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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80화 (80/416)

내 안에 마교있다 80

북부지맹의 교관과 관도들까지 우리 배에 합류했기에 위쪽에서의 전투는 어느 정도 맡겨도 되는 상황인 모양이다.

제갈수광도 이 상황에서 조심해야 할 건 수적들의 수중 작전뿐임을 알고 곧바로 대응한 거라고 한다.

역시 제갈수광이다.

그는 내가 수중전을 수행하고 있을 거라는 예상도 이미 하고 있었단다. 그래서 수중에서 수련해 본 경험이 있는 관도들을 데리고 물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일단 다수를 데려 온 것이고.

제갈수광뿐만 아니라 수중으로 들어온 모든 관도들이 한 손에는 분수자나 분수도를, 한 손에는 작살을 쥐고 있었다.

우리 여섯 명은 곧바로 다시 잠수하여 선미 쪽으로 이동했다.

제갈수광과 내가 선두에 위치하고 나머지 네 사람이 뒤쪽에 위치한 대형이었다.

물이 흐르는 방향이라 이동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내가 한 차례 처리를 하고 왔기에 더 이상의 수적은 보이지 않았다.

선미 쪽에 다다라서 우리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자 배 위쪽에서 밧줄이 내려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우리 인솔 교관 중 막내인 양소열이 보였고, 그 옆에 엄상평도 보였다. 두 사람이 내려준 밧줄이다.

관도들이 차례로 밧줄을 타고 배 위로 오를 때쯤, 잠수해서 선미 쪽을 한 차례 확인하고 올라온 제갈수광이 내게 전음을 보냈다.

[역시나 선미 쪽에서도 수적들의 작전이 펼쳐지고 있었군. 그런 작전조라면 최소 대여섯 명은 됐을 테지.]

제갈수광은 원래 관도들이 밧줄을 타고 올라갈 때까지 수중을 경계하기 위해서 잠수했던 거였다.

한데 이 철저한 사람은 겸사겸사 선미 쪽의 선체 상태까지 확인하고 올라온 것이다.

선미 쪽에서 작전을 펼치던 수적들을 나 혼자 처치했을 거라는 심증을 더욱 굳힌 채로.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인 후 곧바로 밧줄을 타고 배 위로 올랐다.

선상에 올라와 보니 의외로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보니까 여객선의 측면이 아예 우리 배와 달라붙듯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수적들이 여객선을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다.

그로 인해 복면인들이 여객선의 측면 곳곳에서 속속 도약하여 우리 배로 넘어오는 중이었다.

우리 배에 있던 인원들도 대응하기 시작한 모습인데, 당황한 기색들이 역력했다.

마지막으로 선상에 오른 제갈수광 또한 놀란 표정이었다.

자신이 수중에 들어갈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있음을 곧바로 인식한 것이다.

우리 배로 넘어오고 있는 적들도 문제지만, 이대로라면 여객선의 불이 붙은 부분마저도 우리 배에 닿을 위험이 크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일단 닻이라도 올려서 배가 물살을 따라 흘러가게 해야 한다. 단목강과 송유겸은 나를 따르고, 나머지 인원들은 이곳에서 교관들의 지시에 따른다.”

우리 배를 움직이게 만들어서 여객선과 거리를 벌리겠다는 의도다.

돛까지 펼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돛을 펼치면 적의 화시 공격에 의한 화재의 위험도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은 닻을 올려 배가 자연스럽게 물살을 따라 흘러가게 하겠다는 뜻이다.

이후에 이 배로 넘어온 흑의인들을 완전히 정리해야만 선원들이 방향타를 잡을 수 있다.

돛은 이후의 상황을 봐서 펼쳐도 된다.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이 배가 뭍에 닿게 해야만 모두가 더 안전해질 수 있다.

현재로서는 그게 최선이다.

닻은 선수 쪽에 있는데 우리는 현재 선미 쪽에 있다.

제갈수광이 작살과 분수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수중전 무기들은 놓고 가도 된다.”

이에 단목강도 작살과 분수자를 내려놓았고, 나는 분수자만 내려놓았다.

