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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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는 마미 선배의 조언에 따라서 본격적으로 내 방송이 아닌! 메이드 라의 생방송이 아닌! 선라이즈의 공식! 공식 방송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방송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러 떠났다.
평소라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할 예정이었지만, 10만엔이 넘어가는 음향 장비를 직접 시험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올바른 소비가 아니란 마미 선배의 주장에 따라서 나는 마미 선배와 함께 일본에서 전자기기가 많이 팔리는 그 동네로 향해 떠났다.
“우와 여기가 그... 거... 거기군요....”
“아키하바라에 온걸 환영한다 애송이 오타쿠야.”
“...선배 그 대사 뭐에요?”
“한 번 쯤 해보고 싶었어.”
머쓱한 마미 선배를 뒤로하고 나는 이 거대한 오타쿠의 성지를 둘러보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따끔 커다란 도시에 보이던 애니메이션 판넬 따위가 여기서는 몹시 흔한 점이었고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평일 오후임에도 득시글하는데 하나같이 누가 보더라도 오타쿠처럼 생긴 사람들이 한가득했다.
그야말로 오타쿠들의 성지!
이 거리의 평범한 광고조차 모에화의 영향을 받아 예쁘장한 미소녀들이 상품을 들고 서있었고,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식 하나도 없지만 야시시한 산타 복장을 입고 다니는 소녀 그림들이 사방에 널린 것으로 크리스마스를 짐작하게 하다니 과연 이 거리는 내 상식을 초월한 거리였다.
그리고 소문의 메이드 카페의 알바생들이 추운 날이 두렵지도 않는 지 짧은 치마를 입고 나와서 홍보를 하고 있었고, 길거리에서 아무렇지 않게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난 감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회사의 버튜버들과 콜라보 하는 게임의 광고가 커다란 건물 위에 전시되어 있었다. 그게 매니저인 나와 마미 선배를 자극해서 두 사람은 무심코 길 가운데 서서 그 광고를 바라보았다.
그런 내 뒤로 누군가가 쿡쿡 찔렀다.
마미 선배가 나에게 할 말이 있나? 하고 생각한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가 볼이 쿡 찔렸다.
그곳에는 나에게 익숙한 소녀, 0기생의 코모레비의 츠유가 해맑게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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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타마의 매니저님이라면... 설마 말로만 듣던 아티스트 니아씨?”
“아 네, 타마의 매니저이자 작곡가를 겸하고 있는 니아입니다.
말로만 듣던 0기생의 코모레비씨를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키하바라의 인근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코모레비와 마미 선배가 인사를 나누었다.
“츠유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윙크를 찡긋 하는 츠유는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이었다.
본인이 버츄얼 상의 아이돌인 덕택일까? 오랜만에 만난 츠유의 모든 몸짓에는 사람들을 주목시키는 무언가의 카리스마가 서려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한 눈을 찡긋하면서 코모레비 특유의 손짓을 착 하는게 완전히 공중파의 아이돌 그 자체였다.
“아무튼 유나 언니하고 두 분께서는 아키바에 무슨 일이세요? 업무 계약?”
“아, 아니에요. 유나 씨 방송 장비 구매하러 왔거든요.”
“드디어 데뷔하는구나 유나유나 언니!”
“응, 아니야. 회사 방송용 장비야.”
“후후,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말하지.”
“참내, 아무튼 니아 선배...님이 알려주는 음향 가게 가려다가 만나게 되었네. 그런 츠유도 음향 기기?”
“응, 나도 요즘 믹스 장치를 좀 더 비싼걸로 바꿔도 되겠다 싶어서.”
믹스장치?
마미 선배의 집에 있는 무슨 DJ기계같은건가?
아리송하는 표정을 지은 나의 얼굴을 보고 웃은 코모레비가 그녀의 음악 방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말해주었다.
저작권을 구매하지 않는, 말 그대로 하고싶은 대로 부르는 음악 방송은 그 영상을 남길 수 없었다.
흔히 말하는 언아카이브 방송인데 기분이 업 돼서 부르는 방송은 아무 저작권 신경 쓰지 않고 MR음만 깔고 하는 비녹화 방송을 한다.
그러다가 정식으로 동영상을 남기고 꾸준히 재생을 바라는 노래를 부를 경우에는 일본 저작권 협회에 음악의 저작권을 산 다음 음악을 부른다.
인지도가 적었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이미 6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코모레비는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룬 현 시점에서는 아이돌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꾸준히 음악과 그 저작권에 관련된 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런 코모레비의 설명을 들은 작곡가 겸 매니저인 마미 선배는 훌륭하다며 박수를 치면서 코모레비를 칭찬했다.
하루 사이에 신인 버튜버가 데뷔하고, 한 때 100만 유투버였던 사람들이 버츄얼로 데뷔하는 둥, 버튜버 관련된 소식이 오타쿠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는 시대. 버튜버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버튜버 시대에 코모레비처럼 저작권 의식 탁월한 방송인이 드물다나 뭐라나.
아무튼 때 아닌 강습에 나 또한 나 혼자서 음악 방송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일본 저작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음원을 구입하는 강습을 카페에서 받을 수 있었다.
