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65화 (165/307)

〈 165화 〉 164화.

* * *

“후아아아.”

방송인이 되고난 이후 나의 아침 루틴은 살짝 바뀌었다.

언니를 만나기 이전에는 6시에 일어나고

사이타마의 집에 살때는 7시에 일어나고

메이드로 활동을 할때는 8시에 일어나고

버튜버로 데뷔한 지금은 9시에 일어난다.

“후후, 이젠 유나가 늦게 일어나네.”

먼저 일어난 나에 언니가 내 머리맡에 커피를 두면서 그렇게 말했다.

언니의 사랑스러운 배려에 나는 오늘도 콩딱거리는 마음을 쥐면서, 언니에게 키스하고 싶은 욕구를 참은 후 커피를 들이켰다.

“그러게요…흐아아암.”

어제 밤은 여로모로 바빴다.

간만에 메이드로 돌아가서, 방송 난입을 한 척 사전에 아그니씨와 약속잡은 방송을 진행했다.

이것은 마치 숙련된 RPG 게이머의 탱커가 어그로를 흘리기 위해서 서브 탱커를 활용하는 것과 같았다.

나는 아리아에 지나치게 빠져서 메이드의 이미지가 떨어지는 일을 피하면서도, 아리아에게 과도하게 달아오른 관심을 메이드로 흘리기 위해서 일부러 계획을 잡았다.

커뮤니티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건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변수를 신선한 게임으로 해소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머리가 좋은 아그니씨랑 함께 하는 퍼즐 게임은 나에게도 즐거운 덕질이었으니 말이다.

선라이즈의 오타쿠인 내가 좋아하는 버튜버들과 함께 나누는 덕질 말이다.

방송이 시작되지 얼마 되지 않아, 퍼즐을 풀면서 아그니씨는 내 의도를 파악하기라도 한 듯 짓궂은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흐흥, 메이드씨 당신 치마 속에 꼬리가 있다는 말이 진짠가요

­아닌데요

­구미호의 비책으로 절 홀린거죠?

­구미호 아리아요?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그니씨가 저에게 반한 거 아닌가요?

­어마나, 메이드 씨 이렇게 요망한거 처음봐요.

그렇게 아그니씨와 함께 2인 탐사 게임을 어울린 후, 점심에 준비해둔 밑재료를 꺼내서 건강한 식단을 차린 후에는 구미호 아리아로 돌아와서 점프킹에 이은 새로운 방송 소재로 방송을 했다.

이참에 평소에 하고싶었던 게임인 언더테일

플레이 방식으로 인해 달라지는 스토리, 슈팅게임을 통한 공격과 방어, 그리고 전투를 긴박하게 만들다 못해, 음악 만으로도 유명할 정도로 뛰어난 BGM이 모두 갖추어진 명작이었다.

그리고 웃기게도, 이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이후 나의 채널에 찾아오는 한국인들이 급증했다.

유튜브에 한국어를 달고 온 이들이 하나같이 Wa! 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투표 사이트를 활용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어지간해서 다 알고 있기는 해도 혹시라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1) 상냥하게

2) 잔혹하게

언더테일의 진행 방식은 마주치는 모든 생명체를 죽이면서 나아가는 몰살 루트 아니면 자신을 해하는 적들에게 관대함을 보이는 자비 루트로 나뉜다.

내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었지만 나는 일부러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왜냐면 방송을 시작한지 3주가 다 되어가는 지금 시청자들에게 정착한 내 이미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2천명까지 받을 수 있게 설정을 한 투표함은 15초만에 완료되었다.

내 시청자들의 뜨거운 화력을 실감한 나는 결과를 공개했다.

“1번이네요.”

내심 몰살 루트를 진행하고 싶었는데… 근소한 차이로 자비 루트를 하게 되었다.

­탑­의 본질로서 모든것을 때려 부수고 압도하고 싶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사실 이런 투표를 사전에 진행하는 것은…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제가 몹시나도 사랑하고 좋아하는 유리아 선배님의 방송을 즐겁게 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제 시청자들 중에서는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죠? 때문에… 여러분들 아시죠? 스포일러 하면 혼날거에요.”

“아 포상이 아니냐구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처벌을 내리는 게 아니라 우리 유능한 매니저님이 직접 내려주시니까요.”

그렇게 오타쿠들의 반격을 막은 나는 게임을 실행했다.

그나저나 슈팅 게임이라…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본적이 있어도 직접 한 적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수 많은 전설과 밈을 양산한 명작 게임에 직접 뛰어들었다.

***

괴물의 세계에 떨어진 아이가 나아가는 이야기

이름을 ‘V튜버 오타쿠’로 지은 채 나는 게임을 진행하기 시작했고…

악명높은 뒤통수치는 보스인 꽃을 만났다.

시청자들의 바램대로 나는 불살엔딩을 위해서 감히 나의 뒤통수를 친 건방진 꽃을 살려주었으며… 이윽고 토리엘을 만났다.

그녀를 표현하자면 무한한 선의를 지닌 선인(?人)

그리고 상냥하고 다정한 어머니의 모든 요소를 끌어다 모은듯한 이상적인 어머니였다.

사실 나는 이 NPC가 싫다.

너무 작위적인 NPC였기에

다른 동화풍 판타지에서 만난 토리엘같은 NPC캐릭터에게는 별 생각이 들지 않았으나, 작품 자체가 기존의 RPG를 뒤틀고 사람에게 다양한 메세지를 전하는 언더테일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싫었다.

어린 자식을 향해 보이는 따스하고 조건없는 무한한 선의를 보인다라?

