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70
안휘에서 유명한 산이라고 하면 누구나 인정하는 명산인 황산, 불교 명산인 구화산, 도가 명산인 제운산이 주로 꼽힌다.
그 세 개의 산은 모두 안휘 남부의 산지에 위치해 있다.
도가 명산인 제운산에는 청선곡이라는 백도 세력이 존재한다.
단약 제조술을 통해 선도를 추구하던 도사들의 맥이 이어지며 하나의 무림세력이 되었다. 그곳이 바로 청선곡이다.
공력 상승에 효과가 있는 단약들도 만들지만, 그렇게 만든 단약들은 대부분 본인들이 소비한다. 그들도 강호 세력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청선곡이 꼭 공력 상승만을 위한 단약만 만드는 건 아니다.
상처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들도 만들고 기운을 보강하여 건강한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양생단도 만든다.
양생단은 여러 도가 문파들이나 불가 문파들에서도 만들고, 일반 문파나 세가 등에서도 만든다. 각자만의 제조법이 있다.
산장에서 제갈수광이 우리에게 줬던 활신단도 제갈세가에서 제조한 양생단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양생단들 중에 최고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청선곡의 청심단이다.
특수한 조제법이 있기에 소량만 만들어지며, 이 또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청선곡 내에서 대부분 소비된다.
간혹 친분이 있는 세력이나 중요한 인물들에게만 선물로 제공되곤 하는데, 장우혜도 그런 용도로 선물 받은 걸 복용해본 모양이다.
천하제일 남궁세가이니, 청선곡으로부터 충분히 선물로 받았음직하다. 같은 안휘 무림 소속이기도 하니까.
* * *
「십여 년 전에 청심단을 입수한 적이 있었다. 의마醫魔에게 성분 분석도 시켜봤고, 내가 직접 복용해보기도 했다. 과연 최고급의 양생단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 와중에 특이했던 건, 정파인들이 만든 단약 특유의 불편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내 회회심공의 경지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었을 때 사부님이 하셨던 말씀이다.
「도가라는 게 유파가 수도 없이 많아서, 모든 도가 문파들의 내력이 백도 특유의 정기를 띠는 것은 아니다. 무위자연을 추구하는 성향이면 오히려 정기를 띠는 것조차 꺼려한다. 청선곡도 그런 성향이라 청심단도 무속성인 모양이다.
내가 딱히 도를 추구하려던 것은 아니었으나 회회심공이 만들어진 이유도 비슷하다. 내가 마기를 벗는 경지에 이르러, 마기를 배제시키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 된 것이다. 그래서 무속성이 된 게지.」
이어서 사부님은 자책을 하셨다.
「무속성은 무속성과 통할 수 있다. 즉, 정공, 사공, 마공을 익힌 이들에게는 그냥 효능 좋은 양생단이겠지만, 무속성의 회회심공으로 약기운을 다스린다면 특별한 상승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내가 직접 복용해봤기에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청심단을 복용하지 않고 그냥 남겨뒀을 터인데······.」
내게 복용시키지 못한 아쉬움도 커 보였지만, 그 실험을 못 해본 걸 더 아쉬워하시는 눈치였다.
무속성의 양생단이 드문데다가, 청심단은 효능까지 좋다보니 더욱 아쉬우셨던 모양이다.
* * *
당시에 들었던 말이 있으니 직접 그걸 실험해보고 싶다.
유은무의 말마따나 청선곡 주최의 비무대회는 관도들의 호응이 적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상이 청심단이기 때문이다.
공력 상승효과가 있었다면 대회도 문전성시를 이루겠지만, 청심단은 효능이 좋다 해도 양생단일 뿐이다.
양생단은 꼭 청심단이 아니더라도 많으니, 웬만하면 참가권을 굳이 이쪽에 소모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공지가 나오면 참가 신청서는 아침에 곧바로 제출해야 한다. 설령 오후 대회라 해도 그렇다.
같은 날에 치러지는 대회라도, 관도들이 오전 대회에서 눈치를 살피다가 나중에 오후의 약한 대회에 합류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각 반 거주 구역의 교관실 앞에는 막이 둘러쳐진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여 해당 대회의 목함에 넣으면 된다.
참고로 청선곡 주최 비무대회의 우승 보상은 청심단 다섯 환이다. 준우승 보상은 세 개이며 삼 위 보상은 각각 하나씩이다.
