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미쳤다 정지헌2021.05.19.
회사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입사 첫날. 정오는 다른 이유로 심란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저녁 무렵엔 팀원들과 제법 가까워져서 업무에 대한 긴장은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작업물 전송할 땐 회사 공용 폴더에 넣으시면 돼요. 성가신 절차 없이 드래그만 하면 돼서 편해요.”
팀의 막내 송기훈 사원이 회사의 시스템에 대해 요목조목 알려주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클라우드를 썼는데 여기는 전용 폴더도 쓰는구나. 보안이 걱정될 텐데.”
“폴더에 업로드할 때나 다운받을 때 기록이 남는대요. 보안 사고는 없었던 것 같지만, 물론 확인 시간이 길어지면 암호를 걸어놓는 게 좋겠죠.”
“고마워. 오늘 기훈 씨한테 많이 배웠어.”
“저도 입사 3개월 차라 오늘 말씀드린 것들이 제가 아는 전부예요.”
자신이 아는 전부를 친절하게 전수해준 기훈이 머쓱하게 웃었다. 인생을 밝고 바르게 살아온 이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편안한 미소가 보기 좋았다. 퇴근 시각이 가까워 오고 있었다. 팀장이 입사 첫날부터 야근을 시키는 일은 없을 거라 장담했으니 오늘은 정시에 퇴근할 수 있을 것이다. 집에 가서 좀 더 고민해봐야지. 이 회사를 계속 다닐지 포기할지. 그런데 잠시 자리를 비웠던 성미란 팀장이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고 나타났다.
“이정오 대리, 정지헌 이사님이 잠깐 보자고 하네.”
“……네?”
미란의 통보에 정오는 다시 얼어버렸다.
“이사실로 가 봐.”
“…….”
“아니. 같이 가자.”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진 정오의 얼굴을 확인한 미란이 자리에 앉으려다가 다시 나서며 손짓했다. 정오가 과하게 긴장했다고 여긴 것이다. 정오는 어쩔 수 없이 미란을 따라 발을 옮겼다. 다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대체 무슨 일로?’
아까는 모르는 척했잖아. 이제 와 생각해보니 알은체는 해야겠어? 왜? 나보고 회사 그만두라고? 당신 인생에 걸림돌이 되지 말아달라고? 걸음마다 끝도 없이 물음표가 이어졌다.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자신을 퇴사시키려는 속셈인 것 같았다. 그런데 어쩌나. 팀장님이 동행할 것 같은데.
“팀장님, 저 혼자 가도 돼요.”
미란의 손을 꼭 붙들고 가서 지헌을 당황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 자신을 이 회사에서 쫓아내지 못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한편에 남아 있었지만 정오는 의젓하게 말했다. 지헌과 단둘이 남게 되었을 때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했다. 공포감이 서릴 만큼 무서웠지만 자신이 이 회사에서 계속 버틴다면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었다.
“아니야.”
하지만 미란은 심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조심해.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였어.”
“네?”
“정지헌 이사 말이야. 완전 저기압이더라.”
거칠게 한숨을 내뱉은 미란이 어금니를 악물고서 혼잣말했다.
“아니 난 그냥 잘생겼다고 말한 거야. 그게 욕이야?”
“네?”
“그냥 칭찬이었다고.”
“…….”
“내가 뭐, 추파를 던진 것도 아니고. 상사 비위 좀 맞추려고 추켜드려 준 게 그렇게 비난받을 일이야?”
나이도 한참 어린 것이……, 미란이 자그마하게 중얼거렸다. 정오는 이사실에서 미란이 겪은 일에 대해 물어볼 수 없었다. 정지헌의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는 미란의 말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냥 도망쳐버리고도 싶다. 뒤돌아서 짐 싸들고 그냥 집에 가 버릴까? 이전 회사로 돌아가서 다시 날 받아달라고 매달려볼까? 머릿속에 오만 가지 상념을 쌓아놓아 무거워진 걸음으로, 정오는 이사실 앞에 이르렀다. 똑똑.
“네.”
