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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199화 (199/416)

내 안에 마교있다 199

심산화와도 일단 비무부터 한차례 마쳤다.

내공이 좀 특이한 느낌이다.

사마외도의 내공은 분명히 아닌데, 어지간한 백도의 심법들과 달리 정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 잠룡관에서 저 정도로 정기가 적게 느껴지는 심법을 익힌 관도는 몇 명 꼽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심산화의 무기는 소검이었다.

내가 얼마 전에 전리품으로 얻었던 소검의 길이는 한 자 남짓인데, 이 아이의 소검은 한 자 반쯤이다. 내 것보다 약간 더 길다.

한데 키가 작은 데다가 아이 느낌이라서 그런지, 저 소검도 쟤한테는 그리 작아 보이지가 않는다.

저 소검 말고도 양쪽 허벅다리 측면에 두 자루의 단검을 차고 있다. 비무 중에 때때로 그 단검을 뽑아서 소검을 보조하는 형태로 같이 쓰곤 했다.

양팔 상박의 측면에도 비도가 한 자루씩 꽂혀 있는데, 나와 비무하는 중에 그걸 던지지는 않았다.

비무를 마치고 물러섰다.

심산화가 수줍은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

나는 지금 표정 관리를 하느라 애쓰는 중이다.

심산화에 대한 기대가 깨져버려서, 너무 허탈한 심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내가 파악했던 심산화는 은잠술 숙련도가 매우 높은 데다가 기감도 좋은 아이였다. 그렇기에 당연히 일류고수 수준은 될 거라고 확신했었다.

확인해 보니 적어도 내공만큼은 일류가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검술 수준과 보법 수준이 이류다.

그것도 일류에 가까운 수준의 이류가 아니라 삼류를 갓 벗어난 수준의 이류다.

“비도는 왜 안 던졌지?”

“잘 못 해서여······.”

말투도 아이들이 쓰는 말투를 쓰고 있다.

어쨌거나 솔직한 대꾸인 것 같다.

기대가 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교의 입장에서 눈으로 확인해둘 필요는 있다.

연무장의 구석에 가서 투척 무기 수련용 소형 과녁판을 가져왔다.

지름이 두 뼘 정도 되는 둥근 과녁판이며, 과녁판 안에는 동심원 두 개가 그려져 있다.

작은 동심원은 지름이 손가락 세 마디쯤 되며, 큰 동심원은 지름이 한 뼘 정도 된다.

심산화와 일곱 걸음 정도 벌린 후에 말했다.

“자, 중앙을 노리고 던져볼까?”

“네······.”

슉-

비도 하나가 날아갔는데 큰 동심원은커녕 과녁판에 맞추지도 못했다. 과녁판의 좌측으로 허망하게 날아갔다.

이미 자세부터가 비도를 날려본 자세가 아니었다.

슉-

또 하나의 비도가 날아갔는데, 이번에는 과녁판의 우측으로 훨씬 더 멀리 벗어났다.

아까는 과녁판의 좌측으로 날아갔으니 나름 의식해서 오른쪽으로 던지려고 했던 모양이다. 한데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탓에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우측으로 많이 벗어나버린 것이다.

“아······.”

미묘한 음성을 흘린 심산화가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조롱해주고 싶으나, 이런 상황에서 애한테 도저히 그러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그냥 환하게 웃어줬다.

어금니를 악문 채로.

“자신 있는 분야가 뭐야?”

“숨는 기술하구······, 빨리 달리는 거여······.”

은잠술과 신법이라는 뜻인데, 얘의 경우에는 이참에 뭐든 다 제대로 확인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일단 은잠술부터 한번 해볼까? 내가 뒤로 돌 테니 기척을 최대한으로 감춰 봐. 알았지?”

참고로 얘의 은잠술은 그전에도 대강 파악하긴 했었다. 뛰어난 수준이었다.

“네!”

으응? 늘 수줍은 듯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꾸하는 아이인데, 처음으로 표정과 어조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이윽고 내가 뒤돌아서 시작하라는 말을 하려고 할 때쯤, 심산화의 기척이 먼저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애가 마음먹고 은잠술을 펼쳐서인지, 며칠 전에 잠깐 느꼈던 것보다 훨씬 은밀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이후에 약간의 시간이 더 지나자 심산화의 기척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없어졌다.

그래도 나는 기감에 민감하기에 파악이 가능한데, 이 정도면 초중반 단계의 절정고수들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류고수 수준에서는 파악할 수 있는 이들이 거의 없을 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은잠술 유지하면서 천천히 이동해볼래?”

