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287
내가 은설영지의 존재에 대해 알려주자마자 남궁설이 곧장 그쪽으로 이동했다.
“와아! 이거 진짜 은설영지네요? 이것도 영초 도감에서만 봤던 건데……!”
도감에서만 봤던 삼령천선초와 은설영지를 직접 보니 놀랍고 신기한 모양이다.
그 와중에 안도감과 기대감도 보인다.
식량이 어느 정도 확보된 데 대한 안도감일 것이고, 공력 상승에 대한 기대감일 것이다. 영초 도감을 봤으면 저것들이 공력을 증진시켜 준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남궁설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나, 지금까지는 지치고 피곤했었는데 방금 그게 싹 가셨어요. 오히려 힘이 솟는 것 같아요.”
“푸하하!”
저것들을 섭취했을 때의 내공 상승량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저러는 것이다.
무인이라면 누구나 설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입구를 기준으로 좌우측을 조사했으니 이제 남은 곳은 이 공간의 가장 깊숙한 부분이다. 그쪽도 마찬가지로 솟아오른 야명석들에 의해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다.
남궁설과 함께 그쪽으로 이동했다.
이윽고 야명석 바위를 돌아 그 안쪽의 광경을 확인한 우리는 작은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높이가 두 자 남짓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무다.
그 작은 나무에 둥글고 조막만 한 과실 세 개가 달려 있다.
과실들은 각각 진홍색, 자색, 남색을 띠고 있다. 표면이 당장에라도 터질 듯 윤기가 넘친다.
내 기억에 이건 영과다. 과거에 천마신교의 자료에서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오래돼서 이름은 가물가물하다.
옆에서 남궁설이 놀람 가득한 음성을 토해냈다.
“와아! 이건…… 자심행과? 이, 이런 것까지 있을 줄은……!”
아! 맞다. 저 이름이었다.
영초와 영과의 이름을 바로 떠올리는 걸 보면 남궁설은 평소에도 이런 분야의 자료를 자주 보는 모양이다.
자심행과(紫心杏果).
‘행’은 살구를 뜻하는데, 사실 저 작은 나무는 살구나무가 아니다. 그런데도 ‘행’이라는 글자가 이름에 들어간 이유는 과실의 맛이 살구 맛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득 자심행과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남궁설이 알고 있는 내용이 같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모른 척 물었다.
“자심행과?”
“네. 내가 알기로 저건 분명 자심행과라는 과실이에요. 과실의 색깔이 녹색부터 시작해서 연두색, 백색, 분홍색, 선홍색, 진홍색, 자색, 남색의 순서로 변해요. 제대로 된 과일 맛을 느낄 수 있는 건 선홍색일 때부터고, 그 이후부터는 단맛이 점점 더 강해진대요. 자색일 때가 가장 맛있대요. 남색이 된 과실은 머지않아 떨어지고 새로운 과실이 자라난다고 해요.”
남궁설이 바로 말을 이었다.
“과실 하나당 내공 증진의 효과가 상당히 크대요. 단, 그 효과는 과실이 선홍색 이상일 때부터만 제대로 나타난다고 해요. 자색일 때가 효능이 가장 좋고, 그다음은 진홍색, 남색, 선홍색의 순서라고 알고 있어요. 자색일 때가 맛도 가장 좋고 내공 증진의 효과도 가장 좋아서 ‘자심’이라는 말이 붙었다고 해요.”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이야……! 이런 쪽으로 굉장히 해박하네?”
“그런 편이죠. 영물, 영약, 영초, 기화(奇花) 분야의 도감들을 많이 봤거든요.”
“언제 어디서 이런 기연을 마주할지 모르니 미리 대비한다는 차원으로?”
내가 농담조로 묻자 남궁설이 고개를 저었다.
“아뇨. 어렸을 때부터 그런 도감들을 보는 걸 좋아했을 뿐이에요. 신기하잖아요. 그래서 계속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워진 거죠. 요즘도 심심할 때면 다시 훑어보곤 해요.”
어쩐지 빠삭하더라니.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설이 작은 나무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 상태로 한동안 과실들을 살펴보던 그녀가 다시 일어서더니 내게 말했다.
“이거 세 개 모두 송 오라버니에게 양보하고 싶지만 나도 무인이라 하나쯤은 욕심이 나네요. 도감에서만 보던 신기한 과실의 맛이 어떤지 경험해 보고 싶기도 해서……. 그러니까 내가 남색 하나만 먹을게요. 자색하고 진홍색은 오라버니가 먹어요.”
