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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07화 (107/416)

내 안에 마교있다 107

이후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궁벽 또한 오랜만에 동부지맹에 들를 계획이라, 이들 모두가 내일 새벽에 무림맹을 떠난다는 모양이다.

남궁벽에, 남궁찬에, 남궁세가의 무인들도 함께일 테니 위험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 헤어지고나면 송 공자와 또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겠군. 그래서 하는 말인데, 언제든 우리 세가에 찾아와도 좋네. 심심할 때 찾아와도 좋고, 도움을 요청하러 와도 좋네. 기회가 되면 어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방문해 주게.”

남궁벽의 작별인사였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대꾸하자마자 남궁벽의 전음이 들려왔다.

[내가 건넨 돈에 대해서는 너무 부담스러워 말게. 송 공자는 일전에 위험에서 내 딸을 구해준, 우리 세가의 큰 은인일세. 그 일에 대한 작은 성의 표시 정도로 편하게 여기게. 아마 선우 대협의 마음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걸세. 우리 입장에서 송 공자에게 뭘 못해주겠느냔 말일세.]

내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남궁벽의 전음이 또다시 들려왔다.

[아울러, 혹여 앞으로 또다시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경우에도 설아를 잘 가르쳐주고 보살펴줬으면 하네. 지금까지의 은혜도 잊지 않을 것이나, 그 고마움 또한 결코 잊지 않겠네.]

나는 다시 한 번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유겸아, 동부지맹에서 보자.”

“송 오라버니, 잠룡관에서 봐요.”

“나중에 봐요.”

남궁찬과 선우린과 남궁설이 차례로 그렇게 인사했다.

마주 인사해준 후 특실을 벗어났다.

서둘러 방으로 돌아와서 문의 걸쇠를 걸어 놓고는 청심단을 복용했다.

네 차례의 운기조식이면 청심단 하나의 약효를 흡수할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운기조식을 모두 마치고 나니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이전에 복용했던 청심단들과 비슷한 수준의 공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초저녁이 되어 교관, 관도들과 함께 내성에 있는 대연회실로 이동했다.

만찬이 벌어지는 장소다.

동서남북의 모든 관도들과 교관들이 모이며, 화합과 친교 목적의 만찬이다.

통합 잠룡대전에 참가했을 정도면 모두가 내로라하는 후기지수들이다. 미래에 백도 무림을 이끌어갈 이들이기도 하니, 미리 친목 도모의 기회를 제공하는 목적이다.

통합 잠룡대전에 참가했던 관도들로서는 이 만찬이 마지막 공식 행사이기도 하다.

이런 행사를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 공식적인 마지막 행사이니 참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승까지 차지한 마당이라 더욱 그렇다.

안으로 들어서니 화려하게 꾸며진 넓은 내부가 시야에 들어왔고, 요리 냄새들이 코를 자극했다.

아마도 우리 동부지맹 잠룡관이 가장 늦게 도착한 모양인데, 안에 있던 많은 이들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향했다.

교관들이 먼저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유겸아아아아!”

정감 가득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윤단영이었다.

그녀가 양팔을 활짝 벌린 채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저, 저기요! 설마 그대로 와서 나를 끌어안을 생각인 건 아니죠? 이건 좀 그렇잖아요?

한데 정말로 다가오더니 그녀가 나를 끌어안아버렸다.

당황스럽다.

“우승 축하해! 으이그. 이 예쁜 녀석.”

그래도 살짝 포옹했다가 떨어지겠거니 했는데, 오히려 꽉 끌어안은 채로 내 등을 두드려주고 있다.

“저, 저, 저기, 윤 교관님, 알았으니까 일단 떨어져서 얘기하시는 게······.”

그러자 윤단영이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며 물었다.

“응? 왜?”

몰라서 물으시오?

지금 당신 상체와 내 상체가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밀착되어 있잖소!

윤단영의 표정을 보니 이제야 알겠다.

이 사람도 나를 곤란하게 하며 놀려주려는 목적이다.

“에휴, 교관님. 적당히 하십쇼. 송 공자가 당황했잖습니까.”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제갈건의 목소리였다.

그러자 윤단영이 내게서 떨어지며 말했다.

“이히힛! 귀여워, 우리 유겸이. 이따 보자.”

내가 뭐라고 대꾸할 새도 없이 윤단영이 내게서 멀어지더니 우리 교관들 쪽으로 향했다.