“네.”

심산화가 은신한 상태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게 느껴진다.

가만히 있을 때에 비해 기척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훌륭하다.

이후에 심산화가 멈췄고, 나는 그녀가 있는 위치를 향해 회회심공의 기운을 매우 은밀하게 퍼트렸다.

이런 식의 감지 기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봐야 한다.

며칠 전에도 빠르게 반응하는 모습을 느끼긴 했으나, 이참에 이 부분도 제대로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

이윽고 회회심공의 은밀한 기척이 심산화에게 닿았다.

그리고 그 순간, 심산화의 생기가 찰나간에 완전히 사라졌다. 내 기운에 즉시 반응하여 본인의 기척을 무생물처럼 변화시킨 것이다.

은잠술의 경지와 숙련도가 엄청나게 높다는 증거다.

와아! 은잠술만큼은 장난 아니구나, 너?

얘는 도대체 어디에서 이렇듯 엄청난 은잠술을 배운 걸까.

천마신교 계열의 은잠술은 당연히 아니며, 그간 내가 많이 겪어봤던 신룡대원들의 은잠술과도 궤가 많이 다른 느낌이다.

신기하고 의아하다.

“이번에는 신법 한번 펼쳐볼까? 이 연무장의 벽면을 따라서 넓게 몇 바퀴 돌아보자. 네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네!”

은잠술과 신법에는 자신이 있다고 하더니, 역시나 이번에도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다.

곧 심산화가 총총걸음으로 벽면으로 다가가더니 곧바로 신법을 펼치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직후, 나는 눈을 부릅뜨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 있어 했으니 신법도 제법일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한데 내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기대치를 완전히 넘어설 정도였다. 그래서 놀란 것이다.

비단 빠를 뿐만 아니라 공력 소모 또한 미미했다.

신법도 매우 뛰어난 수준에 있는 것이다.

얘는 대체 어떻게 된 애야?

내공 경지는 분명히 일류 수준이다.

그런 내공을 갖고도 검술, 암기술, 보법 등은 형편없는 수준인데, 은잠술과 신법은 또 매우 뛰어나다.

괴이한 일이다.

뭘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된 걸까.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 하나는 먼저 물어봐야겠다.

“비도 던지는 기술은 아예 안 배운 것 같던데, 그런 걸 왜 지니고 다니는 거지?”

“그게······, 아버지들이 이런 걸 차고 다니셨어여. 그래서 저도 꼭 배우고 싶어서여······.”

“응? 아버지들?”

“네······.”

“혹시, 아버지가 두 분이라는 뜻이야?”

“네······.”

“어떻게?”

“친아버지와 의붓아버지여······. 저한텐 두 분 다 아버지들이에여······.”

대꾸하는 심산화의 표정에 서글픔이 담겨 있다.

저 표정을 보니 대강 예상되는 바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기회에 확실히 알아 놓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일단 조교의 입장이며, 그래야 나중에라도 실수할 일이 없을 테니까.

“표정이 좋지 않은데, 혹시 두 분 중에서 한 분이라도 돌아가셨니?”

심산화가 대꾸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바로 다시 물었다.

“친아버지만?”

심산화가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바로 다시 물었다.

“두 분 다······?”

심산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다른 가족은?”

심산화가 고개를 저었다.

눈 안에 물기가 짙어지기에 등이라도 토닥여주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대견스럽게도 눈물을 참아내는 모습이었다.

보기보다 씩씩하네.

심산화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물었다.

“그 두 분의 아버지가 모두 그런 걸 차고 다니셨어?”

“네······.”

“아버지들이 뭐 하는 분들이셨는데?”

그러자 심산화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대꾸했다.

“······부당두와 당두셨어여.”

부당두? 당두?

어디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 명칭인데······.

그 순간, 나는 눈매를 급격하게 좁힐 수밖에 없었다.

“서, 설마, 동창······?”

“네······.”

황제의 첩보 기관 중 하나인 동창은 정탐 및 첩보 활동을 위해 전국의 각지에 권역별로 조직이 퍼져 있다.

그리고 각각의 권역을 맡고 있는 수장을 역장 또는 당두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데 얘가 말하는 두 명의 아버지들이 동창의 간부였다고?

말한 순서를 보니 친부가 부당두였고 의부가 당두였던 모양이다.

얘가 그쪽과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섣불리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아까 느꼈던 심산화의 내공 속성 때문이기도 하고 저 높은 수준의 은잠술 때문이기도 하다.

