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4화 〉 2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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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초등학생에서 희망 직업을 조사했었을 때, 과거에는 야구 선수나 축구 선수, 과학자나 의사나 공무원같이 화려하거나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높은 순위로 손꼽혔다.
그러나 지금은 게임 개발자나 IT 기업 종사자 같은 직업들이 순위에 올라왔고, 가장 높은 순위는 바로 인터넷 방송인, 즉 유튜버였다.
확실히 인터넷 방송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되면서 어린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돈도 잘 벌고, 성공한다면 아이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인터넷 방송인을 꿈꾸기 시작했다.
서점에서도 유튜버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책들이 등장하고, TV에서도 ‘이것이 제4의 물결? 유튜버가 지배하는 인터넷 세상!’ 같은 프로그램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방송인이라는 직업은 사람들 곁으로 성큼 다가오게 되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인을 도전해보았던 사람들은 이 일이 미디어에서만 포장하는 성공만 가득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저 하늘에 빛나는 스타가 된 이들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고, 그 별을 꿈꾸다가 뜨지도 못하고 이 판을 떠난 사람들은 굉장히 많았다.
이러다 보니 인터넷 방송인이 된다는 것은 확고한 자신감과, 그것을 받쳐주는 타고난 재능이 넘쳐야만 가능한 일이 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번다.
다른 사람들은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가며 돈을 벌거나, 상사에게 머리 깨져가면서 업무에 시달리거나, 악독한 교수에게 붙잡혀서 하루 12시간을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휴대폰을 가슴위에 얹고 자며 문자를 칼 응답하는 생활을 보내면서 버는 돈을 마우스와 키보드를 움직이며 버는 일이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었고, 게임을 즐겁게 하는 이들도, 말을 잘해서 주변에서 인기 좋은 사람들도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일이 바로 인터넷 방송인이다.
그런데도 도전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아는 데도, 저런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따라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치 유나가 가상의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유리아를 보고 버튜버에게 큰 매력을 느꼈듯
데뷔 2년이 되지 않아 최고의 버튜버가 된 마나 또한 버튜버의 세계로 이끈 사람이 있었다.
갓 데뷔한 신인 배우가 톱 배우가 나오는 작품에 같이 출연하기를 꿈꾸는 것처럼
마나 또한 초창기에는 다른 선배와 즐겁게 방송하고 떠드는 것을 꿈꾸었다.
일본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영어를 쓰는 다른 귀여운 후배로 그녀와 함께 방송하는 그림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니, 언젠가 자신도 커서 그렇게 합동 방송을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선라이즈에 입사하여 방송에 데뷔했다.
그리고 역대급 재능을 지닌 마나는 선라이즈의 공격적인 마케팅, 영어권 버튜버 시장에 돋보이는 실력,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 등으로 인해서 데뷔한 지 1년도 아닌 한 달 만에 자신이 목표로 삼았던 버튜버를 제치고, 그 이상으로 멀리 올라가 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꿈꾸길 희망한다는 100만 구독자를 데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달성한 진짜 괴물의 등장에 다른 버튜버들은 그녀를 꺼렸다.
스타들의 스타가 되어버린 마나는 같은 동료라기보다는 업계의 커다란 선배 취급받으며, 한데 어우러지기는커녕 겉돌게 되었다.
그랬던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선후배 관계로 대할 수 있는 편안한 후배 아리아가 등장했다.
GB 2기생이 아닌, 프로젝트 : 드림을 통해서 데뷔한 그녀는 홀로 데뷔를 했다.
정말로 지치고 힘들 때, 방송을 진행하지 않을 때 동기생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 존재였는지 잘 알고 있는 마나는 홀로 데뷔한 아리아를 걱정했었다.
그러나 그 걱정이 무색하게, 아리아는 마나와 버금가는 성장세를 보였다.
비록 지표상으로는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초창기의 그녀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아리아를 보며 마나는 안도했다.