나는 당연히 우승을 노리고 있다.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러 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을 때 장우혜가 내게 물었다.
“송 오라버니, 청심단 많이 필요해요?”
“일단 많으면 좋긴 할 텐데, 왜?”
“만약에 더 필요하시면 저도 출전해서 하나라도 더 확보해드리려구요.”
나는 놀란 눈으로 장우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장우혜가 민망함을 감추려는 듯 살짝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 정도야, 뭐. 다른 분도 아니고 송 오라버니니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람들의 관심도가 적은 대회라서 참가자들의 면면도 대단치는 않을 거고, 보는 사람도 적을 거고.”
그러니 무공 연원이 드러날 일도 딱히 없다는 뜻이다.
“어? 그러면 나도 참가해 볼래. 송 오라버니가 필요하다면 하나라도 더 보태야지!”
요망한 것들이 종종 저렇게 예쁜 짓을 한다.
장우혜와 유은무의 경우에는 무공연원을 들키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모양이다.
그러자 두 소녀의 옆에서 듣고 있던 송유하가 말했다.
“입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다들 참가하시는 김에 저도 경험삼아 한 번 참가해 볼게요.”
청선곡 주최의 비무 대회와 동시간대에 진행되는 대회는 양주전장 주최의 비무대회다.
양주전장은 강서를 대표하는 전장으로, 본점 또한 남창에 있다.
개막 당일에 천하전장이 보여준 게 있어서인지 양주전장 또한 보상을 팔강에 드는 관도들까지로 책정했다. 각 순위별 상금 또한 천하전장에 비해 미세하게 적은 정도였다.
잠룡대전이 칠 일차에 접어들어 많은 상위반 관도들이 이미 참가권을 소모한 상태다.
덕분에 아직 참가권이 남아 있는 상위반 관도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그쪽으로 몰린 모양이다. 이쯤이면 충분히 순위권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통합 잠룡대전을 위한 예선 또한 동시간대에 진행된다.
칠 일차이니 예선도 많이 진행되어, 이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자들만 남은 상태다. 당연히 그쪽에 대한 관심도 또한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 * *
미시정(오후 2시)쯤 되어 청선곡 주최의 비무대회가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참가 인원은 많지 않았고, 관전하는 이들조차도 거의 없었다.
참가자는 총 스물세 명이었다.
추첨에 따라 삼십이강전에서 부전승으로 올라갈 참가자가 결정되었는데, 우리 중에는 장우혜와 송유하가 부전승이었다.
대진표를 보니 아는 이름들이 있었다.
한데 대진표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마침 나와 마주칠 가능성이 높아서, 속으로는 모종의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삼십이강, 십육강, 팔강은 네 곳의 비무장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주 비무장과, 주변에 마련된 세 곳의 보조 비무장에서다.
내 삼십이강전 상대는 임반의 관도였다.
비무대회에서는 쇠붙이를 사용할 수 없기에 상대는 목검을 들고 나왔다.
나는 팔뚝, 다리, 허리 쪽에 가죽 띠들을 착용했다. 가죽 띠에는 연습용 나무 비도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암기술을 펼치는 관도들을 위한 목비도들로, 일반 비도와 소비도의 중간 크기다.
무게감이 어느 정도 보정된 것들인데, 시험 삼아 던져보니 무게중심도 나름 잘 잡혀 있었다.
상대는 계반보다 겨우 한 단계 높은 임반 주제에, 비무 시작 전에 나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댔다.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목비도 두 개를 뿌려낸 후, 시간차를 두고 또다시 두 개를 뿌려냈다.
상대가 시간차 공격을 막아내느라 시선이 팔린 사이, 그의 측면으로 이동하여 옆구리에 주먹을 간결하게 박아 넣어줬다.
퍽!
놈이 아픔을 느끼고 신형을 살짝 옆으로 기울인 사이, 나는 놈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잡아채기 동작을 펼쳤다.
검은 일정한 거리가 있어야 제대로 휘두를 수가 있는데, 이렇게 품속으로 파고들었으니 상대의 수준에서는 대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신형을 옆으로 기울이며 양손으로 놈의 어깨와 목 뒷덜미를 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동시에 오른쪽 무릎을 들어 올려서 놈의 복부를 가격했다.
