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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2화 (12/416)

내 안에 마교있다 12

“바로 갈게요.”

송유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그녀가 곧바로 내게 달려들었다.

퍽! 퍽! 퍼벅! 퍽!

공력을 이용한 타격이다 보니 초반에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내가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하자 점점 손속이 사나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아프지 않아서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게 아니었다.

빌어먹을 놈의 거, 안 아플 리가 있겠냐고.

단지 충분히 버틸만하다는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송유하가 공력을 이용한다는 마음 때문에 너무 사리지 않고 좀 더 과감해질 테니까.

퍼버버버버버벅!

아프다. 정말 아프다.

맞은 데를 또 맞기도 하니 더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얼마 되지 않는 공력이나마 빠르게 운용하며 송유하로부터 타격 당하는 위치를 보호했다.

내가 지금 내공이 별로 없다 뿐이지, 있는 공력을 운용하는 능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나는 천하제일인한테 허구한 날 두드려 맞아가며 이 수련을 수년간 했다.

사부님이 어디를 때릴 테니 대비하라고 알려주며 때렸겠는가?

일절 그런 일은 없었다.

물론 초반에는 힘도 약하게, 속도도 느리게 하며 배려해주시긴 했다.

하지만 내가 적응할수록 점차 힘도 강해졌고 속도도 빨라졌다. 내가 최선을 다해도 감당하기가 버거운 수준으로.

인정사정없는 타격에 맞을 때마다 효율을 최대로 올리려면, 내공을 간결하게 운용하며 타격지점을 빠르게 보호해야 했다.

그러니 내공 운용 실력이 자연스럽게 늘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안력과 기감 또한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천하제일인이 눈앞에서 휙휙 움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혼이 쏙 빠져나갈 정도로 신출귀몰하다. 물론 그마저도 사부님이 조절을 해주신 거지만.

그런 움직임을 일단 안력으로 따라갈 수 있어야 타격 지점을 내공으로 보호할 수가 있고, 안력으로 따라가지 못했을 때는 기감으로라도 어떻게든 위치를 파악해야 했던 것이다.

나를 열심히 때리는 송유하의 호흡이 급격히 가빠지고 있다. 땀도 뻘뻘 흘리고 있다.

퍼버벅! 퍼벅! 퍽!

“헉! 허억! 허억! 허억······!”

송유하의 수준은 딱 내가 예상했던 정도의 수준이었다.

이류 중에서도 중간 아래의 수준.

내공 운용 능력, 체력 안배, 힘 조절 등 모든 면이 예상대로였다. 각각의 동작도 쓸데없이 컸고, 동작 간의 연계와 흐름도 효율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고수였던 내 눈에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뿐이지, 송유하를 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마침 외우던 구결이 일순을 마쳤을 때라, 빠르게 뒤쪽으로 거리를 벌렸다.

“여기까지 할까?”

“네에······. 헉! 허억! 허어억······.”

겨우 대꾸한 송유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엉덩이를 댔다.

어느 정도 호흡을 고른 후 송유하가 나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눈동자에 놀람이 담겨 있었다.

“오라버니는······, 괜찮으신 거예요?”

“말했잖아. 신체 단련을 열심히 했다고. 맷집도 좋아졌다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당연히 이상할 수밖에 없겠지.

내공도 더 높고 무공도 더 뛰어난 본인이, 방어나 회피 없이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은 나보다 더 일찍 나가떨어진 상황이니까.

내가 미소만 지어 보이자 송유하가 다시 말했다.

“맞은 곳들은······.”

“당연히 아프지. 그래도 각오했던 것보다는 참을만하네.”

참을만하다는 말 때문인지 송유하는 또다시 놀란 표정이었다.

“직접 사람을 상대로 타격을 가해보니 어때? 이건 누이의 수련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제안한 방법이었는데.”

“제가 막연히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분명히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하지만 그보다는 오라버니의 실험이 성공하는지가 더 문제잖아요. 아프기만 아프고 성과가 없으면 어떡해요.”

“벌써 느낌이 좋아. 내 실험은 성공할 것 같아.”

당연히 성공할 일이지만 송유하를 더 안심시켜야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이왕 말 나온 김에 확인 차 운기조식을 해 볼게. 누이도 호흡이 정리된 것 같으니 운기해.”

“네.”

정좌한 채로 회회심공을 한 차례 운기한 후 눈을 떴다.

나도 모르게 절로 눈이 커졌다.

체내에 쌓여 있는 잠력이 내 예상치를 훨씬 웃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사부님한테 맞은 후에도 수도 없이 회회심공을 운용했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맞았을 때 어느 정도의 잠력이 쌓이는지에 대한 평균치도 알고 있다.

한데 이 정도 효율은 과거의 평균치를 훌쩍 넘어, 과거의 최고치들에 비견될 수준이었다.

천하제일인이었던 사부님은 나를 매우 강력한 공력으로, 훨씬 더 오랫동안 두드려 팼었다.

당시에는 절정고수였던 만큼, 나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공력을 운용하며 사부님의 타격에 대응했었다.

그런데 송유하와 송유겸의 수준에서, 더 짧은 시간동안 과거 최고치 수준의 효율을 냈다니.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물론 오늘의 효율만 보고 속단하기엔 아직 이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앞으로도 오늘과 같은 효율이 나온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려올 지경이다.

조용히 고개를 돌려 송유하를 바라봤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여전히 운기 중이었다.

‘길 형이라면······.’

그 경우를 상정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방금 송유하는 잠력을 한계치까지 쌓아주지 못했다. 그러나 고수인 길초량이라면 무조건 한계치까지 쌓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데 마음에 걸리는 건, 잠룡관 사 년차인 그가 무공 실력을 감춘 채로 계반에 머무는 이유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 아닌가.