동창 소속 고수의 은잠술이라면 흑풍대나 신룡대의 은잠술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가뜩이나 얘의 은잠술은 내가 겪어본 은잠술들과는 궤가 다르기도 했다.

이후에 심산화한테서 대강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원래 하북 중남부 지역인 요양현에서 친부와 둘이 살았는데 그녀의 나이 열한 살에 친부가 죽었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홀로 남은 어린 심산화를 혼자 살던 의부가 거두어 키우게 된 것이다. 참고로 의부와 친부는 예전부터 친했다고 한다.

친부는 심산화가 어릴 때부터 심법, 신법, 은잠술만 가르쳤다고 한다.

동창이라는 곳이 주로 권력가를 포함하여 힘 있는 이들을 정탐하는 일이다 보니, 언제든 신변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크다.

간부였던 만큼 심산화의 친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고, 어미도 없는 딸이 언제든 혼자 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런 무공들을 가르쳤던 모양이다.

어설프게 다른 무공들을 고루고루 가르치기보다는 생존에 필요한 무공들만 집중적으로 가르친 것이다.

이후에 의부 또한 친부가 가르쳤던 무공들 위주로만 집중적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심지어 의부는 건강해지는 약이라며 영약 같은 것도 복용시켰던 모양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 약들을 먹고 난 후에는 공력이 몇 년씩 상승했다는 걸 본인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한 권역의 책임자인 당두라면 온갖 귀한 물품들을 자주 접할 만한 위치이기도 하다. 관료, 관리, 해당 지역의 유지나 명사 등, 많은 이들을 상대로 정탐을 하고 황제에게 보고하는 게 동창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의부도 작년 십일월 말경에 죽었다고 한다.

그 일이 있기 며칠 전에 의부가 언질을 주며 당부한 바가 있었기에, 심산화의 경우에는 의부의 사망 소식을 듣자마자 화를 피해 도망쳤다는 모양이다.

심산화의 친부든 의부든 죽임을 당한 분위기인데, 내가 그 자세한 내막까지 알 수는 없다.

다만 친부와 의부 공히, 본인들의 운명을 일찍부터 짐작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다른 무공은 도외시한 채 은잠술과 신법만 높은 수준으로 가르친 것도 그렇고, 본인이 복용할 수도 있었던 영약을 심산화에게 복용시킨 것도 그렇다.

어쨌거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니 이 아이의 무공 상태들이 왜 저 모양인지도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네가 살던 곳에서부터 거리를 따져보면 북부지맹, 서부지맹, 동부지맹, 남부지맹 순서잖아? 동부지맹 잠룡관은 어정쩡한 거리인데 굳이 이쪽을 택한 이유는 뭐니?”

심산화도 도주한 입장이니 북부지맹은 살던 곳에서 너무 가까워서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서부지맹 정도가 거리상으로는 적당하다. 아예 멀리 벗어나고 싶었으면 남부지맹을 택했어야 한다.

“의붓아버지는 강호의 소식에도 밝았어여. 돌아가시기 전에 통합 잠룡대전의 우승자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많이 신기해하셨어여. 무명 가문 출신의 무명 관도가 명문의 후예들을 줄줄이 꺾고는 우승을 차지했다면서, 너무 멋지다고, 어떤 청년인지 궁금하다고 하셨어여. 그래서······.”

옘병, 동창에까지 알려졌던 거구나.

하긴 동창 정도 되는 첩보 기관에 안 알려지는 게 더 이상하긴 하다.

결국 나 때문에 동부지맹을 택했다는 거로군.

어쨌거나 얘도 일단 따로 가르칠 수밖에 없겠다.

은잠술이 뛰어나니 그 장점을 살리는 형태의 무공과 전투 방식을 가르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 *

심산화가 나간 후에는 원추엽이 들어왔다.

짜식이 역시나 표정도 별로 없고 말도 별로 없다. 어조도 무뚝뚝하다.

무기는 원을태처럼 구겸도였다.

비무를 한차례 펼쳐보니 어린 원을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실력이 매우 빼어날 뿐만 아니라 실전에도 특화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저 나이에 저 실력이 괜한 게 아니라는 듯, 천재성마저 엿보였다.

든든하다.

실력 면에서 포연월보다는 약간 뒤처지는 것 같지만, 그건 포연월이 너무 특출하기 때문이지 원추엽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원추엽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 외에도 특기가 또 있다면?”

“암기술로 유엽비도술을 익혔습니다.”

원을태도 유엽비도술에 능했었다. 그래서 기동타격조에서 황보충에게 유엽비도술을 가르쳐주기도 했었다.

