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4
미친 듯이 봉우리와 봉우리를 왕복했다.
완전히 지쳤으니 두 소녀가 뛰는 상태들도 정상이 아니었다. 계속 휘청거렸다.
최근 두 차례, 애들은 더는 못 뛰겠다며 제갈수광에게 하소연했다. 내가 봐도 이미 한계로 보였으나 제갈수광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또다시 왕복하여 제갈수광이 있는 봉우리에 도착했다.
애들은 죽을 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나 또한 이쯤 되자 숨이 상당히 가빠졌다.
제갈수광이 가죽 주머니를 받아서 물을 마시더니, 이번에는 그걸 내게 다시 던지지 않은 채로 큰 사루를 뒤집었다.
호흡을 고르는 와중에도 그걸 눈치 채고는 두 소녀가 눈을 크게 떴다.
이게 마지막이구나 싶어서 희망이 생긴 모양이다.
하지만 이게 끝일 리 없다. 천마신교의 일반무인에서부터 출발하여 수많은 단체 훈련들을 겪어봤기에 예상할 수 있다.
저건 희망고문이다. 저러고 나서도 꼭 한두 번은 더 시키는 게 교관들이다.
또다시 구보를 시작했다.
애들은 마지막인 줄 알고 힘을 쥐어짜내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반대편 봉우리의 절벽을 오를 때, 나는 먼저 올라가서 두 소녀의 밧줄을 잡아 끌어주었다. 애들이 그 정도로 지쳐 있었던 탓이다.
이후, 절벽을 다시 내려와서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을 때였다.
“악······!”
내 옆에서 달리던 장우혜가 달리다 말고 갑자기 주저앉았다.
쥐가 난 것이다.
이쯤이면 완전히 한계라고 봐야 했다.
유은무가 먼저일 줄 알았더니 장우혜가 먼저라니.
재빨리 눕힌 후 한쪽 다리를 잡고 응급처치를 해줬지만, 일어선 후에도 계속 절뚝거리고 있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서 또 주저앉는다.
장우혜는 그 와중에도 이를 악물고 일어서려 했지만 결국 일어서지 못했다.
같이 뛰었기에 엄살이 아님을 안다.
내 체력도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으니까.
“장 소저, 내게 업히시오. 양손으로 들쳐 안고 뛰기에는 나도 좀 지쳐서 업히라고 할 수밖에 없소.”
“그, 그렇게까지는······.”
“연대책임 얘기 들으셨잖소. 자존심 따질 상황도 아니며, 의견을 교환할 상황도 아니오.”
결국 장우혜가 내 등에 업혔다.
곧바로 유은무에게 말했다.
“유 소저가 버텨주셔야 하오. 마음 편하게 먹고, 즐거웠던 일들을 생각하며 뛰시오.”
“네, 선배님.”
좀 더 달리고 있는데 등 뒤에서 장우혜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사해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여주기만 했다.
“확실히 사내시라 그런지 체력적으로도 강인하신 것 같아요.”
장우혜의 목소리였다.
다른 의도 없이, 듬직하다는 표현의 말이었다.
“하하, 뭐······.”
얘야, 그게 아니란다. 꾸준한 단련의 성과일 뿐이란다.
오르막으로 진입하자 급속도로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호흡을 조절하려 애썼다.
내가 지친 모습을 보일수록 업혀 있는 장우혜가 더 미안해 할까봐서다.
마지막 즈음에는 경사가 매우 급격하여, 뒤에 업힌 장우혜도 내려서 뛰겠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가다가 주저앉았다.
다시 업고서 기어이 봉우리에까지 올랐다.
나조차도 무릎이 풀렸다.
이번에 장우혜를 업고 온 게 타격이 너무 컸다.
“보아하니 더는 못 뛸 분위기군. 아쉽지만 할 수 없지. 내가 생각한 정도에서 왕복 한 차례가 모자라니, 오늘 저녁은 없다.”
