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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22화 (122/416)

내 안에 마교있다 122

퍼벙!

우리가 날린 비도들에 의해 독탄들이 허공에서 터지기 시작할 때쯤, 제갈수광이 한 손에 몰아 쥐고 있던 쌍검을 재빨리 양손에 나눠 쥐며 전음을 보내왔다.

[따라오도록.]

곧 제갈수광의 신형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한 방향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도 즉시 그의 뒤를 따랐다.

이 인간, 빠르다.

지금껏 여러 차례 그와 함께 싸웠는데, 내가 목격한 속도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였다.

나라면 당연히 따라올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저 속도를 내고 있는 거다.

독무에 당한 적도들이 비명과 신음을 지르며 풀썩풀썩 쓰러지고 있다.

우리 인원들 대부분은 후방으로 쭉 빠진 상태인데, 제갈수광은 후방으로 살짝 빠졌다가 적진의 외곽을 돌아 측면으로 향하고 있다.

독무가 퍼진 범위 밖으로 빙글 돌고 있는 셈이다.

[교관님, 우리 인원들한테서 너무 멀어지는 것 같은데요.]

[그쪽에는 따로 지시를 내려놨다. 우리는 이쪽에 있는 절정고수 둘을 맡는다.]

역시나 절정고수 놈들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쪽의 절정고수들을 최대한 빨리 제거할수록 좋다. 이후에는 곧바로 다른 쪽을 지원하러 간다.]

제갈수광이 말하는 모양새를 종합해 보니 적측의 다른 절정고수들에게도 우리 측의 전력을 보낸 것 같다.

아마도 산개를 지시한 순간에 세 노인과 길초량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절정고수들을 맡으면 남아 있는 우리 인원들은 일반 적도들만 상대하면 된다. 가뜩이나 일반 적도들은 방금 전의 독무에 다수가 죽은 상태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 방향은 우리가 돌파하던 방향을 기준으로 좌측 후방에 있던 절정고수 두 놈 쪽이다. 내가 처음에 소비도로 노렸던 놈이 이 방향에 있었다.

제갈수광의 전음이 다시금 이어졌다.

[단, 다칠 정도로 무리하진 말도록.]

내가 절정고수들을 상대하다가 크게 다친 적이 두 번이나 되다 보니, 염려하는 마음에서 저 소릴 하는 것이다. 제갈수광은 그걸 다 지켜봤으니까.

나도 이번에는 다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민폐를 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의 뒤를 따라 달리며 품속에서 작고 둥근 목갑을 꺼냈다.

피독주가 들어있는 목갑이다.

목갑에서 피독주를 꺼내어 검을 쥐지 않은 왼손에 쥐었다.

놈들이 독공을 펼치고 있으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아예 물고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저 앞에 우리가 노리고 있는 절정고수 두 놈이 보인다.

예상대로 내가 아까 소비도로 노렸던 놈도 보였다.

우리가 빠르게 다가가고 있는 걸 알아챈 두 놈이 도주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다른 일류고수들 다섯 명이 함께 있는데도 저러는 걸 보면, 놈들도 나와 제갈수광을 알아 본 모양이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독탄을 허공에서 터지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우리 두 사람이니까.

놈들이 도주하는 걸 확인한 제갈수광이 속도를 더 높였다.

방금 전까지도 매우 빠르게 달렸는데, 지금은 거의 바람과 같은 속도였다.

나 또한 그 속도에 맞추어 뒤에서 달리며 피독주를 입에 물었다. 동시에 허리춤에서 은룡삭을 빼내어 왼 손에 쥐었다.

이윽고 절정고수들과의 간격이 몇 걸음 안으로 좁혀진 순간, 나는 천섬무를 펼치며 제갈수광을 제치고 앞으로 나아갔다.

다섯 걸음, 네 걸음, 세 걸음.

그리고 두 걸음까지 좁혀진 순간, 두 놈 중에서 왼쪽에 있는 놈이 나를 돌아봤다.

놈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뒤에서 뭔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을 텐데, 내가 이미 바로 뒤에 있기에 저러는 것이겠지.

천섬무의 엄청난 속도 덕분이다.

놈을 향해 검기를 떨쳐내자 놈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연히 저렇게 반응할 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검기를 떨쳐낸 직후에 이미 그 방향으로 은룡삭을 은밀하게 떨쳐낸 상태다.

곧게 뻗어나간 은룡삭이 놈의 다리에 닿은 순간, 나는 활용법의 용도에 맞추어 내공을 주입했다.

촤악!

“헉!”

은룡삭이 놈의 종아리를 휘감았고, 나는 왼손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놈도 빠르게 달려가던 상태라 급격하게 중심을 잃으며 고꾸라졌다.

나는 그놈에게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다른 놈을 쫓았다.

어차피 이 놈은 제갈수광이 처리할 것이다.

오른 쪽에서 달리던 놈은 우측으로 방향을 꺾은 상태다.

내가 왼쪽 놈을 상대하던 사이에 그놈은 다섯 걸음 쯤 멀어져 있었다.

놈이 도주하는 속도가 있으니 천섬무를 펼치면 일고여덟 걸음쯤을 가야 할 것이다.