공력은 안 썼으나 힘은 충분하게 가했다.
퍼어억!
“커헉!”
가죽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놈의 짧은 신음이 들렸다.
크히히! 이 놈아, 정신이 아주 바짝 들지?
놈의 몸이 앞으로 기울고 있다.
나는 쓰러지는 놈을 피해 살짝 옆으로 빠졌다.
털썩!
놈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도 놈은 꿈틀거리며 몇 차례 더 컥컥거렸다.
삑, 삑, 삐익!
시합 종료를 알리는 호각 소리가 들렸다.
임반은 계반 바로 윗반인 만큼 어려울 게 하나도 없었다.
내 십육강 상대는 아는 인물이었다.
나도 반가웠는데 상대도 나를 반가워하고 있다.
서로 반가워하고 있으나, 우리는 친한 사이가 아니다.
상대가 먼저 전음을 보내왔다.
[여어! 송유상 공자의 둘째 형인 송유겸 공자 아니시오!]
[하하! 왕가장의 왕 공자 아니시오? 반갑소. 이런 데서 다 만나는구려.]
송유겸의 몸으로 깨어난 후, 송유상과 처음으로 마주쳤던 날에 봤던 놈이었다.
그때 송유상과 함께 있었던 세 놈 중에서 한 놈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왕여일이다. 그는 강서의 의춘현에 있는 왕가장의 장남이다.
[아이고! 기억은 돌아오셨소? 아니면 아직이시오?]
[하하. 아직 안 돌아왔소. 이러다가 영영 안 돌아올 것 같아서 걱정이오.]
[허어, 그 일이 벌어진지가 곧 일 년이 다 될 텐데 여태 기억이 안 돌아오시다니요. 그 정도면 애초에 기억을 잃었던 게 맞는지조차······. 크음! 흠!]
[하핫! 그렇게 생각되실 법도 하구려.]
[그나저나 아직 계반이시오? 그래도 잠룡관 삼 년차인데 아직 한 단계도 승반을 못 하시다니, 어쩌려고 그러시오?]
당연하게도 나를 염려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무시하며 한심하게 여기는 거다.
말하는 꼴을 보니 내 소문에 대해 전혀 듣지 못한 모양이다.
[하하, 염려해 주셔서 고맙소. 앞으로 더 노력하겠소.]
대진표에서 확인했는데 놈도 여태 승반을 못했다.
처음 봤을 때도 송유상과 같은 경반이었는데 지금도 경반이다. 왕여일이나 송유상이나 어지간히도 등신들인 거다.
[그래도 어찌어찌 십육강에는 올라오셨구려. 솔직히 십육강에서 송 공자와 만나게 될 줄은 몰랐소. 계반인데 임반도 이기시고, 참으로 대단하시오.]
물론 나를 추켜세우려 하는 말이 아니라 비꼬는 거다.
왕여일도 대진표를 봤을 테니 내가 삼십이강을 통과해서 십육강에 올라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운이 좋으셨던 모양인데, 안타깝지만 운이라는 건 실력이 비슷할 때나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하는 것이오. 이번에는 힘들 터이니 각오 단단히 하시오.]
왕여일 놈이 그렇게 말하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단순히 비무에서 이기겠다는 생각만이 아니라, 내게 제대로 한 방 먹여주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어이쿠, 무섭소.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살살 해주시오.]
[당연하지요. 내, 사알살 해드리리다.]
비무가 시작되고 나서 짧은 시간 동안 이리저리 피하며 왕여일의 움직임을 살폈다.
경반은 경반이라, 역시나 정형화된 틀을 그대로 따르는 움직임들이었다.
저 수준이니 내 입장에서는 반응을 예측하기도 쉽다.
슈슉- 슉!
나는 목비도 두 자루를 쥔 채, 피하거나 때때로 놈의 목검을 흘려 내며 근접전을 펼쳤다.
내가 겨우겨우 막거나 피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일수록, 놈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도 점점 짙어져갔다.
‘언제까지 그렇게 막거나 피기만 할 수 있을 것 같소?’
왕여일의 눈동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적당한 시점에 발이 꼬인 것처럼 보이며 몸의 중심이 무너진 척했다.
왕여일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놈이 순간적으로 지금까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강하게 검을 휘둘러 왔다.
중심이 무너진 방향의 내 옆구리를 향해서였다.
