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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52화 (52/416)

내 안에 마교있다 52

절정고수인 궁수가 날린 무음시다.

분명히 누군가를 노리고 쐈을 것이다.

놈들의 위치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남동쪽이다.

나는 튕기듯 몸을 일으킨 후 그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남동쪽 전선에 있는 여러 아군들 중 익숙한 뒷모습 하나가 눈에 딱 들어왔다.

아직 화살이 그를 노렸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강한 직감이 든다.

적들의 입장에서 눈엣가시는 제갈수광이다.

그를 제거하면 우리의 사기도 완전히 꺾인다.

하지만 제갈수광은 절정고수다.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저 화살에 어떻게라도 대처할 수가 있다. 놈들도 그걸 알기에 애초에 다른 대상을 노린 것이다.

하면 제갈수광 다음으로 우리의 사기를 떨어트릴 만한 대상이 누구겠는가.

단목강이다.

그래서 직감이 든 것이다.

즉시 천섬보를 최대한으로 펼쳤다.

그쪽으로 나아가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아까 느꼈던 화살의 기척을 감지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단목강은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육룡이라고는 하나 단목강이 절정고수는 아니다.

수많은 기운들이 얽히고 얽힌 이곳에서, 그가 저 빠른 기척 하나만을 감지해내기란 쉽지 않다.

내 경우에는 처음부터 저 기척을 감지했었기에 이렇듯 반응할 수 있는 거다.

이윽고 화살의 기척이 다시 인지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내가 늦는다.

최고 속도로 천섬보를 펼치고 있는데도 이렇다.

나는 이가 부서져라 악물었다.

* * *

「극쾌 상태의 느낌? 글쎄? 음, 일단 내가 빨라질수록 대기가 나를 가로막고 있는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대기를 부수는 건 불가능하지. 그래서 내 경우에는 그 대기를 통과한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실제로 통과되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런 느낌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극쾌에 대한 내 질문에 비마 장로가 했던 답변이었다.

비마 장로는 검마 장로와 함께 천마신교를 대표하는 초고수다. 검술도 검마 장로에 이어 이인자인데, 그의 주특기는 경신술이다.

저 대답은 내가 사형제들에게 배신당해서 죽기 몇 달 전에 들었던 내용이다.

사부님이 매병으로 누워계셨기에, 그 시절의 내 입장에서 쾌에 대해 질문할 사람은 비마 장로가 최선이었다.

사부님이 돌아가셨으니 현 강호에서 내가 아는 가장 빠른 존재가 바로 비마 장로이기도 하다.

이어진 비마 장로의 대답은 이거였다.

「빨라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해서, 공력을 더 맹렬하게 쓴다고 해서 더 빨라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공력은 부드럽게 돌리고, 몸에서는 힘을 빼며, 머리로는 나를 붙들고 있는 모든 저항력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현재까지의 내 깨달음은 이 정도다.」

* * *

비마 장로가 했던 말들이 벼락처럼 뇌리에 떠올랐다.

저렇게 한다고 해서 더 빨라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어차피 늦는다.

그럴 거면 뭐라도 해야 한다.

악물었던 입아귀에서 힘을 빼며, 몸 전체에서도 힘을 뺐다.

폭발적으로 휘돌리던 공력을 부드럽게 흐르게 했고, 답답한 심정을 가라앉히며 이 속도감 자체를 즐기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느낌이 달라졌다.

대기를 통과하는 느낌까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 몸이 마치 어떠한 틈새를 파고드는 듯 오묘한 느낌은 든다.

절정고수였던 서무욱 시절에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 접하는 느낌이다.

화살은 이미 단목강의 가슴께에 다다른 상태.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기에 단목강도 그제야 자신의 가슴께를 바라보고 있다.

‘닿을 수 있다······!’

나는 단목강의 오른쪽 측면에서 다가가고 있는 상태.

즉시 그의 가슴 쪽 살갗을 스치는 형태로, 측면에서 비룡검을 쑥 찔러 넣었다.

검의 넓은 면, 즉 검면을 방패삼아 단목강의 가슴께를 막아주기 위해서다.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다.

그러면서 나는 검병을 최대한 꽉 쥐었다. 이후에 단목강에게 전해질 충격을 최소화시켜주기 위해서였다.

카아앙!

화살이 비룡검의 오른쪽 검면을 강하게 때렸다.

퍽!

“컥!”

단목강의 신음이다.

최대한 강하게 손잡이를 쥐었음에도 비룡검의 왼쪽 검면이 단목강의 가슴께를 제법 강하게 때렸다. 애초에 화살 자체에 담겨 있던 힘이 워낙 강력했던 탓이다.

“크윽······!”

이건 내 신음이다.

비룡수투를 끼고 있음에도 손아귀가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온 탓이었다.

“단목강! 송유겸! 괜찮나?”

절정고수를 상대하고 있던 제갈수광의 다급한 음성이다.

“예······, 저는 괜찮습니다.”

