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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8화 (38/416)

내 안에 마교있다 38

이 늙은이의 이름은 과구완.

별호는 귀령사객으로, 사파의 잔악한 노고수다.

천마신교의 척살 대상이기도 했기에, 흑풍대 시절에 이 자를 쫓았던 적이 있다.

실제로도 마주쳐서 동료들과 함께 타격을 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흑풍대의 우리 조가 마지막 순간에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여 결국 놓쳤던 놈이다.

도주하는 걸 끊임없이 추적했으나, 놈이 백도의 영역 깊숙이 숨어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추적도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백도 무림맹에서도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는 사실까지만 들었다.

흑풍대 시절에 귀령사객 과구완에 대해 상세하게 조사하여 파악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늙은이에 대해 잘 안다.

남들은 모르지만 과구완은 왼손에 왼발잡이다.

또한 남들은 모르지만 이 늙은이는 오른쪽 귀가 먹었다.

즉, 과구완을 공격하려면 우측 후방에서 공격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

과구완이 아무리 기감으로 내 위치를 파악한다 해도 한계가 있다. 방금 전에 내가 그의 왼쪽 다리를 벤 탓이다.

게다가 이유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내가 알던 과구완보다 많이 약해져 있는 모습이다.

늙어서 그런가?

딱 봐도 예전에 비해 많이 늙어 있는 모습이긴 하다.

은룡삭을 털어냄과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검까지 찔러갔다.

검을 통해 과구완이 운신할 수 있는 방향을 더욱 제한하기 위함이다.

과구완은 여전히 몸의 중심을 잃은 상태.

주로 쓰는 왼쪽 다리까지 잘려서 더더욱 중심을 못 잡고 있다.

때문에 이 시점에서 과구완이 취할 수 있는 대처는 많지 않다. 그가 현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도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는 셈이다.

파악!

과구완이 역시나 바닥을 강하게 박차며 다른 놈들이 있는 쪽으로 신형을 뽑았다.

하지만 쓸 수 있는 건 발 하나뿐이다.

그것도 주로 쓰는 왼발이 아니라 오른발이다.

도약이 시원찮을 수밖에 없다.

은룡삭을 떨쳐냈던 왼 팔을 비틀었다.

뻗어나가던 은룡삭이 과구완의 종아리쯤에 닿았다.

그 순간 나는 곧바로 내공을 주입했다.

차락!

내공이 주입되자마자 은룡삭이 과구완의 발목을 강하게 휘감았다.

연승휴의 풍우비룡무를 탐독하며 익힌 은룡삭의 활용법이다.

다리를 하나만 썼을 뿐인데도 과구완이 떠오르는 힘은 상당히 강력했다.

나는 용을 쓰며 손아귀의 은룡삭을 꽉 붙들었다.

‘끄응······!’

좌측면으로 떠오르던 과구완은 갑자기 발목을 잡힌 상태라, 허공에서 중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상태에서 은룡삭을 강하게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과구완의 몸이 빠르게 내 쪽으로 가까워졌다.

놈이 고수긴 고수다.

신체의 중심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도 나를 향해 장력을 발출하려 했다.

그걸 확인한 나는 한 차례 더 강하게 은룡삭을 끌어당겼다.

장력을 발출하려던 과구완이 또다시 중심을 잃고 허공에서 휘청거렸다.

내게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과구완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손으로 직접 내게 타격을 가하려는 것이다.

역시 고수라 그냥 당해주질 않는다.

나는 다른 손에 쥔 비룡검을 겨눈 채 천섬무를 운용하여 상체를 살짝 틀었다. 이쯤 되니 내 공력은 거의 바닥이다.

과구완의 손바닥이 내 앞섶을 스치고 지나간 순간, 나는 은룡삭을 더 가깝게 끌어당겼다.

놈의 신형이 완전히 무너지며 등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털썩!

곧바로 상체를 굽히며 비룡검으로 과구완의 가슴을 찔러갔다.

그 와중에도 놈은 허리춤에서 빠르게 소검을 꺼내어 내 복부를 찔러왔다.

끝까지 저 지랄이다.

이래서 고수를 상대할 때는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비룡검은 놈의 심장으로 향하고 있고, 놈의 소검은 내 복부로 향하고 있다.

과구완은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

보통은 다치지 않기 위해 저 소검을 피하는 게 정상이니, 내가 언제쯤 피할지를 재고 있는 것이다.

내가 몸을 비트는 둥의 회피 동작을 취하자마자, 본인도 다른 수를 쓰며 지금의 내 검을 피해내려는 심산이다.

