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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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정착돼있고 인지도가 있는 선라이즈 소속 버튜버들 중에서 방송 시간대가 넓거나 발이 넓은 이들은 예고 없이 타인의 방송에 참여해서 그 자리를 빛내주기도 한다.
특히 사정이 생겨서 펑크가 생길 경우, 기존의 콘텐츠를 계속 진행하기 위해서 아는 사람을 불러서 즉석으로 회사가 기획한 이미지와 다른 조합을 만들고
센스 있게 톡톡 튀는 캐릭터들의 즉흥적인 모임과
거기서 나오는 예상 밖의 캐릭터 간의 케미 폭발은 선라이즈 프로덕션의 자랑이었다.
이미 수많은 전설적인 조합이 즉석적인 조합으로 나왔으며
그런 조합들이 2차 창작판에 인기를 받으면서 화제에 오르는 건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새롭게 데뷔한 5기생이 생겨서 후배가 생겨서 의기양양한 클레는 자신이 오늘 주최하는 게임 방송에
오랫동안 기르던 고양이가 쓰러져서 방송을 취소낸 동기의 사정을 방송 시작한 지 10초 만에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방송 사고라고 말해도 무방한 상황, 하지만 클레는 이런 능숙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프로다.
신성해 보이는 여사제복을 입은 클레가 말했다.
“어쩌죠? 곤란하게 되었네요. 오늘 용사님이 기르던 종자가 크게 아프게 되어서 병원으로 간 모양이라… 아무래도 새롭게 사람을 불러야 할 것 같아요.”
“하아 용사님의 가슴 조몰조몰 하고 싶었는데.”
숲 속의 연금술사의 컨셉에 맞게 귀여운 금발을 늘어트리고 가슴을 동동 싸맨 활동적인 모험가 복장
하얀 허벅지에 ‘수상한 약’이라고 이름표가 달린 포션을 꽂고 다니는 어린 체형의 버튜버, 다비가 천연덕스럽게 성희롱을 했다.
“다비, 그 천박한 언행은 그만하라고 충분히 말한 것 같은데.”
노출도가 높은 고대 이집트 복색에 자신의 매끈한 몸을 드러낸 흑발 머리 미녀가 자신의 캠을 조절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다비와 같은 2기생이자 다비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인 아그니 페리브센이다.
“흥, 술 취한 파라오 아줌마에겐 관심 없거든요?”
“오늘은 안 마셨답니다?”
“후아암 그러면 오늘은 다른 게임 하게 되는 거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높은 텐션의 목소리
쓰다듬고 싶어지는 복슬거리는 밀색 머리에 쫑긋 솟아 존재감을 과시하는 고양이 귀의 아카리는
하품을 하면서 방송 호스트인 클레에게 물어보았다.
“음… 역시 DBD의 멤버는 모으기 어렵네요~”
DBD
악신에게 초대받은 사람들이 악신의 수하인 살인마의 손에서 탈출하는 게임이다.
탈출을 위해서는 맵 안에 있는 발전기를 가동시켜서 전기문을 작동 시켜서 나간다.
생존자는 살인마를 공격할 수 없고 손전등으로 눈을 비추어 잠시 실명시키거나,
생존자만 사용 가능한 판자로 길을 잠시 막는다. 그리고 자그만 지형지물을 살인마보다 빨리 넘길 수 있다.
살인마들은 기본적으로 생존자들보다 빠르고 생존자들을 사냥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1인칭이기 때문에 3인칭인 생존자보다 시야가 좁다.
그리고 생존자들의 체력을 깎는 건 되지만 생존자를 즉석에서 죽이는 ‘처형’은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그들의 목적은 제압 후 ‘제단’에 생존자들을 갈고리에 걸어서 시간을 끄는 것이다.
게임에는 제한시간이 있어서 생존자들은 빨리 발전기를 고치고 탈출해야했고 1:4이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팀원과 소통해서 서로를 도우며 방을 탈출해야했다.
반면 수적으로 불리한 살인마는 발전기 수리를 방해하고, 그들을 제단의 갈고리에 걸면서 시간을 끌어서 게임 오버를 노린다.
DBD는 이런 식으로 호러와 고어 요소가 섞인 이 술래잡기 게임이며
게임의 분위기가 주는 긴장감과 탈출 혹은 사냥의 달성감이 굉장히 엄청났기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한국의 소환사의 협곡이 그러하듯, 언제나 4인까지는 괜찮지만 5인은 항상 모으기 까다롭다.
그래도 나름 발이 넓은 클레는 버튜버들만 모인 게임 채팅방에 글을 올리려고 하다가, 의외의 사람의 연락에 흥미를 느꼈다.
‘어 나에 언니네?’
오늘은 휴방이 아니었던가?
더군다나 그녀는 방송 예정일 없이 깜짝 방송도 하지 않는데 어째서…?
그녀는 호기심을 가지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라인
보고있지?
나
게임하고 싶어
합동 방송에 들어가도 될까?
순식간에 쌓인 짧은 라인 채팅이 무언가 평소의 나에답지 않았다.
평소라면 문장을 제대로 완성해서 보내는 나에의 글과 조금 다른, 살짝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단답형 라인 메시지였다.
그, 유나 언니는 뭐라고 해?
…
나에 언니?
유나 오늘, 집에 안 들어온데.
… 알았어, 그럼 진행할게.
클레는 두뇌를 빠르게 굴렀다.
1. 현재 이 방송의 시청자들은 유리아를 반길 것인가?
그렇다.
나에 언니의 집착 목소리 이후 새로운 방송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에 언니의 존재는 현재 선라이즈에서 뜨겁게 다루어지고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반길 것이다.
2.캐릭터 시너지는 맞는가
그렇다.