손아귀의 고통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대꾸해줬다. 아직도 손아귀가 얼얼하며 저리다. 그나마도 비룡수투 덕분에 이 정도인 거다.

“······저, 저도, 괜찮······, 습니다.”

단목강의 경우, 가슴의 충격으로 인해 아직은 제대로 말하기가 힘겨운 모양이었다. 그래도 저렇듯 꾸역꾸역 대꾸하는 걸 보니 참을 만은 한 모양이다.

그 와중에도 나를 바라보는 단목강의 눈동자가 커져 있다.

나는 그를 향해 한 차례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그 즈음, 내 귓전으로 제갈수광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송유겸, 모두를 후방에 있는 위령비 뒤로 이끌어야 한다. 무인들은 대부분 지쳤다. 우리 조가 뚫어야 한다. 단목강에게 어떻게든 앞서서 길을 열라 하고, 장우혜, 유은무, 묘옥련에게도 그 뒤를 받치라 전해.]

과거에 이곳의 산채들을 토벌하기 위해 나섰다가 전사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위령비다.

수많은 이들의 이름, 직위, 연령, 출신 등이 적혀 있는 만큼, 위령비도 넓고 크다.

제갈수광은 적들 앞에서 우리의 작전을 발설하지 않기 위해 전음으로 전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 네가 나를 엄호하며 지원한다. 나 혼자 이들을 막으면서 저 화살까지 막기는 어렵다.]

[알겠습니다, 교관님.]

제갈수광한테서 들은 내용을 곧바로 단목강과 묘옥련에게 전했다.

이후 장우혜에게 전음을 보내어 단목강을 도우라 지시했다. 그 내용을 유은무에게도 전하게 했다.

비룡검을 왼손으로 쥐고, 오른손으로는 소비도를 빼내어 던지며 제갈수광을 지원했다.

곧 제갈수광이 화살이 날아온 경로 근처를 막아섰다.

그 경로를 막아야만 우리의 뒤에 있는 단목강 등이 보다 안전하게 퇴로를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내가 확실하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공력을 충분히 써서 천섬무를 일으켜 소비도를 던졌다.

그 소비도에 맞은 적들은 대부분 죽었고, 목숨이 붙어 있는 자들도 전투 불능이었다.

제갈수광은 이후에 날아드는 무음시를 세 차례나 쳐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제갈수광을 확실하게 엄호했다.

덕분에 우리 인원들은 적어도 이동 중에 무음시에 당하지는 않았다.

모두가 위령비 뒤쪽으로 대피한 걸 확인한 후, 제갈수광과 나 또한 그 뒤쪽으로 들어섰다.

그렇다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많은 적들이 계속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데, 아까 모여 있었던 적측 절정고수들 중 네 명이 이 전투에 뛰어들었다. 궁수를 제외한 네 명이다.

다행히 화살은 한동안 날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적측 궁수 또한 절정고수인 만큼, 어딘가로 장소를 이동하여 또다시 우리를 노리고 있을 터였다.

적측에 절정고수들이 합류한 탓에 궁수의 위치를 감지하기 위한 시간을 따로 낼 수도 없다. 지원하는 일만으로도 벅찬 지경이다.

무음시라서, 언제 어디에서 화살이 날아드는지를 알아채기도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이곳저곳을 지원하는 와중에도 온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아마 제갈수광도 나와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천섬무를 펼쳐서 이쪽의 절정고수들을 한둘쯤 마무리하고 싶어도, 언제 날아들지 모를 무음시에 대비하여 공력을 아낄 수밖에 없다.

짜증난다.

나는 최소한의 지원만을 이어가며 오직 무음시만을 의식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무음시가 날아드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저 가공할 속도에 적응하지 못해서 잠깐이나마 기척을 놓쳤었다. 그러나 이후에 몇 차례 겪다 보니 이제는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무음시는 묘옥련 쪽이다.

마침, 내 근처다.

적당한 수준에서만 천섬보를 펼쳐 그녀의 앞으로 나서며 화살을 쳐냈다.

카앙!

‘큭······!’

옘병, 여전한 위력이다.

비룡수투 아니었으면 진짜 어쩔 뻔했냐.

한데 그 직후, 나는 또다시 눈매를 좁혀야 했다.

곧바로 또 하나의 무음시가 날아오는 게 느껴졌던 탓이다.

절정고수인 궁수 놈이 연사를 한 거다.

이번에는 내게서 먼 곳이다.

천섬보를 최대한으로 펼쳤다.

산장에서 천섬보를 펼칠 때보다는 공력 소모가 덜해졌다.

그간 천섬무 수련을 열심히 한 결과다.

게다가 아까 비마 장로의 가르침을 떠올린 후부터는 공력 소모가 더 줄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 약간 덜한 정도다.

현재의 내 천섬무 성취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여전히 공력 소모가 매우 크긴 하다.

그동안 구슬이나 비도 등을 수도 없이 날렸기에, 그걸 합한 공력 소모도 적지 않았다.

