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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3화 (3/110)

003화. 첫 방송(1)

“게임 방송? 갑자기?”

갑작스러운 말에 지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게임 방송을 해보라니.

너무 뜬금없지 않은가.

지호는 이내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하, 미친놈아. 술 마실 거면 같이 마셔야지 그새 혼자 마셨냐?”

결론을 내리고 나니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취한 상태라 오버했던 거다.

‘뭐야, 괜히 좋아했네.’

이를 깨달음과 동시에 뜻 모를 실망감이 지호의 온몸을 엄습했다.

어릴 적. 게임에 미쳐있던 시절의 치기가 남아있는 걸까?

그는 아직까지 게임을 잘한다는 말에 가슴이 뛰는 모양이다.

뭐, 취객의 술주정일 뿐이었지만.

“후…….”

그 반응을 보던 준영은 황당함을 느꼈다.

하루 이틀 친구 사이던가.

표정만 봐도 농담인지 아닌지 쯤은 대충 감이 온다.

지금 저놈은 진심으로 자신이 취했다 생각하고 있었다.

“뭔, 개소리야. 방금 편집 끝났다니까.”

“근데 갑자기 뭔 게임 방송을 하래. 뜬금없게.”

물론 준영도 어이없다는 지호의 반응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나였어도 황당했을 테니까.’

밑도 끝도 없이 게임 방송할 생각 없냐고 물었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하지만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야, 농담 아니고 진짜야. 방금 너 게임 하는 거 보니까 무조건 해야겠더라.”

“그거 잠깐 보고 뭘…….”

“척 보면 안다니까? 내가 봤을 땐 너 타고났다. 진짜 재능충이야.”

장난을 섞어서 말했지만.

준영도 무턱대고 막 내뱉는 소리는 아니다.

게임을 좋아하고 많이 하는 데다가, 오튜브 편집자라는 직업까지 가지고 있는 준영.

그에 걸맞은 또 다른 취미가 있었는데.

바로, 게임 방송을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처럼.

방금 전, 잠깐 보았던 지호의 플레이는 수많은 스트리머 사이에 던져놔도 돋보일 수준이라는 것을.

“뭐…….”

확신에 찬 준영의 말을 들으며 지호는 생각했다.

‘재능이라. 10년 전에는 있었겠지.’

사실 지호도 알고는 있었다.

자신이 한때는 게임에 재능이 있었다는 걸.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하는 게임마다 정상에 올랐겠는가.

하지만 그건 벌써 10년 전 이야기.

지금은 게임의 ‘게’자도 모르는 뉴비에 불과했다.

“세상에 게임 잘하는 사람이 한둘이냐? 내가 방송해도 될 정도면, 개나 소나 다 하겠다.”

이건 준영에게 하는 말임과 동시에 스스로 다짐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꿈 깨자.’ 라고.

한데 오늘따라 친구 놈이 끈질기다.

“그냥 잘한다 정도가 아니라니까?! 됐고, 일단 찾아봐. 실력파 스트리머 중에 너 정도 치는 사람 있는지.”

“아니…….”

지호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저 골치 아픈 놈.’

척 보면 느낌이 온다.

저런 상태의 박준영은 어지간하면 말릴 수 없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그 말에 자신이 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짠가?

나도 할 수 있다고?

이런 생각이 계속해서 차올랐다.

더 듣다간 설득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호는 방법을 바꿨다.

“게임은 뭔 게임이냐, 일해야지 일. 나 며칠만 쉬다가 바로 일 구하러 다닐 거야.”

말을 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통하지 않았다.

“당장에 어디 가기로 한 것도 아니고. 조금 해보다가 아니다싶으면 그때 알아봐도 안 늦어.”

“돈도 없어 인마.”

“뭐라는 겨. 평소에 짠돌이처럼 모으는 거 아는데 뭔 돈이 없어. 그 돈 무덤에 들고 갈 거냐?”

미리 준비라도 한 양, 준영에게서 대답이 술술 흘러나왔으니까.

결국, 지호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됐다. 캡슐도 없는데 무슨 방송을 해. 그거 맞추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다야.”

애초에 시작할 방법이 없다는데 뭐라 반박하겠는가.

하지만 준영의 대답은 이번에도 예상 밖이었다.

“내꺼 써.”

“뭐?”

“어차피 캡슐만 있으면 방송할 수 있으니까 당분간 내 방에 와서 하라고. 아니면, 아예 떼서 빌려줄까? 이전비만 니가 내면 그것도 상관없어.”

듣는 지호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쿨한 대답이었다.

‘진짜 미친놈인가?’

최소 4,000만 원짜리 캡슐을 빌려준다니.

그것도 저렇게 쿨하게.

이쯤 되니 방송을 하고 말고를 떠나서,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가 더 궁금해졌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정도가 있지 않은가.

차 한 대 값인 물건을 빌려주겠다는 이유를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아니, 대체 왜 그렇게까지 방송을 하라는 거냐? 이해가 안 되네.”

“흠……. 굳이 하나 고르자면, 니 재능이 아까워서?”

“허.”

대답은 간단했다.

사실 준영의 입장에서는 이 대답이 최선이었다.

