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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32화 (232/416)

내 안에 마교있다 232

문득 기동타격조에서 활동하던 시절에 송유겸과 심심풀이로 나눴던 대화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어쩌다가 둘이서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 * *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곳 기동타격조에도 북부지맹과 동부지맹에서 나름 천재 소리 듣는 후기지수들이 모인 거잖소? 서부지맹과 남부지맹 쪽의 기동타격조에도 그쪽에서 천재 소리 듣는 후기지수들이 모였을 테고.”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송유겸을 향해 바로 물었다.

“마침 송 형은 지난 통합 잠룡대전에서 모두를 직접 보기도 했으니 묻는 건데, 그중에서 송 형이 개인적으로 가장 인정하는 천재는 누구요?”

“후보군에 길 형도 포함시켜 드려, 빼 드려?”

“아, 아닛, 나는 천재 같은 건 아니오.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소.”

“아, 그러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투였다.

실은 무공을 익히면서 천재 소리는 왕왕 들었다. 그러나 스스로 기재 수준이라고 여겼지 천재라고 여기지는 않았었다.

그래도 송유겸이 저런 반응을 보이니 기분은 좋았다.

그가 말했다.

“한 명만 꼽으라고 하면 잘 못 꼽겠소. 누구한테 가장 큰 재능을 주셨는지는 하늘만이 아실 일인 걸 내가 어찌 알겠소.”

“그러지 말고 한번 꼽아 보시오. 큰 의미 두지 말고, 그냥 재미 삼아.”

“무인마다 무공에 제대로 눈을 뜨는 시기들이 각자 다르고, 그 시기에 본격적으로 성취가 발전하는 정도 또한 편차가 크오. 천재들도 마찬가지요. 눈을 뜬 그 시기에 얼마나 그 재능이 만개할지를 추측하기는 매우 어렵소. 심지어는 그 시기의 주변 환경도 큰 영향을 미칠 테고.”

“에잇, 정말. 재미로 한번 꼽아 보랬더니 뭘 그렇게까지 신중하게 고민하시오? 그럼 알겠소. 천재 한 명을 꼽기가 너무 까다롭다면, 절정에 가장 빨리 오를 것 같은 사람을 한번 꼽아 보시오. 이건 단순하잖소.”

그러자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던 송유겸이 대꾸했다.

“우리 조장님이 아닐까 싶소.”

이번에도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간단한 대꾸였다.

“조장님? 근거는 뭐요?”

“내가 아까 말했던 조건들 중에서 주변 환경 때문이오. 조장님의 경우가 주변 환경이 가장 좋소.”

“어떤 면에서 그렇소?”

“조장님의 주변에는 내가 있잖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말하는데, 아무리 봐도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눈매를 쭉 찢으며 대꾸해줬다.

“아무리 무공도 강하고 짜증 날 정도로 미남이기까지 한 송 형이라 해도 방금 전에는 좀 재수 없었소. 절친인 나도 그렇게 느꼈을 정도이니 어디 가서 절대 그런 모습 보이지 마시오.”

그러자 송유겸이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다.

“때때로 진실은 받아들이기 불편한 법이오.”

“아니, 이건 진실하고는 상관없는 얘기요. 태도를 문제 삼은 것뿐.”

송유겸은 씩 웃을 뿐이었다.

* * *

당시 송유겸의 그 예측 자체를 의문스러워한 적은 없었다.

단목강은 가능성이 충분하고도 남는 후기지수니까.

한데 그 예측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현실이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런 순간이라니······.’

너무도 반가운 경지 상승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단목강이 절정에 올랐다고 해서 저쪽의 세 명이 뚱뚱한 사내를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뚱뚱한 사내는 절정 중에서도 한참 절정인 고수다.

그러나 단목강이 절정에 오름으로써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건 생존 가능성도 더 올라간다는 뜻이다.

길초량이 양손의 검과 곤을 꽉 쥐었다.

손아귀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송유겸도 그 어린 나이에 절정인 게 확실한데 방금 전에 단목강까지 절정에 올랐다.

자신의 친우들이야말로 천재들이다.

천재를 넘어 괴물들이다.

이 괴물 친구들이 만들어갈 강호는 어떤 강호일지가 문득, 너무도 궁금해졌다.

이 괴물 친구들과 함께 그 길을 계속 걸어가고 싶어졌다.

간절히.

그러니 버텨야 한다.

이제 저쪽은 단목강이 알아서 잘 할 테니 이쪽에서는 자신만 잘 하면 되리라.

* * *

백송학.

천마신교의 정보를 아무리 떠올려 봐도 그 이름은 없다.

