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62화.
* * *
대학생으로서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휴학생을 한 대학생의 삶은… 나쁘지 않았다.
항상 여섯 시에 일어나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느긋하게 일곱 시 정도에 일어나도 문제가 없었으며
같이 밥을 먹는 사람, 즉 식구(??)한 사람이 늘어난 것 정도야 뭐
2인분과 3인분의 큰 차이는 없기에, 과거 말리아가 이 집에 머물렀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조리를 하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래도 내심 예민한 고3이 머물게 되어서 생활 방면에서 걱정하는 게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미우야?”
“헤헤, 명문대생의 기운.”
서울대 간 친척이 썼던 독서대나 방석을 명절 때 공유하던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명문대생이 쓰던 무언가를 쓰게 되면 공부를 잘 해지는 기분이 드는가 보다…
라고 하기에는 음
거대한 인형을 껴안듯 나를 껴안는 미우를 보면 나를 토템 이상의 무언가로 보는 것 같다.
“학원은 어땠어?”
“선생님은 엄격했고 학생들도 공부 하겠다는 의지가 전해져서 숨막혀.”
“좋은 곳이네.”
모든 학원이 면학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다는 걸 아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달린 건 미우의 의지겠군.
“식사는 어땠어? 거기 주변에는 먹을만한 음식점이 별로 없는 걸로 아는데…”
“음, 덮밥 집이랑, 소바 가게? 거기 두 개 말고는 딱히 먹을 만한 곳도 없고… 다른 학원 학생들도 오는 곳이라 별로 내키지 않았어, 좀 더 멀리 나가니 직장인들이 많이 오고…”
그 인근의 지리를 떠올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언니가 도시락 싸 줄게, 그런 기름 많이 들어간 음식 먹고 공부하면 속이 더부룩해.”
“아, 아냐 언니 그 정도 까지는…”
“괜찮아. 언니 어차피 백수 비슷한거야. GB쪽도 인원이 더 뽑아져서 이전처럼 그쪽에 적극적으로 일 안 해도 되니까 말이야.”
“아, GB애들 말이죠…”
차세대 100만 버튜버로 기대를 받는 클레스타인이었으나
GB는 데뷔 석 달이 채 안되어서 전원이 30만을 넘게 되었고 그 중 가장 빼어난 성적을 가지고 있는 마나는
“160만…”
그 시점에서 GB는, 그러니까 마나를 위시로 해서 그 어마어마한 붐에 휩쓸렸다.
그야말로 전 세상의 모든 서양권 버튜버 오타쿠들을 끌어 모을 기세로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이루어냈다.
나 또한 그 프로젝트에 한 발 슬쩍 걸친 입장으로, 보너스를 쏠쏠하게 타내는 한 편, 팀의 규모가 더 커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승진하게 되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찾아다니거나, 눈 아프게 통계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자료들을 찾아 만들었다면
지금은 안락하게 다른 매니저분들이 보내주시는 보고서를 읽고, 적당하게 엄선한 기업들 중에서 콜라보를 고르던가,
가끔씩 올라오는 방송 기획안을 읽고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정도의 의사결정을 주로 내리는 입장이 되었다.
이게 바로 회사에서 윗 사람이 된다는 건가
참으로 행복하군!
“언니 바보 같아.”
미우가 시건방진 표정으로 내 배를 주물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뱃살을 찾으려는 듯 조몰조몰거리지만 어림도 없지
복부에 힘을 딱 주자 단단한 근육이 올라오면서 미우의 손을 튕겨냈다.
나는 멍청한 어조로 말했다.
“언니가 바보면 그 바보의 기운을 받은 미우도 바보가 되겠네?”
“이익!! 수험생에게 그런 말 하는게 어디 있어!”
“핫하! 그러니까 언니에게 누가 까불라고 그랬니!”
그런 식으로
저녁을 먹고 나에 언니가 방송을 하는 동안
우리들은 멍청한 소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 방송 시작됐다.”
우리들은 거실에 앉아서 언니의 방송을 시청했다.
[콘유리~ 유리아에요. 모두들 안녕~!]
