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 〉 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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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라가 맡기 시작한 이후 선라이즈의 공식 계정의 구독자 수와 재생횟수가 급격하게 올랐다고 한다.
특히 기존의 나를 덕질하고 싶었던 사람들은 공식 계정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고, 거기서 새로운 취향을 찾아(?) 새로운 버튜버에 빠져드는 일이 종종 있다고 했다.
버튜버 개인에게도 방송 주최의 부담이 적고 새로운 캐릭터성을 찾아갈 수 있고 다른 회사 동기와 좋은 장면을 만들어줄 수 있는 공식 방송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때문에 내가 공식 계정을 맡고 3D 아바타를 받고난 이후 진행을 한 ‘선라이즈 패션 왕, 킹 이나리를 이겨라!’ 이후 버튜버들의 매니저들이나 회사 관계자들은 나의 방송 분량을 늘리는 것을 원했다.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인 우리 회사의 버튜버들과 내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방송을 진행 하는 것은 즐겁고 좋은 일이었고, 저번 주까지만 해도 나는 새로운 기획을 짜고 다른 버튜버들에게 디스코드 아이디를 알아내서 제안을 하는 등 활기차게 일을 했지만...
“하아아아....”
“호오라, 우리 메이드님께서 어쩐 일로 지친 얼굴을 보이실까?”
“요~ 유나쨩~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구나. 쿠로가와 씨에게 차이기라도 했니?”
자신의 캐릭터와 쏙 빼닮은 하얀 색의 탈색한 머리를 한 소녀가 내 볼을 장난스럽게 찌르면서 그렇게 물었다.
겉보기에는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귀여운 고양이상의 여성이 눈을 깜빡깜빡거리는 게 여간 귀여운게 아닌지라 왠지모르게 불편한 기분이 풀린 것을 느꼈다.
정말이지, 내 주위에는 귀여운 여성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느끼며 나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도리저었다.
차이긴 무슨
그냥 나에 언니에게 나보다는 못하지만 아주 쬐금 친하게 지내는 여성이생긴거다.
그 뿐이다.
“흐응, 천하의 선라이즈의 서큐버스가 이렇게 묘하게 힘이 없다니 신기해서 그래요.”
“제, 제가 무슨 24시간 초 긍정 소녀인줄 알아요? 저도 조금 텐션이 떨어지는 날도 있다고요.”
“그을쎄요? 연적이 생겨서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런 말 하면 설득력 없는 거 알아요?”
“여, 연적 아니거든요!”
“오호라, 요컨대 쿠로가와 씨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는 거군요? 그래서 ‘아아 쿠로가와 언니는 무조건 유나 바라기인데~ 언니랑 새콤달콤하게 지내는 타마가 신경쓰여~~’ 모드인거죠?”
“무, 무슨 여우신이세요?”
“이 이나리, 관동 이나리 신사의 32대 무녀의 적손으로써 이 정도 심리읽기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양 손을 여우 모양으로 귀엽게 말면서 귀여운 포즈로 그렇게 말하니 상당히 납득이 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거짓말이지만요~!”
“얄밉게 사람을 놀리는 요망한 입은 요 입이냐!!”
“자모애으어 (잘못했어요!)”
순간 욱 해버린 나는 자꾸만 사람을 놀리는 이나리의 요망한 볼을 잡아당겼다.
갓 지은 떡처럼 말랑말랑하게 늘어나는 이나리의 볼살은 확실히 나에 언니보다 손 맛(?)이찰졌다.
“다히는 까불지 않게슙니다.”
“후우... 이나리 씨 사실 즐기고 계신거죠?”
“천하의 이나리의 볼살을 그렇게 당길 수 있는 사람은 우미 선배님 뿐인데...”
요망한 하얀 여우는 끝까지 지기 싫다는 듯 그렇게 재잘거렸다.
계속 따지려다가 이대로는 그녀의 페이즈에 휘말린다 생각한 나는 서둘러 화재전환을 시도했다.
“그냥 연말 되니 바빠져서 그래요. 연말 정산도 그렇고...”
“으음, 확실히 유나씨의 워커홀릭은 유명했죠. 덕분에 강제 휴가 제도도 생긴거지만.”
“저 이쯤이면 매니저는 아니긴한데 괜찮을까요? 솔직히 나에 언니 일도 자꾸 마미 선배님에게 맡기는데 너무 미안해요.”
“그것은...확실히 건의해볼만한 일이네요. 선라이즈 역사상...아니다, 버튜버 업계 역사상 유나씨같은 분은 없으니까요.”
“아무리 알아서 잘하는 나에 언니고 저라고는 하지만 으음, 일이 너무 무거우니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네요.”
“아아, 확실히 저희 회사 많이 커지긴 했단 말이죠.
그거 아세요? 제 초창기 때는 말이죠...“
귀엽고 어려보이지만 그녀는 버튜버 방송 경력은 거의 5년이 넘는다.
초창기의 키즈나 아이라는 녹화 방식으로 진행했던 버튜버 이후로 버튜버 활동을 계속해 온 그녀는 어느 날 사장 나모의 스카웃을 받고 자기 말고도 다른 버튜버들이 소속되어있는 선라이즈 회사로 입사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사장 나모, 기술직 1명, 코이즈미 매니저, 첫 버튜버인 아사다 우미 이렇게 네 사람만 존재했던 회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한 때에는 3천 구독자만 되어도 좋겠다, 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었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첫 매니저 채용이 대략 1년 후 였으니까... 그 당시에 코이즈미 매니저님 혼자서 다 하셨죠. 매니저 업무에 기획과 회사 조직 업무도 혼자 하셨으니...”
