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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 스트리머가 게임을 잘함-2화 (2/110)

002화. 뜻밖의 재능

-속보! 속보입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목소리에 지호가 눈을 떴다.

시야 정면에 TV가 보인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이 시민들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군 병력을 동원, 진압과 함께 사태의 배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천장의 스피커에서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치직- 치지직!

-주민 여러분! 긴급 상황입니다! 지금 아파트 곳곳에서 이상한 사람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가능한 집 밖으로 나오지 마시고! 추가 안내가 있을 때까지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알려주는 두 종류의 방송.

곧이어 지호의 입이 열렸다.

“아, 이렇게 시작하는 건가?”

태연한 말투였지만 사실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너무 놀라면 오히려 차분해지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지금 그의 상태가 딱 그러했다.

‘이게 게임이라고?’

은하수가 펼쳐진 대기실의 풍경도 놀랍기는 했다.

허나 지금 이 정도는 아니다.

불이 깜빡깜빡 꺼져가는 형광등, 살짝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미지근한 바람과 매캐한 냄새.

그로 인해 펄럭거리는 커튼까지.

너무나도 현실적이었다.

게임이라 생각할 만한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떠오른 메시지를 제외하고는.

띠링!

[주 무기를 선택하세요.]

이 상황이 게임이라는 것을 다시금 인식시켜주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변 환경이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해갔다.

깜빡거리던 형광등과 나풀대던 커튼이 그대로 멈췄다.

시끄럽게 울려 퍼지던 TV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

‘이제 좀 게임 같네.’

그제야 마음이 편해진 지호가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과는 달리 무채색으로 어두워진 실내에, 몇 가지 물건들만 빛나고 있었다.

메시지가 말한 무기들이었다.

“오, 그래도 기본 무기는 주네.”

지호는 감탄하며 무기들을 하나하나 응시했다.

그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각각의 표현에 강조하는 듯한 밝은 테두리가 생겨났다.

[식칼]

[목도]

[야구 방망이]

[골프채]

선택할 수 있는 무기는 총 네 개.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는 것들이었다.

‘다 챙길 순 없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으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하긴, 손이 8개 달린 것도 아닌데 다 가져가서 뭐하겠어.”

그리고는 고민하는 눈으로 무기들을 바라본다.

“식칼도 좋긴 한데.”

당연한 말이겠지만 살상력 하나만큼은 식칼이 월등하다.

문제는 치명적으로 짧은 사거리.

스치기만 해도 끝인 좀비를 상대하기에는 최악이라는 소리다.

“역시 이게 최고겠지?”

지호가 중얼거리며 손을 뻗었다.

거침없이 나아간 그의 손이 알루미늄 야구 방망이에 닿은 순간.

[무기 선택이 끝났습니다.]

[지금부터 야구 방망이를 사용할 때 추가 데미지가 부여됩니다.]

새로운 메시지가 떠오르고.

멈춰있던 모든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치직- 치지직!

다시 깜빡거리는 형광등과 흔들리는 커튼.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TV 소리까지.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 치익!

갑작스레 TV가 꺼졌으니까.

깜빡깜빡 빛나던 형광등도 마찬가지였다.

‘전기가 끊긴 건가?’

한때 게임에 도가 텄던 지호였기에,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진짜 게임이 시작됐다는 것을.

“일단 상황 좀 봐야겠는데.”

살짝 열린 창문으로 다가간 그는 조심스레 밖을 내다보았다.

…….

바깥은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하지만 바닥 곳곳에 흥건한 핏자국과 널브러진 시체들이 현재 상황을 짐작케 했다.

‘이미 날뛰고 있다고 했었지.’

다음으로 그는 현재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단지 내 다른 아파트들을 관찰했다.

아파트는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았다.

대략 15층 정도?

그중에서 지호가 위치한 곳은 아파트의 중간층이었다.

“7~8층 정도겠네.”

거기까지 파악을 끝낸 순간, 주머니에서 신호음이 들려왔다.

띠리링~!

지호는 반사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스마트폰?”

꺼내보니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

발신인은 관리 사무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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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아파트 주민 여러분.

현재 로얄 아파트는 정체불명의 괴물들에 의해 점거된 상태입니다.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괴물들은 시각과 청각이 예민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잘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일단 임시적으로 전기를 내린 상태이니, 문자를 확인하신 분은 신속하게 옥상이나 단지 정문으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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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지금 당장 옥상이나 정문으로 이동하라는 소리였다.

