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옆방엔 버튜버가 산다-231화 (231/307)

〈 231화 〉 230화.

* * *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리아와 코모레비의 앨범인 ‘푸른 혜성에 빌어’는 선라이즈의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살짝 염세적이면서도 결국에는 사랑을 이어 나가겠다는 가사

여자와 여자가 부른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 아리아의 낮은 음역대와 환상적인 대조를 이루는 코모레비의 음역대는 마치 오페라의 곡처럼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한 전달력을 가지고 있으며

키를 높여 부른 아리아와 코모레비의 한 사람이 부르는 듯한 미성(美?)의 듀엣은 일본 가요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합창 수준이었다.

하물며, 코로나 이후 조명을 받고 있는 버튜버, 그것도 선라이즈라는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자본을 자랑하는 버튜버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곡이었기에 지상파에서도 조명을 했다.

2017년 이후 ‘침체되었다’라는 표현이 신문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약세를 보이던 일본 가요계에서 ‘가창력’이라는 무기를 들고 온 버튜버의 출연은 단순히 버튜버의 음악을 듣는 인터넷 방송을 즐겨보는 청자들 의외에도 많은 사람이 듣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추천을 타서 점점 올라가기 시작한 PV영상은 얼핏 보면 심심한 영상였으나 그 덕분인지 서브컬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영상이 되어서 많은 이들이 저항감 없이 보기 시작했고, 노래를 완전히 들은 사람들은 ‘빠졌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들이 되었다.

그야말로 전례 없는 성공에, 초회 한정판 앨범은 사이트에 개시된 지 20초만에 전부 매진되고, 주류 음반 유통 사이트에서는 30분이 지나지 않아 모두 마감되었다.

잘 만든 곡이라고 내부에서 평가가 되었으나, 이만한 성공을 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회사와 아티스트의 잘못된 예측 덕분에 팬들은 가슴이 타들어갔다.

­제발 음반을 팔아줘요 제발!

­아니 이건 오타쿠들의 음악이라고 왜 인싸들이 가져가냐고

­어이가 없네, 버튜버 본다고 뭐라하던 여동생이 예약 성공했다고 기만함ㅋㅋ

­와 근데 여러 번 듣는 데 질리지가 않아, 가사가 조금 오글거리긴 한데 그걸 없애 버리는 가창력이다 ㅋㅋ

­회사에 문의 넣으려고 했는데 사이트가 터졌더라ㅋㅋ

“우와아아, 코멘트들 무섭네. 돈을 줄테니까 더 내어달라는 이상한 요구라니...!”

며칠 후 돌아오는 유키하라 언니 대신에 임시 매니저가 된 코이즈미 언니는 광인의 미소를 지은 체 나를 껴안았다.

“역시 유나! 나의 복덩어리! 나의 구세주! 나의 빛!”

열 번이 넘어간 이후 세는 걸 포기한 포옹에 나는 토닥여주지도 않고 계속해서 모니터에 집중했다.

“마미 선배님은요?”

“아 마미 ‘님’말이지? 지금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어.”

어느 새 ‘마미 매니저’ 내지는 ‘아티스트 니아’에서 ‘님’으로 승격된 마미 선배의 존칭이 제법 어울린다고 생각한 나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온 츠유에게 손을 흔들었다.

“츠유야 어서 와. 근데 무슨 일이야?”

“저… 저… 방금 매니저에게 예상 수익을 보고 왔어요… 다, 단위수가… 단위 수가…”

매니저로 일한 적이 있는 나는 업계에서 ‘커다란 성공’이 얼마나 커다란 금전적인 이득을 가져오는 지 잘 알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대충 계산기를 두들기고 ‘아 이번에는 일차적으로는 이만큼 버는구나’를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명시절이 길었던 코모레비는 이런 성공이 처음인 지 나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굴고 있었으니 그 모습에 나는 그만 미소짓고 말았다.

노래를 부를 때는 그렇게 나를 잡아먹을 듯 몰아붙이더니, 어젯밤 반응도 그렇고 꿈을 꾸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 말이다.

“유나는 코모레비처럼 저런 반응 보일 줄 알았는데.”

“코이즈미 언니, 제가 이전에 누구의 매니저였죠?”

“쿠로가와 나에… 아.”

구독자는 몰라도 수익 면에서는 선라이즈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나에 언니랑 사는 나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오고, 어마어마한 수수료와 세금이 떼어지는 것을 자주 봐서 그런지 금액면에 대해서는 어느새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그렇기에 나는 사회 초년생의 얼떨떨한 반응­주로 자신의 뺨을 꼬집거나, 애꿎은 스마트폰을 마지작 거리는­을 바라보며 유열을 느끼는 입장이 되어있었다.

