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화 〉 1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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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튜버의 놀라운 성장은 ‘새로운 사업 분야’라고 칭해도 될 만큼 크게 성장했다.
영상 문화 점유율이 늘어나고 생방송 분야에서도 버튜버들을 찾아보는 게 드물지 않게 되었다.
유튜브를 주력으로 삼는 버튜버 회사, 선라이즈 프로덕션은 유튜브의 후원랭킹을 1위에서 10위까지 먹게 되는 업적을 달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버튜버 산업의 약진과 함께 도태되어가는 분야가 있으니 다름 아닌 애니메이션 이었다.
정확하게 분류하자면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일상 생활을 바탕으로 삼는 애니메이션, 이른바 ‘일상 계 애니메이션’이 큰 타격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에는 많은 노동력과 자본이 들어가고 만화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다 보니 이후의 전개를 알 수 있는 독자들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일상을 소재로 잡기 때문에 편안하게는 읽힐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예측된 범위 내에서 행동하는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버튜버들의 방송과 겹치는 범위가 많다.
막말로, 버튜버들끼리 서로 이야기하고 손 잡는 게 일상 애니메이션의 일부분과 같으니 말이다.
오히려 원작가나 감독의 상상력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고,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개그 분위기나 달아오르는 열혈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기 때문에 버튜버들의 방송을 다르게 보자면 일종의 일상 애니메이션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리아와 아리아의 첫 합동 방송은 왜 일상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지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선배, 반죽 젓는 거 안 힘드세요?”
“응? 아냐, 오히려 재미있는데? 아리아야말로 밤새 방송하다 왔는데 안 피곤하니?”
“저야 뭐, 튼튼하잖아요.”
“흐응... 자기 볼에 묻은 크림도 못 느끼는 데, 살짝 고장난 거 아냐?”
“사람을 기계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아리아는 만능인에 가까웠다.
게임, 노래, 방송력, 다중 언어 능력, 해박한 인터넷 밈, 좋은 대인 관계, 사기적인 목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연기력 등등 그야말로 결전 병기같은 느낌의 존재였다.
허나 지금, 이 순간 완벽주의에 가깝지 못 하는 게 없는 이 대단한 구미호는 없다.
다정하게 자신의 동거인을 챙기면서도, 평소와 다르게 높게 올라가지 않는 텐션과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피로감을 보인다.
항상 시청자들에게 강하고 활기차고, 때로는 스스로 망가지면서 개그를 보이는 구미호 대신에 코타츠에 녹아내린 고양이가 그 자리에 존재했다.
반면 유리아는 어떤가?
사람 자체가 지닌 능력은 아리아에 비해서 크게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다.
물론 자신의 부족한 게임 실력이나 노래 실력을 재치롭게 풀어내가고, 다양한 방송 기획과 버튜버 아바타를 잘 활용해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하는 편이기는 해도 기본적으로는 어그로를 받아내는 개그 캐릭터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따금 보이는 ‘공주님 카리스마’ 모드 내지는 ‘여왕님’ 모드에 들어서는 모습으로 반전을 보이는데, 이번에 보이는 모습은 그것에 가까웠다.
다른 선배들도 어렵게 생각하다고 느껴질만큼 경계심이라고 해야할까 긴장감을 풀지 않는 모습이 보였는데 그녀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아리아를 다루었다.
이게... 공주님?
내, 내가알던 구미호가 아닌데?
선라이즈 만능 여우 아리아 어디갔어ㅋㅋ 어디갔냐고!!
오히려 좋아
공주님 앞에서 한 마리의 암컷 여우가 되는 아리아라 이거 흥미롭네요.
일본어 모르는데 대충 대화가 짐작 간다.
아리아는 유리아 앞에서 완전히 한 마리의 강아지가 되는구나 ㅋㅋ
도짓코 아리아 미쳤다.
“흐아암, 선배 저 커피 한 잔 더 마셔야겠어요. 커피 캡슐 어디다가 두셨어요?”
“아, 예전에 선물 받은 커피 캡슐 작은 방 우측 선반에 있어.”
“그리고 선배 휴대폰 충전 좀 해야겠네요, 충전기 가져다 드려요?”
“응, 근데 전선이 부족하니 가는 길에 멀티탭도 부탁할게.”
“그럼 제 초콜렛 무스 안 녹아내리도록 잘 봐주세요.”
“당연하지.”
그리고 거리낌 없이 공개되는 일상적인 대화는 신선했다.
특히 2기생과 4기생의 경우 컨셉이 판타지다보니 이런 컨셉을 크게 내려둔 방송을 한 적이 없는데 요리 방송이 이런 컨셉을 내려놓기 좋은 방송이라고는 하나, 이 정도까지 사생활을 공개한적은 없었다.