어차피 밤중인데다가 주변에는 사람도 없다.

제갈수광과, 그에게 곧 죽게 될 놈이 있을 뿐이다.

즉시 천섬무를 최대한의 속도로 펼쳤다.

스아아악-

근래 최대한의 속도로 천섬무를 펼쳐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 예상보다 속도가 더 빠른 느낌이다.

주변의 모든 배경이 압축되어 다가오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 빠른 속도감으로 인해 희열마저 느껴졌다.

공력도 상승하고 천섬무의 성취도 상승한 덕분이다.

도주하는 와중에도 슬쩍 뒤를 돌아본 놈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지고 있다.

내 가공할 속도 때문이다.

참고로 이놈은 아까 내가 소비도를 날린 탓에 독탄을 더 일찍 털어냈던 놈이다.

그 무렵 우리의 간격은 세 걸음.

놈이 달리는 와중에 왼손을 털어내고 있다.

딴에는 제법 빠르게 털어내고 있는 거겠지만,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운용하고 있는 내 눈에는 느려 보일 뿐이었다.

심지어는 놈이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 사이에 침들을 몇 개씩 끼우고 있는지도 보인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세 개, 중지와 약지 사이에 세 개, 약지와 소지 사이에 두 개.

여덟 개의 침이 나에게 쏘아진 순간, 나는 왼발을 강하게 박차며 우측 전방으로 최소한만 방향을 틀었다.

독침들이 내 왼쪽 측면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고 있다.

이제 우리의 걸음은 두 걸음.

놈이 이번에는 내 정면을 향해 오른손을 털어냈다.

구체가 날아오고 있다. 독탄이다.

나는 한 걸음 더 다가는 와중에도 급격하게 몸을 왼쪽으로 비틀었다.

그러면서 놈의 허리춤을 향해 왼손의 은룡삭을 빠르게 털어냈다.

이 가까운 거리에서 천섬무를 사용하여 털어낸 은룡삭이다.

놈은 이걸 피할 수 없다.

상체를 비튼 내 가슴 앞으로 독탄이 지나가고 있다.

그 모습을 눈으로 쫓다가 비룡검을 손에서 놓았다.

동시에 오른손으로 속도를 최대한 맞추어 그 독탄을 잡아채갔다.

혹여 터진다 해도 최대한 빠르게 손을 뺀다면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어차피 손에 비룡수투를 차고 있는 데다가 입에는 피독주까지 물고 있기 때문이다.

착!

결국 독탄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 즈음 내가 뻗어낸 은룡삭도 놈의 허리춤을 감았다.

내공을 주입하자 은룡삭이 놈의 몸뚱이를 강하게 휘감았다.

촤락!

“컥!”

빠르게 달리던 와중에 갑자기 복부에 압박을 받았기에 저런 소리가 나온 것이다.

왼손의 은룡삭을 끌어당김과 동시에 오른손의 독탄을 품속의 주머니에 넣고, 이어지는 동작으로 소비도 한 자루를 뽑았다.

그리고 그 소비도를 놈의 뒤통수에 박았다.

잘 가고.

입에 물었던 피독주를 다시금 둥근 목갑 안에 집어넣은 후, 은룡삭을 허리춤에 찼다. 바로 옆의 땅에 꽂혀 있는 비룡검도 회수하여 검집에 넣었다.

이후에는 놈의 품속을 빠르게 뒤졌다.

독탄 하나가 더 있기에 그것도 챙겨서 품속의 주머니에 넣었다.

또 쓸 만한 게 있는지 봤는데 목갑이 있었다.

간편하게 밀어서 뚜껑을 열 수 있는 형태였다.

열어보니 침들이 들어 있다.

침의 뾰족한 부분이 거무스름하게 변해 있다. 독을 묻혀서 말린 형태의 독침이다.

어차피 곧바로 싸우러 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목갑 안에서 침 몇 개를 꺼내어 왼손의 손가락 사이에 조심스럽게 끼웠다. 비룡수투가 있어서 안심이 된다.

이후에는 목갑의 뚜껑을 닫고 그것도 품속에 넣었다.

고맙다, 이 새끼야.

네놈에게서 얻은 독탄과 독침들은 오늘 네놈의 동료들을 죽이는 일에 써주마.

제갈수광이 다가왔다.

그가 쓰러져 있는 절정고수 놈을 보더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다.

[무슨 놈의 일류고수가 절정고수를 이렇게 깔끔하게 잡아? 내 제자긴 한데 나마저도 가끔 네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아하하, 여러모로 운이 좀 따라줘서.]

[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옆으로 째진 눈을 하고는 저렇게 대꾸하고 있다.

눈곱만큼도 안 믿는다는 기색이다.

[어쨌든 바로 가지.]

제갈수광이 달리기 시작했고, 나도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아직 공력이 삼분지일은 남아 있다.

아까 돌파를 감행할 때도 공력을 어느 정도 썼고, 방금 전에는 천섬무를 격렬한 수준으로 펼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공력이 남아 있는 것이다.

좋구나!

