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 24년 전 11월 2일
(146/183)
146. 24년 전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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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24년 전 11월 2일
2022.09.21.
할 일이 많은 날이었다.
정오는 지헌과 함께 이동하며 계속 재잘거렸다.
“오늘 내내 소름 돋았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7년 전 일이라면 보통 사람들도 어지간해서는 기억하기 힘든 건데.”
“기억을 막아놓은 장벽이 사라진 것처럼, 갑자기 확 떠올랐어. 비록 11월 2일, 그날의 기억뿐이지만.”
“아니지. 오빠는 11월 3일도 기억했잖아!”
정오가 흥분한 얼굴로 대꾸했다. 지헌은 그녀의 높아진 목소리에 웃었지만 이내 미소는 잠잠히 가라앉았다.
뺑소니사고의 범인은 정말 김진구가 맞을까?
범인은 대체 내게 무슨 말을 했던 걸까?
흥분과 여념이 오락가락하는 사이에 다음 목적지에 닿았다. 두 사람의 다음 목적지는 산부인과였다.
사실 정오는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 가고 싶었지만 지헌이 금요일 밤부터 계속 보채는 통에 어쩔 수가 없었다.
얼마 전 진서를 따라 산부인과에 와서 산전검사를 받았을 때는 아무 조짐이 없었는데, 그 사이에 무언가 몸이 달라진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차례를 기다리며, 어느새 또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한 지헌이 속삭였다.
“딸일까, 아들일까?”
“……설마 오늘 그걸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당연하지. 나도 공부를 좀 했어. 지금은 요만하잖아.”
지헌이 제 엄지손톱을 보여주며 대답했다. 그새 공부를 했다는 대답에 정오는 조금 찡했다.
7년 전의 사고가 없었다면, 그는 아마 세상에 둘도 없는 좋은 아빠가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보다도 더 아이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빠는 딸이었으면 좋겠어,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며칠 전에 어머님이랑 얘기를 했었는데 말이야.”
“…….”
“그때는 딸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딸이면 딸인 대로, 아들이면 아들인 대로 좋을 것 같아. 어쨌든 너랑 날 닮았을 테니 예쁘겠지.”
벌써 태교를 시작한 듯 그가 예쁜 말을 들려주었다. 가슴이 다시 찡해진 사이에 간호사가 정오의 이름을 불렀다. 두 사람은 함께 진료실로 들어갔다.
문진표를 확인한 의사는 기대감에 부풀어 두 눈을 빛내며 앉아 있는 예쁜 부부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찍 오셨네요. 생리가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네. 두 줄이라서요.”
“두 줄이어도 안 보일 수 있어요. 어쨌든 증상이 있다고 하시니까 초음파로 확인해볼게요. 옷 갈아입으시고요.”
정오가 옷을 갈아입으러 떠난 후, 지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옷을 왜 갈아입습니까?”
“경질초음파로 봐야 하니까요.”
의사의 대답에 지헌은 당황했다.
“이미 아이가 하나 있는데…… 모르셨어요?”
어째서 여태 그것도 모르냐는 듯 의사가 지헌을 빤히 보았다. 지헌은 제 공부가 덜 되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잠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온 정오가 진찰대에 올랐다. 긴장한 정오가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에 지헌은 함께 긴장했다. 초음파를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부인을 닦달했던 것이다. 정오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아기집이 보이네요.”
혼란스러운 와중에 모니터에 까만 주머니가 떠올랐다. 그 주머니의 안에는 하얀 반지 같은 작은 동그라미가 있었다.
저것은 난황! 나는 공부를 했어!
아는 장면이 나오니 지헌의 눈이 다시 반짝거렸다. 하지만 공부한 것을 뽐낼 여유는 없었다. 이론과 실제는 천지 차이였다.
“1~2주 뒤에 다시 오시면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아직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데, 지헌의 귀에는 심장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의 심장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흥분하여 너무나 거세게 뛰는 제 심장을 그는 어쩔 수 없었다.
기억의 일부가 돌아온 그때보다 더 신기하고 놀라운 순간이었다.
