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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271화 (271/416)

내 안에 마교있다 271

몇 차례의 운기조식만으로도 공력을 삼분의 이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

체내에 어느 정도 쌓여 있었던 잠력 덕분이다.

나는 아까 수라단의 조장과 조중렴이 동시에 날렸던 검기들로 인해 상처를 입었었다.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얕은 상처도 아니었던 만큼 통각이 제법 강했다. 그 통각을 틈틈이 잠력으로 변환시켜 뒀었는데, 그 잠력이 운기조식을 통해 내공으로 흡수된 것이다.

운기조식을 끝낸 후에는 입수 준비를 마치고 서둘러 수중 통로로 입수했다.

바깥에 있는 계곡의 웅덩이로 나와서 근처의 바위틈에 몸을 숨겼다.

인근의 기척을 한 차례 탐색한 후, 이번에도 몸에 걸치고 있던 모든 것들을 신속하게 벗어서 물기를 짜냈다.

참고로 현재의 내 경지에서도 내공으로 열기를 일으켜 물기를 말릴 수는 있다. 한데 현재의 내 경지에서는 시간도 제법 오래 걸리고 공력도 상당히 소모될 것이다.

물론 지금은 내공으로 물기를 쉽게 말릴 수 있는 능력이 된다 해도 참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기운을 일으켜 물기를 말리는 건, 인근에 있는 고수들에게 ‘나 여기 있소!’ 하고 외치는 꼴이나 다름없다.

복장을 갖춘 후 전투 장구를 착용했다.

그중에서 조중렴의 검이 들어 있는 검집은 끈을 연결하여 어깨 뒤로 멨다.

필요할 때 언제든 왼손으로 뽑을 수 있는 형태인데, 나도 쌍검술에는 어느 정도의 조예가 있기에 이런 식으로 멘 것이다. 물론 그 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제갈수광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행낭까지 착용하고 나서, 이번에도 육포 한 조각을 꺼내어 씹으며 은밀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아까의 동굴 안으로 들어갔던 특수삼조와 특수사조가 밖으로 나왔을지 궁금하다.

만약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 남궁설과 우벽희는 여전히 동굴 입구 위쪽에 은신하고 있을 텐데, 그녀들이 안전하게 잘 있을지도 약간은 염려가 된다.

뭐, 별일이야 있겠어?

우벽희는 총명하고 수완 좋은 신룡대원이고, 남궁설도 보통내기가 아닌데.

그래도 최대한 빨리 그곳으로 복귀할 필요는 있다.

천섬비에 속도를 더했다.

* * *

송유겸이 떠나고 나서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남궁설은 은신한 채로 조용히 대기했다.

본인을 ‘우 아무개’라고 소개했던 신룡대의 여자 요원도 전음을 보내어 말을 걸거나 하는 법이 없었다.

아무래도 송유겸이 없다 보니 신룡대원인 본인이 더 책임감을 느끼고 주변의 기척 파악에 집중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면 나는 은잠술 수련이나 하고 있을까?’

혹여 주의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녀가 알려줄 것이다.

얼마 전부터 배우기 시작한 은잠술은 매우 흥미로웠다.

잘만 활용하면 전투에서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그렇듯 흥미롭다 보니 더 열심히 익히게 되고, 그 덕에 성취도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은잠술이 특히 마음에 드는 건 이런 상황에서도 수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히 대기해야 하지만 운기조식을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왕왕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틈을 내어 수련할 수가 있다.

이후로 적잖은 시간이 흘렀을 때쯤, 여태껏 조용했던 신룡대 요원으로부터 미세한 전음이 들려왔다.

[남궁 소저, 심상치 않은 기척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적들인 듯하니 은잠술 유지에 더 신경 써 주십시오.]

[아……. 네, 알겠어요.]

대꾸해 주고는 서둘러 주변의 기척을 탐지했다.

모든 감각을 집중해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서 제법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몇 개의 기척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잠시 그 기척들을 살피던 남궁설의 눈매가 좁아졌다.

방향을 보니 저들의 목적지가 정확히 이곳 동굴 입구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이 산 아래쪽이 아니라 산 위쪽에서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저들이 저대로 다가오면 자신과 신룡대원이 은신해 있는 이 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데 자신과 신룡대원은 은신 장소를 바꿀 수가 없다. 그러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다.

적들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탓이다. 이 거리에서 은신 장소를 바꾸고자 이동하면 이쪽의 기척도 저들에게 감지당할 수밖에 없다. 기실, 이쪽에서 저들의 기척을 잡을 수 있는 이유도 저들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니까.

만약 움직인다 해도 살금살금 움직이는 정도만 가능한데, 그런 식으로 천천히 움직여서는 어차피 이 지점에서 제대로 벗어날 수가 없다.

신룡대원의 전음이 이어졌다.

[총 다섯 명 중에서 세 명이 절정고수로 보이고 두 명은 일류고수로 보입니다.]

자신이 파악한 바도 그러했다.

[네.]