미란의 노크 소리에 문 안쪽에서 지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정오는 속이 울렁거렸다. 무심하게 문이 열리고. 정오는 다시 그와 마주하게 되었다. 일부러 사람을 불러놓고서도, 무심하다 싶을 정도의 냉기 서린 눈빛. 몇 시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의 정지헌이었다.
“이사님. 이정오 대리 데려왔습니다.”
미란의 소개에 지헌이 되뇌듯 이름을 불렀다.
“이정오 대리.”
그가 발음하는 자신의 이름이 낯설고도 차갑게 들려왔다. 극점 지방의 한겨울, 낮에도 해가 뜨지 않는 적막 속에 맨몸으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 그 따뜻한 어감이 좋아서 나는 내 이름을 사랑했었는데. 하지만 그것은 7년 전, 까마득한 이야기.
“네.”
정오는 잠겨가는 목으로 간신히 대답했다. 그런데 그다음 이어진 질문이 뜻밖이었다.
“몸은 괜찮습니까?”
“네?”
“아까 지나쳤을 땐 몸이 불편해 보이던데.”
정오는 그 의도를 알 수 없어 동그래진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역시, 미란과 동행한 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 혼자 찾아왔더라면 그의 본심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을 텐데, 미란이 옆에 있으니 그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엉뚱한 질문을 던진 것이리라. 질문의 숨은 뜻을 나름 빠르게 파악한 정오가 대답하려 했으나, 지헌이 더 먼저 목소리를 냈다.
“상아기획에 이직했는데 맥스기획으로 왔네요.”
“…….”
“지원했던 회사가 아니라 실망한 건 아니겠죠. 맥스기획이 거기보다는 모든 면에서 나을 테니까.”
그의 음성은 더없이 점잖았지만 그 내용은 어쩐지 오만하게 느껴졌다. 빈정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너는 운이 좋아서 이 회사에 입사한 거야. 그가 직접 내뱉지도 않은 말이 귀를 울려대는 것 같았다.
“일은 잘할 수 있겠어요?”
“……네.”
“카피라이터라면 좀 더 괜찮은 대답을 할 거라 생각했는데.”
‘네’ 밖에 할 줄 모르냐는 비아냥이었다. 감정을 삼키느라 짧게 한 대답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정오는 기가 막혀서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가 말로 내리누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사람인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려는 것 같았다.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할까, 응?
‘내 입으로 다 괜찮다고 말하길 바라는 거야?’
과거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일만 열심히 할 거라는 맹세를 듣고 싶어? 그걸 원해? 두 사람의 묘한 신경전에 안절부절못하고 서 있던 미란이 정오의 팔을 지그시 잡았다. 대충 인사하고 나가자는 뜻이었다. 이를 악물고서 마음을 가라앉힌 정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일할 땐 다를 겁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요. 지켜보겠습니다.”
지켜보겠다는 말에 어쩐지 소름이 돋았다. 일을 잘하는지 지켜보겠다는 거야, 내가 행동거지를 똑바로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거야?
“이사님께서 확인하신 것처럼 이번 경쟁 PT에 이 대리도 참여합니다.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독려하겠습니다.”
미란이 어색한 상황을 갈무리하고자 끼어들었다.
“네. 기대하죠.”
지헌 역시 영양가 없는 대화를 더 이어나가지 않았다. 서두르는 미란과 함께 이사실 밖으로 나온 정오는 속으로 크게 탄식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이 알고 있는 그 정지헌이 아니었다.
‘아니, 그때의 정지헌이 가짜였겠지.’
비참했다. 이미 오래전에 다 아문 상처라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절망이 생생히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 정오와 미란이 떠난 후 지헌은 생각에 잠겼다. 두피가 저린 느낌이었다. 여전히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정오 카피라이터. ‘네’라고 고분고분 대답하면서도 빤히 올려다보던 눈. 도전적이었지만 잠자리 날개 같은 그 떨림은 그대로였다. 대답하기도, 마주하기도 싫어하는 것 같았다. 자신을 좀비나 뱀파이어처럼 생각하는 건가 싶었다. 전염병처럼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하긴, 나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해하지 못할 것 없는데도 왠지 자꾸 신경이 쓰였다. 똑똑. 묵묵히 자리에 앉았을 때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짧게 대답하니 달칵 문이 열렸다.
