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64화 (64/307)

〈 64화 〉 63화.

* * *

선라이즈의 최고 아싸 캐릭터가 누구일까?

랜덤 토크의 주제로 나온 합동 방송에서 모두가 가장 좌측에 있는 고양이 귀 버튜버를 바라보았다.

“그래!! 내가 아싸야!! 내가 아싸 게이머 고양이 타마야!”

살짝 멍청해보이는 파란 눈과 잡아 당기고싶은 볼살이 귀여운 하늘 빛 머리를 트윈테일로 묶은 소녀가 그렇게 외쳤다.

그녀 특유의 자폭 개그에 좌중이 빵­터졌다.

“에, 그래도 선배님이잖아요? 선배님이면 후배들에게 조금 편하게 다가가도…”

“Yo! 용사쿤! 아직까지 우리 타마쨩에 대해서 잘 모르는구나! 이 아싸 고양이는 우리 동기들이 아니면 후배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그러질 못한다고~!”

“아아, 역시 타마 선배님 너무 귀여워… 아기로 기르고 싶어!”

초보 게이머 용사 에이아의 몬스터 헌터 세계를 적응 시켜주기 위한 세 명의 게이머 고인물들이 모인 일명 ‘용사 파티’

즉석으로 짜여졌지만 비슷한 방송시간대와 서로의 캐릭터성이 잘 맞아서 게임 외의 목적으로 자주 모이게 되는 이 조합은 현재 선라이즈에서도 잘 나가는 조합 중 하나였다.

게임에 정말로 진심이지만 게임에만 진심이라 사람 대하는게 서툰 게이밍 고양이 1기생의 타마

일단은 그녀의 제자 신분으로 들어가서 고인물들이라면 환장하는 뉴비의 처음부터 발끝까지 서툰 모습을 보여주는 인싸 용사 4기생의 에이아

타마와 같은 1기생이자 선라이즈의 두 번째 100만 유튜버이자 채널을 대표하는 하얀 여우 ‘이나리’ 는 표현을 잘 못하는 타마의 마음을 읽어주면서 소통을 도우고 있었고

2기생이자 어딜가나 빠지면 섭한 선라이즈 최강의 방송 시간을 자랑하는 연금술사 ‘다비’는 짖궂은 농담과 심심하면 나오는 섹드립으로 세 사람의 긴장감을 잘 끌어올려줬다.

이제는 아이돌 그룹이라기 보다는 훌륭한 개그 예능인 그룹이었지만… 그래도 게임과 만화 콘텐츠에 닳고 닳은 고인물 세 사람이 순수한 반응을 보이는 용사를 보면서 파릇파릇함을 느끼는 이 방송은 매 방송마다 전설을 찍고 있었다.

“그나저나 기르고 싶다니요 다비 선배, 그런 말 하면 또 매니저님이 언니 휴가 보내버린다구요?”

“으악 강제 3일 방송 중지는 너무해!”

“… 그게 휴가라는 거지만요.”

휴가가 벌칙처럼 쓰이는 작금의 사태에

채팅창의 모두가 크게 웃거나 다비의 건강을 우려했다.

실제로 다비를 만나 본 적 있는 이들은 그녀의 건강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겉으로 보이는 다비는 가녀린 15세의 소녀였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우리 회사의 아싸 캐릭터라고 하면 더 있지 않아?”

“아, 카스미쨩은 아싸보다는 음,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라서 그렇지 친해지면 팬티 색깔을 물어봐도 잘 알려준다고.”

“이나리 선배!?”

“헤헤 저번 방송 이후로 가끔씩 서로 팬티 색깔 물어보는 사이가 되었어.”

­아이돌이 아무렇지 않게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

­사장의 꿈은 오늘 도

­사장의 청초함을 짓밟기 위해 나타난 악마들ㅋㅋㅋ

­ㅠㅠㅠㅠㅠ

­그나저나 이나리 역시 최고 인싸 ㅋㅋ

­아 근데 아싸라면 또 4기생에 있지 않나??

“유리아 이 배신자!!!! 너 만은 믿었는데!!!”

연이은 타마의 자폭에 결국 모두가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 중 이나리는 아예 그녀의 3D 캐릭터가 바닥을 굴러다닐 정도로 크게 터졌는지

땅바닥을 손으로 치는 그녀를 향해 타마가 소심한 발차기를 날렸다.

물론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진 발차기라서 실제로는 맞지는 않겠지만, 최고의 예능인 답게 리얼한 맞는 연기와 안색이 변하는 타마의 반응으로 채팅창도 폭소로 가득찼다.

“아이고 여우 죽네 여우 죽어!”

“있지있지, 다비도 유리아가 굉장히 아싸라고 생각했거든? 아 이사람 뭔가 약간 타마류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했는데요?”

“실제로 만나보니 굉장히 귀여운 사람이었어, 응 그리고 아무 말도 못하던 타마 선배보다는 인사성도 밝고, 같이 스튜디오에 온 우리들에게 인사를 하길래 우리도 엄청 귀여워해줬지.”

“헤에, 역시 선배님들.”

“그리고 텐O를 선물로 줬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그 표정이 너무너무 귀엽더라. 아, 물론 다비는 이후 엉망진창으로 혼났습니다~”

“에, 의외네요. 유리아씨가 그런 사람일줄은 저도 잘 몰랐어요.”

그녀들의 대화에 바닥을 기던 이나리가 일어나서 물었다.

