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3화 〉 29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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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리아 국적은 어디다?
당근 한국 빠따죠.
대구탕 마는 폼 봐봐
마늘에 고추 썰어넣고 대파 퍼넣고 휘젓는 폼이 한 두 번 해본 게 아님
개인적으로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것까지 기대했지만, 거기까지 가면 진짜 미소녀 육체 뒤집어 쓴 아저씨니 넘어가고.
아무튼 딱 봐도 과음으로 방송 9시간 지각했는데 해장술 한답시고 술 까는 거 보면 진짜 보통내기가 아니긴 한듯ㅋㅋ
아리아 여태까지 이미지가 대기업에서 빡세게 관리하는 오타쿠 절대죽여버리는 기계인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안의 사람이 털털해서 좋았음.
솔직히 술 한잔 걸치고 힘들다고 칭얼거리는 게 너무 현실감 넘치는 애교 덩어리라 심장 쿵함.]
ㄹㅇ국밥에 밥 말아먹고 그릇째로 시워어언하게 들이키는 모습 보니 나도 해장한 듯
다데기는 안 넣어먹음?
다데기는 돼지국밥용임. 대구탕에 다데기 넣으면 맑은 국물 맛 흐려져서 별로임
근데 소주 까는 폼이 빼박 한국인인데?
아리아 국밥 마는 폼 진짜 일품인건 맞다.
밥도 밥인데, 결국 술 한 병 더 까려다가 유리아에게 걸려서 혼나는 거 까지 진짜 죽여줬음
상황극 아닐까?
글세? 유리아가 귀여운 척 하는 목소리 안하는 거 보면 찐상황 같은데
이상하다 술에서 백합향나요.
아리아의 커뮤니티에서 영원히 타오르는 떡밥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국적 논쟁이다.
발음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아리아의 국적이기 때문에, 각국의 버튜버 커뮤니티에서는 아리아의 국적을 맞추기 위해 각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서서 사람들을 설득하는 글들이 개념글로 자주 올라왔다.
처음에는 일본인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수상할정도로 레딧의 밈을 잘해서 그런지 한동안은 영어 문화권의 서양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고전 게임 탐방 콘텐츠에서 스타크래프트 방송을 통해서 한국인이 아니냐는 의견이 잠시 생겼지만, 이후에는 딱히 한국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아서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게 정설 아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런데 술을 마시는 폼을 보면 국적을 안다고 하였는가?
술 잘마시면 무조건 러시아 사람이라고 외치는 불곰인들을 제쳐두고 보자면, 위스키들을 자주 마시니 역시 미국인 아니야? 하는 생각을 들게 하며 그 정설을 굳히는 듯 하였다.
그런데, 다음 방송에서 진행한 사죄 방송에 힘든 컨디션으로 찾는 소울 푸드가 한국식 생선 국밥이라는 사실이 퍼지고, 그것을 말아먹는 폼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한국인설이 크게 부상했다.
애초에 한국 인터넷을 지배한 고자라니 밈을 알고 있는 아리아가 한국인이 아닐 리 없다!
밥 먹는 폼을 봐봐, 서양인들이 저렇게 맛깔나게 국밥 말아먹는 거 봤냐?
국밥 말면서 소주 찾는 건 빼박 한국인이지
각 문화권의 아리아 팬들이 모이는 레딧에서 또한 한국인설이 크게 부상했다.
어젯밤까지만 하더라도 ‘버번을 제일 많이 마셨으니, 그녀는 무조건 캐나다 혼혈인이야!’ 하는 주장이 우세했으나, 한 게시글로 인해 아리아 한국인설을 강하게 주장했다.
[아리아가 말아먹은 마늘 양
아리아가 손에 든 숟가락은 L사의 키친 모델에 포함된 일본 가정용 스푼임
아리아는 국밥을 말 때 이것을 두 스푼 가득 넣었는데, 직접 마늘을 사서 빻아본 결과, 아리아의 숟가락으로 마늘 두 스푼 가득을 담으려면 마늘을 일곱 알은 다져야 함.