직접 확인해 보니 원추엽의 유엽비도술도 실전에서 쓰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그 외에도 특기가 또 있어?”

“은잠술도 어느 정도 합니다.”

설마 했는데 원을태가 은잠술까지 가르친 모양이다.

이 또한 확인해 보니 충분히 요긴하게 쓸 만한 수준은 되었다.

전체적으로 원을태가 괴물을 키워 놨음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실은 삼사 주 전에 조부께서 잠룡관에 방문하셔서 많은 사실들을 알려주셨습니다.”

단목세가를 떠났던 원을태가 곧장 잠룡관으로 왔다면 그게 삼사 주 전쯤이기는 하다.

본인의 조부가 신룡대의 부조장 출신이라는 사실도, 먼 곳에 사는 친우를 만나러 간다던 조부가 실은 기동타격조에서 싸웠다는 사실도, 모두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많이 놀랐었지만 지금은 조부가 더욱 자랑스럽다고 한다.

“계반으로 입관하라고 하셨던 이유가 제갈 교관님과 조교님과 길초량 선배님 때문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조교님 얘기를 특히 많이 하셨습니다.”

원을태를 통해서 이것저것 들은 모양이니, 얘하고는 앞으로 대화 나누기도 편해질 것 같다.

* * *

원추엽이 나간 후에는 명호운이 들어왔다.

명호운의 무기는 창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창을 쓰지는 않아도 창술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창마 장로 때문이기도 하고, 근래에 정가장의 창술을 다듬어주면서 이해도가 더 상승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명호운과도 한차례 비무를 펼쳤다.

자질도 뛰어나 보이고 여러모로 기본기도 잘 갖춰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응 속도도 좋고 임기응변도 좋았는데, 그 부분은 아마도 친우인 원추엽과 자주 비무를 하면서 체득한 게 아닌가 싶다.

둘 다 장병(長兵)을 쓰는 입장이니 명호운의 입장에서는 눈치껏 참고할 만한 부분들도 있었을 테고.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조교님.”

“말해 봐.”

“저는 정말 열심히 수련한다고 수련하는데도 근래에는 성취가 잘 안 느는 느낌입니다. 한데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웃음이 나왔다.

나는 문제가 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얘가 익힌 무공 자체의 한계다.

시골 동네 도장에서 무공을 배웠다더니, 딱 봐도 창법, 보법, 심법 할 것 없이 모조리 이류 무공들이었다.

그런 이류 무공들로 저 실력에 이르렀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빼어난 자질도 자질이지만 무지막지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명호운 같은 경우에는 결국, 송유하가 그랬듯 무공 자체를 모조리 바꿔야 한다.

“무공들을 동네 도장에서 배웠다고?”

“예!”

“언제부터?”

“다섯 살 때부터였습니다.”

무공을 갈아엎을 당시 송유하는 중위 반 정도에 불과하여 갈아엎고 새로 배우는 게 그리 까다롭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명호운의 경우에는 어려서부터 그 이류 무공들을 미친 듯이 반복 수련해가며 이미 상위 반 실력이 되었다. 즉, 몸에 밴 습관들을 바꾸기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얘가 익히고 있는 무공의 전체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그 무공 자체의 질을 끌어 올리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일 것 같다.

* * *

다섯 명 모두에 대한 점검을 끝낸 후 거처로 돌아왔다.

제갈수광한테서 조교 얘기를 들었을 때는 막연히 귀찮은 마음만 앞섰었다.

물론 귀찮은 마음은 여전한데, 지금은 적지 않은 흥미도 공존하는 상태다.

애들이 모두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데다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해서 지루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일단 포연월과 원추엽은 손이 거의 안 갈 것 같다.

같이 불러서 지도하면 될 듯하다.

나머지 세 명이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애들이다.

제대로 가르치려면 세 명에게는 새로운 무공을 익히게 해야 한다.

그중 몇 개의 무공은 내가 만들어내다시피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맞는 무공들을 찾아내서 여러모로 조합하고 수정 보완하는 방식을 써야 할 것 같다.

최대한 여러 무학 서적들을 참고하려면 한동안 제일서고에 부지런히 들락거려야 할 것 같다.

아무리 계반 관도라도 이 몸이 제일서고에 용무가 좀 있다는데 설마 출입을 막기야 하겠어?

만약에 막으면 그건 그것대로 좋긴 하다. 그 핑계로 조교 일 때려치워 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날 이후부터는 잠룡관에서 깨어난 후로 가장 바쁜 나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그렇듯 바쁘게 지냈기 때문인지, 시간도 빠르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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