과구완은 그 와중에도 다른 손을 움직여서 내 검의 진로를 방해하려 했다. 방금 전에 낙법을 사용하며 땅바닥을 쳤던 팔이다.

그 순간, 나는 남아 있는 모든 공력을 짜내서 천섬무를 운용했다. 그러면서 비룡검이 나아가는 속도를 더 빠르게 했다.

푸욱!

비룡검이 놈의 심장을 찔렀다.

그와 거의 동시에 과구완의 소검도 내 복부를 파고들었다.

푹!

“으아악!”

“끄윽!”

단말마의 비명은 놈의 것이고, 괴로움에 찬 신음은 내 것이었다.

괴로운 와중에도 비릿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 늙은이야, 내가 그 소검을 피할 줄 알았지?

사람 잘못 봤어. 이 몸이 괜히 흑풍대의 독종이라고 불렸던 게 아니거든.

한데 귀령사객, 그거 알아?

당신과 호형호제하던 귀부사옹 그 늙은이도 이렇게 갔어.

내가 복부에 칼을 맞아준 순간, 내 동료의 검이 귀부사옹 그 늙은이의 심장을 찔렀었지.

“송 오라버니······!”

유은무와 장우혜의 외침이 거의 동시에 겹쳐서 들렸다.

내가 다친 걸 알고 저러는 거다.

“난 괜찮으니까 어서 교관님 도와!”

그러자 유은무가 내게 말했다.

“하, 하지만 송 오라버니, 다쳤······!”

“스읍! 빨릿!”

“아, 알았어요.”

장우혜가 그렇게 말하더니 유은무를 끌고 제갈수광 쪽으로 향했다.

그 즈음의 나는 복부에 박힌 과구완의 소검을 뽑아낸 상태였다.

즉시 혈도를 눌러 지혈하며 독 기운이 도는지부터 확인했다.

혹시라도 과구완이 소검에 독을 묻혔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 경우에는 만사 젖혀두고 곧바로 안전한 장소를 골라 운기부터 취해야 한다. 독 기운이 아직 덜 퍼진 초창기부터 다스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다행히 독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상의를 벗어서 상처를 넓게 감싸며 압박했다.

미치도록 아프다.

은룡삭은 일단 아랫도리의 주머니에 넣은 후, 전투가 벌어지는 쪽을 주시하며 회회심공의 구결을 읊었다.

과구완을 죽이느라 내 내공은 완전히 바닥난 상태다.

전장에서 운기조식을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일단 구결을 읊어서 지금의 통각을 체내의 잠력으로 변환시켜두기 위함이다.

그래야 이후에 만일의 상황이 벌어져도 조금이나마 대처를 할 수 있을 테니까.

구결을 반복해서 외우던 어느 순간,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둘 다 별호에 ‘귀(鬼)’자와 ‘사(邪)’자가 들어가기에 귀부사옹과 귀령사객은 쌍귀사라고 불렸다.

흑풍대 시절에 쌍귀사를 함께 처치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놓쳤던 게 바로 이 귀령사객이었다.

당시에 나는 귀부사옹을 먼저 상대하며 앞장서서 칼을 맞았다. 그래서 동료가 귀부사옹을 처치할 수 있었다.

칼을 맞은 나는 움직일 수 없었기에 동료들이 귀령사객을 쫓았었다. 그때 귀령사객을 놓쳤던 것이다.

「귀령사객 그 새끼 그거, 분명히 내공이 바닥이었다고. 그런 상태에서도 내가 막판에 날린 강력한 검기를 손으로 튕겨낸 거야. 아무리 그 새끼가 장법의 고수라고 해도 그건 뭔가 이상해. 그 새끼 그거, 손에 분명히 뭐 찼어. 장법 고수니까 더더욱 가능성이 크다고.」

당시에 내가 속했던 조의 선배가 했던 말이었다. 실력 좋은 선임 조원이었다.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귀령사객을 놓친 걸 억울해 하며 그렇게 말했었다.

「짜식아, 니 놈이 실력이 없어서 마무리가 약했던 걸 가지고 무슨 핑계를 그딴 식으로 대? 아무리 봐도 그놈 손에는 아무것도 없던데.」

다른 선배들은 그 선배의 말을 믿지 않고, 실력이 녹슬었다는 둥의 말을 하며 놀려대기만 했었다.

