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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51화 (51/416)

내 안에 마교있다 51

다수와 다수가 얽히는 전투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눈앞의 적들을 쓰러트리는 일만이 아니다.

어느 한 쪽이 잘 싸우고 있어도 다른 한 쪽이 무너지고 있으면 결국 모두가 위태로워진다.

그렇기에 전체를 봐야 한다.

전체적으로 안정이 되어 있어야 개개인도 더 안정적으로 싸울 수 있다.

내가 암기들을 챙겨서 나온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약해졌거나 위태로워진 부분을 누군가는 지원해줘야 하는데, 몸소 이리저리 움직이며 지원하는 건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

다수가 얽혀 있기에 아군을 방해하지 않으며 움직이는 일도 쉽지가 않다. 급할 때마다 신법을 사용하려면 공력도 소모된다.

그렇기에 원거리 공격을 이용하여 적절히 지원해주면 체력도 덜 쓰면서 전체적인 전황도 꾸준히 살필 수가 있다.

암기를 꼭 살상용으로만 쓸 필요는 없다.

견제 용도로 활용하여 적들이 내 암기를 쳐내거나 피하게 만들기만 해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그쪽에 있는 아군들은 위험에서 벗어나거나, 적들의 틈을 파고들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틈틈이 이곳저곳에 쇠구슬들을 날려줬다.

쇠구슬을 강하게 날리기 위해서는 원래 손가락이 어느 정도 단련되어 있어야 한다. 굳은살이 박여 있지 않으면 금방 물집이 잡히며 피부가 벗겨진다.

그러나 나는 귀령사객에게서 취한 장갑을 끼고 있다. 덕분에 별 무리 없이 계속 쇠구슬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장갑의 원래 명칭을 모르니 그냥 ‘비룡수투’라 이름 붙였다.

구슬을 날려줬을 때 가장 확실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역시 제갈수광이다.

적절히 그의 몸 한부분에 가려지게끔 구슬을 날려주면 알맞은 시점에 회피하여 구슬을 피한다. 그의 앞에 있던 적이 내 구슬에 반응한 사이, 제갈수광의 검이 마무리를 한다.

그런 식으로 몇 명의 적들을 금세 처치했다.

지금도 제갈수광은 정면의 적을 상대하는 중이다.

적과 제갈수광의 거리가 마침 가까워져서, 내가 구슬을 날려야 할 경로에 둘이 딱 겹쳐 있다.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제갈수광의 등짝 한복판을 향해 구슬을 튕겨냈다.

저 수준에 설마 이걸 못 피하겠어?

앗! 그런데 평소보다 공력이 더 담겼다.

구슬이 날아가는 속도도 더 빠르다.

제갈수광의 뒷모습이 미약하게나마 흠칫하는 게 느껴진다.

곧 제갈수광이 급격히 몸을 옆으로 틀며 구슬을 피했다.

그러자마자 내 구슬이 그 앞에 있는 적의 가슴께에 작렬했다.

퍽!

“컥!”

제갈수광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데다가, 제갈수광이 빠르게 회피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적도 미처 내 구슬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제갈수광의 검이 적의 목을 갈랐다.

그러자마자 제갈수광의 고개가 내 쪽으로 홱 돌았다.

[제자라는 놈이 선생을 해칠 셈인가? 송유겸, 너 일부러 그랬지?]

[순간적인 공력 조절 실수였을 뿐입니다, 교관님. 게다가 저 그런 쓰레기 아닙니다. 제 신조가 다름 아닌 군사부일체입니다.]

[너는 부친을 그다지 안 좋아한다고 알고 있는데? 그 정도로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뜻인가?]

[정말 억울합니다, 교관님. 크나큰 오해십니다. 한데 제가 아버지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디에서 들으셨습니까?]

[제자의 가정환경을 참고하기 위해 탐문을 좀 했지. 송유하가 잘 알려 주더군. 어쨌든 등 한복판은 자제하도록.]

그 말을 끝으로 제갈수광이 다시 쌍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에휴, 이건 송유하를 탓할 수도 없겠다.

교관이 물어보는데 그 정도는 답할 수도 있는 거니까.

뭐, 유도신문 같은 것에 당했을 수도 있다. 송유하도 제법 머리가 좋긴 한데 상대가 제갈수광이니까.

우리 진형 전체가 안정되어 있다.

지원이 필요한 곳에 내가 계속 구슬을 날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 외에도 단목강과 묘옥련이 알아서 각자의 수준에 맞는 지원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참고로 묘옥련의 묘가검문은 복건의 남부에 위치해 있다. 그쪽도 해적들에게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광동 무림이 그랬던 것처럼 그쪽도 실전 위주의 무공으로 변한 것이다.

묘옥련이 내공 경지에 비해 실전 대처 능력이 높은 것도 그런 이유인 것 같다.

