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16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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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게임 방송 겸 짧은 노래 방송을 진행한 구미호 아리아의 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이미지를 남겼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그녀의 게임 실력이었다.
아직 꽤 뜨거운 토론이 남겨지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게임 실력은 조작된 것인가? 에 대한 것이었다.
어떻게 점프킹을 처음 플레이 하는데 감을 이렇게 빨리 잡음?
솔직히 진행 속도가 말이 안된다.
사실은 먼저 클리어 해놓고 다시 한 게 아니냐? 하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이 의혹들은 빠르게 반박되었다.
1구역에서 같은 구간에 머리 박는거 봤죠? 이건 초보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입니다.
조작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2구역 진입 직전 그녀는 열 번 가까이 실패합니다. 다행히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직 점프 거리를 파악하지 못해서 그런것임
실제로 고인물들 혹은 유경험자들은 점프 파워는 계산에 틀려도 도약 지점은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크게 실패한곳들은 전부 다 잘못된 도약 지점이죠.
일단 점프킹은 조작이 이루어지기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유경험자라도 멘탈이 흔들린다면 제 실력이 나오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인기 있는 방송용 게임인만큼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난 점프킹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일어난 의혹 ‘점프킹의 실력을 숨겼다’는 빠르게 제거되었다.
특히 경험을 해야만 알 수 있는 정확한 도약 포인트의 대부분을 모르는 아리아는 분명히 초보였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뉴비 절단기 이렇게 빨리 넘김?
이거 어지간한 스트리머는 30분40분은 헤매는 구간인데
에오스도 여기서 10번 떨어지고 멘탈 박살나서 끈 구간 아님?
그럼에도, 제작자가 악독한 설계를 한 특수한 구간, 일명 뉴비 절단기 구간이 있었다.
도약 지점이 극히 짧거나, 순간적인 판단으로 빠르게 점프해서 넘기거나 도약 부분까지 이동하는데 극한의 집중력이 필요한 구간이 있었다.
이런 구간을 짧게 빠르게 넘기었기에 그녀의 조작 의혹이 제기되었다.
재능이죠.
피지컬로 찍어 누른거 같은데? 특히 바람 부는 구간은 그냥 감으로 해야하잖아
애초에 한 번 실수한 부분을 어지간한 곳이 아니고서야 다시 실수 하지 않는 게 보통이 아님
멘탈이 흔들려서 한 번 넘었던 벽에 다시 부딪혀서 떨어지는 게 있는데 아리아는 그런게 극히 드뭄
하지만 대다수는 그것을 재능이라고 표현했다.
어이없이 논파되어갈 만큼 무적의 치트키인 ‘재능’이라는 단어에 다시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위해서, 어떤 사람은 링크를 남겼다.
[메이드 라의 레전드 클립]
방송 경력이 1년도 되지 않는 메이드 라
그녀는 다양한 버튜버들의 방송에 등장해서 뛰어난 피지컬을 선보였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뛰어난 FPS 에임 실력
작전이 필요한 게임에서는 심리를 읽어내는 플레이로 정확한 오더를
본능적으로 승산이 높은 선택지만 이어나가는 뛰어난 실력이 담긴 전설적인 영상들을 말이다.
메이드 라가 사실은 구미호 아리아인것을 본인 빼고 다 알고 있는 선라이즈의 팬들이라면 ‘아, 메이드라면 그럴지도.’ 하는 심정으로 이해했다.
때문에 노래를 한 곡 완창한 이후, 노래의 가사대로 용기를 얻고 나아가는 그녀의 훌륭한 플레이는 말 그대로 혼신을 다한 집중의 게임이었다.
정말이지 노리고 데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미호 아리아에게 일어나는 많은 의혹들을 ‘메이드 라’가 해결해준 덕분에 시청자들은 그냥 심플하게 새롭게 탄생한 천재 방송인의 행보에 감탄을 했다.
하긴 메이드 라… 아니, 구미호 아리아라면 충분히 선라이즈 최고 기록 노릴 만 하지
아무튼 우리 구미호는 대단함
사실 난 게임 실력보다 이거 다 하고 노래 1시간 부른게 더 대단해 ㅋㅋ 물론 노래만 쭉 부른 게 아니라 소통도 한거지만
아무튼 신인 아닌 신인이라고는 하지만… 본인이 직접 호스팅 하는 방송이 처음인데 이렇게 잘할거라고는 기대 안함
일단 영어 모르는 내가 영어 들으면서 본인 셀프 생성 자막이 딸려나오잖아
나 심지어 한국어로 된 닉네임을 가졌는데 불러주더라고, 사실 그녀 한국인인게 아닐까?
나도 구미호 덕분에 일본어 다시 공부하는 중, 일단 목소리가 너무 좋아. 발음이 정확해서 빨리 말하면서도 잘 들려서 좋음
솔직히 목소리가 너무 치트키임, 고음 저음 오가는 것도 그렇고, 평소 말하는 게 너무 예쁜것도 있고… 성우 훈련도 받았나? 하는생각이 들 정도임
영어와 일본어 성우를 동시에? 차라리 기계라고 말하는게 더 맞을듯
아니 구미호는 뭐든지 할 수 있잖아? 그런거라고 생각해 걍…
공감받지 못하는 천재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만, 공감을 받는 천재는 우상의 대상이 된다.
