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1화. 죄와 벌 (81/110)


81화. 죄와 벌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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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흡입 화상으로 기도에 문제가 생겨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노형근 환자는 단순 연기 흡입으로 보이니, 산소치료 후 경과를 지켜보도록 하죠.”

의사의 말에 도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무의식중에 손을 움직이다 붕대를 감은 쪽 손이 욱신거리는지 질끈 눈을 감았다.

한 팔로 노 실장을 부축한 채 다른 팔로 뜨겁게 달구어진 쇠문을 잡아당기다가 그만 화상을 입고 말았다.

손끝에서 시작된 아찔한 통증이 몇 시간 전, 숨 막혔던 그 순간을 다시 떠오르게 했다.

노 실장이 직접 저를 찾아온 일 이후, 도하는 사람을 보내 몰래 그를 감시하고 있었다.

그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그리고 3년 전 사고와 관련된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서라도 노 실장을 더 알아봐야 했다.

지안과 함께 집에 도착한 무렵, 노 실장을 따라붙고 있던 비서에게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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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노형근이 급히 어딘가로 가고 있습니다. 신호도, 차선도 모두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밟는 걸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도하는 비서가 알려준 주소로 미친 듯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후미지고 으슥한 산속에 위치한 한 폐공장이었다.

대체 이런 곳에는 왜…….

그 짧은 의문이 뇌리를 스치기 무섭게 저만치에서 솟구치는 불길이 보였다.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삽시간에 새까만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잽싸게 휴대폰을 들어 119에 신고를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손수건을 꺼내 그 위에 생수를 적셨다.

신고를 마치자마자 도하는 아무것도 재지 않고 폐공장을 향해 내달렸다.

3년 전 저를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았던 운전자가 노 실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죄보다 사람이 먼저였다. 그리고 살아 있어야 마땅한 죗값도 치를 수 있는 법이었다.

도하가 가까스로 공장 문을 열었을 때, 매캐한 연기가 삽시간에 문밖으로 새어 나왔다.

젖은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안으로 진입했을 때, 문 바로 앞에 쓰러져 있는 노 실장이 보였다.

그를 부축해 화염 속을 빠져나오던 찰나의 아찔했던 순간이 기억 속에선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도하는 낯선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산소치료 후 기약 없이 잠들어 있던 노 실장이 깼는지 눈썹 사이를 좁히고 있었다.

도하는 나지막이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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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드십니까?”

노 실장은 초점 없이 멍한 눈길로 허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나직이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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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나를 구해준 겁니까. 그 불 속에까지 뛰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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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실장의 눈빛은 전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감춰야 할 것과 가려야 할 것이 많은 사람 특유의 분주하고도 비겁한 눈빛이, 죽음의 문턱을 밟고 온 사람 특유의 처연함과 체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하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노 실장은 지친 듯 쇳소리 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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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서 구한 겁니까.”

노 실장의 말에 담긴 뜻을 모르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도하가 나직이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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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그에 마땅한 책임을 지고.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거죠. 노 실장님한테도 그럴 기회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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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저, 전부 다 알고 있었다는……!”

노 실장의 눈동자가 부서질 듯 크게 흔들렸다. 그는 감정이 고조된 듯 괴롭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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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대로 불타 죽게 내버려 두지 그랬습니까. 사람을 치어 죽일뻔한 인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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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마음대로 죽습니까! 진실이 이대로 묻히라고요? 그리고 그쪽이 죽으면 따님은요!”

도하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뜻밖의 존재에 노 실장의 고개가 무너지듯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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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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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실장님, 잠들어 있는 동안 따님한테 전화가 몇 통이나 온 줄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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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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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을 생각해서라도 이제는 바로 서셔야죠. 지난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벌을 받고, 감춰진 진실을 모두 밝히고. 그편이 죽는 것보다 훨씬 딸을 위한 아버지의 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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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하의 말에 노 실장은 오래도록 말을 잇지 못했다.

한없이 누그러진 눈망울에서 투명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

하린은 호텔 객실에 앉아 동이 트도록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

독한 술에 어울리는 안주는 친구들이 보내온 문자 메시지였다.

