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 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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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게 이나리는 관서지방의 유명한 이즈모 신사의 대신관의 자손으로 태어났다.
본디라면 무녀의 일을 이어야할 그녀였지만 보수적인 집안임에도 불구하고, 신통하기로 소문난 할머니와 그 신통력을 이어받은 아버지 모두가 그녀가 무녀가 되는 미래가 불행하다고 점을 쳐서 어릴 적부터 다른 형제자매들과 다르게 자유롭게 살아갔다.
집안의 책무에서 자유로운 그녀는 많은 경험을 해보다가 결국 애교스러운 성격과 유쾌함을 잘 살릴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인 중 한 갈래, 즉 버튜버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직접 만든 아바타도 어색했고 버튜버라는 일에 대해서는 전망도 없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그대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밀고 나가라’라는 할머니의 점괘를 듣고 길을 묵묵히 이어나갔다.
‘길연이구나, 나모라는 그 사장은 복이 많은 인상이고 그가 너를 발견했다는 것은 그자의 복이 너에게 이어진다는 뜻이니 그의 제안을 들어보려구나.’
사장의 스카우트 제의에는 이런 점괘를
‘길조로다. 지금 보기에는 위태롭기 짝이 없으나 이는 필히 더 큰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니 마음 상하지 말고 너의 길을 걸어가려구나.’
한 때 날선 메세지들과 악플을 받아서 마음에 상처를 받을때 는 이런 점괘를 받았다.
당시에는 정말로 이 길을 접을 뻔 했으나 할머니의 위로에 가까운 점괘로 인해서 마음을 다시 다잡았고, 악플 사건이 알려지게 되면서 오히려 구독자가 는 이후 이나리는 마음이 흔들릴 때 가끔씩 할머니와 연락을 하면서 힘을 얻었다.
그랬던 그녀가 난데없이 할머니의 전화를 받을 때는 올해의 3월 무렵이었다.
이제는 100만 구독자를 가지게 되고 자신만의 길을 걷게 되고 업계의 선두주자가 된 그녀는 강인한 멘탈과 특유의 재치가 기획의 재능을 꽃피우면서 말 그대로 버튜버의 시장을 쓸어담고 있는 괴물이 된 상태였던지라 상당히 바쁜 상태였다.
내심 작년 연말에 인사를 드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을 찰나, 할머니의 다급한 음성이 들렸다.
‘이나리야, 너의 인생에 커다란 변곡점이 왔구나.’
‘네?’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가 너의 삶에 들어왔어.’
‘길연인가요? 흉연인가요?’
‘길연, 더 할 나위 없는 길연이기도 하나 흉연이기도 하다.’
만남이 양측에게 이득이 되는 인연이 길연
양측에게 해로움이 되는 인연이 흉연이다.
물론 인간 관계는 항상 이득만이 존재할 수 없는 면이 있지만… 신통한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하는 적은 처음인지라 이나리 또한 긴장한 어조로 전화를 받았다.
‘빛을 보지 못해 꺼진 별이 다시 타올랐어, 한 번 흔들린 별은 더욱 거세게 피어오르는 법이지. 조심하거라, 그 별과 가까이 지내는 한 너는 별과 함께 더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별에 너무 다가가게 되면은…’
‘되, 되면은요?’
‘그 별에 빠져들게 되면 심한 마음 고생을 하다가 평생토록 홀로 지내게 될 것이야!’
난데 없는 할머니의 평생 솔로 선언에 이나리는 충격받았다.
그러니까 친하게 지내는 건 괜찮지만 너무 친하게 지내면 마음 고생 심하게 한다 이건가?
내심 뭐 이딴 점괘가 다 있지? 하는 할머니에 대한 불손한 생각을 한 이나리는 이내 고개를 도리젓고 말했다.
‘그, 그렇다면 그 운명의 사람과 아주아주 친하게 지내게 된다면요?’
‘그자는…여성인데?’
‘아무튼요!’
‘음…으음……헉! 절대! 절대로 아니된다!! 죽을 상이 보여!’
잠시 미래를 엿보려는 듯 집중하는 소리를 내었다가 크게 외치는 할며니의 목소리를 들은 이나리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 했다.