스스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고, 선라이즈 버튜버 오타쿠라는 동질감을 내보이면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받는 것에 성공한 캐릭터 구미호 아리아는 시청자들의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선라이즈를 모르는 이들 조차, 버튜버 구미호 아리아라는 존재에 이끌려서 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구미호 아리아는 점점 더 대단함을 각인시키게 되고, 새로운 구독자들을 불러들였다.
이윽고 데뷔한지 1주일이 지난 지금, 26만의 구독자는 어둠의 메이드 단들과 새로운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을 흡수해서 순식간에 4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되었다.
아무리 두 가지 언어를 자유자재로 소통하는 버튜버라고는 하나, 심상치 않는 그녀의 성장세에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
“우리의 희망!! 유나!!”
유키하라는 장담하건데 그 코이즈미 이사님이 이렇게 망가진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넥타이를 풀어 재끼고, 연신 유나의 이름을 외치면서 술잔을 들고 춤을 추는 모습은 광란 그 자체였다.
반면 맞은편에 앉은 마츠시타씨는 자신의 가방을 끌어안고 울고있었다.
“이제 돌아가면 미국 팀에 보고서를 써야해 엉엉엉.”
그러고보니 오늘 회의를 째고 이사님의 이름을 판 회식이라는 명목으로 도망쳤다고 했던가?
아직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 미국 자사쪽의 일을 많이 담당하지 않는 유키하라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라이즈를 일으켜 세운 매니저의 대장 코이즈미
선라이즈 GB쪽을 담당하며 매니저의 케어와 비즈니스 파트의 일을 맡고 있는 전직 아이돌 매니저 출신인 마츠시타
두 사람 사이에 낀 유키하라는 괜히 ‘오늘은 나에 언니랑 놀아야해요’라는 터무니 없는 이유로 회식 자리를 걷어 찬 자신의 버튜버를 탓했다.
“크으, 고것이 말이야 어? 한 번 방송 시작하니 아예 날아오르는구만!”
유키하라는 코이즈미의 심정이 이해갔다.
1년에 걸친 장기 계획(그녀는 아직도 이렇게 믿고있다)끝에 데뷔시킨 그녀가 실시간 검색어와 트위터 트랜드에 오르면서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빠르게 늘어난 트위터 구독자 숫자로 정지당하기 전, 트위터가 인증하는 공식 마크를 받아낸 아리아는 45만명의 유튜브 구독자와 40만명의 트위터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많은 그림들이 투고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사이트 픽시브에서는 3일 내내 ‘아리아’ ‘버튜버 아리아’ ‘구미호 아리아’의 태그가 1위를 점령하고 있었으며 버튜버의 키리누키를 조사하는 통계에서는 5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키리누키 계열의 큰손들이 대다수가 아리아의 키리누키 영상을 만든것이 확인되었다.
아무리 선라이즈가 초기에는 ‘신인 버프’라고 하면서 밀어주는 경향이 있어도 그것은 공식 방송에서의 언급 정도와 인기있는 선배들과의 합동 방송 정도였지… 제대로 된 지원을 받기도 전에 이렇게 튀어오른 케이스는 없었다.
첫 게임 방송인 점프킹 1부 방송 이후 이어진 2부 방송에서 기어코 엔딩을 맞이한 구미호 아리아는 이후에 채팅을 읽으며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노래를 부르면서, 자기 자신의 신비로운 일상을 살짝살짝 공개하면서 영어 교육 교재를 위한 책에 순순하게 대답하며 자신이 미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면서도, 해외에서 유명한 드립과 밈을 남발하면서 오타쿠 기질을 선보이며 또 다시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본 유키하라는 할 말을 잃었다.
매니저의 경험을 알고 있는 모양인지, 캐릭터 객관화와 밈화를 통해서 인기를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그 모습은 닳고 닳은 인터넷 방송인의 그것과 같았다.
그러면서도 이따끔 방송 화면 전환 실수(아주 예쁜 유리아와 메이드 라의 일러스트였다)를 보이면서 어설픈 방송인의 모습을 보이면서 다양한 매력을 이끌어낸 아리아의 이미지는 다음과 같이 정착되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만큼 그에 받쳐주는 재능과 멘탈을 가졌으면서도
이따끔 바보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귀여운‘여우 모드’를 보이면서도 초인적인 활약을 하는 ‘구미호 모드’같은 모습을 보인다.
