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화 〉 6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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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튜버들은 자신의 삶의 흔적을 토크 방송 중에서 밝히기도 하는데
그녀들의 회화를 통해서 대략적인 나이대를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가령 엘프가 무의식적으로 말한 ‘내가 어릴 적에는 건담의 무슨 작품이 유명했어.’ 라는 발언으로부터 90년대생일 것이다~ 라고 추측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녀 클레는 그녀의 애청자들에게, 그러니까 그녀가 비교적으로 편하게 말을 하게 되는 유료 구독자 멤버 전용 방송에서 잠시 두 달 동안 공부를 위해 쉰다는 말을 했다.
일본에서, 그것도 연말에 두 달 가까이 공부 때문에 방송을 쉬는 사람은 오직 고3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활동을 적극 지지했다.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팬들은 그녀가 진심으로 행복한 길을 걷기를 바랐으니 말이다.
그런 이유로 클레는 정식 방송을 두 달간 진행하기 어렵다는 기나긴 공지글을 올리면서, 원한다면 유료 구독자들에게 멤버쉽 결제를 반환해주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팬들 중 누구도 그녀의 멤버쉽 결제를 취소하는 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방송이 없다는 글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유료 구독자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어때요, 저 대단하죠?”
자신이 잘났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려는 듯 내 앞에서 콧대를 세우면서 말하는 미우는 한참이나 자신의 팬들을 칭찬했다.
“하아, 저희 딸이 이래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런 미우가 골치 아픈 듯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하는 여성 분이 계셨다.
세련된 패션차림을 하고 계신 우아한 40대 초반이라 짐작 가는 일본 여성, 우치다 아야세라고 이름을 밝히신 그분은 무려 사케이 미우의 어머님이셨다.
“아, 아니에요. 귀여운 여동생 같아서 얼마나 귀엽게 보이는걸요.”
“그쵸 언니들 저 귀엽죠? 귀엽죠?”
“얘는 무슨, 귀여운 걸로 치면 너의 동기인 쿠로가와 나에씨가 훨씬 더 귀여운걸.”
“엄마 누구 편이야!!”
카페에 앉은 나와 나에 언니는 아야세씨와 미우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크게 웃고 말았다.
정말이지, 모녀가 사이가 좋다는 건 저런 느낌이구나, 싶어서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당분간 우리 딸내미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로 어머님께서 괜찮으신 거 맞으시죠?”
“예, 아무래도 집에 자식이 넷이나 있다 보면 장녀가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맞는 건 사실이기도 하고, 말씀드린 코로나 기간 중에서도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입시 학원에 편하게 다니려면 아무래도 이러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역대 최악의 센터 시험 세대라고 불리는 당해의 센터 시험이다.
봄학기는 코로나로 인해서 전면적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가을 학기는 정상적으로 진행되나 싶더니, 올림픽을 이유로 코로나 확산을 멈추기 위해서 무료 도쿄 인근의 고등학교 수십 개가 강제적으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우습게도 그렇게 유치하려고 한 올림픽은 결국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지만, 그 사이에서 고통받는 수 십 개의 고등학교에 들어간 고등학생들에게는 우스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인 어머니와 본인이 100만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한 미우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그 기간 동안 공부를 할 수 있는 입시 학원을 알아보았고… 그 결과 나와 나에 언니의 쉐어 하우스 인근에 있는 입시 학원에 ‘합격’해서 그곳에서 공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자기 말로는 출결 체크도 그 학원에서 온라인으로 한 다음, 학교 수업을 무시하고 학원의 수업을 듣겠다고 하는데…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교육보다 사교육을 더 신뢰하는 건 똑같나 보다.
그리고 복합적인 결정을 내린 결과, 사케이 미우는 1월의 센터시험 이전까지 우리의 집에서 머무르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리고 딸을 생면부지의 사람의 집에 머무르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어머님이 나와 나에 언니를 보기 위해서 온 것이었고, 나와 언니는 어머님께 좋은 인상을 남긴 거 같다.
“그건 그렇고 두 분… 혹시 잡지에 나오실 생각 없으세요?”
““네?””
나와 언니가 동시에 말했다.
“유나 씨는 보기만 해도 건강함이 흘러 넘치면서도 서양의 관능적인 섹시한 타입의 여성이고, 쿠로가와 씨는 인형같이 귀여우면서도 동양의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는 귀여운 타입의 여성이니까요. 안 그래도 이런 대비되는 매력을 지닌 ‘커플’분들을 우리 회사에서 찾고 있거든요.”