세상에 이런 어머니는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나는 그녀가 참 껄끄러웠다.

그녀의 선의가, 친절이 나는 낯설었다.

“세상에 이런 어머니들이 많았으면 참 좋았는데 말이죠.”

­확실히 토리엘이 참 좋긴 해

­수인 마망…

­근데 진짜 잘한다

­아무리 초반 지역이라고는 해도… 어떻게 노히트가 나오지?

튜토리얼 지역을 지나가면서 나는 만나는 모든 생명체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아무도 죽이지 않고 나아가야 하는 불살루트

모든 괴물들과 친구가 되어야 볼 수 있는 엔딩이 존재했기 때문에 나는 도트 그래픽으로 개성있게 표현한 귀엽거나 기발한 디자인의 괴물들을 지나쳐 1지역의 끝으로 도달했다.

[토리엘이 길을 막아섰다!]

<폐허 바깥은="" 위험한="" 세계란다=""/>

<증명해보렴… 너가="" 밖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하아… Heartache…심장이 아프다…라는 곡이었죠?”

“…”

싸울 생각도 없는 주제에

작품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함을 지니면서도, 주인공의 공격을 두 팔 벌려 받아준 다음

무력으로 나아가고자 하면 스스로 죽어줄 헌신적인 주제에…

나는 정말 저런 캐릭터… 그러니까 무조건 헌신하는 어머니의 캐릭터가 참 싫었다.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동안 단 한번도 무언가를 공격하지 않는 내가 토리엘을 두 번 공격한 것은 그 반발 심리였을것이다.

아무튼 나는 게임에 집중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켜보기만 하면 비켜주는 보스였고, 캐릭터의 체력이 낮아지면 알아서 항복하는 괴물이었으니 말이다.

그 동안 나는 채팅을 읽으면서 시청자들과 놀고 난 이후 첫 지역을 벗어났다.

­그나저나 아리아 오늘은 좀 저텐션이네?

­피곤한 거 아닐까?

­그래서 음악이 좋은 언더테일을 고른 건가?

­그냥 공격 피하느라 집중해서 그런거 아님?

­에이 ㅋㅋ 피지컬 좋은 아리아가 그럴 리 없지

“아 미안미안! 매니저가 방금 나에게 메세지를 보내서 말이야.”

그래도 처진 텐션을 숨기지 못한 탓인지 시청자들이 그런 잡담을 했다.

천만다행이게도 운 좋게 막 도착한 메시지를 나는 확인했다.

‘수익화 축하드려요.’

출발한지 3주만에 50만 구독자를 가지게 된 버튜얼 유투버 아리아의 채널

드디어 수익화의 길이 열렸다.

광고가 생기고 슈퍼챗을 받을 수 있는, 채널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 인터넷 방송인의 진짜 길을 걷게 될 수 있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찝찝했던 기분을 떨친 나는 평소의 아리아 텐션을 끌어올리고 힘차게 외쳤다.

“자아, 그러면 드디어 이 괴물들을 모조리… 가차없게 자비를 베풀어 보도록 할까요?

어차피 전 구미호, 요괴의 왕이니 이 괴물들이 마땅히 저를 따라야 하는거지만요!”

­ㅋㅋㅋㅋ

­하긴 구미호는 최강이라고

­실제로 최강이긴 하지 ㅋㅋ 피지컬이 ㅋㅋ

­아리아 첫 히트가 어디서 나올까? 2번째 보스?

­4번째 보스 예상함

­ㄴㄴ 가는길에 까다로운 괴물 있는데 걔한테 한 대는 맞을듯?

그렇게 나는 2시간 가까이 방송을 마저 진행했다.

그리고 빠르게 와! 밈을 만들게 된 파피루스라는 웃긴 이름의 보스와 친구가 된 다음 방송 마무리를 준비했다.

그리고 내 방의 시청자들에게 말했다.

“내일은 기존의 언더테일 방송 이후에 특별 방송을 킬게요~”

“자세한건 유튜브 채널, 제 트위터를 확인해주세요.”

그게 바로 내 어제 방송이었다.

“흐응, 그나저나 유나 괜찮니?”

“네?”

“토리엘 전…”

“우와, 언니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그렇게 텐션 올리지 않아도 괜찮아. 사실 나도 그랬거든…”

그랬구나

언니도 자신의 어머니와 좋은 사이가 아니구나

참으로 끼리끼리 만난다고 했던가?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다, 오히려 좋았다.

언니와 같이 나눌 수 있는 아픔이 늘어난거니까… 좋은게 좋은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니…”

“후후, 유나같이 대단한 아이라도 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

“…”

“뭐 어떠니, 지금의 우리가 행복한 게 더 좋은 일이니 말이야.”

침대에서 풀 죽어있는 나를 쓰다듬은 언니가 말했다.

나 대신 아침을 만들었는지 소매에는 식용유 냄새와 언니의 체향이 섞이면서 기분 좋은 냄새가 났다.

언니의 쓰다듬을 받고 있자니 왠지 배가 고파졌다.

“아참! 첫 슈퍼쳇 수익화 축하해 유나야.”

“고마워요 언니.”

“사실 축하해야할 건 유나가 아니라… 어둠의 메이드단 분들 아닐까?”

“쿨럭쿨럭.”

정말이지…

요즘 언니 앞에서 함부로 방심을 할 수 없다.

그렇게 나를 격추시킨 언니는 침대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했다.

잠시 후 언니는 손수 만든 샌드위치와 샐러드, 신선한 오렌지 주스를 들고 들어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침대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나를 위한 배려였다.

정말이지 언니는…

천사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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