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화 〉 182화.
* * *
[여우와 여우의 상관관계]
농후한 백합레즈
[그림 1] [그림 2]
ㅜㅑ
꼬리 부빔 뭐냐구 ㅋㅋㅋ
아리아/이나리 커플은 뜬다 ㅋㅋ
난 아리아 컨셉 구미호일때부터 알아봄
그래서 누가 공임?
아리아지 당연ㅋㅋ 으딜 여우 따위가
뭔소리임? 지엄한 선후배 관계인데 당연히 이나리지 ㅋㅋ
[아리아의 유일한 단점]
노래도 잘해, 자기 관리도 잘해, 게임도 잘해, 3개국어에 미인인 아리아라고 해도 가챠는 뉴비구만ㅋㅋㅋ
[아리아_가챠_동영상]
ㄹㅇㅋㅋㅋ
아니 이거 캐릭터 스펙 줄줄 읊으면서 이거하고 이거 뽑아야해요! 할 때부터 알아봤다.
하긴 물욕센서는 모르지ㅋㅋㅋ
ㄹㅇ 게임은 분석가인데 게임 운은 버그 수준임
다른 데 스탯 몰빵하느라 운은 마이너스를 치는 듯?
이게 하필이면 선라이즈 기만여우 이나리 옆에 있으니까 더 돋보이네
[사실 아리아의 악운은 유명함]
알 사람도 알지만 이 사람은 선라이즈의 메이드 라임
근데 얘 초창기에는 운명의 부름같은 게임에서도 가챠 돌렸는데 380연 노픽업 한적도 있어서 그 이후로는 다시 안하고
이따금 상자 까는 방송에서는 레전드 하나 못 얻어가는게 많음
본인은 쿨하게 아무렇게 언급 안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좀ㅋㅋ
아리아, 우니?
메이드야 우는 거 아니지?
이야 운빨이 진짜ㅋㅋ
평생 천장을 보고 살 인생이구나
아니 근데 님들은 마스터 티어면 딴겜함? 나라면 가챠겜 안하지 ㅋㅋ
점차 합동 방송을 하는 인원들이 늘어남에 따라서 캐릭터의 해석이 달라진다.
선배들에게는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다가, 친해졌다고 싶으면 여김 없이 먼저 다가간다.
내성적인 선배들에게는 차분하게, 외향적인 선배들에게는 거리낌없이 다가가는 그녀는 누가 보더라도 인싸 구미호였다.
그만큼 캐릭터의 해석도 쉽고 다양하게 퍼져나가는데, 그런 아리아에게도 첫 대면부터 장난을 제대로 치는 대상이 있으니 다름 아닌 이나리
애초에 메이드X이나리 백합 태그는 신년맞이 방송때부터 보였는데 자신의 이중 방송 생활을 숨길 생각이 하나도 없는 메이드는 이나리와 잘 알고 지낸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선라이즈에서 가장 사이 좋은 버튜버가 이나리라는 것을 또 보여준 셈이 되었다.
아니다, 메이드는 공주님의 영원한 시종!
으어어딜 여우 따위가 우리 메이드님을 홀린단 말인가!
이나리 장난을 받아주는 우리 메이드님의 상냥함을 연애 감정이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오타쿠들아!!
웃기시네 ㅋㅋ 그래서 유리아와 메이드 합동 방숭 횟수가?
그러면 메이드가 1년 넘게 유리아 간식 챙겨주는 게 사랑 아니면 뭐임?
야 이나리도 같이 살면 그정도 대접 받을듯ㅋㅋ
응~ 아리아 아직까지 유리아하고 콜라보 한 적 없죠? 제일 친한거 이나리죠?
닥쳐라 유리아님은 바쁘다고!
우와ㅋㅋ무셔ㅋㅋ아무튼 여우커플이 최고존엄임 ㅅㄱ
그렇기에 오래 전부터 메이드를 잘 알고 지낸 사람들은 분노했다.
분명히 오프라인에서 두 사람은 사이가 좋다.
마치 스타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는 듯, 서로의 일상을 찍어 올리면서 누가 보더라도 사이 좋은 커플들의 꽁냥꽁냥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트위터일 뿐, 방송인으로서 유리아와 메이드, 혹은 유리아와 아리아가 좋은 합동 방송을 기획한 적이 없다.
메이드가 유리아의 방송을 돕는 초창기 방송 이후, 버튜얼 육체를 얻게 된 메이드는 유리아와 합동 방송하는 일이 정말 없었다.