“이사님?”
기웃 얼굴을 내민 사람은 인사팀의 박승규 차장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창이자 군대 선임, 박승규. 잠시 상념에 빠져 굳어 있던 지헌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승규와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이후 같은 반이었던 적이 없었다. 같은 대학교에 갔다는 사실만 건너 들었을 뿐 친하게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 두 사람이 가까워진 건 승규가 근무하는 소대에 지헌이 배치받아 들어와서였다. 승규는 과묵한 지헌을 잘 챙겼고 지헌도 다른 이들보다 승규를 편하게 여겼다. 물론 지금의 지헌은 군인 시절을 기억하지 못한다. 지헌의 기억에는 3년의 공백이 있지만, 그럼에도 승규와 지헌은 여전히 가까운 사이다. 모난 구석이 없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승규는 지헌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승규에게 지헌이 말했다.
“우리 둘뿐이잖아. 편하게 불러.”
지헌이 맥스기획으로 부임한 지 만 일주일째였다. 같은 그룹이었지만 다른 회사 소속이었기에 입사 이후 회사에서 마주친 적은 없었는데, 이제 매일 얼굴을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승규는 반가움과 부담이 섞인 본심을 슬쩍 내보이며 푸념했다.
“아직 적응이 안 됐어. 네가 멀게 느껴진다. 이사님.”
“빨리 적응할 수 있게 부속실로 자리 옮겨줄까?”
“진심이야?”
승규가 기함하니 지헌이 픽 웃었다. 승규는 언성을 높였다.
“어우, 야! 나 지금 소름 돋았다. 시답잖은 소리 하지 마. 네가 말하면 다 진담 같단 말이야.”
“내가 말하면 무서워?”
“그래! 그렇게 물어보는 것도 무섭다.”
“무섭단 말이지…….”
넋두리처럼 했던 말을 굳이 또 하며 골몰해있는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지헌을 유심히 살피던 승규가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지헌이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새로 직원이 한 명 왔어. 상아기획에서 먼저 입사한 직원이야.”
“어. 나도 알지. 여자 대리. 카피라이터잖아. 그 직원이 왜?”
“내 앞에서 얼굴이 창백해지더라고.”
“네 앞에서 창백해지는 사람이 한둘이냐.”
대뜸 쏘아붙인 승규는 한참 후에 멈칫했다. 얼굴에 눈이 갔단 말이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정지헌에게는.
“……예뻐?”
승규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음흉하게 물었다. 지헌은 그런 짓궂은 반응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자리를 정리했다. 승규도 질문을 바꿨다.
“퇴근하게?”
“응.”
“저녁 때 뭐 해? 따로 약속 없으면 우리 집에 갈래?”
“내가 거길 왜 가냐.”
“하늘 같은 너희 어머니께서 너 좀 초대하라시잖아. 화목한 가정의 모습을 보여줘야 너도 빨리 결혼을…….”
“뭐 그런 말을 새겨듣고 그래. 대충 듣는 시늉만 하면 되지.”
지헌은 듣기 싫은 말이라는 듯 말허리를 잘랐다. 승규도 더는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시늉만 하면 되는 인생. 적당한 지점에서 스스로 타협점을 찾는,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인생. 조용히 자리만 지키면 그만인 인생. 그게 정지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였다. 3년의 기억을 잃었어도 딱히 안타깝지 않은 인생. 그런 지루한 인생. * 일찍 퇴근한 지헌은 식사도 거르고 약을 찾아 삼켰다. 소파에 길게 누워 탁자에 내려놓은 하얀색 약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또 그 여자의 창백했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정오라고 했지. 그 여자.’
희한한 일이었다.
‘그 여자는 내 취향도 아닌데, 왜…….’
