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11화 (211/307)

〈 211화 〉 2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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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키 아오이는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본인이 꽤나 아름답고 인기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 유형에 대해서 표현해보자면, 어딜가나 분위기를 잘 읽고 활발하고 남성스러운 면모가 강한 톰보이 계열의 여자라고 생각했다.

치마보다 바지를 좋아하고, 꽃꽂이나 다도같은 실내활동 보다는 야구나 축구같은 실외활동을 선호했고, 실제로 어릴적 어울리던 친구들은 여자아이들 보다는 남자아이들이 많았다.

그것 의외에도 해외 축구, 격투 만화, 사격이나 승마에 관한 이야기 등 남자들이 좋아하는 토픽에 더 열광하는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지병으로 인해서 활발한 외부활동을 포기하기전 까지는 여자 중학교와 여자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는 무용과 발레를 배우면서 교내 학예회에서는 남자 파트 연기를 하면서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내향적인 오타쿠들이 가득한 선라이즈의 버튜버들 사이에서 조금 독보적인 존재였다.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었고, 타인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인싸식 배려를 받은 버튜버 선배들과 동기들은 유우키 아오이를 좋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유우키 아오이의 매력을 뛰어넘는 존재가 들어오게 되니, 그것은 에이아의 인생에서도 ‘소문으로만 듣던’유형이었다.

타고난 아름다움과 가꾸어낸 아름다움이 완벽하게 조화된다.

근육이 과하지 않게 보이는 매력적인 몸매에 한 듯 안 한 듯한 화장으로 얼굴을 꾸민다.

패션을 완성하는 것은 얼굴과 몸의 선이라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자신감이 온몸에서 흘러넘친다.

총기가 흘러넘치는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자면 빠져드는 것 같고, 듣기 좋은 저음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녹아버릴 것 같은 매력이 느껴진다.

큰 키에서 나오는 시원시원한 움직임과 그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여성스러운 제스처는 안 그래도 아름다운 매력을 더욱 강하게 강조시킨다.

야해 보이는 몸이지만 천박하지 않고, 얼굴로만 먹고살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똑소리가 날 정도로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말을 잘하는 여인은 한국인이 가지는 이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이지 않은 친밀함을 보이면서 회사에서 가장 유명한 여인이 되었다.

“왜 그렇게 뚫어져라 봐?”

“그냥, 유나 덕분에 내가 잘 되고있는 거 같아서.”

“또또 그 소리한다. 아오이가 잘 한건데 왜 나한테 공을 돌리는데? 고맙다고 할 거면 차라리 이나리 선배에게 하는 게 맞지.”

용사 에이아의 초기 성장세는 느리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오타쿠들에게 어필이 가능한 귀여운 모에 보이스나 오타쿠 토크, 인터넷 시청자들에게 어필이 가능한 빼어난 노래 실력이나 게임 실력, 혹은 ASMR 방송 같은 눈에 띄는 특기를 보유하지 않는 그녀는 다른 동기들에 비해서 눈에 띄는 어필 포인트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녀를 실제로 만나보면 누구라도 좋아하게 되는 선라이즈 최고의 인싸라는 점을 활용해서 다양한 합동 방송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닳고 닳은 오타쿠들이라면 즐길 수 없는 클리셰들을 누구보다도 잔심으로 즐겨하면서도 시청자들의 코멘트를 잘 읽고 소통을 잘 하게 된 그녀는 데뷔 이후 반년 만에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런 그녀의 성장이 폭발한 적이 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유나를 향한 장난 카메라’에서 시작된 선라이즈의 패션킹 콘텐츠였다.

옷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만큼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잘 나올 수밖에 없었고, 정상인들 중에서도 센스가 좋은 메이드와 에이아는 서로 현실 친구같은 티키타카를 이루어 내면서 인싸 특유의 폭넓은 공감대를 자극하는 토크를 진행해 나갔다.

에이아에 대해서 알고는 있어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던 사람들도 툭만하면 폭주하기 십상인 다른 캐릭터들에게 태클을 걸면서 고통받는 ‘츳코미’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녀가 드문드문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암컷 무빙’이라 불리는 여성스러움을 어필하는 포인트에서 반전미를 느낀 사람들은 그대로 에이아의 팬이 되었다.

한 달에 걸쳐 진행된 선라이즈 패션킹 콘텐츠를 통해서 자신의 채널이 크게 성장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유우키는 자신과 좋은 케미를 이루어준 유나에게 고마움을 자주했고, 유나는 그런 에이아의 감사가 부담스러웠다.

“아무튼 유나가 데뷔하고 나서 보는 건 처음인가? 저번에는 해외 애들이랑 같이 방송을 한다고 고생했다면서?”

“으으, 다음에는 절대로 일정 나누어서 해야지... 또 이렇게 2주 가까이 협동 방송 진행을 했다간 내가 죽어갈거야... 그렇게 말하는 에이아도 요즘 여러 기획 짠다고 바쁘지 않아?”

