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272
강호인들 사이에서 천하제일세가에 관련된 내용은 언제나 인기 있는 화제다.
그야말로 별의별 이야기들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데, 어떤 내용은 치열한 갑론을박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내용은 경외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남궁설은 천하제일세가의 늦둥이 금지옥엽인 만큼, 그녀에 관련된 이야기도 화제성이 아주 높다.
그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흥미로운 주제가 바로 남궁설의 천재성에 관련된 소문이다.
남궁설의 무재(武才)가 남궁찬의 천재성과 비견된다는 내용인데, 당연하게도 그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는 강호인들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첫째, 남궁찬의 천재성과 빼어난 무공 실력이 강호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천하제일세가의 핏줄이라고 해도, 남궁찬 수준의 천재가 남매 중에 두 명이나 존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둘째, 남궁설이 여인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남녀 간에 신체 조건의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보니, 남궁설이 아무리 남궁찬 못지않은 천재성을 지녔다 해도 무공으로 남궁찬을 넘기는 어렵다고 여기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사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자신부터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한데 이 순간, 자신의 그 생각이 얼마나 한심한 편견이었는지에 대해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절정고수가 순간적으로 진기를 가득 끌어 올리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는 남궁설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만큼 그녀가 쏘아낸 검기를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다.
무조건 막아야만 하는 상황인데, 본인이 순간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기를 써야만 할 정도로 큰 위기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무려 절정고수가, 겨우 일류고수의 검기를 막기 위해서 저렇게까지 하고 있다.
상황이 얼마나 다급한지, 절정고수는 본인 근처를 지나쳐 포위망을 빠져나가고 있는 자신을 전혀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남궁설의 검기를 막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인 것이다.
절정고수의 측면을 지나쳐 가는 도중에 왼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날렸다. 절정고수의 오른쪽 허벅다리를 향해서였다.
그러자마자 왼손을 곧바로 오른팔 상박의 가죽띠 쪽으로 움직여, 손가락 사이에 잡히는 대로 철비정들을 뽑았다.
재빨리 뽑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수를 조절할 여유도 없었다. 대충 손가락 사이마다 두세 개씩은 뽑힌 것 같다.
철비정을 뽑아내자마자 절정고수의 하체를 향해 재차 왼손을 강하게 털어냈다.
이후에는 자세를 더욱 낮추며 보법의 속도를 빠르게 유지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카강!
결과적으로 절정고수는 남궁설의 검기를 막아내기는 했다.
그러나 완벽하게 막아내지는 못하고 상체에 약간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그 직후, 절정고수는 하체에도 부상을 당했다.
자신이 처음에 날렸던 단검은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모양인데, 이후에 날아든 철비정들은 제대로 피하지 못한 것이다.
두 개의 철비정이 그의 허벅다리에 상당히 깊숙이 박혔다.
“큭!”
절정고수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올 때쯤, 거의 동시에 두 줄기의 비명이 이어졌다.
“크악!”
“으아악!”
일류고수 두 명의 비명이었다.
애초에 그들도 남궁설과의 간격이 가까웠었다.
비슷한 거리에서 절정고수조차 겨우 막아낸 검기다.
같은 조건에서 일류고수들이 막아내기에는 역시나 무리일 수밖에 없다.
일류고수들은 쓰러졌고, 오른쪽 다리에 철비정이 박힌 절정고수는 신형이 휘청거렸다.
그사이 남궁설이 자신에게 눈짓을 보내며 후방으로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다.
우벽희도 얼른 남궁설의 곁으로 다가가서 그녀와 함께 후방으로 물러났다.
방금 부상을 입은 절정고수를 마무리할 수 있는데도 그냥 뒤로 물러나는 이유는 나머지 두 명의 절정고수들 때문이다.
남궁설의 검술이 대단하기는 하나, 이대로 그 절정고수들과 정면으로 맞서는 건 무모한 일이다.
후방으로 물러나는 틈에 왼손으로 철비정을 뽑아 들었다.
철비정술을 펼치려면 검지와 중지 사이, 중지와 약지 사이, 약지와 소지 사이의 세 곳에 철비정을 끼워야 한다. 애초에 손가락들을 구부린 상태에서 그 사이에 끼우는 형태로 철비정들을 뽑았다가, 손을 펼치듯 털어내며 날린다.