저 나이의 저런 고수가 천마신교의 정보망에 없다는 건, 그야말로 강호의 일에 거의 관여치 않고 살았다는 뜻이다. 관여를 했다 해도 드러나지 않게 관여했을 것이다.

나를 업고 달리는 그에게 대꾸했다.

“백 소협이셨군요.”

“소협이라······. 아니나 다를까 그 호칭으로 불려보니 민망하긴 하구려. 그냥 백 공자로 해주시오.”

“백 선배님은 어떻습니까?”

“선배라······. 나쁘지 않은 것 같소. 강호 동도로서 선후배로 칭할 수는 있는 것이니.”

“저도 그냥 송 공자가 편합니다.”

짧게 호칭 정리를 마치자마자 백송학이 내게 물었다.

“송 공자, 우선 하나만 확인합시다. 포 사매는 무사하오?”

그렇지 않아도 나 또한 그와 포연월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려던 참이었다.

이러면 일단은 백송학이 포연월의 사형이라는 거고.

그의 입장에서 어린 사매의 안위가 크게 걱정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에게 대꾸했다.

“적어도 제가 마지막으로 볼 때까지는 무사했습니다만 안도할 수는 없습니다. 두 명의 고수가 일행들을 추격해 갔기에 여전히 위험한 상황이긴 합니다.”

“그 두 고수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아시오?”

“방금 상대했던 자에 비할 바는 아니나 그들도 절정의 중후반입니다. 우리 일행들 중에는 절정고수가 없기에 그 두 명을 감당하기가 매우 버거울 겁니다.”

“그, 그런······.”

백송학의 경공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월이는 여전히 무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친우들은 의로운 이들이라, 본인들의 목숨을 걸고서라도 후배들을 지킬 사람들입니다.”

백송학이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포 사매도 포 사매지만 송 소협의 그 의로운 친우들에게 큰일이 벌어지는 것 또한 원치 않소. 나누고 싶은 얘기가 많지만 지금은 일단 빨리 그곳에 도달하는 데 집중합시다.”

“알겠습니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업힌 상태로라도 부동자세로 운기조식을 취하여 내상을 다스리고 싶다.

그러나 운기가 한 차례 끝나기도 전에 전장에 도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무리 내 운기 속도가 빨라졌다고 해도 그렇다.

우리 일행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뱁새눈이와 뚱뚱이가 도착했는데, 그들은 잠시 동안만 나를 상대하다가 부리부리가 나타나자마자 곧장 우리 일행들을 쫓아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백송학은 전장에 도착하자마자 그 두 놈을 상대하기 위해 투입되어야 한다.

전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 몸 상태로 뭘 어찌하는 게 좋을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백송학이 말했다.

“아, 참.”

곧 그가 한 손으로 본인의 품속을 뒤지더니 작은 목갑을 꺼내어 내 손에 건네며 말했다.

“이거.”

참고로 나는 업혀 있는 상태이기에 내 양팔은 그의 상체 앞에 있다. 내 손으로 바로 건네기에 얼떨결에 받아 들 수밖에 없었다.

“바로 드시오. 응급 내상약이오. 복용하고 나서 복부와 가슴께에 따뜻한 기운을 유지하면 당장의 내상을 어느 정도는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오.”

“헛! 그러면 제법 귀한 물품일 텐데······.”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귀한 것은 아니니 편하게 드시오. 게다가 지금 그런 게 귀하고 말고를 따질 상황도 아니고.”

“하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양손으로 목갑을 열어보니 엄지 한 마디만 한 환약 하나가 들어 있었다. 내가 그걸 꺼내 들자 백송학이 알아서 빈 목갑을 챙기며 말했다.

“제법 쓸 거요. 그래도 참으며 이로 잘 으깨어 최대한 침으로 녹여서 삼키시오. 그래야 효능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볼 수 있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과연 약을 입에 넣자 쓰디쓴 맛이 금세 입안 전체로 퍼졌다.

그러나 지금 쓰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백송학의 말대로 최대한 으깨서 침으로 녹여 삼켰고, 그 후에는 복부에 따뜻한 기운을 보내어 내상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빗소리와 우렛소리를 뚫고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 예상대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전장에 도착한 것이다.

백송학이 경공 펼치는 속도를 서서히 줄이며 내게 전음을 보냈다.

[내상은 좀 어떻소?]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까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시간이 짧았다 보니 크게 호전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치고는 상당히 호전되긴 했다. 응급 내상약이라고 하더니 역시나 응급 상황에서 큰 효능을 보인 것이다.