이어서 제갈수광이 막내 교관 양소열에게 전음으로 짧은 지시를 내리는 듯했다. 그러더니 곧바로 쌍검을 빼들고는 선수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와 단목강도 제갈수광의 뒤를 따랐다.

여기저기에서 적들과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기에, 우리는 선수 쪽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최대한 아군을 지원하며 달렸다.

적들이 곳곳에서 넘어왔기에 아군은 최소 이인일조 내지는 삼인일조를 이루어 대처하는 중이었다.

동부지맹 측의 인원들은 아직까지 체력과 공력이 여유로운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제법 안정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미 체력과 공력을 제법 소모한 북부지맹 측의 인원들은 힘겨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선수 쪽으로 달리는 와중에 제갈수광이 먼저 지원한 곳은 북부지맹 측의 교관과 관도가 이인일조를 이루어 싸우고 있는 쪽이었다.

둘이서 네 명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둘 다 아까 여객선의 선실에서 봤던 인물들이었다.

차우기라는 교관과 그 옆에 있던 청년이다.

아까도 봤는데, 교관인 차우기뿐만 아니라 청년의 검술 또한 매우 뛰어나다. 청년의 검술은 최소 종금무와 단목강 수준은 된다. 그 이상일 가능성도 높다.

아까는 저 청년의 정체를 곧바로 떠올릴 수 없었는데, 이후에 차분히 기억을 되짚으며 그가 누군지를 알아냈다.

그의 이름은 추소륵으로, 소림의 제자다.

추소륵은 소림의 속가제자다.

‘소림’하면 권법인데, 처음부터 추소륵은 흔치 않게 소림의 검법을 익혔다.

속가제자는 주로 불가 문파나 도가 문파에 무공만을 배울 목적으로 입문하는 제자들을 말한다. 속가제자에게는 해당 문파의 중요 무공을 전수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한데도 추소륵은 소림의 중요 무공을 전수받았다.

소림에서 흔치 않게 검의 계보를 이은 그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만큼 빼어난 성취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소림이 제시한 여러 단서 조항들을 수락한 후 중요 무공을 전수받은 것이다.

제갈수광이 쌍검을 휘두르며 갑작스럽게 차우기와 추소륵 쪽으로 가세하자 복면인들이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제갈수광의 기세가 그만큼 강맹했던 탓이다.

복면인들 두 명이 당황하여 측면으로 살짝 몸을 빼자마자, 곧바로 그들을 향해 웅장한 검기가 짓쳐들었다.

단목강이 발출한 검기다.

제갈수광에 의해 적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미리 예상하고 쏘아낸 검기다. 저 복면인들의 수준에서 완벽하게 막거나 피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목강에 대한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태화지부 당시에 비해 단목강은 실전 실력이 크게 발전한 모습이었다.

천재 부류들이 저래서 무섭다.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심도 깊은 깨달음을 얻기만 하면, 그 시기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성취가 빠르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단목강의 검기가 각각 복면인들의 등 쪽 옆구리와 어깨 부위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제갈수광이 그 둘을 쌍검술로 더욱 몰아붙였고, 차우기와 추소륵은 나머지 둘을 몰아붙였다.

그 즈음 내 시야에 저 앞쪽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투가 보였다. 우리가 가야 할 선수 쪽 방향이다.

북부지맹 잠룡관의 남관도 한 명과 여관도 한 명이 복면인 두 명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남관도는 검을, 여관도는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한데 여객선 쪽에서 다른 복면인 두 명이 남녀를 향해 도약하기 시작한 게 보였다.

하필이면 남녀가 전투 중에 여객선 쪽을 등진 시점인데, 얼핏 봐도 지금 상대하고 있는 복면인들의 공세가 강력하여 몸을 빼지 못하고 있다.

딱 봐도 위험해질 것 같은 형국이라, 즉시 그쪽을 향해 바닥을 박찼다.

막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을 즈음, 나는 급격하게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여객선에서 도약한 두 명의 복면인 중 한 명의 속도가 매우 빨랐던 탓이다.

그 속도만으로도 알 수 있다.

절정고수다.

남녀 중에서 상대적으로 지쳐 보이는 건 남관도 쪽이며, 난간에서 더 가까운 이도 남관도다.

이 속도로는 제시간에 닿을 수 없다.