“왠지, 정확히 가운데 층이더라.”

어차피 잠깐 맛만 보려던 게임인데 망설일 필요는 없을 터.

지호는 야구 방망이를 꽉 쥐고, 현관문으로 다가갔다.

…….

바깥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철컥!

다음으로 그는 문을 살짝 열고, 조심스럽게 바깥을 살폈다.

“윽…….”

불이 꺼진 어두운 복도.

비릿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찌르기는 했지만, 특별히 눈에 띄는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 안심한 지호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천천히 문을 닫는 순간.

사아-!

그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뭔가 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적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크아!”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괴이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도 잠시.

삭-!

곧바로 눈앞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온 것이다.

일촉즉발의 상황.

으로 보였다…….

지호의 팔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깡!

고요한 복도에 울려 퍼지는 투박한 소리.

지호의 야구 방망이가 적의 공격을 정확히 가로막은 것이다.

“크에?”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는 사실이 황당한 걸까?

상대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그건 잠시뿐.

녀석은 이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아악!”

타닥!

예의 그 빠른 속도로 몸을 뒤로 날리더니.

쐐액!

다시금 앞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듯, 몇 배는 더 빠른 속도였다.

누가 봐도 위험한 상황.

하지만 지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모든 것을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었으니까.

적의 정체부터, 어떻게 움직이는지까지. 모두.

“좀비…….”

전신에 소름이 돋는 끔찍한 울음소리. 기괴하게 꺾여있는 팔다리와 입가에서부터 흐르는 피와 살점.

상대는 인간의 형태지만 인간이 아닌 무언가. 즉, 좀비였다.

눈 깜짝할 새 코앞까지 다가온 좀비가 오른팔을 휘둘렀다.

사악-!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다가오는 좀비의 날카로운 손끝!

하지만 이번에도 통하지 않는다.

까앙!

지호가 들어 올린 야구 방망이가 공격의 맥을 정확히 찔렀기에.

방금 전과 똑같은 상황.

다만, 지호의 반응이 이전과는 달랐다.

“흐음?”

뭔가 깨달은 듯 그의 눈빛이 빛났으니까.

그리고 그때부터.

지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 * *

그 시각, 캡슐 밖.

“와, 미쳤다. 점마 진짜 뭐냐.”

지호의 친구인 준영은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는 중이었다.

그의 시선은 캡슐 외부의 스크린을 향하고 있었고.

그곳에서는 지호가 좀비를 상대하는 장면이 재생되고 있었다.

상황은 이렇다.

예상보다 영상 편집이 일찍 끝난 준영.

지금쯤 한참 게임에 빠져있을 친구를 부르기에 앞서, 캡슐 외부의 모니터를 켰다.

처음 가상현실을 접하는 놈이라, 갑작스러운 호출에 놀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좀 쉬어가는 부분에서 부르려 했건만…….

처음 화면을 켜자마자 나오는 게, 한참 재미있는 장면이었다.

“오, 좀비 아파트?”

뉴비 중에 쌩 뉴비인 놈이 왜 저렇게 어려운 게임을 골랐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익숙한 구간이었다.

준영도 저 위치에서 수십 번은 죽었으니까.

“일단 죽고 나면 불러야겠다.”

그는 당연히 지호도 여기서 죽으리라 생각했다.

말 그대로, 당연히.

저건 튜토리얼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좀비 아파트라는 세계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기 위한 제작사의 함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붙여진 별명이 ‘뉴비 학살자’.

그 정도로 많은 유저들이 저 구간에서 목숨을 잃는다는 뜻이다.

준영이 알기론, 1회차에 튜토리얼에서 죽지 않는 정상적인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지.’

이전에 현관문을 나섰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원래였다면 중간 보스로 나와야 할 변종 좀비가 끝까지 플레이어를 쫓아다닐 테니까.

그러나 이어진 지호의 플레이는 상식을 크게 벗어났다.

“어? 저걸 막아?”

처음에는 아슬아슬해 보였다.

하지만 지호가 무언가 깨달은 양 고개를 끄덕인 이후,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키에엑!”

허무한 비명과 함께 좀비의 몸이 축 늘어졌다.

악명 높은 변종 좀비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그것도 이제 갓 게임을 시작한 뉴비에게.

“와. 와? 와, 미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준영은 고장 난 라디오처럼 비슷한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금 본 장면이 놀라웠기에.

* * *

[캡슐 외부에서 호출이 도착했습니다.]

“오, 끝났나 보네.”