짧게 대꾸해 주자 신룡대원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남궁 소저도 눈치챘겠지만, 저들의 경로로 추측하건대 우리가 숨어 있는 이곳으로 지나쳐갈 듯합니다. 남궁 소저가 은신해 있는 그 나무 위는 다행히 위치가 절묘하여 웬만해서는 적들에게 들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제 위치입니다. 저도 일단은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할 테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 해도 남궁 소저는 절대로 나서지 마시고 그대로 숨어 계십시오.]

[네? 하지만…….]

[아시다시피 적의 전력은 우리 둘이 함께 싸워도 당해내기 어려운 전력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두 사람 다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참고로 제 안위에 대해서는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신룡대원입니다. 도주술과 은잠술에는 자신이 있으며, 적당히 적들의 시선을 속이며 도주했다가 조용히 다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절정고수들을 상대로 도주해 본 경험도 많습니다. 그러니 혹여 상황이 발생해도 남궁 소저는 절대로 나서지 마십시오.]

뭐라고 대꾸하려는 찰나 그녀의 전음이 바로 다시 이어졌다.

[적들과의 거리가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이 이상 전음을 주고받는 건 위험할 듯합니다. 방금 제가 드렸던 당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명심해 주십시오. 그럼.]

그녀의 말마따나 산 위쪽에서 내려오고 있는 적들이 상당히 가까워져 있어, 더 이상의 전음을 주고받는 건 위험해 보였다.

이윽고 적들이 근처까지 다가왔다.

눈치를 보니 그들은 이 주변의 상황을 정찰하러 온 듯했다.

남궁설은 산 위쪽에서 내려온 그들이 측방의 경사면으로 돌아서 동굴 입구 쪽으로 내려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야 자신과 신룡대원이 은신을 들키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들은 바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들도 조용히 정찰하려는 목적인지, 살금살금 움직이며 동굴 입구의 위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습을 나무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었다.

신룡대원은 아직은 적들에게 들키지 않은 상태다. 숨어 있던 바위의 다른 면 쪽으로 미리 이동했던 덕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은신이 발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적들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한편, 이 와중에도 신룡대원의 은잠술은 매우 놀라웠다.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긴장이 될 텐데, 그녀 주변의 공기는 차분할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적측 절정고수들조차도 신룡대원이 숨어 있는 바위 옆을 그냥 지나쳐 가고 있다.

이토록 가까운 거리임에도 신룡대원의 기척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와아. 저래서 신룡대, 신룡대 하나 봐.’

놀라운 한편으로 송유겸 생각이 났다.

저렇듯 은잠술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신룡대원보다 더 빼어난 은잠술을 보유한 게 바로 송유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대체 어떻게 된 사람인 걸까.

속으로 잠깐 그 생각을 하던 남궁설이 순간적으로 눈을 부릅떴다.

신룡대원이 숨어 있는 바위 옆을 그냥 지나치는 듯했던 선두의 적 두 명이, 갑자기 매우 빠르게 그 바위의 옆으로 빙글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둘 다 절정고수다.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도 못 알아채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알아채고도 모른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대로는 신룡대원이 포위당하는 형국이다.

절정고수 세 명에 일류고수 두 명에게 포위당한다면, 아무리 그녀가 신룡대원이라도 도주하기가 쉽지 않다.

「방금 제가 드렸던 당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명심해 주십시오.」

왜 하필 이 순간에 그녀의 당부가 떠오르는 걸까.

남궁설의 눈동자가 고민으로 인해 흔들렸다.

* * *

우벽희의 양미간이 급격하게 좁아졌다.

‘이런……!’

자신의 존재를 못 알아챈 듯 그냥 지나쳐가던 적들이 이렇듯 지능적으로 자신을 포위하며 달려들 줄이야.

빠르게 양발을 박차며 후방으로 낮게 도약했다.

포위당하기 전에 몸을 빼기 위함이다.

동시에 양손에 쥐고 있던 철비정들을 강하게 뿌렸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미리 준비해 둔 철비정이다.

피비비비비비비빗!

날카로운 기운을 담은 여덟 개의 철비정이 적들을 향해 매섭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두 명의 절정고수가 철비정들을 어렵지 않게 쳐내며 거리를 좁혀오기 시작한 것이다.

티디딩! 팅! 티디디딩!

철비정들을 쳐내면서 다가오는데도 자신이 뒤로 빠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다. 역시 절정고수들이다.

거리를 좁히고 있는 두 절정고수를 견제하기 위해 또다시 철비정 두 자루씩을 날렸다.

피비비빗!

이어서 오른손으로는 검을 뽑아 들고 왼손으로는 또다시 철비정 두 자루를 뽑아 들었다. 동시에 뒤쪽의 바위를 강하게 디디며 박찼다.

탓!

아직은 포위망이 완성된 게 아니다.

틈이 있기에 그쪽으로 빠져나가면 곧장 도주할 수가 있다.

한데 그 순간, 하나의 시커먼 인영이 그 방향을 가로막았다.

적측 세 명의 절정고수 중에서 나머지 한 명이다.

강맹한 기운을 담은 그의 검이 정면을 찔러오고 있다.