제갈건이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안녕하시오, 제갈 공자.”

“안녕하시오, 송 공자. 아, 우리 윤 교관님이 간혹 저런 식으로 관도들을 당황시키곤 하시니 송 공자가 이해하시오.”

“아하하······.”

“아, 우승 축하드리오.”

“고맙소.”

제갈건에게 그렇게 대꾸했을 때쯤,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만찬장의 입구 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몇 명의 어른들이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맹주 운천흠이 들어섰고, 그 뒤를 문상 사마진, 무상 백리결, 집법당주 선우훤 등이 따르고 있었다.

그 네 사람에 이어서 만찬장에 들어선 이들은 각 지맹 잠룡관의 관주들이었다. 당연히 육남춘도 함께였다.

입장한 주요 인사들은 총 여덟 명이다.

눈여겨 볼 점은, 무림맹의 다른 중요한 당주들과 각주들 중에 선우훤만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무림맹의 여러 조직 중에 집법당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선우훤의 인기가 워낙 높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가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관도들에게는 큰 의미가 될 테니까.

여덟 명의 어른들이 상석으로 향했다.

상석에는 탁자 세 개가 놓여 있는데, 가운데 탁자에는 맹주 운천흠만 앉았고, 왼쪽 탁자에는 사마진과 백리결과 선우훤이, 오른쪽 탁자에는 각 지맹의 잠룡관주들이 앉았다.

긴 탁자들이라, 모두가 만찬장 쪽을 바라보는 형태로 착석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앉고 나자 교관들과 관도들도 자리에 앉았다.

맹주 운천흠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말했다.

“이렇듯 가까이에서 모두를 보니 기분 좋구나. 먼저 통합 잠룡대전 내내 고생한 모든 관도들과, 관도들을 지원하기 위해 애쓴 모든 교관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모두 고생 많았다.”

말을 마친 운천흠이 박수를 치자 모두가 함께 박수를 쳤다.

운천흠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만찬을 시작하기에 앞서 꼭 언급하고 싶은 게 있다. 일단 북부지맹의 교관들과 관도들은 잠시 일어서도록.”

만찬장에는 많은 원탁들이 네 줄로 배치되어 있는데, 지금은 일단 줄마다 각 지맹별로 앉아 있는 상태다.

북부지맹 쪽 줄의 원탁들에 앉아 있던 교관들과 관도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운천흠이 말했다.

“북부지맹의 교관들과 관도들은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장강에서 큰 위험을 겪은 바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교관들과 관도들은 합심하여 승객들을 지켰다. 그대들이 자랑스럽다. 북검대의 무인 소수가 희생된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나, 북부지맹 교관들과 관도들의 의협심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말을 마친 운천흠이 북부지맹 쪽 탁자를 향해 박수를 보내니, 모두가 그곳을 향해 또다시 박수를 보냈다.

북부지맹의 인원들이 인사한 후 자리에 앉았다.

“동부지맹의 교관들과 관도들, 일어서도록.”

운천흠의 말에 이번에는 우리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부지맹의 인원들은 장강을 통해 무창으로 이동하던 중에, 갑자기 강물을 떠내려 오는 선원들의 시체와 북검대 무인들의 시체를 여러 구 발견했다. 그 후, 동부지맹의 인원들은 즉시 배를 몰아 상류로 향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빠진 동도들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곧바로 개입한 것이다.”

운천흠이 말을 이었다.

“당시에 북부지맹의 인원들은 강물 위에서 위기를 겪고 있었기에 퇴로가 딱히 없는 상황이었다. 즉, 동부지맹 측의 그 판단과 결정이, 적도들로부터 저 북부지맹의 인원들을 살린 것이다. 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공로다. 맹주로서 동부지맹의 인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운천흠이 박수를 치자 모두가 우리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북부지맹과 동부지맹의 인원들은 잠룡관으로 돌아가면 내 이름으로 표창장을 수여받게 될 것이다.”

북부지맹과 동부지맹의 모두가 뿌듯해 하는 표정이었다.

이윽고 우리가 자리에 앉자 운천흠이 말했다.

“자, 그럼 이제 마음껏 이 만찬을 즐겨주기 바란다.”

지맹에 상관없이 어울리며 친분을 다지는 만찬이다.