허공에 나타난 메시지에 지호가 눈을 빛냈다.

마침 피곤하던 참이다.

그는 잘됐다는 생각을 하며 곧바로 게임을 종료했다.

푸슉!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캡슐이 열렸다.

환하게 내리쬐는 빛에 지호가 눈을 찌푸리려던 찰나.

“야, 어떻게 한 거냐?!”

친구인 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뭐가?”

지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캡슐 밖으로 나오자마자 어떻게 한 거냐니.

너무 뜬금없지 않은가.

“잠만……. 이거 봐봐.”

그제야 준영이 정신 차린 듯 캡슐 외부의 스크린을 조작했다.

“와, 이런 기능도 있냐? 괜히 비싼 게 아니네.”

지호가 감탄하며 다가갔고.

그즈음 준영이 조작을 끝냈다.

“크아!”

재생되는 건, 방금 전 플레이했던 게임 화면이었다.

정확히는 지호가 변종 좀비를 상대했던 그 순간!

“아, 저 좀비! 야, 요즘 초보자용 게임은 시작부터 왜 이렇게 빡세냐.”

지호의 투덜거림을 들은 준영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저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초보자용 게임이라니.

오히려 좀비 아파트는 어렵기로 손에 꼽히는 게임 아니던가.

가상현실게임이 처음인 지호는 더더욱 그래야 정상일 터.

“방금 초보자용 게임이라고 했냐?”

“엉. 인터넷에 나와 있던데? 초보자용 추천 게임이라고.”

“하, 미친놈아…….”

준영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인터넷에 초보자용 추천 게임이라고 돌아다니는 수많은 글들.

개중에는 진짜배기도 있다지만.

상당수는 뉴비들을 놀리는 일종의 낚시였다.

그리고 지호는.

“그럼 내가 낚인 거야?”

“낚여도 아주 제대로 낚인 거지.”

“하하….”

준영의 대답에 지호가 황당한 듯 헛웃음을 지었다.

“왠지 초보자용 게임치고는 좀 까다롭더라. 난 내가 가상현실이 처음이라 그런 줄 알았네.”

“까다롭다고……?”

또다시 준영이 황당해질 차례였다.

‘겨우 그 정도?’

게임이라면 어디서 꿀리지 않을 정도로 많이 해본 그였으나.

저만큼 어려움 게임도 드물었다.

한데, 그냥 까다로운 정도라니.

‘그러고 보니…….’

준영은 문득 궁금해졌다.

“근데 너 어떻게 막은 거냐? 초반에는 절대 못 막을 텐데.”

“저거?”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지호.

“왜 못 막아? 다 보이잖아.”

이내, 밑도 끝도 없는. 그러면서도 간단한 대답을 건넨다.

“보인다고? 뭐가?”

계속된 황당한 말에 준영이 영상을 다시 돌려 보았다.

“크아!”

벌써 세 번째 보는 장면이지만.

여전히 특이한 점은 없었다.

“대체 뭐가 보인다는 거야.”

준영이 황당한 눈으로 지호를 쳐다보았다.

“흠…….”

사실 지호도 황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왜 모르는 거지?’

1+1이 2라는 답은 알아도, 그 원리를 설명하라면 고민되는 것처럼.

어떻게 막았는지 설명하는 것이,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보이니까 막았고, 막으니까 막아졌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하지만 준영이 워낙 답답해하는 것 같기에.

지호는 스크린을 보며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 좀비가 저 끝에서 오른발에 힘을 줬잖아? 그럼 곧 앞으로 달려든다는 소리거든.”

“어…… 어.”

“다음으로 손을 봐. 오른팔이 미묘하게 경직되고 있잖아? 그럼 오른팔을 휘두른다는 소린데. 저 새끼 신체 구조상 휘둘러지는 각도가 한정되거든? 그건 너도 상대하면 보일 거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설명을 들으며 준영은 생각했다.

‘뭔 소리야.’

더 중요한 사실은, 저 모든 과정이 좀비가 달려드는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졌다는 것.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분명히 알 것 같았다.

‘이 새끼, 타고났구나.’

십년지기 친구였기에 확실히 알 수 있다.

저건 허세가 아니라, 순도 100% 진심이라는 것을.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느낌.

순간, 그의 머리에 한 단어가 떠올랐다.

재능.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랐을 때, 준영은 확신했다.

‘이거 그냥 썩히기는 아까운데.’

그리고 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게임 방송해볼 생각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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