천섬보를 최대한으로 펼쳤다.

스윽-

절정고수의 검이 남관도의 등에 거의 닿고 있다.

남관도는 깜짝 놀라며 그제야 뒤쪽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중이다.

그러나 상대는 절정고수다.

남관도가 스스로 대처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나는 신형을 최대한 쭉 뻗으며 비룡검을 휘둘렀다.

캉!

다행이다. 절정고수의 검을 겨우 쳐낼 수 있었다.

그러자마자 나는 왼손에 들고 있던 작살을 남관도의 겨드랑이 사이로 뻗었다.

남관도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이, 원래 그가 상대하고 있던 복면인이 공격하고 있었던 탓이다.

곧바로 작살을 발사했다.

탁! 슉! 푹!

은룡삭의 강한 탄성으로 인해 발사된 작살이 그의 한쪽 어깨에 꽂혔다.

그 복면인의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공격이었던 탓이다.

난간을 밟은 절정고수가 내 목을 향해 검을 찔러오는 게 느껴진다.

작살을 쥔 왼손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그 반동을 이용해 고개와 상체를 좌측 하단으로 살짝만 이동시켰다.

내 등 뒤에서 날아오고 있는 한 줄기의 강력한 검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단목강이 발출한 검기다.

그 검기 때문에 절정고수도 더 이상은 내게 검을 찔러 넣지 못했다.

캉!

절정고수가 단목강의 검기를 막아낼 때쯤, 나는 상체를 숙인 김에 내가 작살을 꽂아 넣었던 복면인의 다리를 찔렀다.

이후에는 곧바로 신형을 빙글 돌리며 절정고수의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그 순간, 이쪽으로 달려오던 단목강이 복면인 한 명에게 강력한 공격을 가하는 게 보였다.

방금 전에 여객선에서 절정고수와 함께 이쪽으로 도약했던 복면인이다.

복면인도 검으로 단목강의 공격을 막아갔다.

캉!

단목강의 검에 담긴 힘이 예상보다 강력했는지, 검을 쥔 복면인의 팔이 크게 들렸다.

그 복면인은 눈매를 찡그리며 팔을 원위치 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샤악!

난간을 타고 뭔가가 빠르게 다가온다 싶더니, 불쑥 나타난 검 하나가 그 복면인의 목을 갈랐다.

난간을 밟으며 쾌속하게 달려오던 제갈수광의 검이었다.

제갈수광이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곧장 낮고 빠르게 도약하여 절정고수를 향해 짓쳐들었다.

이쯤 되니 절정고수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느꼈는지, 다시금 여객선 쪽으로 도약하려 했다.

나는 그 절정고수가 그렇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때문에 작살을 발사하고 나서 풀려 있던 기다란 은룡삭을 작살촉과 함께 허공에 휘두른 후다. 절정고수가 도망칠 방향을 향해서였다.

이 자식아, 가긴 어딜 가?

이래봬도 이 몸이 절정고수 담당 전문가야.

게다가 이 몸께서는 고수를 상대할수록 집중력이 배가되는 성격이란다.

도약을 시작한 절정고수도 위험을 느꼈는지 검을 이용해 은룡삭의 중간 부분을 자르려 했다.

순간적으로 은룡삭에 공력을 가득 주입했다.

은룡삭은 내공을 주입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두 종류의 완전히 다른 성질을 띤다.

그 중 하나가 부드러움을 극대화시키는 방식이다.

웬만해서는 잘리지 않는 은룡삭이나, 내공을 이런 식으로 운용하면 잘리는 걸 더더욱 방지할 수 있다.

상대가 절정고수인 만큼 절단될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약간 무리해서라도 공력을 더 썼다.

퉁!

역시나 은룡삭은 잘리지 않았다.

대신 절정고수가 검으로 자르려 했던 중간 부분이 급속도로 꺾이며 더 빠르게 그의 몸을 휘감아갔다.

절정고수는 허공에서 더 크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제갈수광이 곧장 그 절정고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절정고수가 이미 난간 밖의 허공에 떠있는 상태임에도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날린 것이다.

상대가 절정고수인 만큼 이 기회에 확실히 처치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진다. 절정고수를 이대로 보내면 또다시 어느 쪽으로 가서 아군을 위험에 빠트릴지 모르는 거니까.