그런데 국에 이렇게 무식하게 마늘 때려박는 사람이 한국 아니면 어디임?]
아, 마늘은 킹정이지
왜 이탈리아 쪽에서도 마늘 많이 먹지 않아?
그 나라는 일 인당 마늘 소비량이 7kg이야.
...평생?
그럴 리가, 연간 소비량이야.
물론 언제나 타오르는 국적 논쟁을 제외하더라도, 저번 사죄 방송에서 나오는 이야깃거리가 대단히 많았다.
[밥 먹는 본새가
아주 든든해.
다른 버튜버들이 가끔 먹방 할때는 캠을 의식해서 그런지 진짜 찔끔찔끔 먹는데, 아리아는 그냥 혼자 진짜 먹방을 찍어버리네
스푼 가득 밥을 퍼담은 후 깻잎을 싸서 먹는 폼을 보니 아주 든든함ㅋㅋ
솔직히 여자가 캠을 켜고 저렇게 밥 먹는거, 전문 먹방 스트리머 아니면 꺼리는 일인데 대단한 듯]
응 느그 스트리머 돼지
ㄴ손가락하고 팔뚝 보셈, 저게 돼지임? 돼지는 육수 뽑는 니가 돼지고
ㄴ또 타 스트리머 애들이네, 제발 꺼지셈
밥 먹는 폼이 시원하다 못해 그냥 속이 뚫리네
ㄴ국밥이 저렇게 맛있는 거였음?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처럼 먹어서 놀랐네
ㄴ원래 술 마시고 다음 날 마시는 국밥은 맛이 두 배라고.
아무튼 아리아 평소 언행 보면 밥도 깨작깨작 먹는 거 같았는데... 아니었구나
애초에 전생이 선라이즈 쿡방 선생 메이드 라임, 항상 예쁜 요리만 찍어 올려서 인스타 감성 듬뿍 묻어나는 여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링피트 방송 생각해보셈, 저사람은 그냥 괴물임
먼저 다른 스트리머와 크게 대비되는 밥 먹는 모양새
물론 국밥이라는 음식이 예쁘게 먹을 수 있는 음식하고는 거리가 좀 먼 음식이지만, 그렇다고 국물을 뚝뚝 흘려가면서 밥을 먹는 실황을 중계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분석글을 통해서 그녀가 섭취한 국밥이 성인 기준 2인분이라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서, 아리아에게는 대식가 밈과 ‘먹어도 살이 안 쪄요’같은 기만자 밈이 붙게 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 파생 밈이 만들어지고, 그녀의 밥 먹는 영상 일부가 하이라이트로 만들어진 것으로 한 번의 음주 소통 방송과 사죄 방송은 의도적인 실수가 아닐까? 하는 정도로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두 번의 방송으로 단순히 아리아의 캐릭터에 새로운 밈을 생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부족했던 실시간 소통을 도합 5시간 이어가는 것으로 시청자들이 자주 하고 있었던 오해들을 많이 해소했다.
언제나 초인 같은 모습을 보이던 아리아였다.
프로게이머들도 혀룰 내두르는 게임 센스
실력파 게이밍 스트리머와 견줄만한 게임 집중력
영어, 일본어, 한국어를 원어민으로 구사하는 외국어 실력
가요계에 당장 진출해도 이상하지 않을 가창력
지루할 틈 없이 톡톡 튀어나오는 재미있는 기획력
거기에 성우를 맡아도 될 정도로 깊어진 캐릭터 연기력까지
농담 아니라 방송국에 진출해서 세계적인 아이돌이 될 인재가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었으니, 회사 입장에서도 이런 인재가 실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엄청난 서포트를 시행했을 거라 예상했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아리아의 인터넷 방송은 재미는 보장되어 있었지만, 마치 TV 속 연예인들이 일상 예능에 나오지 않는 한 거리감을 느끼는 것처럼, 아리아는 거리감이 장점인 인터넷 방송인임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거리감이 상당한 편이었다.