절제 없이 위험한 발언을 내지르는 돌진의 다비와 그걸 말려주는 동기 아그니
밝은 분위기로 어두운 게임 분위기를 장난스럽게 만들어 주는 아카리와 최근 그녀와 좋은 합동 방송을 여러 번 손을 맞춘 유리아의 조합 아카유리
그리고 필요할 땐 폭주를, 필요할 때에는 절제를 하는 유능한 방송 진행자 클레
여기 있는 구독자 수를 합치면 500만은 넘어가는 스타들의 모임이다 실패할 리 없는 캐릭터 케미다.
3.근데 유나 언니는 어디 갔지?
일단 방송에 도움이 안 되니 의문을 껐지만 쉽사리 떠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유리아의 게스트 출연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클레는 다른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있지있지, 선배님들 제 친구 유리아가 온다는데 괜찮을까요?”
“유리아?”
그녀들 또한 이 깜짝 게스트에 놀랐는지 되묻는다.
유리아는 도통 합동 방송을 하지 않았고, 이런 식으로 깜짝 합방을 시도한 전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난 좋아! 유리아 좋아!”
해맑게 웃으며 반기는 아카리
유리아와 즐겁게 게임을 했던 그녀이기에 주인을 반기는 충성스러운 강아지처럼 그렇게 말했다.
“꺅 유리아 너무 귀여워 너무 좋아!”
“안 그래도 마계의 공주와는 한 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선배들도 최근에 떠오르는 후배에 대해서 관심이 지대한지, 그녀들 또한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두 명의 선배가 허락을 하자 클레는 유리아의 아이디를 초대했다.
유리아는 깜짝 합동 방송 공지를 올린 후, 캐릭터를 세팅하고 접속했다.
“콘유리 콘유리~ 마계 공주인 쿠로시로 유리아에요~!”
방에 들어온 그녀는 특유의 귀엽고 청초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아 뭐야 벌써 자기소개 시간이야? 다라다다~ 신비한 연금술사 나조노 다비에요~”
“그대들에게 태양의 가호가 깃들기를 아소조프의 마지막 파라오 아그니 페리브센이다.”
“하아아아암, 아카리야 잘 부탁해~”
여전히 졸린듯, 아카리의 캐릭터는 졸린 두 눈을 반만 뜬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그야말로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가 떠오르는 태평한 모습에 다비가 빵터졌다.
“푸합, 아카리 선배들 앞에서 너무 풀어진 거 아니야?”
“그치마아안요, 게임을 안 하고 있으면 졸려요~”
“후후, 그렇다면 아카리 공은 저희들보다 게임이 더 재미있다는 건가요?”
“앗, 그, 그건 아닙니다요.”
“뭐야 아카리 선배 말하는거 웃겨요”
그녀들은 익숙하게 인사를 마치고는 금세 아카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밝고 느긋한 텐션의 아카리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볍게 놀리면서 합동 방송의 긴장을 자주 풀어주는 역할을 해주는 그녀였다.
“있지있지,아카리 선배 저번에 저와 한 방송에서도 게임 끝날 때 즈음 하품 하셨잖아요.
그럼 유리아도 아카리 마음속에선 게임한테 진건가요?”
나 버린거야? 라는 식으로 배신당한 여주인공처럼 연기하듯이 말하는 유리아는 분명히 애교가 넘쳤다.
“아냐 아냐~ 유리유리~를 내가 버릴리 없잖아?”
“저 버려진게... 아닌 거죠? 헤헤 기뻐요!’
이런 식으로 천연덕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어서 나누는 자연스러운 토크는
다른 방송인과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전이라면 상상도 못 할 확연한 변화에 유리아를 오래 보아 온 클레는 내심 놀랬다.
“있지 클레 오늘 방송 어떻게 진행하는 거야?”
“아, 응 오늘 DBD하는데 말이지~”
방송 진행은 간단했다.
참가자 전원이 한 번씩 살인자가 되어 생존자를 찾는다.
살인자가 된 사람은 5인 대화방에서 잠시 나올 것
그리고 모두 즐겁게 게임을 할 것!
“응응! 즐겁게 게임 하는거지! 유리아 그거 잘해!”
“킁킁킁킁 유리아, 역시 귀엽다. 나랑 결혼하자!”
열심히 노력하려 하는 유리아가 귀여운지 다비가 주접을 떨었다.
“제,제,제가 서,선배랑요?”
“꺄아아악 귀여워 당장이라도 한 입에 삼켜버리고 싶어!”
“하아, 저희 연금술사가 죄송합니다.”
“아니 왜 아그니가 사과하는건데??”
“너는 우리 동기의 수치야.”
“하 너무하네!!”
“Zzz”
“아 아카리 선배 자지 마요 좀!!”
뭐야 유리아 합동에서 말 많이 하네?
예전의 그 외톨이 공주님 어디 갔어! 마인 크래프트에서 자신에게 말 거는 선배에게 대답 못해서 당황하게 한 아싸 공주님 어디 갔냐구!
클레가 있어서 그런가? 성녀 공주 절대 지지해
아 방송 벌써 기대된다
아카리 유리아면 공포 게임도 쉽가능이지 ㅋㅋ 쫄보지만 오늘은 본다!
아카리 유리아(장르 체인저)
유리아 등장이면 메이드도 옆에 있나? 살인마에게 붙잡혀서 울먹거리는 유리아 달래는 메이드 기대해본다!
그들의 조합이 재미있어 보이는지 채팅방 또한 뜨겁게 달아올랐다.
불타오르는 채팅방의 분위기와 솜사탕처럼 달달하게 좋아지는 무드를 보며
능숙한 방송인인 그녀들은 이번 방송이 재밌게 진행 되리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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