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 31화.
* * *
원래대로라면 같은 회사 소속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다른 버튜버의 매니저인 내가
그녀의 매니저 허락 없이 합동 방송이 아닌 건으로 방송쪽 조언을 하는건 업무적인 결례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의 매니저는 현재 그녀에게 음원을 제공하기로 한 음반쪽 레이블과 협상을 위해서 떠난 것 같다.
그녀의 집은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조그만 주택이었다.
가까운 역과는 걸어서 30분 이상 걸리는, 그야말로 외딴 지역
여동생은 고등학교를다니고 있고, 자신은 짧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방송을 한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고, 의젓한 여동생 덕분에 언제나 자기가 늘 신세지고 있다고
성공하게 되면 가장 먼저 그녀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래도 입주 조건에 회선환경만큼은 까다롭게 골랐기에
그녀의 집에 있는 컴퓨터와 그 옆자리에 앉은 나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일단 게임?”
“네, 아무래도 언니, 그러니까 ‘메이드 라’는 게임계의 초고수로 등장했으니 말이죠.”
등장은 마왕성의 집사였으나, 내가 캐릭터 디자인 당시 메이드를 고르는 덕분에
'메이드 라'가 된 나는 저번 합동 방송에 내 존재감을 뽐냈다.
“아…제가 그렇긴 하죠.”
내 이미지가 살짝 이미지가 게이밍 특화의 3기생들인가
게임 허접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져서 정말 다행이다.
솔직히
허접취급은 못참지
“게이머 고수인 언니에게 물을게요, 게임을 잘하는 비결이 뭔가요?”
“재능.”
일말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구체적으로는요?”
“심리전”
그것이 사람과 사람을 하는 게임이건
사람이 설계한 AI와 하는 게임이건 동일하다.
격투 게임이건, 팀 게임이건, FPS게임이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한다.
격투 게임에서의 견제기를 보고 후속 콤보의 가능성을 고려하고
팀게임에서는 아군의 심리, 적군의 심리를 읽는다.
FPS게임은 저격 포인트 파악과 대인전의 무빙 예측 심리의 교전판단을 내린다.
여기서 걸리는 시간의 단축과 심리전의 승리 성공률은
게임에 축적된 지식과 몸의 근육이 기억하는 판단속도 그리고 감이 지배한다.
AI로 들어오게 되면 조금 단순해진다.
캐릭터의 기동능력과 내구성을 계산한 후
게임 개발자와 심리전을 한다.
내가 개발자라면? 어떻게 해서 재미를 자극할까?
어떤 포인트로 해야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까하고 매 순간 개발자의 시선으로 분석한다.
내가 이전의 호러 게임 방송에서 점핑 스퀘어 포인트를 하나하나 예측한 것 처럼
나는 매 순간 심리전을 의심한다.
그렇기에 나는 게임을 잘한다.
“집중력, 그리고 피지컬”
늘 100% 심리전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최적의 순간에 심리전을 하기 위해서 긴장감을 유지해야하고
집중력이 있어야 그걸 받쳐준다.
순간의 슈퍼플레이를 이기는 사람도
집중력이 부족하면 슈퍼플레이를 잡아먹는 범실이 눈에 띄기 마련
그렇기에 게임에 집중을해서 큰 실수를 줄여나간다.
마지막으로 피지컬은
동체시력이 되었건 반사신경이 되었건
턴제 게임이 아닌 이상 모든 게임 분야에 다양하게 요구받는 게이머의 덕목이다.
내 대답을 들은 그녀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게임을… 되게 경쟁적으로 하시네요?”
“나 한국인이야.”
“아…”
물론 한국인들 중에서는 게임을 즐기는 이들은 이런걸 고려하지 않는다.
즐기는 마음이 커야 지속할 수 있는게 아닌가?
나 또한 랭킹전이 아닌 일반 게임에서는 다채로운 시도를 많이해서 재미를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그 시간에 랭킹을 돌려서 순위를 높여야지하는 생각에 금새 포기해버리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츠유가 방송에 하겠다는 게임은 뭐야?”
“이거에요.”
그녀는 바탕화면의 일본의 오랜 고전 게임 뿌요뿌요를 켰다.
같은 색상의 슬라임을 네 마리 배치하면 터지는 게임
케주얼한 게임인 주제에, 내 나이보다 오래된 이 게임은
수 많은 고인물들을 양성하고 국민 게임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게임이다.
물론 오래된 게임이라 많은 팬층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고정 팬층은 확실히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 멀티 대전 플랫폼이 활성화 됬다고 해도… 인기가 좋은가?
그런 나의 의문은 그녀의 플레이를 보고 이해됬다.
그녀는 굉장한 고인물이었다.
“사실 어머니가 굉장히 이 게임의 팬이어서 말이죠. 예전엔 TCG게임도 가끔씩 했는데 아무래도 돈이 들다보니 계속 하기 꺼려지게 하고 어머니도 이 게임은 아무리해도 뭐라 하시지 않으셨어요.”
지금 떨어지는 블럭이 아닌, 다음과 그 다음 블럭을 보면서 대전 상대의 콤보 타이밍을 읽으면서 순식간에 뿌요를 터트려서 블럭을 없앤다.
