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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63화 (163/416)

내 안에 마교있다 163

터덕!

뒤로 튕겨진 우리는 곧 후방의 벽면에 부딪쳤다.

등 뒤쪽이 벽면과 강하게 부딪친 찰나, 내 앞에 포개어져 있던 길초량의 몸이 내 몸에 강하게 부딪쳐왔다.

앞뒤에서 강력한 압력이 가해진 상황이니 몸통에 전해지는 고통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입을 꽉 다물며 아픔을 참아냈다.

길초량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내 몸뚱이는 너덜너덜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이 정도의 아픔쯤은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다.

내 아픔보다는 길초량의 상태가 더 걱정이 된다.

얼핏 보였는데, 양손에 검과 곤을 제대로 쥐고 있기는 하다.

그것들을 양손에 쥐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약간이나마 안심이 된다.

최악의 상황은 아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증운생과 유령사왕의 입장에서 우리 두 사람은 제법 귀찮은 날파리들이다.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명줄을 확실하게 끊고 싶을 것이다.

두 사람이 직접 우리에게 근접해오며 공격할 수도 있고, 약간 떨어진 곳에서 장력이나 지풍 따위를 날릴 수도 있다.

그렇듯 후속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나는 본능적으로 그 부분에 대비하려 했다.

공력이 없는 상황이니 신력(身力)으로라도 어떻게든 몸부림을 쳐봐야 하리라.

한데 그토록 대단한 증운생과 유령사왕의 후속 공격이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확인해 보니 두 사람 또한 원래 우리를 튕겨냈던 위치로부터 뒤쪽으로 물러나 있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눈빛에 당황감이 가득하다.

자의로 물러난 게 아닌 모양이다.

뭐지? 왜 저렇게 된 거지?

잠시나마 속으로 의문이 든 순간, 길초량이 탄자결이 떠올랐다. 길초량은 무기도 반탄력이 강한 재질이지만, 무공 자체의 반탄력도 강하다.

증운생과 유령사왕이 쏟아냈던 장력이 강력했던 만큼, 그들에게 전해진 반탄력도 강력했을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반탄력 때문에 저렇게 되었다고 봐야 한다.

길초량도 애초에 이걸 노리고 내 앞을 막아섰던 게 아닌가 싶다.

본인이 펼쳐낼 수 있는 반탄력이면, 어느 정도의 시간은 벌어줄 수 있다는 계산이었겠지.

증운생과 유령사왕이 다시금 우리 쪽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찰나, 세 사람이 그 앞을 막아섰다

태무엽, 백룡, 남궁묵이었다.

저들도 제갈수광과 나와 길초량의 상태를 알기에 나선 것이다.

그냥 두면 우리가 죽을 게 빤하니까.

사실, 저 세 사람이 합심해도 증운생과 유령사왕을 막아내기는 어렵다. 잘못하면 본인들이 죽거나 크게 다칠 수도 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를 위해 나선 것이다.

약간의 시간은 번 셈이니, 서둘러 길초량의 상체를 부축하여 내 하체 쪽에 기대게 했다.

길초량이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임을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그런 상태인데, 제발 일시적인 모습이기를 바랄 뿐이다.

서둘러 길초량의 상태를 살폈다.

창백한 안색인데, 고통 때문인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다.

호흡이 곤란한 것 같다.

입가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다.

적잖은 내상을 입은 것이다.

낮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길 형! 길 형! 내가 누군지 알겠소?”

“끄으······ 송······ 형······.”

이에 나는 그의 얼굴 바로 앞으로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며 다시 물었다.

“이게 몇 개요?”

“세엣······.”

의식은 멀쩡해 보인다. 다행이다.

대강 살펴보니 내상은 입었으되 외상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갑작스럽게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순간적으로 몸을 못 가누는 것 같다. 하긴, 증운생과 유령사왕의 장력을 동시에 막아냈는데, 순간적인 그 충격이 오죽했을까.

길초량은 전문적인 전투 훈련을 받은 신룡대원이다. 게다가 탄자결의 성취 또한 상당하다. 그렇기에 피해 수준도 그나마 이 정도에서 끝날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천만다행이다.

길초량에게 낮게 말했다.