“헉! 허억! 예? 하지만 교관님······!”
“헉! 헉! 저희가 일부러 안 뛰겠다는 것도 아니고······!”
소녀들이 곧바로 항변했지만 나는 조용히 호흡만 골랐다.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방금 왕복 한 차례가 모자란다고 하셨고, 아까 연대책임을 중시한다 하셨습니다.”
“그랬지.”
“하면 셋이서 한 번 왕복하는 것과 혼자서 세 번 왕복하는 것도 할당량 측면에서는 같다는 뜻이지요.”
“그렇다 할 수 있지.”
“하면 제가 세 번 더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에 두 소녀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선배님도 방금 무릎이······!”
“나를 업고 올라와서 지칠 대로 지쳤잖아요!”
두 소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제갈수광이 무심한 눈으로 말했다.
“그러면 저녁 먹을 자격, 인정해 주지.”
두 번을 왕복하고 돌아왔다.
미치겠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진짜 힘들다.
“허어억, 허어억······!”
무릎이 완전히 풀렸다는 걸 감추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의지와 상관없이 부들부들 떨린다.
옘병, 개 같은 거, 저녁 포기하고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다.
“서, 선배님······.”
“서, 선배······.”
두 소녀가 염려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호흡을 고르는 데만 집중했다.
“송유겸, 선배로서의 네 책임감은 충분히 알겠다. 힘들면 그쯤해도 된다.”
저것도 교관 입장에서 다 계산된 말이다.
이에 나는 이를 악문 채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꾸했다.
“허억, 헉. 목은 안 마르십니까? 헉. 다녀오는 길에 떠다 드릴 수도 있는데. 허억.”
이런 상태에서 지은 미소니 독기가 가득할 것이다.
“서, 선배님······!”
유은무가 눈동자를 부릅뜨고 있다. 장우혜도 마찬가지다.
제갈수광이 무심한 표정과 어조로 대꾸했다.
“고맙군.”
그러면서 내게 가죽 주머니를 던졌다.
가죽 주머니를 낚아채고는 마지막으로 호흡을 골랐다.
“후우우우, 후우우우······.”
곧바로 다시금 구보를 시작했다.
* * *
제갈수광과 장우혜와 유은무는 저 멀리 달리고 있는 송유겸에게만 시선이 고정되어 있을 뿐, 서로 아무 말도 없었다.
기실, 세 사람 사이의 침묵은 송유겸이 혼자 달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계속되어 왔었다.
달리는 송유겸은 계속 휘청거리고 있다.
장우혜가 제갈수광을 바라보며 눈치를 살피더니 말했다.
“교관님, 이런 식으로 체력을 완전히 소진시키는 훈련에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솔직히 저도 의아합니다. 이런다고 체력이 갑자기 상승하는 것도 아니고, 무인이 체력만으로 싸우는 것도 아닌데······.”
유은무도 거들었다.
제갈수광이 사무적인 어조로 대꾸했다.
“나는 교관이다. 너희들이 꼭 깨달아야 할 게 있다면, 그걸 깨닫게 해 줄 뿐이다.”
“뭘 깨달아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동료 의식, 연대책임의 중요성 같은 것들 말씀이십니까? 그런 거라면 저희들도 이미······.”
“기본이 그거긴 한데, 너희들은 그것조차도 제대로 깨닫지 못했어.”
“예? 저희들은 힘닿는 한 어떻게든 지금껏 함께······.”
유은무의 말에 제갈수광이 고개를 저었다.
“동료의식이 함께 구르기만 하면 생기는 것으로 아는 모양인데, 아니야. 한계상황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판단하여, 서로 어떻게든 도와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게 동료의식이다. 내 미세한 도움조차도, 한계상황 속에서 아직 싸우고 있는 동료에게는 큰 도움일 수 있거든.”
“그게 무슨······.”