“아무튼 음악의 프로와 방송의 프로 두 사람이 있으니 안심이 되네.”
솔직히 방송 장비는 남의 것만 써와봐서 난 잘 모른다.
하지만 프로 레벨에서 장비의 중요함을 꾸준히 역설하는 동생과 자주 이야기한 덕분에 중요성은 잘 알고 있는 나는 필요하다면 내 저축금도 쓸 각오를 하고 있었다.
“맡겨만 주세요~”
“아무튼 슬슬 움직이자 유나야.”
그렇게 오른 손에는 수줍은 마미 선배의 손을, 왼 손에는 나에게 온 몸을 비비려고 드는 코모레비를 붙잡은 나는 아키하바라 곳곳에 숨겨진 음향 가게에서 쇼핑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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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세 시간에 달하는 쇼핑 끝에 우리들은 원하는 물건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나는 30만엔 가량의, 조금 시설 좋은 스튜디오에 가지고 있다던 마이크와 5만엔 상당의 볼륨 믹스 장치를, 코모레비는 무려 40만엔이 넘는... 믹스 장치를 구매했다.
“후와아아... 음향 기기... 강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비싼 마이크를 살 필요가 있었나요?”
“으음,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음악쪽에 뛰어 들게 되면은 장비 값부터 많이 먹히니까.
그래도 유나의 목소리가 워낙 폭이 넓어서, 싸구려 마이크를 착용하게 되면 고음 올라가는 부분이 깨져버릴 걸?“
“그, 그렇군요.”
“맞아요, 유나 언니 목소리 솔직히 너무 치트키야.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저음과 고음을 오갈 수 있어요? 타고난 비결?”
“그, 그냥 연습생 시절에 운이 좋게... 존경하던 한국의 대 가수분께 눈에 띄어서 잠시 보컬 트레이닝 받은게 전부야.”
만약 인생에 있어서 기연이 있다면
내 옆방에 유튜버인 나에 언니가 산다는 것
그리고 코이즈미 총괄 언니가 나를 데려온 것
거기에 하나 더 말하자면... 연습생 시절에 운 좋게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 선생님의 눈에 띄어서 잠시 훈련을 받은 사실이 있다.
“그, 그래요? 부럽다...”
“뭐, 힘든 당시에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행복한 일이었거든.”
꽤나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마미 선배와 츠유에게는 내 과거를 들은 적이 없었기에, 이참에 나는 그녀들에게 내 과거를 들려주었다.
스타가 되고 싶었던 소녀 유나가 겪었던 이야기를 말이다.
내 힘든 시절 유일한 내 위안이 있었다면 노래 부르는 데 재능이 있는 편이었던 나를 발견하신 최 선생님께서 가끔씩 내 보컬을 봐주셨던 점이랄까?
나의 좋은 음악 실력의 배경을 밝히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내 과거를 말했는데...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은 눈시울을 붉혔다.
“저, 정말... 정말 힘든 시절이네요 한국의 연습생...”
“그 정도는 버텨 내야 데뷔를 한다는 거군요... 그, 그런줄도 모르고 저는...”
...사실 내가 이 이야기를 잘 안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겪기에는 그냥 누구나 다 힘든 시절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이겨내는데 성공했지만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글쎄, 시기와 질투, 정치를 당해서 친구의 자살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겨서 꿈을 좌절당한 중학생의 이야기는 꽤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야기인 듯 싶었다.
그 당시 일어났던 내 어린 시절을 들은 그녀들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으으, 이래서 말하기 싫었는데, 나의 아픔에 공감을 해준 것은 고맙지만, 이런 신파가 달갑지 않는 나는 이런 식으로 낯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 부끄러워진다.
눈물을 훔친 츠유가 말했다.
“아무튼 언니의 음향 기기 구매한 기념으로, 이 풋내기 음악 인터넷 방송인을 지도하러 가지 않겠어요? 니아 매니저님?”
“어, 응?”
“네?”
그녀는 제 자리인 것처럼 내 옆자리에 소중한 음향 믹서를 품에 안고 자동차에 탔다.
그러고는 내 운전석을 두 손으로 팡팡 때리는 게, 누가 보면 제 자동차인줄 착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눈물샘을 자극당해 붉어진 얼굴로, 오늘은 반드시 유나 언니를 위로해주겠어라고 말하는 듯한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두 버튜버와 끝내주는 아티스트 분이 계신데 오프라인 음악 방송 정도는 땡겨줘야 하지 않을까요?”
“저, 저기 난 버튜버가 아닌 그냥...”
“흐음,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츠유 씨, 그러고보니 비싼 음향기계 전압을 못 맞춰서 처음 산 음향기기를 망가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죠?”
마미 선배 또한 특유의 쿨한 표정과 붉어진 눈, 그리고 코를 훔치면서 뒷좌석에 앉았다.
발을 등을 젖히고 발을 꼬는 모양새가 마치 ‘출발하도록 해 유나 기사’라고 말하는 듯 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나를 위로하고자 하는 하늘같은 방송 선배와, 땅 같은 매니저 선배님을 데리고 사이타마의 저택으로 출발했다.
오프라인 즉석 음악 합동 방송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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