선라이즈는 물론이고 다른 버튜버들을 덕질하는 버튜버 오타쿠
가요계의 관계자들도 놀랄만큼 뛰어난 가창력과 음악적 재능
이중 언어 구사자인것을 넘어서, 전문적인 훈련을 가진 사람들만 가능한다는 영어일본어 동시통역의 힘을 보이면서 다국적 소통이 가능한 ‘인터네셔널 폭스’라는 웃긴 별명
여기에 자신의 전생…이라는 대신에 전직(??)이라는 표현으로 안에 들어간 사람이 사실은 ‘메이드 라’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그녀의 매력이 가산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인기는 구독자 수로는 표현 되지 않을 만큼 높았다.
적어도 다른 버튜버들이 열심히 활약해서 다양한 활동으로 그녀에게 쏠리는 이목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구미호 아리아의 활약이 너무나도 뛰어났다.
만약 그녀가 다른 버튜버들처럼 다른 이들과 함께한 이라면…
“휴우…다행이다.”
“우후후, 유이쨩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술에 취하면 아저씨처럼 변하는 코이즈미의 모습에 살짝 충격을 받은 유키하라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유나 씨 혼자 데뷔해서요. 만약 제가 버튜버인데 유나씨랑 같이 데뷔를 한다? 저는 3일만에 퇴사할거에요.”
“……내가 그런 상처를 주기 싫어서 유나를 단독으로 데뷔시켰지.”
“네?”
“아무것도 아니야.”
술로 인해서 달아오른 텐션이 떨어진듯 자신의 잔에 든 술을 빙글빙글 돌린 코이즈미는 이윽고 술을 들이켰다.
과연 버튜버들을 술로 꺾은 선라이즈의 주당다운 그 모습에 유키하라는 감탄하며 자신도 술을 들이켰다.
“그나저나 유나 씨… 슬슬 휴식기 줘야하지 않을까요?”
“응?”
“데뷔한지 3주 다 되어가는데… 구미호 아리아로 방송을 안할때에는 메이드 라로 활동하면서 일을 하잖아요? 1인 2역의 아바타를 하면서도 구미호의 방송은 대게 체력을 요구하는 음악 방송이 3할 정도 되다보니…”
“마츠시타, 혹시 유나가 최근 GB쪽 일을 하고 있는 거 있어?”
“아니, 걘 자기 언니 덕질은 지가 해야한다고 쿠로가와 나에씨의 업무를 둘이서 속닥속닥거리는 일 빼고는 안해… 그래서 나에 씨 잡일 거드는 매니저는 최근에 복귀한 클레스타인 쪽이랑 겸업하고 있어.”
“…”
“저, 저기… 쿠로가와 나에씨라면 유리아잖아요? 아, 아무리 전직이 유리아씨 매니저라고는 하지만…”
“걔, 죽어도 유리아의 일을 넘기지 않겠데. 실제로도 유리아랑 이것저것 기획하면서 유리아도 100만을 향해 가서 일단 뭐라 안하는데…”
“… 사람이 그렇게 일을 해도 되요? 자, 잠깐만요! 이러면 유나씨 체력이!”
유키하라는 코이즈미와 마츠시타가 서로를 시선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고는 두 상사는 폭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배야 유나의 체력을?”
“푸하하하, 아, 확실히 유나가 요즘 들어서는 꽁꽁 싸매고 다녀서 걔 몸을 모르는 애들이 많겠네.”
한바탕 폭소를 터트린 코이즈미가 말했다.
“아 유이쨩 미안! 널 놀리려는 의도는 없었어.”
유키하라는 불쾌하다기 보다는 답답했다.
유나는 아무리 봐도 몸이 날씬한만큼 케어가 필요해보이는 미인…
“그냥, 회의가 끝난 후 유나랑 같이 운동하자고 말해봐.”
“네에…”
“그리고 그녀의 업무량은 걱정하지 마, 구미호 아리아로 데뷔하기 이전의 유나보다 훨씬 일이 줄어들었거든… 다름 아닌 유이쨩, 너 덕분에 말이야.”
“…제가요?”
“응, 이전에는 언니의 일에 다른사람 끼어드는 게 싫다고, 메이드 라의 일 모두가 자기가 처리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네가 방송 대본도 써주고, 메이드 라와 구미호 아리아의 매니저를 동시에 하잖아? 뭐… GB쪽일은 아예 마츠시타가 하고있지만.”
코이즈미는 마츠시타를 잠시 힐끔거렸다.
회식장에서도 업무용 태블릿 PC를 놓치 않는 워커홀릭의 모습은 사축이었다.
“아무튼… 걘 진짜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스타일이야.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그러니까… 운동이나 같이 하면서 대화 나눠봐.
매니저와 버튜버가 사이 깊어지는 건 좋은 일이 아닌데 걘 좀 특이 케이스니까.”
“…네.”
“아, 그렇다고 해도 걔한테 너무 개인적으로 반하지 마, 인생 피곤해진다.”
그렇게 말한 코이즈미는 자신의 잔에 술을 다시 따르고는 들이켰다.
반하지 말아라 라는 그 말이 유독 무겁게 들린 유키하라는 복잡한 마음을 털고자, 그녀 또한 잔에 술을 가득 따른 후 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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