*
국순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재빨리 학원을 나섰다. 배일을 오늘 초대하기로 했으니 장을 보러 가야 했다. 부랴부랴 택시 승강장으로 발을 옮기는 국순에게 또 누군가 다가왔다.
“여사님.”
“아이고 깜짝이야.”
또다시 배일이었다. 배일이 무안한 듯 사과했다.
“놀라셨어요? 죄송합니다.”
“아유. 아니야.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래요. 그런데 여태 여기 있었어요?”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요. 약속이 있었는데 바람을 맞았습니다.”
“에구. 이를 어째. 여자인가?”
“네.”
“아니 어떤 여자분이 우리 훌륭하신 경찰 선생님을 바람맞히나.”
배일은 국순의 농담에 피식 웃었다.
“이제 시간이 붕 떠서요. 댁에 가시는 길이세요?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아니 나는 이제 마트에 장보러 가야지. 우리 선생님 대접하려면.”
“그럼 마트까지 바래다드릴게요. 마트에서 댁까지도 모셔다드릴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아서요.”
“아니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만 손님 대접하려고 초대하는 건데 미안하게…….”
“아뇨. 제가 영광입니다. 그럼 같이 가시죠.”
배일이 앞장섰다. 그 모습이 든든하여 국순은 사위를 하나 더 얻은 듯이 흐뭇했다.
*
최면상담센터와 산부인과에 들렀다가 회사로 복귀한 정오는 또 바쁜 하루를 보냈다. 열띤 회의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오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었다.
‘아 참, 엄마한테 전화를 안 했네.’
오늘은 진서가 아이들을 학원에서 데려오는 날이었다. 국순이 깜빡 잊고 학원에 갔다가 진서와 길이 엇갈릴까 싶어 정오는 곧장 엄마에게 전화했다.
국순은 한참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어째서인지 숨이 찬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엄마, 바빠?”
[저녁 준비하고 있지. 형사님이랑 같이 먹을 거.]
“엄마, 그건 내일이잖아.”
[소식 못 들었어? 오늘로 바꿨잖아. 내일은 형사님이 일 있어서 진주로 내려간다던데?]
금시초문이었다. 정오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래서 집까지 같이 왔지. 형사님이 장도 같이 봐주고 짐도 날라다 주셨어. 지금은 집에 같이 있고.]
“헉!”
정오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금세 또 마음이 급해졌다. 엄마가 형사님과 단둘이 얼마나 어색할까 싶어 집으로 확 순간이동을 하고 싶어졌다.
전화를 끊은 정오의 안색이 창백해진 것을 알아본 고은주 대리가 이제 척하면 척이라는 듯 말을 걸었다.
“또 그쪽은 일이 터졌군요. 또.”
“아, 고 대리님, 죄송합니다. 저 일찍 가야 할 것 같아요.”
“저한테 왜 죄송해요? 오늘 이 대리님이 할 일은 더 없는데.”
“그게 저…… 10분만 일찍 퇴근해도 될까요?”
“그것 역시 저한테 허락받으실 필요는 없죠.”
“오늘 계속 자리 비웠는데 또 일찍 가게 되니 죄송해서요.”
“이 대리님은 주말 근무도 하셨잖아요. 물론 저도 했지만.”
“…….”
“저는요. 이 대리님이 늘 솔선수범해서 칼퇴를 해주셨으면 해요. 이 광고 회사의 악습 야근은 처단해야 합니다. 여섯 시에 컴퓨터 전원이 꺼져버려야 해요.”
은주가 투쟁심 불타는 주장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씨익 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은주의 미소였다.
“이사님한테 전해달라는 뜻은 아니에요. 꼭 전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네. 전할게요.”
은주의 말뜻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정오가 씨익 웃었다.
“그럼 먼저 퇴근할게요.”
정오는 은주에게 인사한 후 냉큼 사무실을 떠났다.
회사를 나서자마자 지헌에게 전화를 걸었다. 외근 중인 지헌은 전화를 늦게 받았다.
“바빠?”
[아니야. 괜찮아.]