진형이 안정된 덕분에 우리 쪽의 무인들도 차근차근 적들의 수를 줄여나가는 중이다. 적들의 수가 우리 쪽으로 계속 증원되고 있는 상태인데도 그랬다.

전투가 시작된 후로 유은무와 장우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전장을 유심히 살피고 있을 뿐이다.

잘 하고 있다.

이렇듯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는 상황이면 가만히 있는 게 낫다. 괜히 움직였다가 진형만 망가질 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렇듯 전장을 주시하며 다른 위험 요소에 대비하는 게 실전 초보의 현명한 대처다.

한데 초짜들 중에는 그걸 모르고 깝치는 애들이 꼭 있다.

지금의 저 곡양걸이 그렇다.

굳이 나서서 지원할 필요가 없는 상황임에도 놈이 북서 방향의 전선을 향해 나아갔다.

내가 활약하는 모습 때문에 저러는 건가 싶다. 단목강과 묘옥련이 보여준 모습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도 강서를 대표하는 세가 출신인 만큼, 본인도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거다.

역시나 그의 개입으로 인해 그쪽 방향의 전선이 흐트러지고 있다.

그러자 곧 호연웅도 나섰다.

놈이 향한 쪽은 북동 방향이었다.

그쪽 전선도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한 놈은 불필요한 만용이며, 한 놈은 쓸데없는 경쟁심이다.

아, 저 등신 새끼들.

어둠속에서 비수 하나가 곡양걸을 향해 날아들었다.

늦게야 눈치 챈 곡양걸이 크게 놀라며 검을 이용해 그 비수를 쳐냈다.

챙!

놀란 상태에서 잘못 쳐낸 비수가 방향을 틀어 안에 있는 조원들 쪽으로 향했다.

슉-

황급히 고개를 돌린 곡양걸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하필이면 월백산 쪽이다. 신반인 월백산은 저런 갑작스러운 변수에 대처할 역량이 없다.

나는 지금 허공에 떠서 구슬을 날렸던 직후라, 직접 가서 도와줄 수가 없는 상태다.

팔뚝에 찬 가죽 띠에서 빠르게 비도 하나를 빼냈다.

어차피 떠 있는 상태니 그거라도 던져서 저 비수를 쳐낼 요량으로.

한데 그 순간, 하나의 인영이 날다람쥐처럼 빠르게 조원들 사이를 스쳐가며 월백산 쪽으로 향했다.

샤샤샤샥-

월백산은 이제야 비수가 본인의 얼굴로 날아든다는 걸 알아채고는 얼어붙은 상태.

검 하나가 월백산의 얼굴 두 뼘쯤 앞에 나타나더니 날아들던 비수를 쳐냈다.

챙!

장우혜다.

그녀가 쳐낸 비수가 수직으로 튀어 올랐다.

장우혜도 그대로 비수를 따라 수직으로 강하게 도약하더니, 곧바로 비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까앙!

비수의 무게중심이 되는 중앙 부분을, 검의 옆면으로 강하게 쳐낸 것이다.

허공에서 강하게 튕겨나간 비수가 사선으로 쏘아지며 적들 쪽으로 빠르게 향했다.

비수가 날아간 방향은 호연웅으로 인해 진형이 흐트러진 북동쪽이다.

그 직전, 장우혜가 월백산에게로 향하던 비수를 수직으로 튕겨냈을 때쯤, 호연웅은 산적의 도를 정면에서 막아가는 중이었다.

산적들의 도에 담긴 힘이 강력하다는 점 정도는 염두에 두었는지, 양손으로 검병을 움켜쥔 채였다.

캉!

괜찮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검을 쥔 호연웅의 양팔이 크게 들렸다.

“헉!”

화들짝 놀라는 호연웅을 향해 산적이 다시금 도를 휘둘러 왔다.

그 산적의 정면으로 비수가 날아갔다.

방금 장우혜가 허공에서 쳐냈던 비수다.

장우혜는 애초에 호연웅을 돕기 위해 그 방향으로 비수를 튕겨냈던 것이다.

위험을 느낀 산적이 도를 휘두르던 방향을 바꾸어 그 비수를 쳐냈다.

챙!

그 찰나, 갑자기 튀어나온 검 하나가 그 산적의 옆구리를 찔렀다.

푸욱!

유은무다.

원래는 가슴을 찌른 건데, 그 산적이 급격하게 몸을 비트는 바람에 그나마 옆구리를 찌르는 선에서 끝난 것이다.

애초에 유은무가 진형이 흐트러진 북동쪽 방향을 지원하러 가는 걸 보고, 장우혜가 허공에서 그쪽으로 비수를 쳐낸 것이기도 했다.

유은무도 그걸 알고 기회를 노렸고.

내가 볼 땐 깔끔한 한 수였는데, 아깝게 제대로 마무리가 되지 못했다.