“길 형, 조금만 참으시오.”

그 말을 마친 나는 빠르게 길초량을 안아 들었다.

입구 벽면 너머의 거대한 기운은, 누군가가 기운을 발출해 내기 위해서 끌어모으고 있는 기운이다.

장력이나 권력 같은 걸 발출해 내려는 건데, 목표점은 당연히 무너져 내린 입구 쪽일 것이다.

저 기운이 발출되면 우리가 있는 위치도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서둘러 길초량을 안아 들었던 것이다.

입구 쪽에서 가까웠던 덕분에, 나는 벽 너머의 상황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들을 파악한 상태다.

강력한 기운은 하나가 아니었다.

저 거대한 기운의 뒤쪽에서도 몇 개의 다른 기운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 기운들도 매우 강력했다.

게다가 하나같이 정순함이 가득한 기운들이다.

즉, 백도의 고수들 다수가 장력 같은 걸 동시에 발출해 내기 직전인 것이다.

나는 입구 근처를 빠르게 벗어나며 외쳤다.

“입구 쪽, 조심······!”

무너져 내린 입구의 근처에 있던 이들은 주로 기동타격조의 관도들과 부상자들이었다.

그들도 내 외침을 듣고는 서둘러 그 근처를 벗어났다.

콰과아앙!

입구 쪽의 벽면에서 거대한 폭음이 들렸다.

내가 처음부터 느꼈던 그 거대한 기운이 먼저 발출되어, 입구 쪽의 무너져 내린 부분을 때린 것이다.

우리가 있는 공간 전체가 강하게 울리며 천장에서 흙과 돌조각들이 떨어져 내렸다.

나는 즉시 양손으로 양쪽 귀를 막았다.

고막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내공이 없어서 공력으로 보호할 수가 없으니 손바닥으로라도 귀를 막은 것이다.

그 직후.

콰앙! 콰광! 콰과과광!

몇 개의 기운들이 입구 쪽의 무너져 내린 벽면을 연속으로 강하게 때려댔다.

그러던 한순간, 입구 쪽이 터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퍼억!

그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흙무더기들이 우리 공간의 안쪽을 향해 강하게 튀었다.

나는 몸으로 길초량을 감싼 채 등으로 그 흙무더기들을 막았다. 흙무더기 속에 제법 큰 돌들도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퍽! 퍼벅!

내 등짝을 서너 개의 크고 작은 돌들이 때렸다.

공력으로 몸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 돌들에 맞는 것조차도 제법 아팠다.

흙무더기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탓에 나는 온몸에 흙을 뒤집어쓴 상태다.

그 상태에서도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뿌연 먼지가 시야를 잔뜩 가리고 있는 가운데, 그 먼지 속으로 일렁이는 커다란 불빛들 몇 개가 보였다.

횃불일 것이다.

먼지 속으로 횃불들이 보인다는 건, 무너져서 막혀 있었던 입구 쪽이 다시금 뚫렸다는 뜻이다.

뿌연 먼지가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기척 하나가 공간 안으로 빠르게 들어서는 게 느껴졌다.

내게는 매우 익숙한 기척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궁찬의 기척이었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선 남궁찬의 기척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전선 쪽을 향해 나아갔다.

그 후에는 두 개의 기척이 연속해서 안으로 들어섰다.

내가 알고 있는 기척들은 아니지만, 두 기척 모두 최절정 수준임을 느낄 수 있다. 대단한 고수들인 것이다.

그 두 개의 기척들 또한 남궁찬처럼 곧바로 전선 쪽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후에 또 하나의 기척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 기척의 정체를 알아챈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지 않을 수 없었다.

다름 아닌 선우훤의 기척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가 이곳까지 왔을 줄이야.

선우훤 또한 전선 쪽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다음으로 들어선 기척 또한 낯익은 기척이었는데, 나는 또다시 눈을 휘둥그레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동부지맹주 관필만의 기척이었던 것이다.

그와는 통합 잠룡대전 당시에 만났었다. 동련각에서 준비한 축하연 때였다.

당시에 우승자였던 나는 동부지맹주인 관필만의 맞은편에서 오랜 시간 동안 먹고 마시며 대화를 나눴었다.