콘유리~
간만의 잡담 방송이다 야호
콘유리~! 유리아님 좋은 저녁이에요.
콘유리~ 교단에서 방문왔습니다.
콘유리 콘유... 콘클레! 콘클레베이션!! 성녀님은 영원하시다!!
스파이다 잡아!!
그리고 우습게도 클레의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대거 언니의 방으로 유입되었다.
두 달동안 방송이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그 대다수를 유입해서 그런지 클레의 팬인 성녀단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앗, 평생도록 나만 보겠다고 한 녀석들인데!!”
익숙한 팬 네임이 보여서 그런지 미우 또한 그렇게 반응했다.
[콘유리~ 콘클레~ 오늘 따라 성녀단 분들이 많이 보이네요. 마계는 언제나 여러분들을 환영해요~]
근래 들어서 유독 이성을 홀리는 간드러진 목소리가 굉장히 어울리는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채팅창에는 ‘!!’가 올라오고 유혹에 넘어가면 안 된다... 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나름 버튜버 계의 대형 이벤트라면 대형 이벤트였기에, 낮 시간에 용사가 클레의 팬들을 재미있게 휘두르는 걸 본 나는 흥미롭게 그것을 지켜보았다.
[으응, 건강에 문제가 없냐고요? 네, 아니에요. 지금 클레는 일생일대의 거대한 시험을 위해서 당분간 스스로의 수행에 최선을 다 하려고 홍보활동을 멈춘 거예요.]
[어디서 하냐고요? 후후, 세계를 떠돌면서 하려고 고민 했지만, 현재 그녀는... 무려 마왕성의 손님방에 머무르고 있답니다. 그래서 가끔 클레의 그리운 목소리, 여기서 들으실 수 있다고요?]
[네네, 당연하죠. 누차 말하지만 마계는 여러분들을 환영하고 있답니다. 아, 메이드요? 메이드 ‘라’는 당연히 클레의 시종을 돕고 있죠. 이미 인간계 여러분들에게도 유명하죠 저희 메이드는?]
[네? 타인의 시중을 드는 게 불쾌하지 않냐고요? 후후, 주인의 뜻에 따라서 움직이는 충실한 메이드가 타인에게 성실하게 대한다는 것은 곧 나에게도 성실하게 대한다는 것, 저는 그 정도로 속이 좁지 않답니다.]
성녀의 근황, 자신의 집에서 머무른다는 충격 발표, 그리고 내가 그녀의 곁에서 서포트를 하고 있다는 것 까지 꽤나 대범하게 정보를 주는 언니였다.
[그리고 이런 대단한 메이드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만큼, 우리 성녀님도 좋은 결과를 내 주시겠죠? 저는 우리 성녀님이 인간계에서 대단한 성과를 내실 거라고 믿어요. 그도 그럴게 클레잖아요?]
[설마 저녁을 먹었다고 심심하단 이유로 메이드와 둘이서 침대에서 놀아나는 천박한 여자는 아니겠죠? 너무 워딩이 강하다고요? 어머 미안해요.]
“... 언니 나 이만 공부하러 올라갈게.”
“... 그래. 힘 내.”
묘~하게 미우를 자극하는 말들을 부드럽게 하는 나에 언니의 방송이 더 이상 보기 힘든 듯
미우는 살짝 처진 어깨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어머, 후원 감사합니다. 전례 없는 백합 성? 후후, 제 이름에도 백합이 들어가니(일본어로 유리=백합) 자연스럽게 제 주위에는 매력적인 여성분들이 꼬이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뭔가 살짝 위험하게 들리는 언니의 발언을 뒤로 두고, 나는 오늘 밤 그녀를 위한 야식을 좀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머? 오늘의 간식 타임이네.]
한 창 방송을 진행하던 도중
나는 노크를 하고 방송중인 방에 들어갔다.
일명 유리아의 오야츠 타임
여기서의 오야츠는 일본어로 간식을 뜻하는데 늘 장시간 방송이 잦은 언니를 위해서 간단한 요리를 이것저것 하다가 가져다주는 일이 몇 번 생기고 나더니 이렇게 대놓고 야식을 먹는 시간을 가진다.