비수가 날아드는 속도 자체가 유은무의 예상보다 빨랐던 모양이다.

그 오차 때문에 확실한 순간을 포착하지 못한 것뿐이다.

아까웠을 텐데도 유은무는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고 즉시 신형을 낮추며 뒤로 빠져나왔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내가 했던 말을 확실하게 지키고 있는 것이다.

감격스럽다.

장하다, 우리 누이들.

“이봐! 뭐하는 거야! 빠졋!”

“저 소저들 아니었으면 다 위험했다고!”

태화지부의 무인들이 호연웅을 다그치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곡양걸의 주변에 있던 무인들도 외쳤다.

“너도 빠져!”

“이놈! 어설프게 개입해서 아군을 해칠 셈이냐?”

곡양걸과 호연웅이 쭈뼛쭈뼛 뒤로 물러났다.

곡양걸은 본인의 실수로 인해 월백산을 해칠 뻔했고, 호연웅은 어설프게 개입했다가 본인이 죽을 뻔했다.

그래서인지 둘 다 덜덜 떨고 있다.

월백산의 놀란 시선은 착지한 장우혜에게 고정되어 있다.

본인이 비명횡사당할 뻔했던 걸 구해준 게 장우혜다.

장우혜가 초창기에 물에 담갔던 월백산이라, 그가 평소 장우혜를 보던 시선은 물귀신이라도 보듯 두려워하는 시선이었다.

한데 지금은 당장 장우혜 앞에 오체투지라도 할 것 같은 표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우혜는 신형을 돌려 내가 있는 중앙 쪽으로 발을 떼기 시작했다.

“고, 고맙소, 장 소저······.”

장우혜는 고개만 한 차례 끄덕여줄 뿐이었다.

유은무도 이쪽으로 복귀하는 중이다.

그 순간에도 나는 쇠구슬을 날리며 방금 진형이 흐트러졌던 북서 방향과 북동 방향을 한두 차례씩 지원했다.

복귀한 두 소녀를 향해 잘했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두 소녀가 민망함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쪽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게 알려졌는지, 더 많은 적들이 이쪽으로 모여들고 있다.

태화지부의 무인들과 우리 조의 담당 무인들은 다수의 적들을 상대로 지금껏 잘 버텨줬다. 그러나 이쯤 되니 적잖이 지친 모습들이었다.

상태가 저러한데도 적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으니 저들이 앞으로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오래 버텨주지는 못할 것 같다.

쇠구슬이 다 떨어졌기에 나는 작은 비도들을 꺼내어 하나씩 던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진형 중앙의 제자리에서만 도약하여 구슬들을 튕기며 지원했었는데, 지금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신중하게 소비도를 날리는 중이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나 또한 이제는 견제와 지원의 역할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소비도를 이용하여 직접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설령 그게 여의치 않다면 내 비도의 도움으로 아군이 적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

비도 하나를 소모할 때마다 한 명씩은 확실히 처리되게끔.

그러려면 적들에게 어느 정도 근접할 필요가 있기에 이렇듯 움직이며 비도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나는 때때로 진형 안쪽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여 주변을 넓게 탐색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우리 쪽으로 모여드는 적들 중에 절정고수가 섞여 있는지를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그럴 때마다 장우혜와 유은무가 나를 엄호했다.

소비도를 날리며 전체적으로 한 차례 지원을 마친 후, 이번에도 중앙의 안전한 곳으로 와서 주변의 기척을 탐색했다.

잠시 후 나는 급격하게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절정고수로 느껴지는 기척이 최소 다섯 개.

그들은 이쪽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모여 있었다.

한데 그 직후에는 더 크게 놀라야 했다.

그들이 있는 곳의 한 점에서 살의를 담은 강력한 기운이 맺히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 거리에서 저 정도 기운에 저런 살의라면······.’

의문은 잠시였다.

나는 곧바로 눈을 번쩍 떴다.

‘화살!’

절정고수가 내공을 담아서 날리는 화살은 속도나 위력 면에서 일반적인 화살과는 차원이 다르다.

궁술에 조예가 깊을수록 더욱 무섭다.

이 어둠속에서 저러고 있다면, 상대가 궁술에 상당한 조예가 있을 거라는 가정 하에 대처해야 한다.

“화살! 조심!”

낮고 빠르게 외친 순간, 내가 느꼈던 그 강력한 기운이 우리 쪽을 향해 쏘아졌다.

발사된 화살의 속도가 너무도 빨랐기에 순간적으로 그 기척을 놓치기까지 했다.

심장이 철렁한 와중에도 의문이 들었다.

미세하게나마 시위가 튕겨지는 소리까지는 들었는데, 정작 화살이 대기를 가르는 소리가 없다.

나는 또다시 눈을 부릅떠야 했다.

무음시.

소리 없는 화살.

내지는 그렇게 되게끔 만드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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