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182화 (182/307)

〈 182화 〉 181화.

* * *

가챠

사람을 매료시키는 단어

한국의 게임 개발사 넥슨에서 일본에 살포한 치명적인 독

3만원이 넘어가는 기회 비용으로 3%이내의 확률을 뚫는 극악무도한 소비

아니 이것을 소비라고 보아야할까?

낭비

그래 이건 낭비였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 낮은 확률을 뚫고 나오는 쾌감은 그 어떤 쾌감보다 강렬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리아의 방송을 보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아니 그래도 숙제 방송인데

아니 그래도 게임 테스트 개발 영상인데

설마 이러겠어? 하는 생각을 모두가 했다.

그래, 30연만에 5성 캐릭터를 뽑은 이나리와 60연이 되도록 5성을 구경 못하는 아리아를 보기전까지 말이다.

“이… 이런 똥겜…”

“우후후, 아리아 광고 방송인데 괜찮겠어요?”

“세, 세상의 매콤함을 너무 제대로 보여주는 게임…”

“어머나~~ 저에게는 달콤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임인데 말이죠.”

이나리는 선라이즈의 기만 여우라는 이명과 함께 운빨 하나만큼은 손꼽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운이라는 스테이터스가 가변적이고 운세는 쉽게 변하는 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은근히 꼬리 아홉개의 여우 아리아의 승리를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떠, 떴냐!?”

이윽고 7번째 10연차를 돌리는 그녀에게는 노란빛처럼 보이는 유성이 내려오고, 흥분에 차서 3성 무기들을 넘긴 그녀는…

“풉.”

“…”

“아하하하하, 일단 5성은 얻기는 했네요? 황금이라구요 아리아, 조금 더 기뻐해도 괜찮다구요~!”

“이, 이건 무기잖아요!”

그렇다.

보는 사람 안쓰럽게 만들기까지 하면서 겨우겨우 이 게임 가챠 최고등급을 달성한 아리아에게 주어지는것은 캐릭터가 아닌 그 캐릭터가 들어야할 무기

장비가 캐릭터를 결정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초창기에는 무기보다는 쓸만한 캐릭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폭소와 동정을 동시에 보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미친ㅋㅋㅋ 무기 뭐냐고

­이 게임 가챠 매운데?

­ㄴㄴ 이나리 보셈 쟨 70연에 5성 캐릭터 둘이잖아?

­사실 이상한건 아리아가 아닐까?

­옳게 된 운

그리고 그녀의 이런 낯선 운이 어색하지 않는 사람들은 과거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메이드 라는 원래 가챠 운 더럽기로 유명함

­아 맞다 그랬지

­ㅇㅇ 클레/유리아 콜라보 기억하는 사람? 운 개똥으로 유명했는데

­아 ㅋㅋ 가챠 금지내렸지

­그거 말고도 에이펙스 상자까기 방송에도 전설뜨는거 본 적 없음

“그 무기를 들고 천하를 정복하자꾸나 아리아야.”

“시끄러워요!!”

“푸, 하, 하, 하.”

­이거 숙제 방송인데 어쩌냐

­가챠 매운거 벌써 들켜버린ㅋㅋ

­역시 붕괴의 미호요의 매운맛 가챠가 어디 가는 거 아니네 ㅋㅋ

­아 붕괴 만들던 회사구나

­ㅇㅇ 아 근데 어쩌냐, 가챠 방식이 완전 페그오인데?

“흠흠, 이 게임은 아직 개발 단계 게임으로 언제든지 개선 여지가 있는데… 아무래도 저희 후배를 보면…”

이성이 나간듯 120연째 4성을 뽑는 아리아를 안쓰럽게 바라본 이나리가 살짝 윙크하며 말했다.

“아무래도 가챠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본인은 똑같은 120연에 2명의 신 캐릭터와 1개의 5성 무기를 뽑고 하는 말 치고는 참 간사하고 사람 복장을 뒤집는 발언이지만, 아리아의 120연으로 단 한 개의 5성 무기를 뽑는 장면을 목격한 시청자들은 이에 공감했다.

“자아, 아리아야, 방송은 이제 이걸로 진행하자꾸나.”

“…”

“네가 칭찬한 캐릭터의 모델링이 뛰어난 게임인데 내.가.뽑.은.5.성.캐.릭.시범 보여야지?”

“…에휴… 이건 비즈니스니 어쩔 수 없네요.”

“아암, 비즈니스야 당연히.”

“그럼 제가 선배 자리로 가면 되나요?”

“으음~ 부탁할게. 그럼 여러분들 잠시만요!”

40초의 짧은 방송 대기 화면 이후, 두 사람은 한 방으로 합쳐졌다.

정확하게는 아리아가 이나리가 뽑은 캐릭터들을 둘러보며 두 버튜버는 사이좋게 옆에 나란히 있는 모델 방식으로 송출이 다시 시작되었다.

“어디보자, 이 게임은 1개의 전투 스킬, 1개의 궁극기 이런 식인데 말이죠…”

“오호라”

“그런데 증폭 시스템은 다른 게임처럼 방어력 감소/공격력 증가 버프스텟이나 공격 횟수 DPS보다는 원소 시스템을 활용한단 말이죠.”