방송용 실황 중계 카메라에 귀엽게 손가락을 v자로 인사한 후 한 손으로는 약불로 달여지고 있는 초콜렛을 젓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의 쿠키 반죽을 섞는 유리아의 귀여운 모습과 별개로, 시청자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두 사람의 대화는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일단 사이가 좋다.
서로 집에 뭐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 하는 거 쉽지 않는데
그냥 부부 아닐까?
ㄹㅇ루다가 ㅋㅋ 너무 자연스럽게 서로를 챙기는 게 너무...
이게... 진짜의 힘인가?
와 진짜...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그냥 서로 기대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살짝 유리아가 주도권 잡는 쪽인데 서로 밀당 크게 안하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첫 합동 방송으로 기세가 오른 집단이 있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공주X메이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유리아X아리아의 백합을 지지하는 어둠의 메이드 단들이었다.
봤냐? 보고 있냐고
이미 두 사람은 결혼해서 신혼 부부같은 삶을 살고있지
이게 바로 본가의 ‘품격’이다 알겠냐 아리아 뉴비들아?
애초에 식사면 모를까 수제 간식 챙겨준다는 시점에서 아리아는 절대적으로 유리아를 사랑하는 포지션ㅋㅋ
의도적으로 사이 좋게 티키타카 할 필요가 없다 이 말이야, 그들은 그냥 일상 자체가 우리가 보면 백합 착즙 모오옵시 가능한 애니메이션임
작위적인 시나리오, 클리세와 전개가 필요 없지, 인생은 결국 운명이라는 무대 위에 춤추는 배우들이니까
ㅋㅋ 오글거린다, 그런데 맞는 말임
그들의 자연스러운 일상, 사랑이 담겨져 있어야 나오는 배려, 동거한 지 길다고는 말할 수 없는 세월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삶에 녹아들어가고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흐응, 채팅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
멀티 태스킹은 방송인들에게 있어서 필수적인 교양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의 분위기를 읽는 데 있어서는 선라이즈의 그 누구보다도 예민한 유리아는 배부른 사자처럼 드러눕듯 느릿하게 말했다.
마치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진즉에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듯한 왠지 모르게 살짝 열받는 표정과 태도로 유리아는 잠시 자리를 비운 아리아 대신 소통을 했다.
“있지, 얘들아, 토끼와 거북이 알지? 서양권에도 있으려나?”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하는데 전력으로 달리기에 임할 토끼가 어디 있을까? 토끼는 나무 밑에서 웃고 있지 않을까?”
마치 손주들을 무릎에 눕힌 다음 옛날이야기를 속삭이듯 들려주는 태도로 유리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했다.
“거북이가 아무리 날뛰어봐야, 토끼는 달리기를 위해 태어난 종자지. 거북이와의 달리기 시합에 진심으로 임할 토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하지만 그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누군가가 비유하기를 경주견과 겨룸을 하는 치타는 출발 지점에서 느긋하게 앉아서 웃고 있다고 말했던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버튜버 계의 신성, 아리아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라서 합동 방송 순회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버튜버들을 물론이고 팬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합동 방송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앞서 나가는 거북이를 보고 환호하지 않을까?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는거지, 결국 이것은 토끼의 변덕에서 나온 장면이라는 것을, 토끼의 자부심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해프닝이지.”
그와 더불어 ‘누가 아리아와 가장 잘 어울리는 버튜버인가?’에서 출발한 아리아의 커플링 이야기에 관련된 연애 스캔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오타쿠들은 없었으니 말이다.
각자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서로가 지지하는 백합 커플링을 이야기 하는 문화가 선라이즈의 팬들 사이에는 있었으니 말이다.
“결국 토끼가 일어나고 첫 걸음을 떼는 순간, 사람들은 알게 되는거지... 이 경주의 결과를 말이야.”
늘 짓는 미소와 함께 그녀는 자신의 붉은 눈을 카메라에 잘 잡히게 포커싱을 맞추었다.
“있지, 그러지 않을까?”
그것은 일종의 선언이었다.
결승 지점에 도달하여 미소짓는 승자의 여유만만한 미소와 함께, 아리아의 진정한 파트너는 자신이라고 선언하는듯한 그런 종류의 선언이었다.
“선배, 멀티탭 고민하다가 그냥 다 들고 왔어요.”
“옳지, 잘하다 우리 아리아. 어디 충전기의 길이에 맞는 멀티탭을 같이 골라볼까?”
“아앗, 선배! 제 초콜렛 탄다!”
“아차아차! 미안해! 정말 미안해!”
일본어를 모르는 영어권 시청자들마저 숨막히게 했던 압박감 넘치는 모습은 어디가고 평소의 실수가 잦은 예능 캐릭터로 돌아간 유리아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무언가 사고를 치고 있겠구나, 라고 생각이 될만한 장면
하지만 시청자들은 40초동안 이루어진 유리아의 압박을 잊지 않았다.
마계 공주님의 당당한 선언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도 하는 경고의 일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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