셋 중에서 효과가 가장 작은 남색을 본인이 먹고, 효과가 큰 두 개를 내게 양보하겠다는 말이다.
남궁설 정도 되는 무인이 영과를 저런 식으로 양보하는 건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솔직히 나야 좋지만, 저 제안을 덥석 받아들일 정도로 염치가 없지는 않다. 적어도 소중한 사람들 앞에서는 내 밑바닥을 쉽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내가 설 매의 목숨을 구한 것 때문에 과하게 양보하려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 없어. 최대한 공평하게 나눠 먹자. 가령 자색과 진홍색은 하나씩 먹고 남색은 반으로 나눠 먹는다든지.”
그러자 남궁설이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나는 은설영지와 삼령천선초, 저 남색 자심행과만으로도 절정에 오를 확률이 매우 높아요. 만약 내 예측에서 벗어나 절정에 오르지 못한다 해도 거의 근접할 테니 큰 상관은 없어요. 충분한 내공이 받쳐주는 상황인 만큼 머지않아 절정에 오를 수 있을 테니까. 죽을 뻔했는데 살았고, 나아가서는 이 어린 나이에 절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내가 그 이상 무슨 욕심을 더 내겠어요. 이 정도로도 충분하고도 넘쳐요.”
남궁설은 현재 일류의 중후반이다.
이 공간 안에 있는 것들을 섭취하고 나면 절정에 오를 정도의 공력은 충분히 확보된다.
문제는 무학에 대한 이해도가 뒷받침되는가 하는 부분인데, 남궁설은 천하제일세가의 무공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그러니 이해도가 부족할 이유가 딱히 없다.
남궁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은 혈교 때문에 흉흉한 시절이에요. 그들의 거점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그들로 인해 백도는 언제 또다시 큰 위기를 맞을지 모를 상황이죠. 그렇기에 송 오라버니가 더 강해져야 해요. 지금도 종종 불가사의한 신위를 보이는 송 오라버니인데, 더 강해지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게 바로 우리가 안전해지고, 나아가 백도 전체에 도움이 되는 가장 효율적인 길이에요.”
“아니, 그래도…….”
내가 입을 열자 남궁설이 내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냥 내 말 들어요.”
단호하다.
요 쬐끄만 것한테서 왕왕 위엄 같은 게 느껴진단 말이야.
어쨌거나 이 정도면 더는 사양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더 사양했다가는 짜증을 낼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말했다.
“알았어. 설 매 말대로 할게. 고마워.”
그제야 남궁설이 생긋 웃었다.
이후에도 우리는 공간 안을 구석구석 살폈지만 더는 특별한 게 없었다.
“이곳이 안전해 보이기는 해도 이 시간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어요. 은설영지와 삼령천선초는 식량 대용이니 두고두고 먹을 수밖에 없겠지만 자심행과는 작은 열매 세 개뿐이니 바로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나부터 먹고 운기조식을 취할 테니 그동안 송 오라버니가 호법을 서 줘요. 나 끝나면 교대하기로 해요.”
자심행과를 먹고 나서 영약의 기운을 제대로 흡수하려면 제법 오랫동안 운기조식을 취해야 한다.
본인이 더 짧게 끝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먼저 나선 듯하다.
“많이 피곤한 상태였잖아. 괜찮겠어?”
“머물 만한 장소를 찾기 전까지는 막막한 상황이어서 더 피곤하게 느껴졌던 거예요. 지금은 약간 피곤한 상태이긴 한데 괜찮아요. 자심행과를 먹고 운기를 취하면 영과의 기운으로 체력도 많이 회복될 테구요. 그 후에 송 오라버니가 운기조식 취할 때 지켜보면서 쉬면 돼요.”
“그렇게 해, 그럼.”
대꾸해 준 후 중앙의 평평한 공간으로 나와서 가죽 행낭을 벗고, 그 안에서 피풍의를 꺼냈다. 짱짱하게 돌돌 말아 행낭의 바닥에 넣어뒀던 피풍의다.
길쭉한 피풍의를 펼친 후 반으로 접어서 바닥에 깔았다.
이곳은 깊은 지하이기에 운기조식을 취하려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올 것이다. 영과의 기운을 흡수하는 중요한 순간인데 바닥이 차가우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 있다.