지금은 약간의 여유가 생긴 만큼, 각 손가락 사이에 세 개씩, 총 아홉 개를 빼 든 상태다. 아홉 개가 현재 자신의 철비정술 경지에서 한 손으로 날릴 수 있는 최대 개수다.
남궁설도 왼손에 철비정을 뽑아 드는 모습이었다. 참고로 그녀의 왼손에 들려 있는 철비정은 두 개뿐이다.
상대가 절정고수들이니 순간적으로 견제해야 할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도 남궁설도 잠깐의 틈을 이용해 암기를 미리 준비한 것이다.
절정고수 두 명이 급속도로 간격을 좁혀오고 있다.
상대가 절정고수들임에도 남궁설의 분위기는 차분해 보인다. 속내는 어떨지 모르나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는 그러했다.
아무리 검술 실력이 대단하다 해도 엄밀히 그녀는 아직 열일곱 살 소녀일 뿐이다.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강한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 이런 상황에서 어쩜 저렇듯 차분할 수 있을까.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우벽희도 검을 다시 한번 고쳐 쥐었다.
조금 전에는 남궁설 덕분에 자신이 무사할 수 있었던 만큼, 이제는 그녀가 무사할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야 하리라.
보는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의 절정고수가 앞서 있다.
그가 빠르게 간격을 좁혀 오며 검을 내지르자, 슬금슬금 후방으로 물러나며 시기를 보던 남궁설이 쾌속하게 보법을 밟으며 그에게 맞서 갔다.
보법을 펼치며 나아가는 남궁설의 속도를 확인한 우벽희의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다.
‘빨라……!’
캉! 카강!
두 사람의 격돌로 인해 허공에 두세 개의 불꽃이 튀었다.
검술 실력도 대단하지만 순간 속도도 대단하다.
그러니 일류고수가 절정고수의 검에 정면으로 맞서면서도 저렇듯 거의 밀리지 않는 것이다.
그즈음에는 왼쪽의 절정고수가 우벽희를 향해 짓쳐 들었다.
우벽희도 남궁설과 간격을 맞추며 그 절정고수에게 맞섰다.
남궁설처럼 절정고수의 검에 정면으로 맞설 수는 없는 만큼, 격돌하는 마지막 순간에 부드럽게 검을 비껴냈다.
챙!
검끼리 부딪친 순간, 우벽희의 양미간이 좁아졌다.
비껴냈다고 해도 절정고수의 검이니 그만한 무게감은 전해져야 하는데, 그 무게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비껴낼 걸 예상하고 절정고수가 의도적으로 허초를 펼친 것이다. 당연하게도 다음 공격을 더 빠르게 이어가기 위한 허초다.
아니나 다를까, 절정고수의 검이 검로를 부드럽게 꺾으며 상체를 찔러왔다.
검로만 부드러울 뿐, 검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매우 날카로웠고, 찔러오는 속도도 매우 빨랐다.
즉각 신형을 뒤로 빼며 몸을 비틀었다.
동시에 온 힘을 쥐어 짜내며 오른손에 쥐고 있는 검을 끌어당겼다.
어떻게든 절정고수의 검을 쳐내기 위함이었다.
카앙!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위기를 감지한 찰나, 잠시도 고민하거나 지체하지 않고 즉각 대처한 덕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급박한 상황에서 겨우 막아내다 보니 무게중심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절정고수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체를 공격해 왔다.
무게중심이 무너져 있기에, 검을 쳐내도 어차피 힘에서 밀려 자세가 무너질 것이고, 회피한다손 치더라도 겨우 회피하게 되어 역시 자세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고수를 상대로 한 번 밀리기 시작했을 때의 곤란한 점이다.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잠깐 삐끗하는 순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왼손에 쥐고 있는 철비정들을 털어내야 한다.
혹시 모를 상황에서 남궁설을 엄호할 목적으로 쓰려던 건데, 지금은 당장 자신의 상황이 급하니 어쩔 수 없다.
그 생각을 하며 왼손을 움직이려는데, 자신을 공격해 오던 절정고수가 전진을 급격하게 멈추더니 곧장 상체를 뒤로 젖히기 시작했다.