이유를 물어본다고 해서 그가 내게 솔직한 답변을 내놓는다는 보장도 없다.

길초량이 혼자서 괜히 저러고 있다고 믿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때문에 그가 어떤 세력에 속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세력의 지시 따위가 있어서 저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현실성이 있다.

길초량은 고수인 만큼, 함께 이걸 수련하다보면 내 경지가 빠르게 상승하는 사실마저도 온전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다소 변태적이기는 하나 회회심공은 확실한 결과를 보장해주는 심법이며, 누구나 탐낼만한 심법이니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길초량이 그가 속한 세력에 보고할 가능성도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매우 귀찮은 일에 휘말릴 수도 있고, 어쩌면 예상치 못한 위험에 노출 될 가능성도 있다.

강호란 그런 곳이니까.

내가 믿었던 사형제들에게 배신당해 죽었다는 걸 상기하면, 아무리 고마운 길초량이라 해도 감출 건 감춰야 한다.

온전히 회회심공에 의존해야 하는 내 입장에서 회회심공의 존재를 밝히는 건, 내가 가진 가장 중요한 패를 까발리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래. 내가 감당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는, 위험해질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배제하는 게 옳겠지.’

송유하와 함께 이 수련을 한다고 해서 효율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회복에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덜 아프면 더 빨리 회복될 테니, 이 수련도 더 자주 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수준의 효율만으로도 내 경지는 빠르게 상승했었다.

따라서 이 정도 효율이면 과거에 비해서도 훨씬 더 빠른 성취를 보일 것이다.

현 상황에서도 공력 조절에만 조금 더 익숙해지면, 송유하도 잠력을 한계치까지 쌓아 줄 수 있는 수준은 되니까.

‘그러니 지금은 이 상황에서 온전히 믿을 수 있는, 저 아이로 만족하자.’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운기조식을 마친 송유하가 눈을 떴다.

송유하의 시선과 내 시선이 마주쳤고, 나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자질은 일단 나쁘지 않은 편인 것 같고. 지켜보니 두뇌도 나쁜 편은 아닌 것 같고. 근성은 좋고. 무엇보다도 나를 잘 따르고. 내 입장에서는 고마움도 갚아야 하고.’

내 발전에 딱히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라면, 차라리 송유하를 어느 정도라도 성장시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런 생김새를 가졌으니 송유하에게도 스스로를 지킬만한 힘은 있어야 할 것이다.

저 수준에서는 발전도 빠를 테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래. 그게 나를 위해서도 저 아이를 위해서도 훨씬 이롭고 안전하겠어.’

* * *

송유하는 상처가 염려되니 다음 날 아침에 찾아와 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사흘 후에 다시 보자는 말을 남긴 채 거처로 돌아왔고, 밤늦게까지 회회심공을 운용하다가 잠에 들었다.

이튿날 새벽에 일어나서 몸 상태를 확인해 보니 어제 입은 타박상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호전되어 있었다.

회회심공의 치유력이 과거보다 더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이 터올 무렵이라 거처를 나서서 구보 경로를 한 바퀴 돌았다. 뜀박질을 하면 상처들이 욱신거릴 것 같아, 약간 빠른 속도로 걷기만 했다.

세안을 하고 적당히 끼니를 때운 후, 또다시 제삼서고로 향했다.

어차피 할 일이라고는 회회심공을 운기하는 일밖에 없으니, 제삼서고에서 책을 펼쳐놓고 하루 종일 운기만 했다.

저녁 구보 시간이 가까워지자 서책을 대여하여 거처로 돌아왔다. 몸 상태를 확인해 보니 새벽에 비해 상처들의 상태가 훨씬 호전되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회회심공의 치유력이 이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든다.

이 정도면 뜀박질을 해도 될 것 같아, 실제로 평소처럼 달려서 저녁 구보를 마쳤다.

그 후에는 또다시 회회심공을 운기하다가 밤늦은 시간에야 잠을 청했다.

* * *

다음 날에도 일어나자마자 몸 상태를 확인해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틀 전에 입었던 타박상들이 거의 다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파악하기로, 그때부터 최소 사흘은 걸려야 다시 얻어맞을 준비가 될 만한 상처들이었다. 많이 맞아 본 입장에서 내 상처의 상태는 내가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과거의 회복력 기준으로는 분명히 그랬었다.

그래서 송유하에게도 사흘 후에 다시 보자고 말해뒀던 것이고.

한데 이건 오늘 오전에 꾸준히 회회심공을 운용하면 오후쯤에는 충분히 얻어맞아도 될 만한 상태가 아닌가.

회회심공을 운기할 때의 치유력이 상승한 게 확실하다.

괜히 송유하더러 사흘 후에 보자고 했나 싶다.

이따가 송유하가 머무는 여관도들의 거처에 가서 잠시 그녀를 불러낼까 생각했다가 그만두었다.

그녀 또한 요즘 승반 심사 준비로 바쁜 몸이다.

송유하에게도 나름의 수련 계획이 있을 텐데, 내 약간의 조바심으로 괜히 방해하고 싶지는 않다.

다음부터는 이틀 후에 보자고 하면 될 것 같다.

새벽 구보를 마치고 거처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제삼서고에나 갈 생각을 하고 있는데, 방문을 열어보니 웬 걸, 송유하가 와있었다.

“뭘 그렇게 놀란 표정이세요.”

당연히 놀랐지, 요것아.

네가 필요했는데, 네 수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놔뒀던 거거든.

근데 마침 네가 이렇듯 알아서 나타나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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