초창기에 몇 번 해주는 것이 전부일 뿐, 두 사람은 수상할정도로 거리를 벌리게 되었다.
때문에 유서깊게 메이드와 유리아의 꽁냥꽁냥함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속이 타들어갔다.
분명히 두 사람은 사이가 좋다.
근데 그것을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는다.
이게 무슨 백합 좋아하는 오타쿠들 마음을 태우는 일이란 말인가?
돈, 돈이 문제냐? 돈을 줄테니 너희들이 누리는 백합 일상 우리에게도 맛보게 해다오!
같이 빵만들기, 같이 과자 만들기, 사이 좋게 커피 우려 마시는거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서 왜?
너희들의 일상을 그냥 중계만 하더라도 성공 보장이라고 ㅋㅋ
어려운 기획을 원하는 것도 아니야 우린!
그냥! 그냥 같은 방에서 방송만 켜! 돈은 줄테니!!
하다못해 파티 때에 보인 그 짤막한 일상 단면이라도 우리들에게 제공해 달란 밀이야!
좋아하는 가수가 하라는 노래는 안 부르고 공예 체험이다, 농장 체험이다 뭐다 하면서 온갖 예능 프로그램에만 나오는 모습을 본 팬들의 심정이 된 그들은 미칠것만 같았다.
결코 비즈니스일 리 없는 두 사람의 관계, 완벽주의 메이드와 도움이 필요한 공주님
그러면서도 허당기가 은근히 있는 메이드와 중요할때에는 일할 때 잘 일해주는 공주님
이런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듯한 관계는 정말이지, 훌륭한 케미였다.
때문에 사람들은 기대했다.
[떳 다]
[아리아&유리아 합동 방송]
[심지어 요리 방송이라는데?]
근 본 백 합
손만 잡아도 연애하는 거라고 하는 오타쿠들아, 이게 진짜 백합 연애다.
근데 어떻게 나오려나?
우리들의 믿음은 보상 받는다, 우리들의 믿음은 보상 받는다!
그렇게 아는 사람들은 아는 백합 맛집
선라이즈의 근본 백합이라고 철저하게 믿는 그들의 바램대로 아리아와 유리아의 첫 합동 방송이 개최되었다.
**
[유리 아리 베이킹 방송]
유리아와 아리아를 줄여서 유리아리(白?あり=백합 있음, 백합이 존재함),라는 타이틀로 시청자들의 타겟을 정한 그 방송의 컨셉은 베이킹 방송이라는 화면이 개시되었다.
특이하게도 그날의 방송은 일본 기준으로는 오전 9시에 개시되었는데, 이는 아침 방송이 드문 선라이즈 사람들에게 극히 드문 일이었다.
일요일이라는 것을 감안 해도 드문 낮 시간대이지만 이런 밤낮 뒤바뀌는듯한 시간대에 방송을 하는 아리아의 방송에 익숙한 이들은 일요일의 단잠을 포기하고 일어났다.
도쿄의 오전 9시라면 미국의 오후 8시 황금시간대이기 때문에 방송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콘유리~ 선라이즈 4기생인 쿠로시로 유리아에요.”
“핼로 월드~ 선라이즈 GB 소속의 아리아라고 해요. 모두 좋은 아침 점심 저녁~”
선라이즈의 요리 방송 내지는 베이킹 방송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캐릭터만 나오고 요리 진행 상황은 매니저나 아니면 본인이 찍어 올리는 카메라로 요리 실황을 소리와 함께 중개를 하는 노 비디오 방송
아니면 고정된 카메라에 방송인의 노출을 최대한 가리면서도 요리 진행하는 상황을 직접 실황하는 비디오 방송으로 말이다.
이 날의 요리 방송은 후자였는데, 때문에 시청자들은 해맑게 인사하는 아리아와 조금 졸린듯한 유리아의 목소리와 그녀들의 두꺼운 장갑으로 가린 손을 볼 수 있었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유리아 선배와 합동 방송을 하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우응...”
“어라 선배, 아직도 졸려요?”
“흐아아암.”
방송의 진행은 당연히 메이드라 알려진 아리아가 맡았다.
특이한 점이라면 요리 진행 이전부터 대화의 흐름을 아리아가 맡는다고 해야할까?
카메라가 켜지는 방송임에도 긴장하는 기색 하나 없이 졸린 목소리로 옹알거리는 ‘잠꾸러기’ 모드에 들어간 유리아 특유의 칭얼거림이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미친
평소 목소리보다 더 귀여운데?