역시나 천섬무의 성취가 상승하고 내공이 절정에 가까워진 덕분이다.

약간 이동했을 무렵 몇 명의 적도들과 마주쳤다.

제갈수광은 쌍검술을 펼치며 어렵지 않게 놈들을 상대했고, 나는 쇠구슬을 그의 등짝에 던져주며 지원했다.

절정고수가 끼어 있지 않았기에 몇 명을 처치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금세 처리했다.

놈들을 처치하고 나서 다시금 달리기 시작했을 때 제갈수광이 말했다.

“이 자식이 이제 아예 대놓고 선생의 등짝 한복판에 쇠구슬을 날려대는군.”

“그게 가장 효율적이라서 그랬습니다. 저들을 최대한 빨리 해치워야 하는 상황이었잖습니까.”

웃고 있는 내 얼굴을 잠시 째려보더니, 제갈수광이 신법의 속도를 더 높이기 시작했다.

이후에 조금 더 달리던 중에 제갈수광이 급격하게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나도 속도를 높였다.

곧, 전방 쪽에서 두 개의 기척이 빠르게 이동하는 게 느껴졌는데, 적측 절정고수들의 기척이었다.

그의 뒤를 서너 개의 기척이 더 빠른 속도로 따르고 있었다. 노인들과 길초량의 기척이었다.

즉, 도주하는 절정고수 두 놈을 저 네 사람이 쫓고 있는 상황이다.

한데 두 놈이 도주하는 방향이 마침 우리가 다가가고 있는 방향이었다. 애초에 제갈수광도 그걸 파악하고는 더 빠르게 신법을 펼쳤던 것이다.

두 절정고수 놈들도 우리의 기척을 파악하고는 방향을 꺾는 게 느껴졌다.

우리도 즉시 방향을 틀어 두 놈을 쫓았다.

놈들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도주하는 놈들이 노인들 쪽보다 우리 쪽에서 더 가까웠기에, 제갈수광과 내가 먼저 놈들에게 근접한 것이다.

네댓 걸음 뒤까지 따라붙은 후, 나는 또다시 천섬무를 펼치며 급격하게 간격을 좁혔다.

내 뒤를 쫓고 있는 제갈수광이 도주하는 두 놈 중 왼쪽에 있는 놈을 향해 뭔가를 발출해냈다.

유엽비도였다.

한데 문제는 그 경로에 내가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유엽비도는 내 등짝 한복판을 향해 날아들고 있다.

이, 이보쇼!

이 인간이 이런 순간에 내게 복수를 해올 줄이야.

딱 피할 수 있을 만큼만 상체를 오른쪽으로 비틀었다. 그러면서 왼손의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던 독침 하나를 빼서 오른손에 집었다.

유엽비도가 내 등 쪽을 스쳐가던 순간, 나는 오른손의 독침을 도주하는 놈의 오른쪽에 대고 은밀하게 털어냈다.

유엽비도가 날아가는 방향을 볼 때, 놈이 오른쪽으로 피할 게 빤하기 때문이다.

역시나 놈이 오른쪽으로 신형을 틀며 제갈수광의 유엽비도를 가까스로 피해냈다. 그 즈음, 내가 은밀하게 날린 독침이 놈의 궁둥이에 박혔다.

그러자마자 나는 곧바로 방향을 꺾어 다른 놈을 추격했다. 동시에 또 하나의 독침을 오른손으로 집었다.

천섬무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남은 놈과도 금세 가까워질 수 있었다.

등 뒤에서 또다시 유엽비도가 날아오는 게 느껴진다.

이번에도 내 등짝 한복판이다.

이보쇼! 두 번씩이나 그러시기요?

나는 이번에도 최소한으로만 몸을 비틀어 유엽비도를 흘려보냈다. 이후에는 방금 전의 놈을 상대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은밀하게 독침을 털어냈다.

놈이 유엽비도를 피하기 위해 왼쪽으로 방향을 튼 순간, 놈의 옆구리 뒤쪽에 내가 쏘아 보낸 독침이 박혔다.

놈이 잠시 더 달리던 와중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제야 나는 멈춰서 호흡을 조절했다.

“후우우우.”

제갈수공이 내게 다가오고 있다.

제갈수광을 째려보자,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자식이 선생 쳐다보는 눈빛 좀 보게? 눈깔에 힘 안 빼?”

“와! 세상에, 제자한테 그걸 또 복수까지 하시깁니까?”

“그게 제일 효율적인 방법이라서 그랬다, 인마. 언제까지 저놈들만 뒤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아까 내가 대꾸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있는 거다.

내가 한숨을 내쉬자 제갈수광이 말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의외로 재밌더군. 네 녀석의 뒷모습이 움찔거릴 때마다 속으로 어찌나 웃기던지. 네 녀석이 이 맛을 즐기는 거구나 싶고.”

그 말을 마친 제갈수광이 씩 웃었다.

인과응보이니 대꾸해봐야 이득 볼 게 없다.

작게 한숨만 내쉬었다.

제갈수광이 신속하게 한 놈의 소지품을 뒤지기 시작했고, 나도 곧바로 남은 한 놈의 소지품을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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