게다가 좌전방에서는 일류고수 두 명이 달려들고 있다.

일류고수 두 명을 향해 각각 한 자루씩의 철비정을 날려 견제함과 동시에 정면에서 찔러오는 절정고수의 검을 비껴냈다.

카앙!

‘큭!’

정면으로 맞선 게 아니라 비껴냈음에도 불구하고 손아귀가 시큰했다.

기운이 가득 주입된 절정고수의 검은 역시나 반발력이 만만치 않았다. 그로 인해 자신의 검은 검로에서 상당히 많이 이탈했지만, 절정고수의 검은 검로를 그다지 이탈하지 않았다. 경지의 차이다.

때문에 이후가 더 문제다.

정면에 있는 절정고수의 검이 재차 찔러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장검으로 저 절정고수의 검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렇다고 해서 전진하는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급격하게 꺾을 수도 없다. 그렇게 하면 뒤쪽에서 다가오고 있는 절정고수들과의 간격이 가까워진다. 그러면 이들의 포위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려워진다.

무조건 정면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방향을 유지한 채로 전진하며 왼손으로 단검을 뽑았다. 왼쪽 허벅다리 측면에 착용하고 있었던 단검이다.

단검으로 절정고수의 검을 막아 가고는 있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는 저 공격을 제대로 막아낼 수 없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것뿐이다.

어느 정도의 부상은 피할 수 없을 텐데, 그렇게라도 이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상황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상체를 비틀며 단검을 들고 있는 왼손의 손아귀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러면서 어금니를 악물었다.

카앙!

역시나 절정고수의 검에 의해 자신의 단검이 밀리기 시작했다.

경지의 차이도 차이지만, 자세 탓도 있다.

절정고수인 그는 안정적인 자세에서 검술을 펼치고 있는 데 반해, 일류고수인 자신은 불안정한 자세에서 그의 검을 막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익……!’

어쨌거나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한 만큼, 이를 악물며 온 힘을 다해 단검을 꽉 쥐었다.

한데 그 순간, 절정고수의 뒤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보인 듯했다.

순간적으로 잘못 봤나 싶었지만, 잘못 본 게 아닌 것 같다.

절정고수가 화들짝 놀라며 본인의 검을 회수함과 동시에 급격하게 신형을 비틀고 있기 때문이다.

절정고수뿐이 아니다. 좌전방에서 자신을 공격할 준비를 하던 일류고수들도 깜짝 놀라며 상체를 틀고 있다.

일류고수들에게는 철비정이 한 자루씩 날아드는 중인데, 그들 중 한 명은 철비정을 피하거나 쳐내기가 어려워 보였다. 철비정이 이미 너무 가까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신형을 비튼 절정고수의 뒤로 가냘픈 인영이 보인다.

남궁설이다.

몸집은 가냘프지만, 그녀의 검에 담긴 기운은 가냘픔과는 거리가 멀었다.

날카롭고 강맹한 기운이다.

검로 또한 더없이 깔끔하다.

더 놀라운 건 검이 뻗는 속도다.

저게 어떻게 일류고수의 검술인가 싶을 정도로 빠르다.

저런 공격이 후방에서 가해지고 있다 보니 절정고수의 입장에서도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절정고수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회전하더니 본인의 검을 휘둘러 남궁설의 검을 막아 갔다.

휙-

쳐내듯 휘두른 그의 검이 쭉 뻗어오고 있는 남궁설의 검에 닿았다.

카아앙!

그 순간 우벽희는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절정고수는 분명히 회전력까지 담아서 본인의 검으로 남궁설의 검을 쳐내듯 휘둘렀었다.

그런데도 남궁설의 검은 반탄력을 이겨내며 살짝만 옆으로 밀린 데 반해, 절정고수의 검은 크게 뒤로 밀려난 것이다.

남궁설이 살짝 옆으로 밀려났던 자신의 검을 그대로 횡으로 긋고 있다.

그리고 그 찰나, 남궁설의 전음이 들려왔다.

[숙여요! 최대한 낮게!]

전음을 듣자마자 우벽희는 자세를 급격하게 낮추었다.

자세를 낮추자마자 절정고수의 측면으로 난 틈을 향해 전진했다. 기회가 왔을 때 포위망을 벗어나야 한다.

그 순간, 엄청나게 강맹한 기운이 남궁설로부터 발출되는 게 느껴졌다.

샤악-!

검기다.

한데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검기가 아니었다.

초승달 모양의 검기였다.

그 검기가 허리보다 살짝 낮은 높이로, 넓은 범위를 점하며 전방으로 날아가고 있다.

속도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빠르다.

그 검기를 확인한 우벽희는 눈을 부릅뜨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저게 어딜 봐서 일류고수의 검술이란 말인가.

신룡대원으로서 지금껏 수많은 정보를 접해 왔지만, 일류고수 중에 저런 검술을 구사하는 무인이 존재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도 없었다.

한데 겨우 열일곱 살에 불과한 소녀가 저렇듯 어마어마한 검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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