제갈수광이 내 시야를 가리며 절정고수를 향해 맹렬하게 쌍검을 휘둘렀다.

저 인간이 굳이 내 시야를 가리며 저러고 있다면 그 의도는 하나다.

순간적으로 오른손에 쥐고 있던 비룡검의 검병을 손아귀에서 놓으며, 팔뚝의 가죽 띠에 꽂혀 있던 소비도 한 자루를 꺼냈다.

그러고는 즉시 제갈수광의 뒷목 정중앙을 향해 날렸다.

스악-

저 절정고수가 내 소비도를 알아차리기에는, 제갈수광이 쌍검을 휘두르는 기세가 너무도 강맹하다.

제갈수광이 마지막 순간에 고개를 급속도로 옆으로 꺾자, 내 소비도가 절정고수의 목 아래에 그대로 박혔다.

절정고수의 눈동자가 커지는 사이, 제갈수광의 검 한 자루가 절정고수의 목을 찔렀다.

그러자마자 제갈수광이 허공에서 절정고수의 가슴께를 강하게 밟았다.

퍼억!

그 반동으로 도약한 제갈수광이 다시금 우리 배 쪽으로 날아올랐다.

훌륭한 솜씨이나, 고정된 뭔가를 디딘 게 아니기에 도약 거리도 짧을 수밖에 없었다.

제갈수광이라면 저대로 놔둬도 물속에 빠졌다가 금세 배 위로 올라올 것이다.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면 그냥 놔뒀겠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즉시 양손으로 작살대를 잡고는 은룡삭을 제갈수광 쪽으로 휘둘렀다. 동시에 은룡삭에 또 다른 방식의 내공을 주입했다.

이번에는 은룡삭의 조직을 밀도 높게 수축시켜 탄성을 최소화하는 식의 공력 주입법이다.

이 방식에는 아직 완벽하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해서라도 제갈수광을 빠르게 배 위로 복귀시키는 게 좋다.

은룡삭이 가까워지자 제갈수광은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은룡삭의 탄성이 매우 좋다는 걸 앞서서 확인한 탓이다.

저걸 잡아봐야 탄성이 무게를 못이길 테고, 그러면 물속으로 빠질 게 빤하다고 예상하고 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갈수광은 곧바로 쌍검을 한 손에 몰아 쥐며 다른 한 손으로 작살촉 윗부분의 은룡삭을 낚아채고 있었다. 내가 괜한 짓을 할 리는 없으니, 일단은 믿어보겠다는 분위기다.

나는 그대로 양손으로 작살대를 잡아채 올리며 허공에 떠있는 제갈수광의 몸을 배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와중에도 제갈수광이 선수 쪽으로 날아가게끔 방향을 조절했다.

제갈수광이 아무리 경신술로 몸을 가볍게 했어도, 이런 상황에서 저 무게가 가벼울 리는 없다.

마치 낚시로 대어라도 낚아채 올리는 것 같다.

힘들어 죽겠다.

“끄으응! 옘병!”

내 특유의 기합을 한 차례 지른 후에야 원하는 방향으로 제갈수광을 날릴 수 있었다.

다행히 은룡삭의 탄성 또한 대부분 줄일 수 있었다.

제갈수광이 허공에서 부드럽게 제비를 돌며 한 발로 난간을 디뎠다.

탓!

그런 식으로 신체의 중심을 잡자마자 제갈수광이 선수 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제갈수광의 전음이 들렸다.

[너 이 자식, 선생한테 뭐? 옘병?]

[아뇨, 그건 제 고유의 기합성일 뿐입니다.]

[인마, 그게 무슨 기합성이야? 세상 누가 그딴 식의 기합성을 질러?]

[진짭니다. 저는 용을 써야 할 정도로 힘들면 저절로 그 소리가 나온단 말입니다.]

[더 힘들면 선생한테 아주 쌍욕도 하겠네?]

[진짜 오해시라니까요? 이래서 요즘 사람들이 물에 빠진 사람 잘 안 구하나 봅니다. 구해주면 딴 소리니, 원.]

[저 자식은 하여간 말이라도 못해야지. 으휴.]