한가하지는 않은 듯, 지헌의 목소리가 건조했다. 하지만 정오는 바로 끊을 수가 없었다.
“오늘 권배일 경사님이 오기로 했다며. 일찍 얘기해주지 그랬어.”
[……나도 처음 듣는 얘긴데? 누가 그래?]
“엄마가 그러시는데? 경사님이 내일 진주로 내려가게 돼서 오늘 초대하게 됐다고. 경사님은 이미 우리 집에 있다는데.”
[……몰랐어. 내가 배일이한테 연락해볼게.]
“응. 어쨌든 오빠도 빨리 와야 해. 이미 경사님은 집에 와 있으니까.”
[알겠어. 이따 봐.]
급하게 전화가 끊겼다. 정오도 급하게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진서였다.
“네. 언니!”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정오는 진서를 언니라고 부르게 되었다. 원래 다정한 진서도 예전보다 더욱 다정하게 정오를 챙겼다.
[정오 씨, 내가 애들 데리러 왔는데 예나가 우리 집에서 놀고 싶다고 해서요. 한 시간만 데리고 놀다가 데려다줄게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목소리가 급하게 들리는데.]
“권배일 경사님 아시죠? 그분이 알고 보니 지헌 씨 친구더라고요. 이번에 여러 사건을 해결해주면서 고마운 것도 있고, 오래전부터 초대하려고도 했고 그래서 오늘 그분을 초대하게 됐어요.”
[아아 그렇구나! 두 분이 친구라는 건 도빈이 아빠한테 들었어요. 사실 저도 며칠 전에 하려던 얘기가 있었는데.]
“…….”
[우리 도빈이 어렸을 때 꽃집에서 찍은 사진에 정오 씨랑 예나가 찍혔더라고요.]
“아. 그래요?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데 그보다 더 신기한 건, 그다음 사진에 그 경사님 모습도 찍혔다는 거예요. 경사님이 정오 씨가 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찍혔어요. 마치 정오 씨를 따라가는 것처럼. 신기하죠?]
진서의 상기된 목소리를 듣는데, 어찌 된 일인지 등골이 싸했다. 권배일 경사를 동네에서 처음 만났던 날, 그가 옆집 이웃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기분이 묘했다.
*
정오와 통화를 마친 지헌은 상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곧장 미팅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배일이 자신에게 연락도 하지 않고 먼저 집에 와 있었다는 게.
뒤늦게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배일은 받지 않았다. 어쨌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차를 급하게 움직이게 되어 운전대를 꺾을 때 끼익 소리가 났다. 그 순간 7년 전의 기억에 다시 사로잡혔다.
으윽.
지헌은 차를 잠시 멈추고 편두를 짚었다.
“……이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나?”
7년 전, 차에 치여 쓰러진 지헌을 두고 유유히 떠나버린 그 남자는 어떤 이름을 물었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기억이 날 듯, 말 듯, 이중 삼중의 안개가 사고를 가로막는 느낌이었다. 지헌은 의사가 가르쳐준 대로 차분하게 호흡했다.
몇 분 동안 정신을 다스리니 서서히 안개가 걷혔다.
“권배일이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나?”
기억이 떠오른 순간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지헌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다. 착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확인해보아야 했다.
지헌은 급하게 카운슬러에게 연락했다.
[네. 고객님.]
“안녕하세요. 제가 이전에 권배일에 대해 알아봐달라고 부탁드렸던 거 기억하시죠?”
[그때 이름이 바뀐 기록이 있는지만 알아봐달라고 하셔서 다른 건 조사한 게 없습니다.]
“조금도 없습니까? 아주 간략한 이력이라도요.”
[잠시만요.]
통화를 끊지 않은 채로 무언가를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24년 전 11월 2일에 홀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후 이모 집에 입양됐습니다.]
“어머니 기일이 11월 2일이라고요?”
[지금 다시 보니 어머니의 생일과 기일이 같은 날이네요. 11월 2일.]
11월 2일.
7년 전 지헌의 교통사고가 일어났던 그날의, 하루 전날이었다.