이렇듯 효험을 직접 보고 나니 확실히 알 것 같다.

내가 복용했던 그 약이 귀한 약일 수밖에 없다는 걸.

[봐서, 어지간히 다급한 상황이 아니면 송 공자는 나서지 말고 그냥 조용히 계셨으면 하오. 내상이라는 게 괜찮아진 것 같다가도 조금만 무리하면 금방 도지는 것이니. 적이 두 명이라고 했으니 내가 곧장 투입해서 최대한 부지런히 상대해 보겠소.]

[알겠습니다. 조심하고 있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간단히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말해보시오.]

[이렇듯 후방에서 곧장 진입하지 마시고, 살짝 돌아 측방에서 진입해 주십시오. 적어도 적들이 확실히 측방이라고 인지할 수 있는 방향에서.]

백송학은 살짝 의문스러워하는 표정이었지만 금방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알았소. 그리하리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니 그냥 수긍한 것이다.

곧 백송학이 나를 내려주더니 조용히 검을 뽑았다.

그에게 말했다.

[백 선배님의 대단한 실력을 직접 봐서 알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부디 조심하십시오.]

백송학이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전장을 향해 나아갔다. 경로를 보니 전장을 빙글 돌아 우측으로 진입하려는 모양이다.

백송학으로 하여금 측면으로 진입하게 한 이유는 그가 후방 쪽의 일, 즉 나와 부리부리의 싸움과는 전혀 상관없이 개입한 사람처럼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뱁새눈이와 뚱뚱이도 백송학이 본인들보다 고수라는 사실을 금세 눈치챌 것이다.

전장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놈들은 부리부리가 어서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싸우고 있을 것이다.

놈들의 입장에서 부리부리가 나 따위에게 당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만큼, 당연히 부리부리가 나를 정리하고 후방에서 합류할 거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즉, 놈들에게 있어 후방은 계속해서 안전한 방향이어야 한다.

부리부리가 달려올 방향인 동시에, 설령 본인들이 백송학을 상대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안전하게 퇴각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후방인 이 방향에서 은잠술을 펼친 채로 접근할 생각이다.

실전에서는 항상 마무리가 중요하다.

두 놈 중에서 한 놈만이라도 빠르게 마무리하면 나머지 한 놈 정도는 백송학이 알아서 정리할 것이다.

우레와 벼락은 거의 잦아들었지만 비는 더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역시나 은잠술을 펼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다. 게다가 내 은잠술은 부리부리 정도 되는 고수마저 경악하게 만든 은잠술이기도 하다.

극도로 주의가 필요한 간격 전까지는 은잠술을 적당히 펼친 채 되도록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마무리도 마무리지만 우리 인원들이 무사한지도 매우 궁금했다.

잠시 후 전장에 있는 기운들을 대강은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다다랐을 즈음, 나는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가 이렇게 많아?

총 아홉 명이다.

그중 한 명은 백송학이고 두 명은 뱁새눈이와 뚱뚱이이니, 나머지 여섯 명이 우리 일행일 가능성이 높다.

더 접근하자 각각의 기운들도 확실히 구분이 되었다.

역시나 나머지 여섯 명은 모두 우리 일행들의 기척이었다.

길초량, 단목강, 소충광, 우문직이 있으리라는 사실은 예상했었다. 한데 장우혜와 포연월까지 있다.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쟤들까지······.

길초량이나 단목강이 저 두 소녀를 억지로 포함시켰을 리는 없다. 나의 그 두 절친은 애초에 그런 성격들이 아니다. 게다가 오연한 장우혜와 똑순이 포연월이 억지로 시킨다고 해서 할 애들도 아니다. 뭔가 사정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나는 또다시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잠깐만.

이 기운은 분명히 단목강의 기운인데 어째서······.

절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건······, 절정이다.

단목강이 절정고수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기운에는 워낙 익숙하기에 변화 또한 분명히 알 수가 있다.

확실한 절정이다.

세상에.

나는 일찍이 단목강이 천재라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

우리 또래의 후기지수들 중에 절정에 가장 빨리 오를 이도 단목강일 거라고 예측했었다.

한데 이렇게나 이른 시점에 절정에 오를 줄은 몰랐다.

계속 놀라며 감탄하고 있고 싶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거리가 가까워진 만큼 본격적으로 은신하여 다가갔다.

딱 봐도 백송학의 개입으로 인해 뱁새눈이와 뚱뚱이 쪽이 열세로 변했다.

백송학도 백송학이지만 친우들의 움직임도 매우 좋다.