그녀가 보여주는 것은 ‘방송에서 이렇게 보여야지’라고 할 수 있는 컨셉이었다.
거기에 아리아 또한 방송을 통해 만들어지는 밈을 알고, 캐릭터의 이미지 관리를 신경쓰는 타입이다 보니 ‘인공적이다’라는 오해는 더더욱 깊어졌다.
인터넷 방송에서 보기 힘든 완성된 퀄러티 덕분에, 알게 모르게 시청자들과 아리아 사이에는 그런 거리감이 놓여있었다.
속된 말로는, 거대 기업에서 너무 대놓고 오타쿠들 돈 빨아먹으려고 데뷔시킨 애 아니냐? 하는 날선 의견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속을 터놓는 음주 방송, 그리고 본인의 이미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음주 지각을 사죄하기 위한 해장 음주 방송이라는 읽기만 해도 어지러운 방송 이후
사람들은 아리아의 구미호 컨셉 뿐만 아니라 아리아라는 방송인 자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대변하듯, 아리아의 방송 스타일은 크게 바뀌었다.
*****
요즘 들어서 방송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이전에는 한 달 방송 계획을 잡고, 주마다 이틀 정도의 여유분을 비워두어서 트랜드에 맞는 방송 주제를 선정하고,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세하게 조절해서 방송을 진행했었다.
매니저 때의 습관이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나는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유키하라 언니에게 기획서를 자주 보냈고, 소비자의 시선과 매니저의 시선에서 내 방송을 철저하게 분해하여 피드백을 주었다.
돌이켜본 내 방송은 내 인생과 비슷했다.
실수를 두려워하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정해진 성공의 길만 걷던 모습
마치 언니를 만나기 이전의 나의 모습을 말이다.
하고 싶은 변명은 많았다.
나는 인터넷 방송인을 할 생각이 없었어
버튜버가 될 마음이 없었어
나는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이야, 실패해서는 안 돼
이러한 마음가짐들이 지금의 아리아를 만들었다.
절제된 감정 표출, 인위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통제되는 상황을 자주 만들었다.
이렇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잘 나가는 버튜버들도 찾아오는 슬럼프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었는데...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주었다.
내가 연출하고자 하는 우아하고 완벽미를 추구하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사람을 홀리면서 인간 세상에 흥미를 느끼고 다양한 체험을 하려 하는 아리아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나를 말이다.
반쯤은 장난으로,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진행했던 술 방송은 놀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다음에 진행한 사죄 방송 또한 놀랄 정도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래도 되는걸까?
이런 식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날것의 나를 보여주어도 되는걸까?
나의 의문을 풀어준 것은 역시 나에 언니였다.
‘유나는 나를 홀릴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니까, 아리아가 아니더라도 충분하지 않아?’
자부심이 뚝뚝 묻어나오는 언니의 그 말에 나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였다.
아, 나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더 대단하구나
현실의 내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는구나.
그것은 안도감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내가 한때 소망하던 ‘아이돌의 인기’라고 해야 할지
가슴 속을 간질거리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 기둥이 세워진 것처럼 단단한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준다.
아리아가 아니라 유나를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늦은 건 놀랄정도로 신비한 일이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였고, 나는 방송인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200만 구독자라는 숫자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이전이라면 압박감을 느낄 숫자였지만, 이제는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리아가 대단한 것도 있지만
그 안에 있는 유나도 대단하다.
그러니까, 이렇게 된 거고 이 유나의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나는 덤덤하게 내 성공을 받아들였다.
언니는 그런 모습이 얄밉다면서 틱틱거리긴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언니 말대로 나는 그 쿠로가와 나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대단한 사람인데!
그래서 요즘 들어서는 방송이 너무 편하다.
그냥 아무런 기획을 하지 않고 대충 방송을 켜고, 시청자들과 틱틱거리면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어도 키리누키 영상이 만들어지고 밈이 태어났다.