“얼렐레, 그 정도야? 하긴, 그녀가 좀 바뀌었다는 소문이 여우 신문을 통해서 자주 들리긴 했는데 아무래도 변화가 큰 모양이네.”

“흐응, 귀여운 타마 선배가 배신감을 느껴도 오케이일 정도로 바뀌었다고요? 최근에는 그녀쪽에서 먼저 콜라보가 들어오더라고요?”

“…. 유리아와 다비가요?”

그 둘의 캐릭터의 차이가 워낙 크다보니 이 정도면 어린 아이와 납치범과의 콜라보급이다.

“…난 아직도 동기가 아니면 말도 편하게 못 거는 아싸인데…부럽다…”

다른사람이라면 가짜 컨셉이니 뭐니 하는데

‘진짜’인 타마의 말에 모두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타마 선배, 애초에 아싸니 인싸니 하는 것들은 모두 적당히 지어낸 거니까요. 저라고 해도 모든 사람들하고 친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는 우리 에이아의 라인에 등록된 친구가 몇 명?”

“…에!?”

“네에~ 정답은 무려 210명!”

“그러는 이나리 선배님도!!”

“푸흐흥, 이 몸은 선라이즈의 홍보원으로서 타 회사의 버튜버들과 연락을 하는 게 중요하다구~”

­여우는 어쩔 수 없지.

­뭐 실제로도 외부 사람들하고 활발하게 교류하는 이나리니까 그 정도는 되겠지?

­인싸의 논리는 인싸로 반박 가능하다… 메모…

­그나저나 용사도 대단하네 친구가 210명??

­부럽다 난 가족+플러스 친구들 해서 20인데…

­아아, 인싸들의 대화에 기가 죽은 타마가 점점 산화되고 있어

­불쌍한 타마쨩…

­타마는 애기야 지켜줘야 해…

“아아, 그래서 선라이즈 대표 아싸 타마쨩, 그래서 유리아는 아싸인가요? 인싸인가요?”

“처,처음에는 분명히 아싸였는데… 어느 순간 부터 인싸로 바뀌었어… 유리아는 나빠, 기만자야! 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본인에게 부여된 아싸밈을 적극 활용한건지

아니면 진짜 아싸로서 저렇게 말하는건지 구분이 안가는 타마가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그 후에는 그녀에게서 진정한 우정을 느꼈다던지, 게임을 못하는 그녀에게 게임을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러고보니 요즘 유리아씨 조금 기세가 굉장하단 말이죠.”

“… 이러다가 선배인 날 제치고 ‘타마 선배! 야키소바 빵 사오세요!’ 라고 말하면 어쩌지…”

“선후배 관계의 역전이다! 반역이다! 하지만 그 편이 더 재밌으니깐 나는 에이아의 야키소바 빵을 사올게!”

“그럼 다비는 에이아의 팬티를 사올게~”

이내 당황하기 시작하는 에이아를 보며 두 선배가 악동같은 표정으로 에이아를 놀리는 것으로, 선라이즈의 최고 아싸는 1기생의 타마인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

“라고 하는데요 언니?”

저녁밥을 먹으면서 인기 급상승의 합동방송을 보던 내가 언니에게 그렇게 말했다.

“타마 선배님은 정말로 그, 저러세요?”

“어, 으.. 응.”

언니만큼이나 자존감 낮은 사람이 저기에 있구나…

생각해보니 언니도 어떻게 보면 저런 타마 선배같은 사람이었…지?

지금에 이르어서는 찾을 수 없는 언니 특유의 어린 동물같은 표정을 떠올렸다.

“그나저나 선배에게 야키소바 빵을 사오라고 말하다니, 너무하네요.”

“응, 그렇지. 야키소바 빵만 사오면 짭고 목이 막히니까 딸기 우유까지 사오라고 해야겠지?”

“아 물론 그렇… 언니?”

“헤헤, 농담이야 농담.”

전혀 농담같게 들리지 않던 언니의 그 말에 나는 의심스러운 눈길로 언니를 살펴보았다.

짝다리를 짚으면서 껌을 씹고

메이드복을 입은 타마 선배에게 아앙? 빵 사오지 않고 뭐 하는거야! 라고 말하는 나에 언니라…

어라, 의외로 괜찮을지도?

“… 유나야?”

“언니, 당분간 합동 방송 약속 잡아둔 거 없으시죠?”

“어? 으, 응. 다비 선배하고 마인 크래프트 콜라보 하는거 빼고는 딱히? 근데 지금 뭐 해?”

“잠깐만요, 회사 연락망에서 타마 선배님 매니저분의 연락처좀 찾아보고 있어요. 두 분이서 콜라보하면 딱이라서.”

“그래도 아싸 캐릭터와 아싸 캐릭터인데 둘 만 있으면 방송이 조용해지는 걸…”

“괜찮아요.”

“응?”

“조용해 질 수 없는 걸로 방송을 하면 되니까 말이죠.”

나는 스팀 세일 목록에서 인기가 좋은 게임들을 찾아보다가

딱 그녀들에게 어울릴만한 타이틀을 발견하고 씨익 미소 지었다.

저렇게 큰 그룹에서 선라이즈 최고의 아싸 밈이라는 재미있는 소재를 던져줬는데

활용하지 않는다는 건 매니저 실격이지!

간만에 언니의 매니저 다운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은 내 두눈을 보고

일단은 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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