벌써부터 관도들이 다른 지맹의 관도들과 어울리기 위해 이리로 저리로 이동하고 있는데, 나는 그런 움직임에 상관하지 않고 젓가락을 들었다.

배가 고파서였다.

평소 식탐이 많지는 않으나, 나는 오늘 점심을 거른 상태다. 당연히 배가 고플 수밖에 없었다.

먹음직한 양념 살코기 한 점 쪽으로 젓가락을 내밀었을 무렵,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겸아.”

원탁의 앞쪽에 앉아 있는 양소열의 목소리였다.

아, 진짜 밥 좀 먹읍시다. 배고프단 말입니다.

그를 바라보니 그가 손바닥으로 상단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상단을 바라보니 그곳에서 동부지맹 잠룡관주 육남춘이 내게 손짓하고 있었다. 오라는 뜻이다.

문제는 육남춘이 맹주 운천흠의 탁자에서 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내가 우승자라서 부르는 모양이다.

책임 교관인 제갈수광도 같이 부른 모양이라, 우리는 나란히 맹주의 탁자 앞에 섰다.

“맹주님을 뵈옵니다.”

제갈수광이 그렇게 말하며 예를 취할 때 나도 같이 예를 취해 보였다.

운천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응. 그래. 앉지.”

제갈수광과 나는 맹주의 맞은편에 앉았고, 맹주의 옆에는 육남춘이 앉았다.

육남춘이 내게 말했다.

“아, 이 만찬의 전통이다. 맹주님 자리에서의 첫 식사는 우승자와 함께 하고, 맹주님의 첫 잔도 우승자가 받는 거야. 책임교관과 해당 잠룡관의 관주도 같이.”

“아.”

“내가 관주가 된 후로 여러 차례 이 만찬에 참가했는데, 지금까지는 항상 구경만 했었다. 유겸이 덕분에 처음으로 이 자리에 앉아보는구나.”

고맙다는 의미의 말이었다.

내가 쑥스럽다는 듯 웃어 보이자, 운천흠이 미소를 보이며 제갈수광과 나를 향해 말했다.

“배고플 테니, 일단 편하게 음식부터 들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나는 열심히 젓가락을 놀리며 음식을 먹었다.

옆에 있으니 아는데 제갈수광도 부지런히 젓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우리를 배려하듯, 운천흠과 육남춘은 둘이서만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천천히 젓가락을 놀리는 중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운천흠은 내가 먹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곤 했다.

뭐, 맹주 앞이라고 긴장해서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할 내 위장이 아니다.

어느 정도 허기를 달랬을 즈음, 운천흠이 술병을 들며 말했다.

“이쯤 되었으면 한 잔 줘도 되겠지?”

“예, 맹주님. 감사히 받겠습니다.”

운천흠이 우승자인 내 잔을 먼저 채워주더니, 이어서 제갈수광의 잔을 채워주고 육남춘의 잔을 채웠다.

“맹주님께는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내가 일어서서 술병을 받으려 하자 운천흠이 말했다.

“앉아서 해도 된다.”

“아, 예.”

앉은 채로 운천흠의 잔을 따르자, 운천흠이 잔을 들어 올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승자인 송유겸의 무운을 빌며.”

운천흠이 잔을 털어 넣었고, 우리도 잔을 비웠다.

육남춘이 알아서 우리의 잔을 채워주는 가운데, 운천흠이 입을 열었다.

“근래 사파가 불온한 움직임을 드러낸 후로 가장 고생도 많았고 활약도 컸던 두 사람이로군. 내게는 매우 고맙고 대견한 두 사람이지.”

산장 사건, 태화지부 사건, 장강 사건.

사파로 인해 발생한 그 세 가지의 사건에 모두 관여된 게 제갈수광과 나다.

선우훤이 그 사건들의 진상을 파악하고 있는 만큼, 맹의 수뇌부 또한 모두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당연히 맹주 운천흠 또한 진상을 알 수밖에 없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제갈수광이 특유의 사무적인 어조로 대꾸했다.

맹주 앞에서도 평소와 똑같은 태도라니.

역시나 보통은 아닌 사람이다.

“저는 제갈 교관님의 지시대로 열심히 움직였을 뿐입니다.”

나도 그렇게 대꾸해줬는데, 맹주 운천흠이 씩 웃고 있다.

쯧. 아무래도 맹주다 보니 내 활약에 대해 더 소상하게 알고 있는 모양이다. 각종 보고가 다 올라갔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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