나라면 계산하지 못할 순간적인 연쇄블럭을 읽고는, 자신의 원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터트린다.
그러면서도 자기는 태연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래서 말이죠, 하루는 제 동생이…”
“어, 그러면 이 게임 방송을 하면서 이렇게 소통 방송을 하는거야?”
“네, 아무래도 오디오가 비면 심심하다 보니까…”
그야말로 훌륭한 인터넷 방송인의 표본이다.
다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고, 그에 따른 팬층도 적어서 게임이 아쉽다.
좀 더 대중적인 게임이라면 새로운 유입 인원들을 노려볼만한데, 아쉽다.
대단한 재능이지만, 살짝 엇나간 감성이 아쉽다.
“또 다른건?”
“아, 레이싱 게임이려나요?”
“오, 아직 난 잘 못하는 게임인데”
“근데 이건 방송에서 하기가 조금…”
기쁘게 대답하던 그녀였지만, 왠지 모르게 침울하게 말했다.
나는 일단 레이싱 게임에대해 잘 몰랐기에 일단 배워보기로 했다.
“동생 패드가 있으니 바로 해보실래요?”
“평소에도 동생이랑 자주 하니?”
“옛날엔 자주 했는데…동생이 게임을 잘하지 못해서 요즘엔 조금 소원해졌죠.”
한국에 있을 적
어릴 때 동생과 컴퓨터 한 대로 같이 게임을 하는 것처럼
좁은 집 그녀의 옆에 꼭 붙어서 어깨를 기대면서 게임을 해본다.
기본적인 캐릭터 조작과 아이템의 설명, 게임의 규칙을 파악한 나는 한 번 컴퓨터와 겨루고는 곧장 매칭을 넣었다.
“언니 저랑 같이 돌리면 게임이 어려워질건데 괜찮아요?”
“원래 게임을 처음 배울 때는 높은 수준에서 배워야해 그래야 안 좋은 습관이 안 들어.”
원래 대전 게임은 고수에게 맞아가면서 배우는게 좋다.
그래도 레이싱 게임 특성상, 순위가 낮아질 수록 좋은 아이템이 나오기 때문에 초보자라도 잘만 하면 일발역전을 노릴 수 있지만…
“이거… 트랙을 외워야 하네?”
“네, 아무래도 코너링에서 들고 있는 아이템에 따라서 심리전을 걸어오기도 하고…”
몇 번 12위 꼴찌로 마무리하던 내가 슬슬 감을 잡고 9위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게임에 익숙하지 않아 몇 번 벽에 내 캐릭터를 박고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되었다고 판단되서 그녀의 플레이를 지켜보았다.
레이싱 게임 초보인 내 시점에서 보는 그녀의 게임은…
“어, 상당히 거친 편이네?”
“네 저도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화가나면 욱하고 오는게 있어서… 헤헤, 아이돌답지 않죠?”
뛰어난 컨트롤로 조작이 어려운 중량 캐릭터를 고른 후, 코너링에서 승부를 본다.
보유한 아이템의 파악, 그리고 상대방을 물로 빠트리는 공격성은 확실히 ‘아이돌’답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에게 엿을 선사할 때 마다 짓는 미소는 ‘진짜’였다.
우위를 점할 때 가차없이 나오는 굉장한 공격성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아냐, 이 편이 더 멋져. 네가 되고 싶었던건 그런 아이돌 아니었어?”
“그, 그래도 여태껏 쌓아온 이미지가…”
“츠유가, 코모가 그런식으로 방송해도 너의 시청자들이 너를 떠날 거 같아?”
아니다.
그녀가 개인 버튜버일때부터 함께 해온 그들은 그녀가 즐길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만 있다면
마인 크래프트에서 돌만 한 시간 주구장창 캐기만 해도
행복하게 떠드는 모습만 볼 수 있다면 그런 지루한 반복 영상조차 재미있게 봐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아뇨.”
“그리고 현 아이돌…까지는 무리지만 전 아이돌들은 아이돌 활동 그만두고도 자신의 팬들을 거느리고 인터넷 방송을 하는거 알아?”
“에… 그랬나요?”
“물론 아이돌들은 은퇴하고나서도 그 동안 쌓아둔 이미지로 연예계에 진출을 하거나,
배우로 데뷔를 하거나 아니면 가수로 활동하기도 하지.
그리고 빡빡한 아이돌 일정에 지친 이들은 그런 활동을 하면서도 본인의 취미 생활을 팬들과 함께하는데…”
고운 얼굴과 이쁜 목소리를 가진 아이돌들이 진심으로 하는 게임 방송에 가끔 그녀들의 ‘진심’을 드러낼 때가 있다.
한국의 아이돌들을 잘 알고 있던 츠유에게, 한국 인터넷 방송의 매운맛을 조금 보여줘서 자신감을 가지게 해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오랜만에 ‘찐텐으로 게임에 열중하다가 화 내는 아이돌’의 매운맛을 실시간 번역을 곁들여서 중계해주었다.
경악으로 변하는 그녀의 표정을 지켜보는게 너무 재밌었다.
무더운 여름의 한 날, 그녀와 신나게 떠든 나는 맛있는 식사를 하고 부활동 합숙으로 오지 못한 그녀의 여동생의 배게를 배고 잤다.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하는 외박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