“음, 확실히 최근 들어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GB쪽 일을 하는 너에게 흘러갈 줄 몰랐네.”

“나, 이래 보여도 구미호 아리아와 메이드 라 겸직이라고. 네 이름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기획 모집 글이 얼마나 자주 보이는데, 그 정도야 알고 있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요즘 들어서 방송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잘 흘러가고 있기도 하고, 매니저도 힘든 건 알고 있지만 지금 유튜브의 검색 알고리즘의 축복을 받을 때 화제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버튜버들이 대충 어느 과정을 통해서 뜨는지 잘 알고 있는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요즘 키리누키 동영상들도 많이 보이더라, 전용 채널들도 자주 보이고.”

“그리고 너 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영어가 꽤 되는 몸이니, 적어도 개인 방송에서만큼은 해외 형님들하고도 소통하고 싶어진다구.”

합동 방송이 잦으면 개인 방송이 줄어드는 게 보통이다.

혼자서 기획하고 진행하면 되는 개인 방송과 다르게, 합동 방송같은 경우에는 서로에게 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사전에 아이디어 구상을 하거나 방향을 잡고, 때로는 매니저들의 개입이 들어오기도 하니 말이다.

때문에 방송에 잠깐 들어가는 정도의, 그러니까 메이드 라처럼 디스코드에 잠시 목소리만 출연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합동 방송이 잦으면 잦을수록 개인 방송 시간이 줄어드는 게 정상이지만 에이아같은 경우에는 기합과 체력으로 어떻게든 개인 방송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편이었다.

“자, 오늘은 일 이야기를 그만 하자구, 유나 너도 휴가고 나도 오늘은 오프인 날이니.”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두 사람은 시내에 도착해서 백화점에 차를 주차했다.

산뜻한 봄바람이 찾아옴과 동시에 사회를 꽁꽁 얼려두었던 코로나로 인한 봉쇄 조치가 해제된 탓인지 거리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왠지 모르게 활기차보였다.

신문에서 표현하던 얼어붙은 상권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에, 두 사람 또한 그 분위기를 느끼고 기분 좋은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디 가서 쉽게 보기 힘든 미인인 두 사람은 돌아다니는 것 만으로도 많은 시선을 모았다.

보이쉬한 매력이 넘쳐나는 유우키와 아이돌같은 매력이 넘쳐나는 유나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방송국의 취재를 두 번 받을 만큼 보통 사람이라면 경험하기 드문 쇼핑을 이어나갔다.

“일단 사야 하는 건 다 샀다.”

평범하게 자신에게 맞는 옷들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쇼핑이라면 모를까, 이번에는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사기 위한 일종의 미션에 가까웠던 만큼 유우키는 살짝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요즘 들어서 집에 박혀있는 나와 다르게 유우키는 밖에 자주 나가야하니 말이야.

그런데 유우키도 좀 뭐랄까, 이런 화사한 원피스같은 거 입고 다니면 좋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유나는 자신이 산 원피스가 들어간 가방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민소매에 하늘하늘한 밑단, 하얀색과 파란색이 아름답게 섞여있는 원피스는 보기만해도 시원하면서도 청초한 아름다움을 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글세, 나는 저런 여성스러운 옷이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데 말이지.”

“한 번 입어보라니까? 유우키도 충분히 이런 귀여운 옷들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져!”

감수성이 맞는 친구와 쇼핑하면서 간만에 오타쿠적인 감성이 아닌 일반인 특유의 감수성을 자극당한 유나의 두 눈에는 빛이 반짝거렸다.

그녀는 봄과 여름에 입을 수 있는 원피스 코너를 한 번 둘러보더니, 보이시한 패션만 고집하는 유우키에게 원피스를 쭉 권유하고 있었다.

“내, 내가 이런 여성스러운 옷을 입을 수 있을 리 없잖아!”

“왜? 짧은 머리에 원피스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구닥다리 패션 감각을 가진 건 아니잖아?”

“하지만 나 세보이는 인상이라...”

“그러면 이 모자를 쓰면 되지, 밀짚모자에 하얗고 파란 원피스에, 저기 팔고 있는 샌들이면 어여쁜 여름 아가씨 패션 완성이라고.”

“그, 그런가?”

다른 이가 말하는 것도 아니고, 유나가 권유하는 말에 유우키는 평소라면 거뜰어보지도 않을 원피스에 다시 시선을 주었다.

하늘하늘한 디자인의 원피스와 어머니에게서 ‘내가 아들을 낳았지 아들을’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자신과의 조합이라...

소녀답다는 말보다는 소년답다는 말을 들으며

예쁘다는 말보다는 멋지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온 유우키 아오이의 인생에 느닷없이 찾아온 원피스의 존재가 그녀의 머릿속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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