세준의 무자비한 폭언 파일과 CTM에 관한 폭로 기사가 나온 후, 셀 수 없이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모두 이 순간만을 기다려온 듯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겉은 하나같이 그녀를 위로하는 내용이었지만, 그 속내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웃음과 통쾌함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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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아 괜찮아? 그 음성 파일 짜깁기 맞지? 네 약혼자분일 리가 없잖아. 접때 모임에서 같이 봤을 때 얼마나 신사적이셨다고. 거기 왔던 우리 동기 애들이 다들 얼마나 부러워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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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배 아파했는데 잘됐다 이거지?”

하린은 신경질적으로 메시지를 삭제했다. 그리고 다음 메시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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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아. 결혼 전에 이렇게 정체가 드러난 거라면 정말 하늘에서 조상이 도운 거야. 그런 사람이랑 결혼했다가 네 인생까지 어쩔 뻔했니. 돈 많다고 다가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너도 사람을 먼저 봐. 돈을 먼저 보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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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남자랑 결혼한 자격지심 때문에 동창회에도 안 나오는 게, 뭐? 돈보다 사람을 먼저 보라고?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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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아, 힘내! 좋은 남자는 얼마든지 많아. 사람을 부속품 취급하고, 마음에 안 든다고 폐쇄 병동에 가두고. 그런 사람이 가족들한테 그러지 말라는 법 없잖아. 아직 결혼 안 한 게 정말 다행이지. 우리 남편 공무원인 거 알지? 남편 동료 착한데 너만 괜찮으면 한번 만나볼래? 내가 뭐랬어. 사업가는 위험하다고 안정적인 게 짱이라고 했잖아. 생각 있으면 편히 말해. 요즘 세상에 약혼 한번 한 것쯤은 아무 흠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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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대놓고 자기 남편 자랑하는 거 맞지? 그리고 뭐! 약혼 한번 한 것쯤은 흠이 아니라고? 위로하는 척 은근히 사람을 깎아내리는 거야 뭐야!”

그때 새로운 메시지 알림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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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뭔데!”

하린은 째진 갈고리 눈으로 액정 화면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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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아, 큰일 났어! 내가 자주 들어가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너에 관한 글이 올라왔길래. 분명 허위정보 같은데, 네가 봐야 조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린은 메시지 아래에 링크된 주소를 눌렀다.

무언가를 확인하던 그녀의 동공이 순간 요동치듯 흔들렸다.

[글쓴이 : shshshsh

CTM 지세준 사건. 진짜 최고 빌런은 지세준 약혼녀임. 얼마 전 지세준이랑 약혼한 민하린이라는 여자. 알고 보면 케이원 그룹 권도하 대표 애인이었음. 권 대표가 식물인간 되자마자 민 씨는 애인 버리고, 애인 친구인 지세준으로 갈아탐. 그리고 권 대표가 준비하던 사업 아이템 지세준한테 넘겨서 CTM 설립시킴. 지세준이 이 여자한테 꼼짝도 못 한다고 업계에 소문이 자자했었음. 출장 가는 데마다 다 따라다님. 해외 어디든 따라감. 이 여자가 CTM의 비선 실세임. 지세준이 시위하는 직원 가족들 가둔 폐쇄 병동에 민 씨가 주기적으로 나타났다는 목격담도 있음. 지세준도 지세준인데, 약혼녀가 더 악녀임. 이들에 대해 잘 아는 일각에선 민 씨가 권도하 대표 교통사고 사주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음.

+ 추가

여기서 영화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는 권도하 대표 결혼 이야기임. 3년 동안 의식불명이던 권 대표를 간병해 준 간병인이 있는데, 권도하 대표는 그 여자랑 결혼했음. 누구는 사고 나자마자 버리고 손절했는데, 누군 가망 없는 사람을 지극 적성 보살펴 결국 깨어나게 하고, 결혼까지 골인했음. 황정순 회장도 이 간병인 며느리를 엄청 예뻐한다고 함. 여기까지 천사와 마녀의 권선징악 스토리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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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게 대체 뭐야! 누가 이딴 글을!”

