데도 왠지 기분이 묘했다.
세상만사 귀찮은 듯 뚱한 얼굴로 방만하게 늘어져 있던 지난 생의 모습을 생각하면 더욱. 이번 생엔 이죽거리는 것도 덜한 듯하고.
지난 생엔 쉽게 열리지 않았던 것이 이번 생엔 너무 쉽게 열려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진이 지난 삶의 흔적과 상관없이, 이번 생의 로제트에게 순수한 관심을 보이고 마음을 써 주는 것이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묘하게 섭섭했다.
내가 나를 질투하다니. 이러다 점점 미쳐 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이미 미친 나방이어서 이곳으로 올 수 있었던 거지만.
밤새 마차를 달려 그리치에 도착한 후, 나는 페가수스에서 운영하는 호텔을 소개받아 짐을 풀었다.
웰츠 호텔의 아름다운 전망과 맛있는 오리 콩피가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이번 생엔 그곳에 얼씬도 하지 않을 작정이니.
진이 측근과 길드원들을 설득하는 동안, 나는 이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레이디 M으로 사람들 앞에 나설 날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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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백작님, 고민이 있는데요…….”
플록스가 주저주저하다 운을 떼자, 말보르크가 탐탁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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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자네의 고민을 내게 털어놓으려는 건가? 난 여인들의 고민이 아니면 귀를 빌려 주지 않는데 말이야. 방금 매우 주저하는 것 같던데, 그대로 가슴에 묻어 두는 편이 어떻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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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참, 심각한 일입니다. 제 고민이라기보다…… 보스의 비밀을 알게 됐는데, 이걸 백작님께는 말씀드려야 하지 않나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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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의 비밀? 내가 모르는 비밀을 자네가 안다고? 이거 마음 상하는군.”
말보르크가 샐쭉한 표정을 짓자 플록스가 급히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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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아닙니다. 보스가 직접 말씀해 주신 게 아닙니다. 도리어 시치미를 뚝 떼고 계시죠. 그야말로 서운하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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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비밀이 뭔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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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지 마십시오. 보스께서 글쎄 성혼을 하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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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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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저희 몰래 도둑장가를 가셨는지. 그래 놓고 보스는 지금도 아니라고 딱 잡아떼십니다.”
말보르크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플록스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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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믿기지 않는 건 자네의 그 순진함이야. 지금껏 진과 결혼했다고 주장한 여자가 한두 명인가. 그걸 또 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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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이번엔 진짭니다.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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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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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M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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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보르크가 다시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플록스는 다급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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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레이디 M을 요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보스를 찾아왔는데, 마침 보스가 출타 중이었죠. 그때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해 달라며, 두 분이 성혼했다고 얘기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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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버섯의 정령과 통하는 신비주의 책사라느니 할 때부터 수상쩍더니. 정말로 성혼했으면 진이 왜 말을 안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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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그 부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보스가 거사를 계획하신 걸 알게 된 후 납득이 가더군요. 목숨을 건 위험천만한 거사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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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설마 소름 돋는 소릴 하려는 거면 집어치우게.”
막 눈시울을 붉히려는 플록스를 보고 말보르크가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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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소리 맞습니다, 백작님. 이것이야말로 내 여자를 위험에서 지키려는 사랑, 참사랑이 아니겠습니까! 아아, 진정한 남자의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