미쳤다, 아리아는 저거 매일 듣고 사는거임?
뭐임? 뭐임 지금 무슨일임?
“으아암... 아침 싫어...”
“선배 커피 마실래요? 저번에 말한대로 계피가루 좀 넣어서 향을 다르게 해볼게요.”
“우유...”
“설탕은 평소대로 반 스푼만?”
“으응...”
그리고 그것은 버튜얼 유튜버를 쓴 방송이라기 보다는 두 사람의 소소한 잡담이 사운드를 계속 채우는 방송이었다.
“에고고, 미안해요. 자고 있는 선배 깨워서 진행하는 방송이었다 보니... 여러분 괜찮죠?”
그리고 이런 늘어지는 방송에 미안함을 느끼는 듯 아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근빳따죠!
괜찮습니다! 일요일 오전 시간 무적입니다.
지구 반대편도 오케이입니다! 저희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논다구요!
아 유 오케이? 위 어 오케이
다이죠부 데스!
그리고 영어권 오타쿠와 일본어권 오타쿠들이 합심을 했다.
언어의 장벽?
몰라도 되었다.
이미 완벽하게 무방비된 유리아의 목소리와 그것을 사이좋게 챙기는 메이드... 아니 구미호의 모습은 그냥 듣기만 해도 완벽한 ASMR 방송이었으니 말이다.
이윽고 아리아의 콧노래 소리와 함께 커피 포트가 달아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삐익삐익하는 전자레인지 소리, 가루로 된 무언가가 컵에 따라지는 소리, 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티스푼이 머그컵에 부딪히는 소리 이 모든 것이 말 없이 소리로만 진행되었다.
분명히 ASMR 방송은 아니고 일상 소음에 가까운 그 소리는 방송 용으로는 부적합할지도 몰랐다.
“헤헤, 맛있어.”
“뭘요, 우유는 저번에 말한 대로 외국거 한 번 넣어봤어요.”
“밀크향 진한 게 마음에 드네.”
베이킹 방송은 어디가고 커피와 함께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이 되었다.
컨셉과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방송이 어디있겠냐만 재미있으면 그만이었는데 두 사람의 방송은 왠지 보기 민망한듯한 일상의 부드러운 장면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 티스푼은...”
“아, 이거요?”
센스 좋게도 아리아가 티스푼을 시청자들이 볼 수 있게 카메라에 비춰주었다.
“이거 저번에 선라이즈와 카페 아트레 합동 방송 시 내었던 클레스타인 티스푼이랍니다!”
“그래? 다른 여자 거네?”
“네?”
아리아와 유리아는 캐릭터상 첫 만남이다.
하지만 ‘우리 아는 사람들은 다 알잖아요?’ 하는 듯 생까고 진행하는 두 사람의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안전 경고없이 훅 치고 들어온 자동차와 같았다.
“지금... 나랑 살면서 다른 여자 굿즈를 그렇게 당당하게 내놓는거야?”
“저, 저기 선배?”
“그거, 오늘까지만 써.”
마치 오늘 오전 중까지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듯한 오만하고 당연스럽게 명령하는 유리아의 태도에 아리아는 꼬리를 추욱 늘려 트려 가며 알았다고 대답해주었다.
이게... 백합 본가?
달달함 속에 조교가 들어갔네
무춘ㅋㅋㅋ
외국인입니다. 일본어 몰라요. 그런데 상상가요.
친한 친구끼리 서로에게 엿을 먹이면서 진행했던 이나리와의 방송과 다르게 이번의 방송은 뭐랄까...
러브 코메디?
멜로 드라마?
그런데 백합을 곁들인
이게 본 방송이 아니라고?
오히려 좋아
쏟아지는 많은 채팅 중 누군가가 크게 한탄했다.
아, 이러니까 일상 애니메이션들이 망하지
그랬다.
두 사람의 사소한 대화와 주변 소음이 만들어내는 방송은 그야말로 오타쿠들에게 많은 상상을 자극하는 말 그대로 오타쿠 결전 병기들의 환상적인 콜라보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리아, 고마워”
이윽고 들려오는 ‘쪽’하는 뽀뽀 소리가 들려왔다.
그동안의 불화설을 박살 내려는 듯, 도장을 찍는 듯한 그 소리에 채팅창은 다시 한번 폭주했다.
그리고 진정한 백합 일상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대답을 내놓겠다는 듯한 두 사람의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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