“송유겸은 너희들 몫까지 이번에 혼자 세 번째 왕복하고 있지. 너희들 밥 먹이겠다고 저러고 있다. 이곳에 도착할 때마다 봤겠지만 그도 이미 한계를 넘었어. 그동안 너희들은 뭘 했나? 염려해줬으니, 끝?”
두 소녀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송유겸이 두 번 왕복하는 시간 동안 너희들은 쉴 만큼 쉬었다. 함께 뛰진 못해도 도와줄 수는 있다. 저 아래 약수터까지만 내려가서 물이라도 떠줄 수 있었고, 그게 아니라도 송유겸이 호흡을 고르는 시간동안 다리라도 주물러줄 수 있었다. 그러면 송유겸도 힘이 더 팔팔 났겠지. 실질적인 도움이란 그런 거다.”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도 선배라서 다른가 보다, 사내라 체력이 더 좋은가 보다······. 이런 생각들이나 하며 앉아 있었겠지. 고작 그 정도면서 동료의식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얘기를 해?”
두 소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참고로 송유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새벽에 이십오 리 구보경로를 두 바퀴씩 돈다. 저녁에도 한 바퀴를 더 돌지. 나도 탐문을 통해 들은 내용이다. 사내라서 체력이 강하다고? 아니, 저건 오로지 송유겸 개인의 노력의 산물이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우리는 무인이다. 우리에게 한계상황이란 곧 죽음의 문턱이다. 그렇기에 한계를 깨닫고, 극복하여 한계점을 늘리고, 또다시 반복하며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 주어진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려 노력하고, 내가 상황이 안 되면 어떻게든 동료를 도와서라도 돌파하려 노력하는 것. 너희들이 생각하는 이 의미 없는 훈련은 그걸 깨달으라는 뜻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송유겸은 그걸 이미 파악한 것이고.”
* * *
원래의 봉우리로 돌아오자 유은무가 얼른 내게서 가죽 주머니를 받더니 제갈수광에게 건넸다.
“물맛이 달군.”
“헉! 헉! 당연하지요! 헉! 제가 어떻게 떠온 건데! 헉! 헉!”
한데 의아한 건, 두 소녀 모두 눈자위가 붉다는 사실이었다.
뭐야? 울었나?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속으로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갈수광이 돌아섰다.
“복귀하지.”
“헉! 아니, 숨 좀 고르고 가면, 헉! 안 됩니까? 헉! 헉!”
내 말에 대꾸하지 않은 채 제갈수광이 돌아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으이씨! 저 인간, 진짜!
“선배님 잠시 앉아 보세요.”
장우혜의 말이었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우혜는 나를 평소 ‘선배’라고 불렀다. ‘선배님’이라고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앉긴 왜······.”
“일단 앉아 보세요.”
유은무까지 그렇게 말하니, 나는 어쩔 수 없이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 직후, 나는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두 소녀가 내 다리 한 짝씩을 잡고 열심히 주무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아니, 소저들 이러실 필요 없소. 난 괜찮······.”
“고생······, 많으셨어요······.”
유은무의 말이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는 장우혜는 눈동자가 떨리고 있다.
나는 황망한 눈으로 두 소녀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저 멀리 걸어가는 제갈수광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인간이 무슨 말을 했구나.
지쳐 쓰러질 것 같은데, 얘들이 주물러주니 뭔가 좋긴 하다.
“이쯤이면 되었소. 소저들도 힘들잖소. 이제 우리도 갑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소녀는 주무르기를 조금 더 계속했다.
잠시 후에 일어서는데, 최대한 버티려고 했는데도 다리가 휘청했다.
그러자마자 두 소녀가 내 양옆에서 나를 부축했다.
“괜찮소. 잠시 휘청한 것뿐이오. 혼자 걸을 수 있소.”
하지만 두 소녀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내 양 옆에 선 김에, 내 양팔을 한 짝씩 본인들의 어깨에 두르며 부축한 것이다.