“그렇구만~”

“그래서 선배가 뽑은 캐릭터를 쓰려면…”

“과연!”

가챠의 데미지에서 돌아온듯 그녀는 스탯만 빠르게 읽고 캐릭터를 차분히 조작하면서 조합을 짜내었다.

게임의 시스템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시청자들에게 이 게임의 고유의 전투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진행하는 그 모습은 확실히 익히 알던 게임 고수 아리아다운 진행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척 봐도 강한 보스몬스터의 전투를 빠르게 잡아냄으로 수월한 진행을 보여주었다.

화살 캐릭터의 에임은 빨랐고, 공격이 허공으로 휘두르는 일은 없었다.

대검을 든 캐릭터는 공격 모션을 하면서 돌진 공격을 피하고 지형지물을 활용한 원소 폭발 컨트롤은 예술이었다.

무엇보다도, 게임 개발자가 혼신을 다해서 깎아낸 캐릭터 모델링과 모바일 게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은 마치 환상적인 동화풍의 전투를 가능하게 했다.

“대단하구만, 오픈 월드에서 이런 퀄러티라니.”

“아, 역시 방대한 세계를 로딩하기 때문에 이런 건 힘든가보네요?”

“아암, 공방 퀄러티를 높인 몬스터 헌터 시리즈라면 모를까, 물론 이 게임의 전투는 단조롭다고 볼 수 있지만 그러면 뭐 어때요? 이런 게임은 경쟁보다는 자기 만족에 가까우니 말이죠.”

“그, 그게 뭔가요?”

“흠흠, 게임은 잘해도 경험이 부족한 아리아에게 이 선배님이 친히 설명을 해주도록 하죠.”

이어지는 이나리의 오픈월드 게임의 장점

캐릭터의 유대감과 게임 고유의 상호작용을 통한 몰입감 증가

적당하게 도전심을 자극하는 전투 난이도와 이것들을 도와줄 수려한 그래픽

캐릭터 대사는 잠겨있기 때문에 캐릭터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세상에 빠져들고

게임 내 구현된 소설과 설정집을 통해방대한 텍스트도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를 파고들 수 있는 오타쿠들이 좋아할만한 요소가 많았다.

그녀의 이러한 설명은 광고성 멘트와 함께 진행되었다.

확실히 이런 면에서 본다면 방송을 잘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게임의 칭찬과 적당한 수준의 개선점, 개발 단계의 게임에 대한 칭찬을 하는 식으로 방송이 마저 진행되었다.

시청자들은 전혀 몰랐던 게임을 알 수 있었고 적당한 정보를 소개 받는다.

전투와 경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아리아의 세세한 설명에 영감을, 게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나리의 포괄적인 설명에 공감을 하면서 방송의 텐션이 자연스럽게 조절되었다.

­두 여우 주거니 받거니~

­근데 정말 잘 어울린다.

­역시 선라이즈의 여우들은 하나같이 방송 천재들인가?

­대단하다 정말ㅋㅋ

“하아, 선배… 이 계정 저 가질 수 있을까요?”

“물론 불가능하죠. 이건 애초에 개발 단계의 시범 플레이잖아요?

회수될 계정이랍니다.”

“으으으 선배!!”

애처롭게 게임 내부의 5성 캐릭터, 물 마법사 모나와 화염 검사 다이루크를 번갈아가며 자태를 감상하던 아리아가 돌연 소리를 질렀다.

“선배의 운! 저에게 나눠 주세요!”

그렇게 말한 아리아는 자신의 아바타 캐릭터를 조정해서 이나리 위로 겹쳐올렸다.

“뭉실뭉실! 선배의 운은 이 여우귀에서 오는 건가요? 아니면 이 붓필같은 꼬리털?”

“저, 저리가요!”

“선배! 빼지 말고 이리 와요! 운 내놔!”

“악귀는 물럿거라! 악귀는 물럿거라! 이, 일단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운 없는 구미호 아리아와 운 넘치는 이나리의 유치하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게 하는 장난성 멘트와 함께 방송 종료 화면이 올라가면서 그들의 게임 홍보 방송은 끝마쳤다.

2020년 하반기에 출시된다고 하는 중국 개발사가 만든 게임 원신

아직 개발중인 게임이라고는 하나 막대한 자본이 들어갔고 돈과 개발력으로 퀄러티를 높이겠다는 그 포부와 더불어 일본의 유명한 게임의 표류작으로 악명높았다.

특히 야생의 숨결을 빼닮은 요소들로 인해서 짭숨이다 뭐다 하는 이야기가 방송이 끝날 무렵 나올법만 했지만 시청자들은 방금 전 아리아가 스스럼없이 친 장난에서 나온 멘트에 자극을 받았다.

그들 대부분은 아리아가 움직여서 이나리를 향해 다가간것을 기억해내었다.

이건

그러니까

아리아가 이나리를

덮친다는 건가?

운을 강탈해간다는 건가?

여우 귀와 꼬리를 마음껏 만지면서?

방송 멘트를 말하기 전 부시럭거리는 소리는 도대체?

그렇게 아리아와 이나리의 첫 합동 방송 겸 게임 홍보 방송이 끝났다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채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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