“뭐랄까, 예전에 차를 받겠다며 아득바득 협상하는 유나는 귀여웠는 데 말이지.”

“이제는 아니에요?”

“응, 이제는 그냥 숭배대상이야.”

코이즈미 언니는 선라이즈의 중역으로서 결코 천박한 배금주의의 윗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나는 언니의 지나칠 정도로 열렬한 반응이 의아했다.

분명히 사회 트랜드를 장식하는 ‘인기 급상승 1위’는 커다란 성공이다.

하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자주 들어오며 커다란 규모의 돈을 굴리고 커다란 일을 벌리는 데 익숙한 언니가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반응하는 게 이상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여태껏 우리는 서브컬쳐 분야에 있었다고. 물론 인터넷 방송이라는 게 양지와 음지를 통트는 문화긴 한데, 결코 지상파에 당당히 오를 만한 수준은 아니란 말이지?”

아무리 코로나 이후로 많은 규모의 스태프들이 모이는 지상파 방송국들이 피해를 입었다고는 하지만 전국민의 TV에 송출되는 어마어마한 파급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대중성’내지는 ‘미디어 파워’에 있어서는 공중파가 강세를 점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었으나…

“그런데 애초에 언더 내지는 서브에 있던 사람들이 성공해서 메이저로 가는 거 하루 이틀이 아니잖아요? 가령 요네즈 켄시라던가, 요아소비 라던가…”

“그건 그런데…”

잠시 고민하던 언니는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풀기 시작했다.

지상파에 버튜버들을 소개하는 방송 안건에 대해서는 ‘실존하지 않는 가짜들’을 광고한다고 비아냥거림을 당했다던가

이미 애니메이션에 의해서 충분히 오타쿠들에게 양보를 하고 있는데 인터넷 방송인이 어떻게 지상파를 넘보느냐! 라는 이야기를 울분을 내뱉듯 말한 언니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고개를 절로 끄덕였다.

“그러니까 저희가 일본 공중파의 꼰대들에게 엿을 먹인거군요?”

“솔직히, 일본 가요계는 이미 BTS같은 한류 아이돌이나 보컬로이드 음악을 제작하던 서브컬쳐 아티스트들에게 넘어간 지 꽤 오래 되었지만, 공중파의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는 ‘오타쿠 회사’의 ‘인터넷 방송인’이 이만한 성공을 거둔 적이 없었으니 말이야.”

사실 나도 츠유만큼은 아니지만 인기 급상승 1위나 NHK 뉴스에 잠깐 등장한 게 어느 정도의 성공인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니 확 체감이 간다.

음… 크게 해냈구나, 단순히 인터넷에서 홀로 방송하는 방송인 치고는 말이야.

“그래서 당분간 바쁘겠지만 잘 부탁해! 이미 여러 커다란 이벤트와 방송에 너희들 출연 일정을 잡아두었어!”

“에?”

“당분간 무지막지하게 바빠지게 될 예정이니 아리아의 100만 구독자 축하 이벤트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아 맞다!”

나 100만 달성했지!

한 사람의 유튜버로서 자랑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이 틀림 없지만 왠지 모르게 현실감이 들지 않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성장 추세를 보니 마땅히 이정도는 달성하겠지­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 내 표정을 충격을 받아 굳었다고 생각하는 듯 나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코이즈미 언니는 어깨를 두들기고는 나와 츠유에게 스케줄이 적힌 표를 나누어주었다.

그러니까, 이건 일본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고, 이건 일본의 유명한 가요 프로그램이고… 이건 오프라인 행사인가?

어마무시한 스케줄을 본 나는 문득 잘나가는 한국의 아이돌은 1­2시간씩 쪽잠을 자면서 행사를 뛰어다닌 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러니까, 여기에 개인 방송 일정을 넣는다면…

맙소사!

당분간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제제제, 제가 ZIP 과 오오오, 오샤레이즘에 나온다구요?”

하지만 나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츠유의 눈에는 기쁨이 감돌았다.

내가 잘 모르는 일본의 프로그램들이 일본인들에게 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인지 그녀의 두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솟아나왔다.

하드한 스케줄 따위 뭐가 문제라고 하는 듯, 내 손을 붙잡으며 펄쩍 뛰면서 기뻐하는 츠유의 얼굴을 본 나는 입밖으로 나올 뻔한 ‘스케줄 조정해주세요’라는 말을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언니, 저희 해냈어요!”

“그, 그래!”

“저 너무 기뻐요! 제가, 제가 드디어!”

아이돌이 되고자 여러 사무소의 문을 두들기며 TV속에 화려하게 빛나는 자신을 꿈꾸던 소녀의 눈을 바라 본 나는 집에 돌아간다면 해외 직구로 한국 홍삼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