내 방송을 다시 돌려봐도 이전에 비해서 편하고 자연스럽다고 해야할까
캐릭터와 내가 합쳐지는 기묘한 감각이 들 정도로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니까, 마나는 조금 더 자신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니까?
이 아리아보다 대단한 버튜버는 마나밖에 없다니까요?”
“후우... 나도 너처럼 그랬으면 좋겠어.”
그런 까닭에 최근 들어서 마나가 나에게 외로움을 호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녀와 나는 비슷한 성장세를 겪었다.
단기간에, 선라이즈는 물론이고 방송업계의 레코드를 갱신할 정도로 뛰어난 성장을 보였던 우리 두 사람은 유이한 천재다.
그녀는 1등성으로 빛난다면 나는 그 주위를 도는 2등성이라고 해야할까.
어찌 되었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스타, 말 그대로 하늘의 별이었으니까.
이전에 100만을 돌파했었을 때부터 마나가 나에게 개인 디스코드를 보내는 일이 있었지만, 예민한 방송인답게 그녀는 나의 변화를 읽어내었다.
저번 달을 기준으로 390만 구독자를 돌파하게 된 마나는 유튜브 최고의 구독자 숫자를 갱신을 노리는 업계 거인의 후보가 되었고, 그녀는 막중한 부담감을 호소했다.
매니저 시절부터 그녀가 ‘지나치게 많은 구독자’에게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일년 사이에 성장한 마나는 다른 버튜버들과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니 말이다.
“마나,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니까요?
왜, 래퍼들처럼 ‘나는 개쩔어, 엄청 대단해, 돈도 많고 끝내주는 여자들하고 뜨겁게 놀지’같은 마인드를 가지라니까요.”
내 어설픈 래퍼톤을 들은 그녀의 목소리가 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야 그게? 돈이 많긴 하지만, 이사 가느라 저축 다시 해야하고, 끝내주는 여자하고 뜨겁게 논다니, 그거 성희롱이라고.”
“뭐 어때요? 마나는 아리아라는 끝내주는 여자하고 뜨겁게 논 적이 있으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잖아요?”
“뜨겁게 논다는 게 마인크래프트에서 용암에 빠트린거냐구!”
심통이 난 아이의 목소리가 어찌나 귀엽게 들리던지,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상담을 해주기로 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게 화를 내던 마나는 작게나마 ‘고마워’라고 중얼거렸다.
“어때요 저, 끝내주는 여자 맞죠?”
“에휴, 어쩌다가 이런 애가 내 후배인건지.”
“그러지말아요. 마나 선.배.님.”
“그거, 비겁해.”
유독 선배 소리를 듣기 좋아하는 명랑한 꼬마에게 실컷 립 서비스를 해준 나는 그녀의 수줍은 ‘고마워’소리를 들은 이후 통화를 종료했다.
마나는 참 귀여운 사람이다.
대단한 사람인데 본인의 재능에 겁을 먹다니...
근래 들어서 쓸데없이 자존감이 흘러넘치기 시작하는 나와 비교하면 정말 귀여운 사람이었다.
“의외네, GB의 마나씨가 큰 성공에 두려워하는 사람일줄은.”
“그러게요, 제가 방송 부담감을 이겨냈다는 걸 알아차린 이후 거의 매일 통화를 걸어올줄은 몰랐네요.”
“네 귀여운 선배 좀 챙겨주지 그러니?”
“그러게요... 아무래도 우리 귀여운 마나 선배를 위해 재미있는 합동 방송 좀 기획해볼까 싶네요.”
큰 성공을 앞에 마주하고 긴장감을 느끼는 선배를 달래기 위한 기획을 짜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선라이즈 버튜버들의 스케쥴을 확인했고, 몇 사람의 일정을 확인한 나는 기획서를 쓰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켜서 작성하는 기획서가 아닌
디스코드 채팅으로, 날림으로 기획하는 듯한 가벼운 기획서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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