메뉴에 따라서는 가끔씩 즉석 음식 먹방 ASMR방송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오늘 저녁을 언니답지 않게 걸렀기에, 나는 이렇게 된 거 내일 저녁으로 준비하려고 했던 식재료의 일부를 써서 식사를 준비했다.
정성을 다해 만들고, 최선을 다해서 이쁘게 장식한 음식을 책상에 두고 나가려는 나의 손을 언니가 붙잡았다.
즉석으로 방송에 참여하라는 약속된 제스쳐였다.
“마계의 여러분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인간계의 성녀단원분들도 계시군요. 메이드 라입니다.”
메이드 키타아아!!
언니 언제 데뷔 하세요? 제발 데뷔좀!!
더 이상 선라이즈 계정에서 숨지 마라! 정정당당하게 나와!
[내 메이드는 내 거야!]
우우우
독점 반대!
사악한 마계 공주는 메이드 라의 공유화를 허락해라!!
우리는!!
투쟁한다!!
나의 데뷔를 절실하게 소망하는 이들이 오늘도 채팅창에서 날뛰었지만
쿨하게 무시하는 언니는 순수하게 음식에 감탄했다.
[어머어머? 이게 뭐야? 처음 보는 메뉴인걸?]
“오늘 공주님께서 저녁 만찬을 거르셨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신경써서 준비해 드렸습니다.”
[그러게, 메이드가 성녀를 마중하러 간다고 저녁시간에 비우지만 않았더라도...]
“... 저의 시중 없어도 그간 잘 드셨지 않으셨습니까?”
[흥이다, 흥. 그래도 이 음식에 들인 정성을 봐서 특별히 봐주도록 하지.]
“영광입니다.”
그녀는 익숙하게 사진을 찍어서 그녀의 개인 트위터에 올렸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버튜버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도 투척했다.
저녁 11시에 올라온 고기 야식요리 사진이라, 이건 사악하군
[봐봐, 얘들아. 황금 빛 빵 아래에 다진 고기하고 그 아래엔... 이거 무슨 요리야?]
“가볍게 구운 고기를 볶은 버섯을 잘게 다진 속 뤼셀을 머스타드, 생햄과 페이스트리(파이의 반죽의 일종)을 바른 후 오븐에서 구운 요리입니다. 겉이 황금빛인 것은 계란을 발라서 그렇구요.”
물론 시범작이기 때문에 큰 고기 대신에 작은 고기를 사용해서 완성해 보았다.
내가 이 음식을 배운 동영상에서는 이것을 알려준 아저씨가 약한 오븐을 해서 실패한 요리였는데... 다행히도 신식 쉐어 하우스답게 오븐 또한 좋은 모델이어서 그런지 훌륭하게 성공을 했다.
[우, 우와... 이러면 자주 저녁을 걸러야 되겠는걸?]
“그러면 안 해 드릴 겁니다.”
[히잉...]
역시 선라이즈 공식 커플...
그나저나 설명 듣고만 있자니 배가 고파온다. 츄르릅
저는 고작해야 컵라면인데 ㅠㅠ
야밤에 고기 요리라니 리스너들 돼지가 되는 거 보고 싶습니까!!
응 이미 돼지야.
[이건 어떻게 먹는거야?]
“네? 그냥 보시다시피 파이 반죽과 고기와 소스를 적당히...”
[으으 유리아 그런 거 잘 모르겠어!]
언니가 갑자기 왜 이러시지
갑자기 어리광을 피우신다.
[이렇게 된 거 메이드가 먹여 줘.]
나에 언니의 눈꼬리가 호선을 그린다.
평소라면 얄미워서 그 귀여운 얼굴을 꼬집었겠지만
오늘은 내가 잘못한 게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기를 썰어서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
“이번만입니다.”
[우웅!]
정말이지
변한 언니의 요망스러움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걸 느끼며 나는 그 이후에도 방송에 출연해서 어울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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