「아니라니까! 진짜야! 진짜 이상하다고! 눈에는 안 보일지 몰라도 분명 뭔가가 있지 않고서는······!」

다른 선배들보다 실력이 뛰어난 선배였던 만큼, 문득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혹시 모를 일인데다가 손해 볼 것도 없는데, 뭐.

나는 전투가 벌어지는 쪽을 주시한 채, 티 나지 않게 귀령사객의 손목 인근을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촉감이 다른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기를 잠시, 나는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르다.

손목의 한 부분에서, 손 쪽과 팔뚝 쪽의 촉감이 미세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신경을 집중해야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차이였다. 일부러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침을 꿀꺽 삼키며 구분이 되는 부분을 손톱으로 들어 올렸다.

피부가 아닌 다른 게 들려진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지만 최대한 표정관리를 했다.

이후, 다른 손까지 동원하여 귀령사객의 손을 감싸고 있던 무언가를 벗겨냈다.

투명한 막 같은 재질의 장갑이다. 매우 얇다.

양손으로 그 장갑을 당겨보았다.

짱짱한 탄성이 느껴진다. 이렇게나 얇은데도 찢어질 것 같은 위험성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평범한 물건일 수가 없는 것이다.

목울대를 타고 침이 다시 한 번 꿀꺽 넘어갔다.

천천히 일어서서 내 복부를 동여맨 상의를 한 차례 점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귀령사객의 반대편 손 쪽에 앉았다.

역시나 그쪽 손에도 같은 게 착용되어 있었다.

그것도 벗겨내어 주머니 속에 얼른 넣었다.

정확한 성능은 차후에 알아볼 일이다.

일단 챙겨놨다가 이후에 빨아서 착용해 봐야겠다.

귀령사객이 얼마나 오래 끼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니, 위생 문제라는 것도 있으니까.

이후에도 티 나지 않게 귀령사객의 품속도 뒤져보고 신체의 이곳저곳을 만져보기도 했는데, 그 장갑 외에는 딱히 별다른 게 없었다.

체내의 공력이 바닥이라 안력을 돋워 전장을 살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음영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제갈수광과 두 소녀가 확실히 승기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였다.

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급한 대로 정신을 잃은 척 엎어져서 운기를 취하려고 했었다. 회회심공은 부동자세면 대부분의 자세에서 운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데 딱히 내 도움이 필요치 않은 상황이다.

통각이 줄기차게 전해지고 있는 마당이니, 나는 전장 쪽에 시선을 둔 채 계속 구결만 외웠다.

잠력이나 쌓아두자.

그래야 나중에 운기할 때 공력도 더 빨리 회복하지.

쏴아아아아아아-

이 빌어먹을 놈의 비는 대체 언제까지 쏟아지려는 거야?

비명과 신음이 두어 차례 들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도 멈췄다.

“경계심 풀지 말고 정비한다.”

제갈수광의 조용한 목소리였다.

상황이 불리하니 적들 중 누군가는 도주한 모양이다. 공력이 없으니 확인은 불가능한데, 아마도 다른 한 명의 절정고수가 아닐까 싶다.

이 상황에서 도주자를 쫓지 않는 건 당연한 판단이다.

제자들이 위험할 수 있는데, 비 오는 오밤중에 도주자를 쫓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게다가 부상자인 나도 있고.

제갈수광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둘 다, 괜찮나?”

“네에.”

“예.”

두 소녀의 대꾸 소리였다.

그 후 세 사람이 내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음영으로만 파악되던 제갈수광의 모습이 가까워지자 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저기 엄청나게 상처 입은 모습이었다.

잔 상처도 많았지만 제법 깊은 상처도 서너 곳 된다.

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두 소녀도 얼른 제갈수광을 따라 내게로 다가왔다.

소녀들에게서는 딱히 상처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겠지. 제갈수광이 그만큼 신경 쓰면서 전투를 치렀을 테니까.

“송유겸, 괜찮나?”

분명히 나에 대해 여러 모로 궁금한 게 많을 것이다.

한데 표정을 보니 그런 감정은 전혀 없이 염려하는 모습만 역력하다.

두 소녀 또한 곧바로 내 옆으로 다가왔는데, 둘 다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버틸만합니다. 그보다도 교관님이야말로 괜찮으십니까?”

“그 꼴이 되고도 내 걱정을 하는 걸 보니 상태가 나쁘진 않은 게 확실하군.”

내가 미소를 보이자 제갈수광도 피식 웃어 보였다.

제갈수광이 두 소녀에게 말했다.

“둘이서 부축해. 일단 안으로 가지. 상처를 빠르게 돌본 후에 다음 대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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