곧 남궁설이 남색 자심행과를 들고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빙그레 미소를 보였다.
“고마워요.”
“마음 편하게 먹고 차분하게 해. 뭐, 설 매라면 영약 여러 차례 먹어 봤을 테니 알아서 잘하겠지만.”
“네. 알았어요.”
곧 남궁설이 자신의 행낭을 벗어 놓더니 내가 깔아 놓은 피풍의 위에 올라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윽고 그녀가 남색 자심행과를 입에 넣은 후 한동안 우물거리더니 씨를 뱉어냈다. 그 후 지그시 눈을 감으며 운기행공을 시작했다.
야명석 바위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았다.
지금부터는 남궁설 쪽을 지켜보며 운기조식이 방해받을 일이 생기지 않게끔 살피기만 하면 된다. 그 상태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운기조식을 시작한 남궁설은 차분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는 상태다.
그 모습이 야명석 빛에 비쳐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저대로 화폭에 옮기고 싶을 만큼 아름답다.
면구를 벗은 그녀의 민얼굴이 이제는 제법 익숙한데도, 이렇듯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여튼 예쁘긴 기가 막히게 예쁘단 말이지.
시선을 남궁설에게 둔 채로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은 절벽에서 추락한 후로 하루 이상 지난 시점이니, 무림맹의 거점 타격 작전은 마무리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대규모 작전은 성공했을 것이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염려되는 것은 역시, 특수작전조 동료들의 안위다.
사실, 긴 시간 동안 지하수로를 걸어오는 과정에서도 그게 걱정됐었다.
그러나 그때는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걸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져서 꾸준히 구결을 읊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의 생존도 급해서, 머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찾는 일이 최우선인 상황이기도 했다.
내 생각에 동료들은 적어도 우리가 추락한 지점 근처에서는 큰 문제 없이 벗어났을 것 같다.
당시, 모든 무음시가 한동안 우리에게만 집중됐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가 추락하는 중에도 무음시는 우리 위쪽의 절벽을 무너트리기 위해 그곳으로 날아들었었다.
그 시간 동안 동료들에게는 무음시가 날아가지 않았다.
최정예인 우리 동료들에게는 절대로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게다가 그 시점에 동료들은 나와 남궁설을 돕고자 머뭇거리거나 우왕좌왕할 일도 없었다. 동료들이 인지했을 때쯤 나는 이미 절벽에서 뛰어내린 후였다. 그들이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게 최선이었는데, 최정예인 우리 동료들이라면 신속하게 벗어났을 것이다.
문제는 그 후에도 안전하게 동굴을 빠져나갔는가 하는 부분이다.
모두가 무사히 빠져나갔기를 바랄 뿐이다.
이후에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어차피 한동안 우리는 이 공간에 머물러야 할 텐데, 내 경우에는 부상 회복이 최우선이다.
발목의 부상은 호전되었다가 지금은 다소 안 좋아진 상태다. 다친 발목으로 절뚝거리며 오랫동안 지하수로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쉬면서 회복해야 한다.
회회심공으로 회복하고 남궁설이 지닌 연고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완치되기까지는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다.
그 기간에는 운기조식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완치된 후에는 지하수로의 상류 쪽을 탐사해야 할 것 같다.
완치되고 나면 경공을 펼칠 수 있으니 상류 탐사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남궁설은 운기조식을 끝낼 때마다 나와 시선을 한 차례 맞추고는 다시 운기조식에 돌입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두 시진 반(5시간) 가까이 지났을 때쯤, 남궁설이 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쉬며 운기조식을 마쳤다.
천천히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데, 눈동자에 정광(精光)이 가득하다.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다.
만족감이 깃든 미소다.
“수고 많았어. 기분이 어때?”
“아주 좋아요.”
일류의 중후반이었던 남궁설은 일류의 후반이 되었다. 두 시진 반 만에 저렇게 되었으니 달라졌다는 게 체감이 될 것이다.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다.
“시간, 많이 지났어요?”
운기조식에 몰입하여 정신집중 상태가 되면 시간의 흐름을 알기가 어렵다.
“두 시진 반 정도?”
“아…….”
남궁설이 납득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이제 송 오라버니 차례예요.”
이에 나도 고개를 끄덕인 후 작은 나무로 다가가서 자색 자심행과를 따왔다.