젖히는 그의 상체 앞섶으로 철비정 두 자루가 스쳐 지나갔다.
자신을 엄호해 주기 위해 남궁설이 날린 철비정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기에 절정고수가 저렇듯 보법을 멈추며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보아하니 남궁설은 한 손으로 날릴 수 있는 철비정의 최대 수가 두 개인 듯했다.
철비정술의 경지가 아직은 높지 않기 때문인데, 매번 그 두 개만큼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훌륭하게 날리고 있다.
부끄럽지만 남궁설 덕분에 또다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한데 이쯤 되니 정작 남궁설 본인이 난처해진 상황이다. 그녀가 잠시 다른 상대에게 신경 쓴 사이, 원래 그녀와 대적하고 있던 절정고수가 매서운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벽희는 고민하지 않고 왼손에 쥐고 있던 아홉 개의 철비정을 한꺼번에 털어냈다. 동시에, 또다시 손에 잡히는 대로 철비정을 뽑으며 남궁설에게 전음을 보냈다.
[빠져요!]
그러자마자 남궁설이 후방으로 신형을 뽑았다.
자신이 두 절정고수에게만 영향이 미치는 범위로 교묘하게 철비정을 뿌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남궁설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채 뒤로 빠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상대는 절정고수들이었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철비정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범위로 이동하더니, 소수의 철비정만 간단히 튕겨내며 곧장 전진하는 모습이었다.
두 절정고수를 향해 떨쳐낸 아홉 개의 철비정이 약간의 견제 역할밖에 하지 못한 것이다.
또다시 간격을 좁혀온 두 절정고수가 거의 동시에 남궁설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남궁설의 위치가 더 앞인 탓이다.
당연히 그녀가 위태로워질 테니, 엄호하기 위해 그녀의 옆으로 나섰다.
그 순간이었다.
절정고수들의 양미간이 급격하게 좁아지는가 싶더니, 둘이 거의 동시에 신형을 뒤로 트는 게 아닌가.
‘엥……? 뭐지?’
의문이 든 직후, 두 절정고수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커헉!”
“끅, 끄억!”
그리고 두 놈의 신형이 허물어져 내렸다.
털썩!
바닥에 쓰러진 놈들이 눈을 회까닥 뒤집은 채로 두세 차례씩 몸을 떨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적들이 죽었으니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긴 한데, 영문을 알 수 없으니 당황스럽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두 절정고수는 뒤에서 공격당한 눈치였는데, 그들의 뒤쪽에서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러니 두 절정고수가 도대체 무엇에 당해서 저렇게 된 건지 알 길이 없다.
절정고수들의 뒤쪽 어둠 속을 확인하기 위해 안법을 일으키자, 그제야 하나의 인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인영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자신들 쪽으로 다가오는 중이다.
“송 오라버니……!”
옆에 있던 남궁설의 낮은 외침이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그 인영의 정체는 송유겸이었다.
가까이 다가온 송유겸이 남궁설과 자신을 번갈아 살펴보더니 안도하는 기색으로 조용히 말했다.
“휴. 무사해 보이네. 다행이야.”
이어서 송유겸이 죽은 두 절정고수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송유겸을 따라 시체들을 향해 시선을 내린 순간, 우벽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새 두 구의 시체 모두, 피부색이 푸르스름하게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둘 다 입에서는 피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피의 색도 검붉은 색이었다.
“도, 독……?”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그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마자 남궁설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독침 때문일 거예요. 송 오라버니가 비침술에도 일가견이 있거든요. 이들이 금세 쓰러진 건 아마도, 심장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독침이 파고든 탓이었겠죠.”
남궁설의 말을 확인해주듯 송유겸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비침술의 기초 과정 정도는 배웠었다. 신룡대의 신입 대원으로서 암기술 교육을 받을 때였다.
여러 암기술 중에서 난도가 가장 높은 암기술이 바로 비침술이었다. 침이라는 게 워낙 작고 가늘기에, 아무리 집중해서 날려도 생각처럼 제대로 날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계속 배우다가는 성격만 더러워질 것 같았다. 그래서 기초 과정 정도만 어찌어찌 수료하고는 때려치웠었다. 자신만 그랬던 게 아니었다. 당시에 같이 교육받던 동기들도 다들 그랬었다.