이 자식이 딴에는 나를 적당히 상대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계반이니 이렇게 막거나 피하기만 하다가는 결국 실수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으로.
마침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으니 끝낼 계획인 건데, 이왕 끝내는 김에 큰 타격을 가할 작정이다.
옆구리로 날아오는 검에 담긴 힘을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헉!”
일단은 크게 당황한 척을 해준 후, 나는 두려워서 몸을 웅크리는 척하며 부드럽게 신형을 낮췄다.
이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놈의 품속으로 더욱 파고듦과 동시에, 매우 엉성한 동작으로 놈의 디딤 발을 강하게 밟았다.
“큭!”
작은 신음과 함께 놈의 신형이 앞쪽으로 휘청거리는 찰나, 나 또한 몸의 중심을 잃은 척 엉성한 동작으로 놈의 상체를 붙들었다.
포개어진 우리 두 사람의 몸이 자연스럽게 내 뒤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놈이 전진하던 힘 때문이다.
그 와중에 나는 놈을 잡은 채로 몸을 비틀었다.
이에 놈의 몸뚱이가 등부터 바닥으로 떨어지는 형태가 되었고, 나는 그 위로 쓰러지는 형태가 되었다.
이쯤에서 내가 할 일은 정해져 있다.
바닥으로 쓰러지는 와중에도 방어 자세를 취하듯 살짝 몸을 웅크리며 오른쪽 무릎을 쭉 끌어 올렸다. 놈의 사타구니 부분까지다.
송유백을 응징할 때는 한 팔의 하박을 놈의 가슴께에 댔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만 놈이 팔을 이용해서 낙법을 펼칠 수 없도록, 놈의 양팔을 적당히 구속시켰다.
이윽고 포개어진 우리 두 사람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철퍼덕! 빠악!
“악!”
수박 깨지는 소리는 놈의 뒤통수 부분이 비무장의 바닥과 강하게 부딪치며 나는 소리였다.
낙법을 펼칠 수가 없었으니 뒤통수 쪽의 충격을 줄이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내 오른쪽 무릎에도 확실한 감각이 전해져 왔는데, 송유백 때보다 더 강한 느낌이었다.
왕가장 장남의 주제를 모르는 씨앗 따위, 어찌 되든 내 알 바가 아니다.
“어어! 어어어······! 와, 왕 공자! 괜찮으시오?”
나는 크게 당황한 척 몸을 일으키며 이번에도 오른쪽 무릎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힘을 가했다.
“끄아아악······! 그, 급소······!”
“헛! 미, 미안하오! 그그, 그보다 괜찮으시오?”
“끄으으으윽!”
놈은 정신이 없을 것이다.
일단 대가리 쪽의 충격 때문에 대낮임에도 별이 보일 테고, 사타구니 쪽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놈의 몸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돌며 새우등 굽듯 굽어졌다.
한 손으로는 머리통 뒤쪽을 잡고 있고, 한 손은 사타구니 쪽으로 향해 있다.
괴로움 가득한 표정이다.
아아, 좋다. 너무 좋다.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이냐.
이미 호각이 울린 상태에서 진행 요원 역할의 잠룡관 위사가 다가왔다.
나는 속내를 감춘 채 왕여일을 극도로 염려하는 척했다.
“위, 위사님, 얼떨결에 상황이 이렇게······.”
이후에도 당황한 모습을 계속 유지하며, 응급처치를 하는 척 왕여일의 궁둥이를 적당히 쳐주기 시작했다.
탁! 탁! 탁!
“끄으으윽······!”
왕여일 놈이 신음을 흘리기에 잠룡관 위사에게 말했다.
“이, 이분이 넘어질 때 사타구니 쪽을 다친 것 같습니다. 으, 응급처치를 이렇게 하는 걸로 알아서······.”
왕여일 놈의 머리 쪽을 살피던 잠룡관 위사가 얼떨결에 대꾸했다.
“나, 나도 그렇게 알고 있기는 한데······.”
이에 나는 계속해서 적당한 힘으로 왕여일의 궁둥이를 툭툭 때리며 말했다.
“아이고, 아이고. 이를 어쩌면 좋소. 이렇게라도 응급처치를 하는 게 좋으니 지금은 아파도 조금만 참으시오. 아이고······.”
나는 그렇게 십육강을 통과하여 팔강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