영과든 영약이든, 그 안에 담긴 기운은 복용한 순간부터 조금씩 체외로 빠져나가 자연으로 돌아간다. 운기조식으로 흡수되지 않은 양이 그런 식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영약이나 영과라도 두 개를 한꺼번에 섭취하기보다는 하나씩 섭취해야 자연 손실률을 줄일 수 있다.
남궁설이 옹달샘에서 물을 마시다가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든 시작하라는 의미다.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나도 피풍의 위에 앉아 자색 자심행과를 입에 넣었다.
한입에 넣고 조심스럽게 씹으니 달콤한 과즙이 터지듯 입안을 가득 채웠다.
과육의 질은 다른데 맛은 확실히 살구 맛과 비슷했다. 전체적으로 단맛이며 씨에 가까워질수록 새콤한 맛이 났다.
오랜만에 달콤한 걸 먹어서 그런지 기분이 좋다.
쪽쪽 빨아먹은 씨를 뱉어서 옆에 내려놓은 후, 본격적으로 회회심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백년음양선과를 먹었을 당시에 나는 일류의 초중반이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회회심공의 경지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으며, 운기 속도도 훨씬 느렸었다.
지금은 회회심공의 경지가 그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이 자심행과의 기운을 모두 흡수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과실의 기운을 모두 흡수한 후, 운기를 멈추고 한 차례 크게 호흡했다.
내가 자색 자심행과를 통해 흡수한 내공은 십육 년 공력 정도인 듯하다.
만족스럽다.
참고로 과거에 내가 백년음양선과의 과실을 통해 얻은 공력은 이십오 년 공력이었다.
자색 자심행과를 통해 십육 년 공력을 얻었으니, 진홍색 자심행과까지 합하면 백년음양선과를 통해 얻은 공력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아주 만족스럽다.
그나저나 시간은 얼마나 지났을까.
천천히 눈을 뜨자 남궁설이 보였다.
놀란 표정이다.
“벌써 마무리된 거예요?”
“어. 그렇긴 한데, 왜 그런 표정이야?”
“한 시진 남짓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끝냈다구요?”
아, 예상보다 너무 빨리 끝나서 저렇게 놀란 거였구나.
놀랄 만도 하다.
본인은 남색 과실의 기운을 모두 흡수하는 데에도 두 시진 반이 걸렸는데, 나는 자색 과실이었는데도 한 시진 남짓밖에 걸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도 최소한 한 시진 반 정도는 걸릴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보다 더 빨리 끝난 모양이다. 회회심공의 흡수율이 증가한 덕분일 것이다.
옹달샘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작은 나무 쪽으로 가서 마지막 남은 진홍색 자심행과를 따왔다.
이후에는 또다시 과실을 한입에 넣었다.
자색 과실에 비하면 신맛이 약간 더 강했으나 맛 자체는 좋았다. 이게 약간은 더 상큼한 느낌이다.
자색 과실의 기운을 모두 흡수하는 데에 한 시진 남짓 걸렸으니, 진홍색 과실은 한 시진쯤 걸리지 않을까 싶다.
곧장 운기조식에 돌입했다.
운기조식을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동안에 간단하게나마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가 있다.
앞으로 네 차례 정도만 반복하면 진홍색 자심행과의 기운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것 같다.
운기조식을 이어가기 전에 슬며시 눈을 떠보니 남궁설은 야명석 바위에 기대어 꾸벅꾸벅 조는 중이었다.
그 모습이 예쁘고 귀여워서 빙그레 미소가 나왔다.
내 운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 호법을 서다가 그 후에 씻고 잘 거라더니 결국 저런 상태다.
이해해 줘야 한다.
아무리 영과를 통해 기운을 회복했다고 해도 남궁설은 애초에 극도로 피곤한 상태였었다. 지금까지 버틴 게 용했다.
어차피 운기조식이 네 차례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냥 저대로 놔두고 운기를 취하면 될 것 같다.
운기조식을 재개하여 이 회차를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악!”
남궁설의 짧은 비명이 들려왔기에 운기조식 중 정신집중 상태에서 벗어났다.
갑자기 왜 비명을 지른 걸까.
머릿속에 의문이 들던 그 순간이었다.
챙! 슉! 푹!
검 뽑히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남궁설에게서 날카로운 기운이 발출되는 게 느껴졌다.
운기조식 중이라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검기가 입구 쪽으로 날아간 것 같다.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서둘러 확인해야 할 일이기에 혈도를 따라 순환하고 있는 기운을 더 빠르게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