“가요, 선배님.”
“얼른 가서 고기 맛있게 먹어요.”
장우혜와 유은무가 차례로 그렇게 말했다.
우와! 내가 뜻하지 않게 이런 호사를 다 누려보네.
한데 얘들아, 내 예상대로라면 고기는 안 나올 거야.
원래 이런 훈련 초반에는 훈련생들의 독기가 쭉쭉 오르게 해야 되는 거거든.
교관을 잡아먹을 듯 독기가 오르게 해야 효과가 배가되는 거라서 말이다.
* * *
씻으면서 빨래도 하고 돌아오니 숙소에는 제갈수광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여자애들이니 씻고 빨래하는 것도 나보다 더 걸릴 것이다.
빨래를 적당히 보기 좋게 널어놓은 후에 구석에 가서 앉았는데, 제갈수광이 목갑 하나를 들고 다가왔다.
“송유겸, 일어서서 다리 걷어. 최대한 위까지.”
“예?”
뭘 하려고 저러나 싶어서 되물었는데 제갈수광은 무심한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시키는 대로 빨리 하라는 강요다.
“예······.”
사타구니 바로 아래까지 다리를 얼른 걷어 올리고는 일어섰다.
제갈수광의 목갑에서 나타난 것은 수많은 침들이었다.
그가 내 다리에 침을 놓기 시작했다.
서른 개가 넘는 침들을 내 다리의 이곳저곳에 꽂고 나서야 제갈수광이 물러섰다.
“그 상태로 움직이지 말고 조금만 있어.”
“예······.”
어떤 목적으로 침을 놓았는지 내가 모를 리 없다.
이 사람은 참, 그냥 보면 무뚝뚝한데다가 맺고 끊음이 확실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속정이 깊고 배려심이 남다르다고 할까.
생각해 보면 섣달그믐날 식당을 개방해줬을 때도 이것저것 특별히 배려해줬었다.
이러다가 정들겠다.
씻고 돌아온 여자애들이 내 모습을 보더니 살짝 멈칫했다.
다리의 이곳저곳에 침이 꽂힌 상태로 서있는 모습이니 그럴 만도 하다.
제갈수광이 두 소녀를 향해 말했다.
“너희들도 원한다면 해주겠지만 숙녀들이니만큼 강권하지는 않겠다. 송유겸을 내보낸다 해도, 사내인 내 앞에서 다리를 이 정도까지 걷어 올려야 하거든. 변태 교관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다. 물론 침 맞고 나면 내일은 상태가 훨씬 좋아질 것이다.”
그 말을 끝낸 제갈수광이 내 다리에 꽂혀 있는 침들을 하나씩 조심스럽게 뽑아내기 시작했다. 뽑아낸 침들은 흰 천에 따로 놓이고 있었다.
두 소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하고 있다.
살짝 고민스러워하는 눈치였는데, 오래지 않아 둘 다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부, 부탁드려요.”
제갈수광이 깨끗한 천으로 내 다리의 이곳저곳에 맺힌 핏방울들을 조심스럽게 닦더니 말했다.
“송유겸은 나가 있어. 변태되기 싫으면.”
다시금 숙소 안으로 들어서자 제갈수광이 우리를 향해 흰 종이에 쌓인 물건을 하나씩 던졌다.
받아보니 단약향이 난다.
“약속대로 저녁이다.”
소녀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저녁은 고기인 줄 알았는데, 단약 하나 던져주고 저녁이라 하니 놀란 모양이다.
예상대로였기에 나는 속으로 웃었다.
“오늘의 전반적인 훈련 태도에 본 교관은 실망했다. 고기를 먹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바, 세가에서 조제한 활신단으로 대체한다. 필요한 영양소들은 다 들어 있고, 체력을 회복하는 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 알아서 먹고 알아서 쉬도록.”