언젠가부터 지헌은 긴 머리의 여자를 눈으로 좇게 되었다. 긴 생머리의 여자를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갔다. 그렇게 자신의 취향을 알게 된 지헌이었다. 그런데 왜. 왜 긴 생머리가 아닌 여자가 이토록 신경 쓰일까.
‘이름 때문인가?’
지헌은 생각을 바꾸어보았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는 낮 12시에 대한 이상한 강박이 있었다. 문득 시각을 확인하다가 ‘12:00’라는, 딱 떨어지는 숫자를 보게 되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뻐근해졌다. 낮 12시. 정오. 이정오. 그녀의 이름이었다.
“이정오. 이정오…….”
이름을 곱씹어보는 음성이 느른해졌다. 낮 12시의 햇살이 들어오는 것만 같은 따스한 이름이 그녀와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았다. 스치듯 짧게 대면한 여자를 이토록 오래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옆에 묶어놓은 것처럼 집요하게 되뇌던 이름을 놓아주듯 목소리를 낮추었을 때쯤. 띠띠띠띠. 현관에서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현관문 번호를 알 만한 사람이 누가 있었지? 떠올려보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그 여자. 이정오였다. 지헌은 흠칫 놀라 몸을 일으켰다.
“여길 어떻게…….”
너무 당황스러워 목소리가 시원스럽지 못했다. 겁에 질린 듯 창백한 얼굴에 동그란 눈. 집무실을 나섰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그 단정한 차림으로 벌벌 떨며 그녀가 다가왔다.
“뭐야. 당신.”
어떻게 비밀번호를 알았을까. 대체 왜 찾아왔나. 이 여자가 왜 이럴까. 무단침입이다. 응당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데. 그러나 지헌이 소파에서 일어나기 전에 그녀가 먼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상대는 한 손으로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만큼 여린 몸이었는데도 지헌은 왠지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아니, 그녀가 자신을 붙잡고 있는데 그가 도리어 초조해졌다. 제 몸이 왜 이런지 알 수 없었다. 그의 팔을 붙잡은 그녀의 손이 스르륵 올라왔다. 순진무구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손이었다. 때에 어울리지 않게 부드러운 손길이기도 했다. 그의 목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정오의 햇살처럼 따뜻했다. 가까이 다가온 숨결은 더욱 따끈해 안쪽의 체온을 상상해보게 했다. 이 여자가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두고 싶었다. 아니, 그다음을 예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고개를 기울였다. 약속이라도 한 듯 지헌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녀의 단 숨이 그의 안으로 꼴깍 넘어갔다. 그녀의 숨을 삼켰지만 그는 제 혼을 내어준 것만 같았다. 모든 감각이 그녀를 향하여 선명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녀는 금세 몸을 뒤로 빼버렸다. 지헌은 인상을 구겼다. 잠시 닿았다가 체온만 남기고 떠난 입술이 야속하게 여겨졌다. 이토록 대담한 짓을 하면서도 표정은 여전했다. 그 순진무구한 얼굴에 울컥 화가 났다. 잠자리 날개처럼 파르르 떨고 있는 눈. 당장 울어버릴 듯한 눈. 그렇게 파르르 떨다가 포르르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욕망이란 이성보다 무섭고 무겁다. 이 여자를 잡아야 한다. 가져야 한다. 놓치면 안 돼. 이번엔 그가, 떠나려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 자신이 누워 있었던 소파에 내리눌렀다. 쿵! 지헌은 소파에서 아래로 추락하며 눈을 떴다. 등허리가 위로 휘었다가 털썩 내려앉았다. 흐으윽, 헉, 허억. 부딪힌 어깨의 통증보다 머리가 더 깨질 듯이 아파 숨을 헐떡이게 되었다. 호흡도 심장도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허억, 허억……. 어디 갔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눈앞에 있던 그녀를 허공이 삼킨 것만 같았다. 그녀의 야트막한 숨소리가 아직 제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미쳤다, 정지헌. 소름 끼칠 만큼 생생한 꿈이었다.
“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