단순히 홀로 데뷔한 후배가 꺾이지 않고 열심히 방송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뛰어난 실력으로 그녀의 행보를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세상에 그녀같은 존재가 한 명 더 있었다.
그것으로 느끼는 안도감은 문자로 풀어낼 수 없는 성질이었다.
그래서 동기생들에게 느끼는 감정 이상의 감정을 아리아에게 느꼈다.
그녀야말로 홀로 빛나는 자신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말이다.
전설적인 커리어를 써 내려간 선배로서, 후배인 아리아를 잘 이끌어줘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말이다.
그랬던 그녀였다.
그랬던 그녀였는데, 요즘 들어서 그녀에게 역으로 위로받는 일이 늘어나 버렸다.
나는 선배인데, 그래도 방송인 경력이 긴 선배인데
아리아를 챙겨줘야 하는데, 후배인 아리아가 자신을 챙겨주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우면서도, 그 감정이 좋았다.
그녀가 긴장 풀라며 던지는 짧은 농담이, 아무렇게 내던지는 말이 너무나도 좋았다.
그렇게 마나의 인생은 점차 아리아에게 스며들게 되었고, 방송으로 이야기하는 일은 적지만 개인적으로 연락을 나누는 일은 많이 늘어났다.
그랬던 그녀가 마인크래프트에 초대장을 보냈다.
GB의 일원이면서도 일본 서버에서 시작한 마인크래프트에 최근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괘씸한 후배의 초대를 거절할 명분을 찾지 못한 체, 그녀는 일본 서버로 여행을 떠났고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마이 갓...”
마인크래프트 특유의 도트 그래픽으로 짜여졌지만
그녀의 캐릭터 색깔의 RGB단위로 꿰고 있는 마나는 눈앞에 있는 캐릭터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설마 클레스타인 선배에요?”
“그래! 바로 내가 클레스타인이야!”
클레스타인
마나가 버튜버가 되고자 마음먹게 한 일본의 버튜버
일본 서버의 성녀가 깜짝 게스트로 등장했던 것이었다.
“아, 아리아가 있다고 했는데.”
“아리아가 생겼어. 약속이 갑자기. 나갈 수밖에 없었고 그녀가 나한테 부탁했어.”
허접한 일본어와 허접한 영어가 교차 되었다.
문법도 맞지 않고 표현도 어설프지만, 왠지 모르게 꼬마들의 대화처럼 귀여운 두 사람의 급작스러운 만남이 성사되었다.
다른 나라 소속 간의 버튜버끼리 만나고 성사되는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성큼 다가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한 까닭에 두 버튜버는 버퍼링이 걸린 듯 말을 더듬으며 소통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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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스타에게 아이돌이 존재할 수 있는가?
배우가 아이돌을 동경하는 건 존재할 수 있지만 아이돌은 아이돌을 덕질할 수 있는가?
아이돌 아이돌에 대한 호감을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선라이즈의 버튜버 아이돌에게 한정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상대방이 초대 버튜버를 제칠 정도의 거대한 아이돌이건 말건
클레스타인에게 있어서 마나는 그저 귀여운 꼬맹이었다.
자신에 대한 호감을 숨기질 못하고
서툰 일본어로 그녀에게 호감을 표하는 그런 존재 말이다.
귀여운 것에 익숙한 클레스타인이다.
그도 그럴게,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사람이라 생각되는 나에 언니를 가장 먼저 알게 되었고, 그녀를 가까이에서 좋아했다.
밤의 요정같은 나에 언니를 익숙하게 취급해오던 클레스타인이었지만, 얼굴조차 모르는 이 낯선 외국인이 자신에게 강아지처럼 반겨드는 것은 또 다른 귀여움이었다.
나에의 귀여움이 예쁘게 잘 만들어진 인형에게서 오는 아름다우면서 귀여운거라면
마나의 귀여움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대형견이 호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서툴게 표현해오는 활발하고 귀여운 소녀 같은 귀여움이라고 해야할까
존경과 호감 담긴 서툰 일본어로 귀엽게 다가오는 마나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 있었다.