‘절대로! 절대로 그녀의 사랑을 받지 말거라! 그렇게 된다면 그 별에 가려진 어둠에 의해서 삼켜지게 될 것이야!’
‘네!!’
그 후 이나리가 선라이즈에 3월달에 입사한 유나의 존재를 알게 된 일은 그녀가 기획한 ‘유리아의 영어 방송’이후였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만화나 게임,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던 한국의 아이돌 같던 그녀가 오타쿠가 되어갔다는 이야기나, 엄청난 운동 중독자라서 건강 매니아라는 재미있는 소문은 확실히 여태까지 없던 사람이었다.
생긴 것은 엄청 차갑고 인싸처럼 생겼어도 마음만큼은 따스해서 힘들어 하는 버튜버들을 도와준다 것도 신기했고,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해서 다양한 방송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영어 실력도 대단해서 일본어영어가 가능해서 해외의 글로벌 팀에서도 그녀를 찾는다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소설같았다.
이후 그녀가 나오는 방송을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유나와 그녀의 캐릭터, 메이드 라에 대해서 빠져들게 되었고 은근히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서 그녀의 데뷔를 종용했다.
‘저는 절대로 버튜버가 되지 않아요’ 라는 그녀의 공략 방법은 ‘그렇다면 회사 공식 방송 대리인은 어때요?’였다.
은근히 나서길 좋아하는 인싸 캐릭터들은 사회자 역할에는 큰 부담감이 없으니까, 이런 사회자 역할을 하면서 은근슬쩍 버튜버 아바타를 주면 된다고 했다.
어차피 워커홀릭인 유나는 일 하느라 여기에 적응 하게 된다는 이나리의 예측은성공적이었고, 아마 그녀는 아직까지도 스스로를 버튜버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아아, 그점이 너무 귀여운 것인데 말이죠~”
오랫동안 좁은 집에서 산 탓인지, 두 번째 이사하는 집 만큼은 커다란 욕조가 있는 집으로 이사오고싶어했던 이나리는 그 꿈을 이루어 낸 자신의 집에 있는 거대한 욕조에 몸을 담구길 좋아했다.
고향에서 가져온 입욕제의 향을 맡으며 향수를 달래면서, 유전병에 가까운 새하얀 머리칼을 물에 적시면서 최근에 자주 생각하게 된 유나를 떠올렸다.
아름다운 여성, 완벽주의 여성, 하지만 허당이고 친절한
세상에 이런 로맨스 코메디 소설 속 캐릭터가 어떻게 현실에 존재한단 말인가?
한국인이라는 것도 조금 특이한 포인트였다, 하기사 한국이 아니고서야 그런 마인드가 장착된 여인이 나오기도 어렵긴 하지…
그렇게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침울한 얼굴로 불안감을 토로하던 귀여운 모습을 떠올렸다.
자기가 연애를 하고 있는지 자각조차 못하는 순진한 사람
닳고 닳은 감정 표현에 지친 오타쿠들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느끼한 튀김 음식 먹은 다음에 마시는 청량한 콜라와 다를 바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어쩌지, 너무 빠져들면 안 되는데 말이죠…”
할머니의 점괘를 떠올린 이나리는 점점 더 유나에게 이끌려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뭐… 유나를 좋아하는 건 안되지만 메이드 라 정도는 좋아해도 되겠지요?”
원래 신사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신의 뜻대로 점괘를 해석 잘한다.
그렇게 결론 지은 이나리는 유나를 골릴 꾀를 짜내기 위해서 고민을 시작했다.
***
“우에에엥 마미 선배.”
“들러 붙지 마 이 변태.”
“흑흑 선배마저도 저 변태 취급이에요?”
“네가 우리 집에서 했던 일 하나하나 열거해줄까?”
“미안합니다…”
오늘은 회사의 일정이 없어서 미우를 학원에 보내자마자 바로 마미 선배의 집으로 찾아왔다.