그녀의 노골적인 칭찬에 언니의 얼굴이 붉어졌다.
“죄, 죄송하지만 저희들은… 아니 나에 언니는 아무래도 얼굴을 드러내면 곤란한 입장이다 보니…”
“어머? 버튜버라는 건 저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패션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어서 괜찮을 걸요?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확실히
패션에 관심이 많은 나 또한 버튜버와 이쪽 업계에 관한 사실을 하나도 모르고 있었으니 그녀의 말은 그럴싸하게 들렸는데…
“죄송해요 어머님, 제가 개인 토크 방송에서 그 사실을 숨길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 말이에요.”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아무래도 나에 언니가 별로 내키지 않은 듯, 상냥하게 거절했다.
“두 분이 뭐라고 해야 할까, 제가 생각하던 이미지와 달리 센스가 굉장히 좋으셔서 저도 모르게 권하고 말했네요. 미안해요.”
“… 도대체 엄마가 생각했던 이미지가 뭔데?”
“글쎄? 눈곱도 안 때고 방송을 하는 우리 따님과 센스가 절망적이었던 유메미씨와 여성의 매력에 관심이 없던 그 중학생 친구?”
“이이익!! 그 때가 언젠데 엄마는 아직까지 그걸로 놀리는 건데!!”
“엄마도 클레스탄이지만 우리 성녀님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참 아파요.”
“아아아악!”
미우가 완벽히 농락당한다.
그나저나 미우의 어머님도 딸의 열렬한 팬이구나…
나와 언니는 재미있는 방송을 보는 감각으로 그녀들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확실히 미우의 재치있는 입담은 어머니쪽을 담아서 왔구나.
“그래서 이 정도면 될까요?”
“네?”
“따님이 그쪽 댁에 머무르는데 맨손으로 갈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니까요.”
그렇게 말한 어머님은 척 보기에도 두툼해 보이는 봉투를 꺼내 들었다.
“사이타마의 중산층 규모의 렌트 하우스의 평균 시세와 여성 일인 생활비를…”
어차피 가사와 생활을 담당하는 영역은 나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나에 언니 또한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의 결정은…
“어머나?”
어떻게 말을 해야 이 돈을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고 거절할 수 있을까
짧은 생각을 마친 후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어려움에 처한 ‘여동생’의 사정으로 돈을 받는 건 언니답지 못해요. 그리고…!”
나는 두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한국에서는 어려운 고등학생 삼 학년의 도움을 거절하는 건 국민적인 정서에 맞지 않다고요!”
한국의 모든 행정력은 수능에 맞춰져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는 나라에서 자란 내가
무려 다른 나라이긴 하지만 수능을 보겠다고 하는 여동생 같은 학생에게 돈을 받는다는 것은 내 한국인의 피가 용납하지 못했다.
고3은
그러니까 수능에 대해서 의지를 불태우는 고3이 원한다면 기꺼이 두 달 정도는 봐 줄 수 있는 게 한국인이다.
그런 내 대답이 웃겼는지 아야세씨는 폭소를 터트리고는 미우의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딸아, 갈 길이 멀어 보이는구나.”
“우쒸, 놀리지 마요.”
무언가 불만인 듯 볼을 부풀리는 미우가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어머님은 기분이 상하지 않는 듯 나의 대답을 존중해 주었다.
그녀는 화려한 명함을 나에게 건네고는, 패션에 관련된 이야기나 일을 하고 싶으면 편하게 연락을 주라는 말을 하고는 다음 미팅이 있으시다고 말씀하시고 쿨하게 떠나셨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면서 당당하게 걷는 멋진 자신의 어머니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미우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어 음 언니들 짧은 시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미우야 어서 와!”
그렇게 해서 언니와 가장 친한 버튜버 동료
온라인에서는 성녀 클레스타인이자 현실에서는 고등학생 삼 학년인 사케이 미우는 내 옆방에 살게 되었다.
“정말 미우와 함께 살게 되는거야? 정말 좋아!”
그 사실이 나에 언니 또한 기쁜 듯 미우를 격하게 껴안았다.
아무래도 언니가 가장 힘들 때 곁에 머무르면서 힘이 되어준 사람이 미우이기 때문에 언니 또한 그녀에게 각별한 감정을 지니고 있겠지
자신의 볼에 뽀뽀한 언니의 격한 환영에 미우 또한 기쁘게 받아들였다.
최근 들어서 애교가, 그러니까 사랑스럽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자주 표출하는 나에 언니였다.
마치 나의 여동생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 꺅꺅거리면서 행복하게 껴안는 걸 보니 가슴 한 켠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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