본격적으로 신룡대 생활을 하면서 보니, 그 노련한 선배들 중에서도 비침술을 수준급으로 익힌 인원은 극도로 드물었다.
그렇듯 신룡대원들도 어려워서 대부분 포기하는 비침술을 약관의 잠룡관도가 높은 수준까지 익혔다니.
참고로 송유겸은 강탄술에도 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교육을 받아보니 비침술만큼이나 난이도가 높은 게 바로 강탄술이었다.
게다가 송유겸은 은잠술의 경지마저 매우 높다.
비침술에 강탄술에 은잠술까지.
고난도의 기밀 임무를 수행하는 게 신룡대인데, 왠지 저 약관의 잠룡관도가 웬만한 신룡대원들보다 그 분야의 작전 수행 능력이 더 뛰어날 것 같다.
송유겸은 대체 어떻게 된 사람인 걸까.
경이로울 정도다.
남궁설이 송유겸에게 물었다.
“뭐예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요?”
조용한 목소리에도 추궁하는 어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하하, 그냥 뭐, 왠지 익숙한 느낌 같아서 추적했던 건데, 알고 보니까 내 착각이었더라고.”
송유겸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대꾸했지만, 남궁설의 눈초리에는 불신의 빛이 역력했다.
남궁설이 또다시 추궁하듯 물었다.
“그런데 왜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에요?”
“아하하, 너무 빠르게 경공을 펼치다 보니까 중간에 발을 헛디뎠지 뭐야?”
송유겸이 또다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대꾸하자 남궁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으로 흘겨보고 있는데, 솔직히 자신이 보기에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등 뒤의 그 검은 또 뭐예요?”
남궁설은 마치 취조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아, 이거? 오는데 적들 몇 명이 쓰러져 있더라고. 무심코 지나치는데 이 검이 눈에 띄어서, 쓸만해 보이길래 챙겼지.”
남궁설은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표정이고, 송유겸은 계속해서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다.
잠시 후 송유겸이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우 소저, 위기 상황에서 여러모로 난처한 순간들이 많았을 텐데, 대처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 수고하셨소.”
남궁설이 무사할 수 있었던 게 자신 덕분이라는 의미로 하는 말이다.
“아, 그, 그게……. 부끄럽게도 실은 제가 오히려 남궁 소저 덕에 여러 차례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남궁 소저가 아니었다면 저는 어디 한 곳 크게 찔리거나 베였을 겁니다.”
송유겸에게 대꾸해 준 후 곧바로 남궁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저,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 아니에요, 제가 뭘……. 둘이 합심해서 버텨낸 건데요.”
“매번 위기에 빠진 건 저였고, 그때마다 소저께서 결정적인 도움을 주셨잖습니까.”
“그, 그건…….”
남궁설은 민망해하며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다.
“오오오오.”
송유겸이 그런 반응을 보이자 남궁설이 더욱 민망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빙그레 웃으며 남궁설에게 말했다.
“겪어 보니 남궁 소저의 검술 경지가 제 예상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어서 놀랐습니다. 덕분에 눈이 호강했습니다. 특히 처음에 발출해 냈던 그 검기는 정말이지 경외심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사실 저도 놀랐어요. 내공을 아끼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날렸던 건데 제 예상보다 훨씬 위력적으로 펼쳐져서…….”
“내공을 아끼지 않는다…….”
인상적인 말이라서 혼잣말처럼 되뇌었는데, 남궁설이 대꾸했다.
“아, 제 실전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분이 첫 실전 당시에 해줬던 말이거든요. 그 후부터는 그럴 만한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내공을 과감하게 소모한다는 생각으로 무공을 펼치게 돼서…….”
말을 마친 남궁설이 송유겸을 한 차례 바라보았다.
그 말을 해 준 사람이 송유겸이었던 모양이다.
그즈음, 동굴 입구의 안쪽에서 많은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군의 기척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집중하려는데 송유겸이 말했다.
“조원들이 나오는 모양이네요. 어서 가 보죠.”
그는 기척 감지를 통해 이미 확인을 마친 것이다.
송유겸이 앞장서서 동굴 입구 쪽으로 내려갔고, 우벽희도 남궁설과 함께 그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