절정에 오른 단목강의 움직임은 말할 것도 없고, 길초량의 움직임 또한 매우 좋았다. 소충광, 우문직, 장우혜, 포연월의 움직임도 내가 알고 있던 저들의 경지에 비해 훨씬 좋았다.

분명히 아까 장원에서도 쟤들이 싸우는 모습을 대부분 지켜봤었다.

한데 그때하고도 확실히 차이가 보일 정도로 좋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가.

뱁새눈이와 뚱뚱이가 눈빛을 교환하는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 저 눈빛 교환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굳이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나는 더 이상 다가가지 않은 채, 길 좌측 가까이에 있는 풀숲에 그대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뱁새눈이와 뚱뚱이가 동시에 강력한 초식을 펼쳐냈다.

두 사람이 날린 여러 줄기의 강력한 경력이 백송학을 노리고 빠르게 날아들었다.

자신들이 안전하게 도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고수인 백송학의 발만 묶으면 된다는 판단이다.

역시 저럴 줄 알았다.

놈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판단이기도 하다.

어차피 백송학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저 두 놈의 경공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리고 두 놈은 경력을 날리자마자 이미 빠르게 몸을 뺀 상태다.

내 예상대로 후방으로 도주하고 있다.

내가 보는 방향에서 왼쪽이 뱁새눈이고 오른쪽이 뚱뚱이다.

뱁새눈이의 경로가 내게서 가깝다.

그리고 뚱뚱이의 도주 속도는 뱁새눈이에 비해 살짝 느리다.

머릿속에 그림이 섰다.

어찌나 빠르게 도주하고 있는지, 놈들은 벌써 내 근처다.

스윽-

좌수로 비룡검을 쥔 채 뱁새눈이의 무릎을 쑤셨다.

푹!

제대로 쑤셨다는 게 느껴진다.

보폭과 속도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오른손에 꺼내 쥐고 있었던 세 자루의 소비도를 뚱뚱이를 향해 간결하게 털어냈다.

푸부북!

하나는 놈의 오른쪽 종아리 옆에, 또 하나는 놈의 비대한 허벅다리 옆에, 다른 하나는 놈의 광활한 옆구리에 박혔다.

그렇게 놈들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고수들이라고, 놈들은 한쪽 다리들을 갑자기 다친 상태에서도 순간적으로 어떻게든 균형을 잡으려고 했다.

놈들이 허우적대는 꼴이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달려가던 속도가 있으니 저래 봐야 균형이 제대로 잡힐 리가 없다. 가뜩이나 비 때문에 바닥도 미끌미끌하다.

결국 두 놈 모두 더 우스꽝스러운 몰골로 땅바닥에 처박혔다.

털썩! 철퍼덕!

놈들의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습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곧장 놈들이 쓰러진 방향으로 향하는데, 놈들도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는 모습이었다.

물론 한쪽 다리들을 쓸 수가 없는 상태이니 놈들은 도주하고 싶어도 제대로 도주할 수가 없는 상태들이다.

게다가 내 뒤쪽에서는 백송학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기도 하다.

내 모습을 확인한 두 놈은 어찌나 눈을 크게 뜨고 있는지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

“아까 나와 헤어지려니 아쉽다며. 그래서 다시 온 거야. 어때? 너무 반갑지? 그래. 나도 반가워.”

놈들을 향해 히죽 웃으며 그렇게 말해줬을 때쯤, 뒤에서 백송학의 전음이 들려왔다.

[역시 송 공자구려. 생포하기 편하게끔 깔끔하게 다리만 공략하다니.]

[아, 생포할 목적인 건 아니었습니다. 자세를 매우 낮춘 채 은신한 상태로는 다리를 공략하는 게 가장 편했던지라······.]

천섬무의 최대 속도만 쓸 수 있었으면 쟤들은 둘 다 이미 목이 떨어져 나갔다.

내상 때문에 조심하느라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지금은 저들을 생포하는 게 그리 현명한 판단은 아닙니다.]

[그렇소?]

[예. 무리일 듯합니다. 우리 일행에는 원래 중상자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 모두 악천후 속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방금 전의 전투로 인해 부상자가 더 생겼을 겁니다. 우리 몸도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저자들까지 포로로 삼아 끌고 가는 건 너무 버겁습니다. 가뜩이나 저들의 추격이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기에 어차피 고문법도 못 쓴다.

내 고문법은 천마신교의 고문법이라 혼자 있을 때만 몰래 써야 한다.

그러면 깔끔하게 버리는 게 맞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송 공자의 판단에 따르리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백송학이 움직였고, 나도 그를 도와 뱁새눈이와 뚱뚱이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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