제갈수광이 그 말을 남기고 휙 밖으로 나갔다.
소녀들은 실망감 가득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나는 곧바로 활신단을 입안에 집어넣고 최대한 꼭꼭 씹었다.
더럽게 맛없다.
옘병, 염소똥도 이보다는 맛있겠다.
이후에 나는 그대로 앉은 채 미세하게 진기를 돌리며 회회심공을 한 차례 운용했다.
영양분들이여, 약기운이여, 조금이라도 더 많이 이놈의 몸뚱이에 흡수되어 다오.
그래야 내일도 버티지.
자려고 누웠는데 내 뱃속에서도, 두 소녀의 뱃속에서도 온통 꼬르륵거리는 소리들뿐이었다.
* * *
다음날 조식도 활신단인지 개똥인지하는 그 단환 한 알 뿐이었다.
오전에 제갈수광은 안력 수련이랍시고, 마른 풀이 무성한 풀밭에서 투명한 구슬들을 이리저리 빠르게 뿌렸다.
안력을 돋우려면 공력을 사용해야 해서 내공 사용도 허용되었다. 신법도 허용되었다.
“가장 적게 주워온 사람은 점심 없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두 소녀의 눈동자가 악귀처럼 변했다.
오전 내내 그 짓만 반복했다.
차라리 내가 굶지 하며 적당히 했는데도, 점심 때 결과를 보니 내가 근소하게 일 등이었다. 이 등이 장우혜고 꼴찌가 유은무였다.
애들이 점심 욕심에 너무 시야가 좁아졌던 탓이다.
점심은 교자였다.
확인해 보니 한 사람당 열 개.
옘병, 많이 좀 주지.
열 개면 혼자 먹어도 부족한 양이다.
꼴찌인 유은무는 저쪽에서 시무룩하게 앉아 있다.
접시를 들고 유은무에게 가서 말했다.
“나눠먹읍시다.”
교관들이 이런 때 뭘 바라는지도 알고 있다. 연대책임이란 게 훈련 시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하, 하지만······.”
놀란 표정으로 사양하듯 저렇게 말은 하는데, 그녀의 목울대를 타고 침이 꼴깍 넘어가는 중이었다.
곧 장우혜도 다가와서 접시를 내밀었다.
유은무는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장우혜가 말했다.
“칠칠육으로 해요. 우리는 일곱 개씩. 은무는 여섯 개.”
“그것만으로도 나는 감지덕지지······.”
유은무가 대꾸할 때, 나는 내 접시에서 빠르게 교자 여섯 개만 챙겼다. 그 후, 접시를 놓고는 얼른 두 소녀에게서 벗어났다.
“서, 선배님······!”
유은무가 손을 뻗으며 그렇게 외쳤다.
“칠칠육 맞잖소? 소식하는 내가 여섯 개만 먹겠소.”
* * *
이 일차의 오후 수련은 첫 날과 같은 봉우리 왕복이었다.
대신 우리의 양팔목과 양발목에는 모래주머니가 채워졌다.
삼 일차의 오전 수련 때는 구슬들이 훨씬 더 멀리 던져졌다. 날이 갈수록 더 멀리 던져졌다.
사 일차의 오후 수련부터는 모래주머니가 아니라 납주머니였다.
그렇듯 훈련 강도는 계속해서 강해졌다.
나도 애들을 챙기느라 여러 차례 한계를 경험했으니 두 소녀의 상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쯤 되자 그녀들의 눈동자에도 악과 깡만 남았다.
별개로, 날이 지날수록 나를 대하는 두 소녀의 태도는 급속도로 변해갔다.
극도로 공손해졌다가, 이후부터는 금세 친밀해졌다.
요망한 것들이 은근슬쩍 허락을 구하더니 말도 편하게 하고, 말장난도 종종 친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그렇게 되어갔다.
그렇게 우리는 육박칠일의 합숙 마지막 밤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