곧 제갈수광이 앞에 있는 적들을 향해 쌍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 와중에 한 마디 전음이 마지막으로 들려왔다.

[아무튼 잘했어.]

그 즈음에는 여관도가 상대하던 복면인 또한 처치된 상태였다. 단목강의 가세로 인해 어렵지 않게 처리된 것이다.

단목강이 말했다.

“뒤쪽으로 조금만 가시면 교관님과 관도가 한 명 있소. 그곳으로 합류하시는 게 좋겠소.”

말을 마치자마자 단목강이 제갈수광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나도 작살을 재장전하며 그를 따라 달려 나갔다.

우리가 선수에 도착했을 때쯤, 복면인들 두 명이 닻을 감아 올리는 장치 쪽으로 빠르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닻과 연결된 쇠사슬을 감아올리는 장치인데, 양쪽의 손잡이가 파괴되면 닻을 끌어올리기도 더 어려워진다.

그들은 우리의 목적과 반대로, 아예 장치를 파괴하여 닻을 올리기 어렵게 하려는 것이다.

제갈수광이 질풍처럼 달려갔고, 나도 그 뒤를 쫓으며 즉시 소비도 하나를 강하게 던졌다. 이후에 연속해서 또다시 소비도를 날렸다.

내 소비도가 복면인들을 견제한 직후, 제갈수광이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단목강과 나도 곧바로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복면인들은 두 명 모두 일류 수준이라 우리는 어렵지 않게 그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제갈수광이 주변을 경계하며 지시를 내렸다.

“내가 엄호하겠다. 둘이서 양쪽에서 돌려서 감아 올려.”

단목강과 함께 장치의 양쪽 옆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아까 물속에 빠지려던 제갈수광을 은룡삭으로 건져 올린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닻을 올려서 고정시킬 때쯤, 상류 쪽으로 향해 있던 우리 배의 선수가 서서히 옆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우리 배 전체가 이대로 여객선에서 떨어질 것이다.

그때쯤 세 사람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인솔 교관 중에서 막내인 양소열, 동검대의 무인 한 명, 그리고 엄상평이었다. 엄상평은 양손에 분수자 세 자루와 작살 두 자루를 들고 있었다.

아까 제갈수광이 양소열에게 내린 지시가 바로 이 지시였던 모양이다.

아까 한 차례 수중 작전 중인 수적들을 처치하긴 했으나, 아직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번쯤은 더 수중을 수색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제갈수광도 그걸 의식하고 있기에 다시 수중으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수중전 무기를 챙긴 우리 세 사람은 즉시 입수했다.

물속으로 들어서자마자 선수 쪽의 바닥을 확인해 봤는데, 역시나 수적들 다섯 명 정도가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 세 사람은 이미 호흡이 척척 맞는 상태라, 큰 위험 상황 없이 안정적으로 수적들을 처치해갔다.

아까 혼자서 수중전을 치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월했다.

돌아가면서 안전하게 호흡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두 사람의 엄호를 받다 보니 성능 좋은 내 작살을 활용하기가 매우 용이했다. 작살을 발사하고 나서 다시 장착할 만한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물론 수중전이라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선수 쪽의 수면 위로 떠올라서 함께 호흡을 고르는 도중에 제갈수광이 말했다.

“송유겸이 중앙, 나와 단목강이 양 측면이다. 이대로 빠르게 선미까지 간다.”

내 수중전 실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는 분위기다. 게다가 내 작살의 성능까지 확인했으니 더더욱 저러는 거다.

선미 쪽의 물속에서는 아홉 명 정도 되어 보이는 다수의 수적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들은 막 작업을 시작한 모양새였다.

이번이 마지막 수중전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최선을 다해서 수적들의 수를 줄여갔다.

제갈수광과 단목강의 마음 또한 나와 같은지, 두 사람의 기세 또한 맹렬했다.

일곱 명 정도를 처치하자 나머지 수적들은 알아서 물러갔다.

우리가 수면 위로 얼굴을 드러내자, 위에 있던 양소열과 엄상평이 밧줄을 내렸다.

이쯤 되니 선수가 하류 쪽을 향해 많이 돌아간 상태라, 배가 서서히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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