‘정확한 이유를 말하기는 좀 민망하니까.’

사실 지호가 게임 방송을 하든 안 하든, 준영에게 영향은 없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강하게 밀어주고 싶었다.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십년지기 친구 놈을 위해서였다.

그동안 준영은 항상 신경 쓰였던 게 있었다.

고3 때부터 알고 지낸 지호 녀석.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녀석은 항상 무언가에 얽매여 있기라도 한 듯,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오늘.

준영은 처음으로 자유로워 보이는 친구의 모습을 발견했다.

게임을 하는 그 순간이었다.

‘어차피 한 번 살다 가는 세상. 즐거운 거 하면서 살아야지.’

그렇기에 캡슐을 빌려주는 것도 아깝지 않았다.

뭐, 그렇다고 주겠다는 건 아니고 말 그대로 빌려주는 거지만.

누군가는 오지랖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나 준영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

‘하, 저 또라이…….’

뻔뻔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대는 준영을 보며 지호가 한숨 쉬었다.

사실 준영의 말이 다 맞다.

돈 걱정은 원래 없었고.

캡슐까지 빌려준다는데 못할 이유도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해볼까?’ 라고 생각할수록, 심장이 쿵쿵 뛴다는 것이다.

뭔가 메마른 땅에 불씨가 지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저 그 정도였다.

“하, 모르겠다.”

잠깐 사이 얼마나 고민했는지, 머리가 아파 올 정도였다.

‘어차피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지호가 결론을 내렸다.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가자.”

* * *

그날, 늦은 저녁.

“게임 방송, 게임 방송이라.”

집에 돌아온 지호는 계속해서 인터넷을 뒤적였다.

주로 찾아본 건.

게임 방송. 그중에서도 게임을 잘 한다는 스트리머들이었다.

그리고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진짜네?”

준영의 말처럼.

실력 방송을 표방하는 스트리머들을 봐도, 생각처럼 벽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지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재밌어 보인다.’

지호는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준영이 살짝 지펴놓은 불씨가 그의 마음속에서 점점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스트리머가 게임을 하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며 즐긴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그림이다.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까지 주다니.

게다가 돈까지 벌면서!

‘확실히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네.’

그가 학생이던 시절에도 게임 방송이 없던 건 아니다.

다만, 그때와 지금은 인식도 시장 크기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지호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번 해볼까?’

그러면서도 본인 스스로가 놀랐다.

고3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모험적인 선택을 해본 적이 없기에.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뭔가 자유로운, 살아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해보자.”

고민을 끝낸 지호가 스마트폰을 열었다.

그리고는 준영의 이름을 눌렀다.

띠리링- 띠리-

두어 번 신호가 가고 전화가 연결됐다.

“미친놈아. 시간이 몇 신데 전화질이야. 잠도 안자냐?”

곧바로 들려오는 친구 놈의 타박.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 해볼란다. 게임 방송.”

* * *

다음 날.

해가 반쯤 기울었을 즈음, 지호는 준영의 집으로 향했다.

“들어간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잠깐 미팅이 있어서 나간다고 했었던가.

지호는 곧바로 캡슐이 설치되어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을 보며 방송 세팅을 시작했다.

확실히 정보화 시대라는 걸까.

어지간한 것들은 인터넷에 자세히 나와 있기에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그렇게 대략 3시간이 지났을 때.

“하, 끝났다.”

지호는 모든 세팅을 끝마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스트리밍을 시작하는 것뿐.

[지금 시작한다.]

그는 준영에게 문자를 보내고, 곧바로 캡슐 안에 들어갔다.

이내 우윳빛 은하수가 넓게 펼쳐진 어두운 공간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데, 뭔가가 어제와는 달랐다.

[닉네임을 설정하세요.]

캡슐과 연동된 스트리밍 플랫폼 트리스에서 표시한 메시지였다.

‘닉네임이라.’

오래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지호가 한참 게임을 즐길 때 주로 사용하던 닉네임이 있었으니까.

“미다스.”

혹여 중복된 이름일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문제없이 넘어가졌다.

[설정 완료.]

[방송 제목을 설정하세요.]

이제 다음으로 방송 제목이다.

“제목이라…….”

지호가 오늘 할 게임은, 어제 잠깐 맛봤던 좀비 아파트다.

일단 하던 게임부터 마무리하고 다른 게임을 알아볼 심산이었다.

‘제목이 평범하면 안 된다고 했지.’

게임 방송에 대해 알아본 건, 고작해야 하루다.

허나 그 정도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정보는 있었다.

지호처럼 처음 시작하는 스트리머가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건, 몹시 어렵다는 것이다.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적당한 어그로다.

물론 거짓말을 치면 안 된다.

‘말 그대로 적당히 눈에 띄면서, 할 수 있는 거.’

미리 생각해둔 방제가 있긴 하다.

그는 방송 제목을 입력하는 칸에 생각해 둔 제목을 입력한 후, 게임을 실행했다.

[가상현실게임 2일차 뉴비. 좀비 아파트 튜토리얼 변종 좀비 잡으러 갑니다.]

그렇게, 추후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릴 천재 스트리머의 첫 방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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