*
집 앞에 이르러 택시에서 내린 정오는 서둘러 집으로 올라갔다.
현관문을 열었으나 아무도 나와 보는 이가 없었다.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찬찬히 걸어 주방으로 향하는 길에 시선을 사로잡은 물건이 있었다.
소파 위에 놓인 모자…….
붉은색 창에 뒤통수 쪽은 남색. 앞면에 스페인 축구팀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
오래전 예나가 낯선 여자에게 유인당했던 그날, 여자가 쓰고 있던 모자였다.
‘이게 왜 여기…….’
섬뜩한 마음에 심장박동이 격해지는 것을 느끼며, 정오는 주방으로 향했다.
“어, 왔어?”
“안녕하셨어요.”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국순과 배일이 함께 인사했다. 배일은 지헌의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안녕하세요.”
정오가 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정오야, 경찰 선생님은 이만 데려가. 자꾸 주방일을 도와주겠다고 그러신다. 손님인데.”
그동안 재미있는 일이 많았는지, 국순은 웃음을 머금고서 말했다.
“왜 거기 계세요. 얼른 나오세요.”
정오는 국순이 부탁한 대로 배일에게 말했다. 너무 정색한 것처럼 들렸을까. 정오의 한마디에 배일은 조리대에서 한 걸음 옮기며 앞치마를 벗었다.
정오는 조심스럽게 다시 입술을 떼었다.
“그런데요. 소파에 있는 모자…….”
“우리 경찰 선생님 모자야. 잃어버리지 않게 잘 놔둬.”
말끝을 흐리니 국순이 먼저 대답했다. 국순은 예나가 길을 잃었던 날에 찍힌 동영상에 대해 알지 못했다.
“경사님 모자였어요?”
“네.”
정오의 질문에 배일이 짧게 답했다. 미소를 약하게 머금은 그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왜 하필 그 모자일까. 왜 권배일 경사는 보란 듯이 그 모자를 쓰고 왔을까.
굳은 듯이 가만히 서 있을 때 진동음이 울렸다. 정오의 휴대폰이었다.
“전화 안 받으세요?”
배일의 물음에 정오는 천천히 손을 뻗어 휴대폰을 잡았다. 지헌의 연락이었다.
“여보세요.”
[정오야. 집에 갔어?]
“응.”
[권배일도 옆에 있고?]
“응.”
[정오야. 잘 들어. 놀라지 말고.]
휴대폰을 귀에 붙이고서 멍하니 서 있는 그녀의 앞에는 계속 배일이 있었다. 배일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가 이전과는 달리 너무나 섬뜩하게 여겨졌다.
[권배일이 생각보다 위험한 녀석일지도 몰라. 자극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내가 빨리 갈게. 10분 안에 갈 거야.]
전화는 금방 끊겼다.
“지헌이는 언제 온다고 합니까.”
배일이 물었다. 지헌의 연락이라고 말해준 적도 없는데, 배일은 모두 짐작하고 있었다.
조리대 위에 과도가 위태롭게 놓여 있었다.
범인을 발로 찰 수가 없어서 축구를 좋아한다고 했던가.
오래전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 농담이 그의 선해 보이는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아 웃고 말았는데, 그 모든 것이 의도된 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몸서리쳐졌다.
정오가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으니 배일이 먼저 움직였다. 예민해진 정오의 눈에는 그 움직임이 국순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오가 버럭 소리쳤다.
“안 돼!”
그 바람에 국순이 조리대를 툭 치고 말았다. 위태롭게 놓여 있던 과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얘가 왜 갑자기 소리를 치고 그래. 깜짝 놀랐잖아.”
손님도 있는데 이 무슨 실례냐는 듯 국순이 뚱하니 타박했다. 배일은 국순이 칼을 주워 안전하게 옮길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여사님. 이정오 씨는 당연한 반응을 한 겁니다.”
“…….”
“이예나 유괴사건의 진범을 알게 돼서.”
정오에게는 배일의 입가에 걸린 희미한 미소보다도 허리띠에 걸린 총집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