그러기에 클레스타인은, 미우는, 마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었다.
유치원생 같은 일본어에 일본 밈이 섞여들어 간 초등학생 말투이긴 했지만, 뭐 어떠한가
300만명이 넘는 구독자가 인정한 서양 최고의 모에 보이스를 지닌 마나의 ‘부끄러워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호감을 표하고 싶어!’ 하는 듯한 공격적인 태도에 클레스타인은 처음에 리액션으로 좋아해 주었다가 이제는 진짜로 좋아해주기 시작했다.
이런 다정한 분위기는 서로에게 느껴지는 것을 넘어서, ‘아리아와 콜라보 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배신당한(!)’ 시청자들에게도 느껴졌다.
귀엽긴 하지만 시청자들 골탕먹이길 좋아하고, 가끔 까다롭고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마나가 이렇게 행복에 겨워 죽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기분 좋은 오산이었다.
이렇게 좋아 죽겠다는 티를 내고, 클레스타인 또한 영어가 어설프게 되는터라 받아주길 시작하니 그야말로 국경을 초월한 달달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나가 이렇게 강아지처럼 구는 거 처음 봐
클레스타인이 마나의 롤 모델이라고 여러 번 밝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만날 줄은?
두 사람 조합 나쁘지 않네요.
메스가키와 복흑여인이라, 이거 알아주는 케미지.
0.3 레벨의 일본어와 0.3 레벨의 영어가 오가니까 알기가 쉽네 ㅋㅋㅋ
좋아서 어쩔줄 몰라하며 호감을 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마나
그런 마나의 행동을 크게 크게 받아주며, 그녀의 호감을 어떻게 대답해줘야할지 모르는 클레스타인
두 사람의 어색한 외국어 소통은 일본어를 잘 모르는 영미권 사람이 듣더라도, 영어를 잘 모르는 일본인들이 듣더라도 이해하기 쉬웠다.
능글맞은 인터넷 드립이 섞여 들어가지 않은 날것 그대로 감정과 표현을 서로에게 주고받기 시작하며 시청자들 또한 거기에 빠져들었다.
최근 들어서 슬럼프가 왔다는 소문이 돌 종도로 방송 도중 낮은 텐션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마나는 방송이 끝날 때까지 데뷔 초창기 특유의 높은 텐션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이며, 클레스타인을 덕질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그렇게 서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즉석에서 MR을 깔고 노래 방송을 부르며 국제적인 교분을 나누었다.
클레스타인은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마나가 자신에게 이렇게 호감을 보여주어서 고마워했고
마나는 다른 버튜버들이 부담감을 느낄 정도로 성장한 자신을 380만 구독자의 버튜버가 아니라, 한 사람의 평범한 버튜버로 봐주는 클레스타인의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일정이 있는 클레스타인이 방송 종료를 위해 굿바이를 말하자, 울먹거리며 가지 말라고 말하는 마나의 목소리에 시청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진지할 정도로 마나는 꿈에 그리던 클레스타인과의 만남을 놓아주기 싫어했다.
나중에는 클레스타인이 마나와 마인크래프트로 합동 방송을 자주 해주겠다는 약속을 두어번 하고 나서야 겨우 울음을 멈추었고, 사람들은 항상 대단한 모습만 보여주던 마나의 이런 낯선 태도에 낯설아하면서도 좋아했다.
우리 마나가 하고싶은 거 다 해
합동 방송이 어른들의 사정으로 성사되기 힘들다면, 380만 팬들의 화력을 보여주마!
그런 식으로 커뮤니티에 단합하는 움직임마저 성사되었다.
그날 밤, 마나는 심야 방송에서 ‘오늘은 최고의 선물을 받은 날’이라고 하며, 방송에 나타나지도 않았던 아리아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낭독하는 것으로 ‘깜짝 만남’ 이벤트가 성사됨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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