“우, 우와...”
“뭐 당시에는 정말 작은 기업이었으니까요. 대신 나모 사장님이 수완이 좋으셔서 투자를 잘 받아오셔서 다행이었지... 어휴, 그때는 나모하고 코이즈미 매니저님은 회사에 살다시피 하셨죠.”
“그래서 우리 회사가 은근히... 저를 방치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이 정도는 견뎌내어라 유나! 인내하라 유나!”
정말이지 블랙기업 다운 발상이다.
실제로도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시키는 거 보면 블랙 기업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일반 여성보다 체력이 두 배쯤은 강한 데 이런 나조차 지쳐하는 업무량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응한다고 생각하니 으으음...
“아무튼 유나가 힘들어 하는 이유가 연애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괜찮아요.
하기사, 유나 없는 쿠로가와 씨라니 예상이 안 가네요.
그거 알아요? 유나 씨 항상 패션 컨텐츠할 때 무의식적으로 쿠로가와 씨 떠올리는 거?
비기겠다 싶으면 쿠로가와 씨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이 늘 먹힌다구요.“
“그, 그래요!?”
나도 모르게 최후의 결정에 나에 언니를 떠올리고 말았단 말인가!?
생각해보니 항상 나에언니에게 어울리는 큐트 한 의상쪽에 마음이 향했던 기억은 나는데...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챙길 정도로 좋아하는 사이인데 쉽게 갈라질 리 있나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유나씨는 이미 쿠로가와 씨의 마음을 콕! 집었으니까, 연애 초보에게 하는 선배님의 소중한 조언 잘 새겨두시라구요.“
“여, 연애요!!? 제 제제제제제 제가 나 나에언니하고요!?”
너무나도 당황해서 그만 한국어로 말하고 말았다.
그런 내가 퍽이나 우습게 보였는지 요망한 하얀 여우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아 유나씨 왜 이렇게 들어오는 공격에 약해요? 뭐랄까, 유리 대포를 보는 기분?
유나씨고 놀리는 거 좋아하지만 놀림 당하는 거 너무 취약하다고요.“
“들러붙지 마요 변태여우!!”
“그치만 이렇게 쿨하게 생겨서 이렇게 귀엽게 반응하다니 무심코 깨물어주고 싶잖아요!”
자꾸만 들러붙는 이나리를 밀어내면서 나는 생각했다.
연애, 그래 연애구나
새삼스럽지만 이 분위기는 연애다!
세상에 조선의 유교 마인드를 장착한 유나의 첫 연애가 여성이라니!
하지만 타인에게 신경쓰이는 이 마음가짐이 연애가 아니고사 무어란 말인가!!
그, 그렇다는 말은 나는 그 날 타마와 유리아의 사이 좋은 모습에서...
“패, 팬으로써 버튜버들에게 가치코이(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가짐)해버리다니...”
“후후후, 사랑에 빠진 여성은 국적 불문하고 참 귀엽네요.”
이후 나는 이나리씨에게 하루종일 회사에 나오는 그 직전까지 이나리씨에게 놀림받았다.
역시 이나리씨는 너무 강하다...
방심해서 약해보일 뿐이지 정말 선라이즈 최고의 말썽꾸러기에 이기지 못한 나는 오늘도 차 안에서 눈물을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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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유나 고것이 질투요?”
“후후후, 이 이나리를 못 믿겠다는건가요? 니아 매니저님?”
“그, 그럴 리가 있나요. 그런데 그 세상 잘난것처럼 살던 유나가 질투라니... 설마 우리 언니에게요?”
“유리아... 그러니까 쿠로가와 나에씨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타마쨩 말고 또 누가 있나요?”
“... 솔직히 믿기 힘드네요.”
“유나 은근히 프로처럼 보이지만 약하다니까요? 자기가 연애 하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는 어설픈 아이에요. 쿨뷰티 냉미녀 인상에 속지 말아요.”
생각해보니 유나는 완벽해보이지만 은근히 허당기가 있었다.
그 사실을 기억해낸 마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두 사람 사이 지켜보는 저는 아무리 봐도 유리아와 타마 사이는 비즈니스 프랜드 그 자체인데 말이죠.”
“그걸 구분해내면 유나가 오타쿠겠나요? 아직 오타쿠로서도 어설프다구요. 아니지, 연애 초기에는 주위에 접근하는 사람들 다 의심하잖아요? 그런 맥락 아닐까요?”
“하아하.... 둘이서 같이 살기로 해놓고서 이게 무슨 일이란다...”
“오호라? 그런데도 불안해하는군요? 흐흥, 니아 매니저님... 오랜만에 장난 한 건 어떠십니까?”
“안 해요! 저번에 우리 언니 가지고 장난 설계 했다가 언니 달래느라 한 참 걸렸다고요!”
“그 대상이 유나인데 말이죠?”
마미는 항상 자기를 어린애 취급하는 그 잘난 후배의 의기양양한 얼굴을 떠올렸다.
이나리의 장난은 선라이즈 최고의 레벨이다.
뭐 그만큼 삐친 사람도 잘 달래주기도 하고, 장난을 친다는 건 그만큼 친한 사이를 표시하는 증거긴한데...
아무튼 그 유나의 삐친얼굴이라.
마미는 입에 흘러내리는 침을 닦아내었다.
이것은 기회다.
"제가 무엇을 도우면 되나요 이나리님?"
"후.후.후."
사악한 모의가 이루어지는 겨울 밤
두 사람은 전화상으로 음흉스러운 웃음소리를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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