그래서 관필만의 기척도 구분해낼 수가 있는 것이다.

관필만은 현 동부지맹의 정점에 있는 인물인 만큼, 무공 실력에 대해서는 굳이 부연할 필요가 없다.

관필만 이후에도 또 한 사람이 등장했다.

나는 휘둥그레 뜨고 있던 눈을 더욱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내게 익숙한 기운인데, 다름 아닌 백리결의 기척이었기 때문이다.

검법을 펼쳐서 은색의 비를 만들어낸다는, 은우사 백리결이다.

무림맹의 무상인, 그 백리결이다.

차기 맹주 후보 일 순위로 꼽히는, 바로 그 백리결이다.

아까 무너진 벽면의 건너편에서 느껴졌던 거대한 기운의 주인공도 백리결이었던 것이다.

백리결 또한 공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전방을 향해 달려갔다.

우리 근처에 부유해 있던 먼지가 서서히 가시기 시작했다.

백리결이 들어선 이후에는 수십 명의 무인들이 안으로 빠르게 들어섰다.

모두가 정예 무인들이었는데, 전체적으로 네 종류의 복색으로 구분이 되고 있다. 네 개의 전투 조직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 세 개의 조직은 빠르게 전선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대단한 고수들이 합류한 데다가 수십 명의 정예 무인들이 전투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야 그나마 안도감이 든다.

정예 무인들 중에서 맨 마지막으로 들어선 이들은 모두가 여인들이었다. 스무 명가량이었다.

그녀들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양쪽 측면으로 갈라지며 부상자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이쪽! 이쪽, 중상잡니다!”

내가 외치자 두 명의 여인이 빠르게 내 쪽으로 다가왔다.

서른 즈음으로 보이는 여인 한 명에, 이십 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인 한 명이었다.

길초량의 상세를 살피는 그 여인들의 옷깃에 ‘해천(海天)’이라는 글자가 수놓아져 있다.

익숙한 명칭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검각의 정예 무력 조직이 바로 해천대라는 명칭이었음을 상기해낼 수 있었다.

검각에서도 지원을 온 모양이구나.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두 여인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일단 이분 공자는 통로 밖에서 안전하게 응급처치를 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두 여인이 길초량을 들것에 옮기더니 알아서 밖으로 데리고 갔다.

이후에 제갈수광이 있던 쪽을 바라봤는데, 그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해천대의 여무인들이 벌써 밖으로 옮긴 모양이다.

이후에 나는 벽면을 따라 조심스럽게 전선 근처로 향했다.

지금은 한 줌의 내공이 있긴 있다.

무인이라면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공력이다. 물론 회복되는 양은 매우 미세하다.

한 줌일지언정, 하 단계로 잠시나마 천섬무를 펼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혹시 모를 위험에 최소한의 대처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방금 투입된 무인들 다수가 횃불을 들고 있는 덕분에, 굳이 안력 쪽에는 내공을 쓰지 않아도 전장이 제법 잘 보이고 있다.

동부지맹주 관필만은 유령사왕을 몰아붙이는 중이다.

유령사왕은 내 소비도에 의해 부상을 입은 상태다. 저런 상태로 동부지맹주 관필만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선우훤은 망산겸노를 상대하는 중이다.

노인 간의 대결인데, 선우훤이 벌써부터 우위를 보이고 있다.

선우훤이 무공을 펼치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딱 봐도 실전 경험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 노련한 검술이다.

자천성이라는 별호가 괜히 붙은 게 아님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매우 빠르게 움직이며 적측의 최정예들을 상대하고 있는 남궁찬의 모습도 보인다.

잠깐 본 것뿐인데도, 이전에 내가 확인했을 때보다 실력이 더 는 것 같다.

역시나 남궁찬은 남궁찬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궁찬과 호흡을 맞춰가며 적측의 최정예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는 두 명의 고수들이 있었다.

아까 내가 정체를 파악해내지 못했던, 최절정 즈음의 고수들 두 명이다.

한 명은 남자고, 한 명은 여인이다.

이렇듯 용모를 확인하고 나니 저 두 사람의 정체도 알 것 같다.

일단, 여인의 이름은 문숙경이다.

그녀가 바로 검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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