하린은 한껏 고조된 호흡을 거칠게 뱉으며 소리쳤다.

카더라 속 그녀는 희대의 악녀이자, 마녀로 묘사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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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천사와 마녀의 권선징악 스토리?”

하린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술잔을 집어 던졌다.

쨍그랑.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차 키를 챙겨 무작정 객실을 빠져나갔다.

비틀비틀 한곳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그녀는 완전한 만취 상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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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누…… 누가 자수를 해?”

술병이 널브러진 소파에서 잠들었던 세준이 바쁘게 몸을 일으키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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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노형근이 직접 경찰서에 출두해 자백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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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죽은 사람이 어떻게 경찰서에 출두하느냐고!”

비서는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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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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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단 말로 될 일이 아니잖아! 어제 분명 깔끔히 처리했다고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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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제가 뒤처리에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그 정도 화재에 사람이 살아 있을 거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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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세준은 주변에 널브러져 있던 술병을 허공을 향해 사정없이 집어 던졌다.

꽝! 쨍그랑!

여기저기 유리 파편이 휘날리자, 멀찌감치 물러난 비서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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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가 노 실장 뒤를 밟았던 것 같습니다. 불길 속에서 노 실장을 구해내고, 그걸 명분으로 노 실장을 회유한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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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궈, 권도하가!”

그 순간이었다.

쾅쾅!

문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쾅쾅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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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세준 씨! 경찰입니다. 지금 안에 계시는 거 다 압니다. 문 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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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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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문 여십시오, 안 열면 부수고 들어가겠습니다! 대답하세요! 지세준 씨!”

뜻밖의 불청객에 세준은 잠시 벙쪄 있다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눈을 번뜩이며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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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도록 해. 개인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뒷문은 최근에 공사해서 거기까진 모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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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표님.”

세준은 서둘러 뒷문을 통해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공용 주차장과 달리 바이오 등록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개인 주차장은 아직 고요했다.

황급히 차에 올라탄 세준은 반쯤 이성을 놓은 얼굴이었다. 지난 수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산산조각이 난 지금의 상황에 치가 떨렸다.

그리고 모든 원망의 화살은 한 방향으로 향했다.

어제부로 깨끗이 정리되었어야 할 노 실장을 살려내고, 자수하게끔 경찰서로 이끈 한 사람.

권도하.

세준은 도하에 대한 분노로 피가 거꾸로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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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렇게 무너질 순 없지! 권도하, 너도 한번 느껴봐. 세상이 무너지는 이 개 같은 기분을.”

도하를 무너뜨릴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그가 가장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를 한순간에 앗아가는 것.

서지안.

세준의 마지막 타깃은 지안이었다.

세준은 도하의 집 방면으로 미친 듯 차를 몰았다.

도하의 처참한 얼굴만 볼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으리라.

세준의 머릿속엔 이미 보이는 것 같았다.

서지안을 잃고 오열하는 권도하가. 저보다 더 지독한 불행에 빠져 고통스러워할 권도하가.

세준의 눈빛이 광기로 번뜩였다.

도하의 저택 근처에 도착한 세준은 익숙한 대문 앞을 주시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문을 외듯, 지안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시계를 확인하던 그의 눈동자가 점점 더 초조하게 떨렸다. 지금쯤이면 경찰들이 집을 뒤지고 나와 차량을 추적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불안한 마음에 손톱을 물어뜯던 그때, 거짓말처럼 현관문을 나서는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선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오는 여자, 몇 차례 마주친 그녀, 서지안이 분명했다.

세준의 입가에는 광기 어린 미소가 번졌고, 눈엔 시뻘건 핏발이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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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 권도하의 여자.”

미쳐버린 악마는 액셀을 깊이 때려 밟았다.

우우우웅!

세준이 광기 어린 눈빛으로 목표지점을 향해 휘몰아치던 그때!

일방통행 도로 위, 차가 없어야 할 반대편에서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미친 듯 역주행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몇 초 후.

콰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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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단말마와 같은 비명과 함께 엄청난 굉음이 세준의 모든 주변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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