특히 아까 단목강을 구할 당시에 공력 소모가 너무 컸다.

그래서 남은 공력이 많지 않다.

이번에 저 거리를 움직이고 나면 내 공력도 거의 바닥을 보일 것이다.

카앙!

유은무의 바로 앞에서, 나는 또다시 화살을 쳐낼 수 있었다.

‘큭!’

통각이 느껴지니 반사적으로 구결을 읊고 싶지만, 지금은 연사되는 무음시를 신경 쓸 때다.

공력이 바닥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

순간, 무음시의 기운이 또 감지되었다.

이번에는 다시금 묘옥련 쪽이다.

‘저 새끼가······!’

궁수 놈의 의도를 알 것 같다.

똥개훈련을 시켜서 내 공력을 완전히 소진시키려는 거다.

내가 못 움직이게 되면 본인의 무음시가 통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없는 공력을 쥐어 짜내며 바닥을 박차려 할 때쯤, 내 앞쪽에서 바람이 느껴졌다.

스쳐간 인영은 제갈수광이었다.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나는 바로 고개를 돌려 제갈수광이 원래 싸우던 쪽을 바라보았다.

두 자루의 유엽비도가 제갈수광의 앞에 있던 두 명의 절정고수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잠깐이나마 그들의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목적의 비도술이었다.

저 유엽비도의 주인도 당연히 제갈수광일 것이다. 아까 무기고에 들어갔을 때 챙긴 모양이다.

비룡검을 검집에 빠르게 꽂아 넣은 후, 즉시 양손으로 소비도 두 자루를 빼냈다.

그 후, 제갈수광이 원래 있던 자리로 이동하며 소비도 두 자루를 두 놈에게 날렸다.

두 놈 모두 절정고수.

제갈수광의 유엽비도든 내 소비도든 저들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나는 제갈수광이 돌아올 때까지 어떻게든 저 두 놈의 발을 묶고 있어야 한다.

채쟁! 챙! 챙!

놈들이 각각 유엽비도와 소비도 한 자루씩을 튕겨내고 있다.

그 즈음 나는 이미 양손에 소비도 세 자루씩을 빼든 상태였다.

양팔을 몸통 쪽으로 끌어들여 교차시켰다가 곧바로 바깥 방향으로 털어냈다.

여섯 자루의 소비도가 각각 세 자루씩 나뉘어 두 놈의 절정고수에게 향했다.

둘 다 이전처럼 그냥 검으로 튕겨내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한 놈의 대처가 다르다.

한 놈이 쾌속한 움직임으로 한 자루의 소비도를 쳐내더니, 두 자루의 소비도를 피하며 내게로 급격하게 거리를 좁혀 왔다.

남들이라면 당황했겠지만 나는 이정도로는 당황하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이 상황에서 무엇이 최선인지가 떠올랐다.

남아 있는 모든 공력을 쥐어짜내며, 나 또한 놈을 향해 최대한으로 천섬보를 펼쳤다.

서로가 빠르게 다가서고 있으니 우리 둘 사이의 간격은 급격하게 좁혀졌다.

놈의 검이 내 가슴으로 향하고 있다.

안법을 최대한으로 활성화시키며 놈의 움직임에 따른 모든 시간들을 잘게 쪼개었다.

스악-

놈의 검이 내 옆구리를 가르며 지나간다.

‘큭······!’

옆구리에서 불에 덴 듯한 열기가 느껴진다.

비룡검을 뽑을 시간이 없다.

소비도를 뽑을 시간도 없다.

나는 손가락 다섯 개를 송곳처럼 모아, 공력을 담은 채 그대로 절정고수 놈의 심장을 찔렀다.

푹!

“커흑!”

순간, 옆에 있던 절정고수 놈이 검을 찔러왔다.

“송유겨엄!”

제갈수광의 다급한 외침이 들린다.

유엽비도 하나가 절정고수 놈을 향해 날아들고 있다는 사실도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저 검의 공격 범위에서 완전히 피할 수가 없다.

최대한으로 몸을 비틀며 자세를 낮췄다.

푹!

절정고수 놈의 검이 기어이 내 등을 찔렀다.

다행히 치명적으로 깊지는 않았다.

그 절정고수 놈도 제갈수광이 날린 유엽비도의 견제로 인해 검을 끝까지 찔러 넣지 못한 것이다.

제갈수광이 내 앞을 휙 막아서고 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쓰러지고 있는 절정고수 놈을 바라보았다. 방금 내가 심장을 찔렀던 놈이다.

복면으로 가려지지 않은 눈자위 부분을 보고 알아챘는데, 놈은 어리다. 내가 생각하는 십대일 가능성이 높다.

놈 또한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이다.

불쌍한 아이야, 잘 가거라.

참고로 이 형님께서는 천마신교 시절부터 백도 고수를 보고 떨었던 적은 있었으되, 적어도 아직까지 사파 고수를 상대로 떨었던 적은 없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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