이제 나는 유명한 게임의 배경 음악을 들으면 ‘아, 이건 무슨무슨 작품의 무슨 곡이구나!’ 하며 구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방송 음악을 고르는 방법이나 저작권 문제에 걸리지 않게 음악을 사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지식을 배웠다.
마미 선배는 이제 옷 소재에 따른 세탁 방법과 유나가 추천하는 브랜드를 알게 되었고 청소기의 필터링을 가는 방법도 혼자서 잘 할수 있게 되었다.
집안의 먼지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요령도 알게 되었고 화장실에 곰팡이가 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관리해야하는 지 알게 되었다.
거기에 요리에 대해서는 정말로 큰 발전을 이루어서 이젠 내가 한 요리나 마미 선배가 한 요리는 데코레이션이나 디테일 면에서만 차이가 있지 맛 자체는 허접한 식당들보단 훨씬 맛있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거대할 수도 있는 이 집을 어떻게 관리를 해야하는 지 깨달은 마미 선배는 이제 어지간한 주부들 보다 훨씬 집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이지 장한 선배다.
“선배를 애 취급하지 말아줄래?”
“흐흥, 그래도 연하인걸 어떻게 해요?”
“언제는 한국의 장유유서 어쩌구 하더니 회사 선배에 대한 존경심은?”
“휴,,휴휴.”
“어설픈 휘파람으로 넘기려 들지 마!”
오늘도 혼나고 말았다.
그래도 크게 혼내지 않는 걸 보니 무언가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인지 화난 표정을 푼 마미 선배는 나의 손 위에 USB를 올렸다.
“어… 선배님?”
“저번에 할로윈 파티에 쿠키 따라하기 기억 나? 내가 그때 뭘 걸었더라?”
“… 선배 그거 진짜…진짜였어요?”
“천만 조회수 작곡가 니아의 신곡이란다. 영광스럽게 여기도록.”
아니 그… 그런 대단한 곡을 파티의 작은 이벤트에 푼다고?
나는 말 그대로 영광스럽기 그지 없어서 선배를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여기저기 흩뿌렸다.
그리고 이내 아드레날린이 온 몸에 분비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이런 행운을 얻게 되다니
“아, 그래도 껴안기는 금지. 절도 하지 마, 그냥 고마워요 한 마디면 된단다.”
“고마워요!! 마미 선배 사랑해!!”
“언니 저작권은요? 이거 어떻게…?”
“풉, 이젠 언니 취급이야? 아서라… 그런 쪽은 이미 다 음악 협회에 등록 해두었어. 유튜브에 노래 부르는 동영상을 올리건 앨범을 내건 알아서 하려구나.”
“네… 네!”
살다가 음악을 선물 받을거라고 생각을 못한 나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영혼이 깨는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오늘은 감사 인사를 올리러 온 거라 노트북을 들고오지 않는 나는 안절부절한 마음가짐을 그대로 드러낸 모양인지 마미 선배가 날 보고 풋 하고 웃었다.
“아, 그래도 작곡 작사 편곡 다 내가 했으니까 음악 코칭 정도는 해도 되겠지?”
“무, 물론이죠!”
“어디보자 시간이… 됐다. 내가 평소에 자주가는 음반 스튜디오 있어. 기왕 할 연습 거기서 하지 않겠어?”
“어…? 원래 이런 건 혼자 연습하고 그런 데를 가는 게…”
“아냐아냐 괜찮아. 거기 내 친구가 하는 데인데 타마의 엄청난 팬이라 예약 없는 날에는 내가 자주 쓰거든.
그 뭐지? 돈을 내는 곳에 가서 작업을 하면 작업이 잘 된다고 해야할까나…애초에 코로나로 인해서 좀 매출 떨어진 친구가 안쓰럽기도 하고.”
“… 좋아요! 당장 모실게요!”
“잘 부탁해 유나 기사님~”
예상치 못한 행운을 얻게 된 나는 마미 선배를 신줏단지 모시듯 차안으로 모셨다.
나의 배려가 부담스러운지 불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나를 귀엽다는 듯 쓰다듬는 마미 선배의 손길은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요즘 들어서 행운의 신이 나에게 임한것 같다는 생각을 숨기지 못하며 나는 신난 마음으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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