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324화 (324/416)

내 안에 마교있다 324

이 년 전, 동고현의 산지에 자리 잡고 있었던 혈교의 대규모 거점을 타격했을 때, 그 작전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이 귀갑강시공을 처음 접했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나는 조중렴 놈을 처치하면서 혈교와 천마신교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었다.

나중에는 제갈수광도 신룡대와 함께 오랫동안 작전을 수행하며 혈교와 천마신교의 연관성을 알아냈었다.

혈교와 천마신교가 손을 잡았다면, 위지광 놈도 귀갑강시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은 빤한 이치.

이에 제갈수광과 나는 그간, 비룡장의 인원들이 귀갑강시공을 좀 더 수월하게 뚫을 수 있게끔 훈련을 시켜왔었다.

평소에 무기 전체에 기운을 주입하던 것을 순간적으로 검극이나 검날 부분에 집중시켜 응축하는 훈련이었다.

매우 어려운 수련이지만 경지 상승에 큰 도움이 되는 수련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니 다들 적극적으로 임했고, 장기간 꾸준히 수련하다 보니 성과도 컸다.

이후에는 남궁묵도 우리의 수련 방식을 듣고는 특전반원들에게도 같은 수련을 시켰었다.

아까 보니 우문직과 단목홍신도 특전반에서 귀갑강시공에 대비한 수련을 열심히 해왔음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검은 결국 귀갑강시공을 펼치는 절정고수에게 박히지 않았다.

경지 차이 때문이었다.

역시나 일류고수가 절정고수의 귀갑강시공을 뚫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계속 상대하게 했다가는 우문직과 단목홍신의 공력만 소모될 테니, 적절한 시점에 단목강으로 하여금 귀갑강시공을 펼치는 절정고수를 처리하게 했다.

단목강은 경지가 있다 보니 남궁설처럼 어렵지 않게 귀갑강시공을 뚫어냈다.

우문직과 단목홍신에게는 좋은 경험이 됐을 테니, 앞으로 일류고수가 펼치는 귀갑강시공 정도는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질 것이다.

* * *

비탈 아래로 내려가면서 보니 우리 주 전력의 선봉과 적도들의 선봉이 막 격돌하기 시작한 상태였다.

주 전력 쪽에서도, 적도들 쪽에서도, 무인들이 최전선으로 속속 충원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전선이 양옆으로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우리에게서 가까운 전선은 주 전력의 좌익 쪽이다.

조원들을 이끌고 그 근처로 향했다.

이동하면서 안력을 돋워 보니 전선의 이곳저곳에서 무림맹 측의 무인들이 고전하고 있었다.

귀갑강시공을 펼치는 자들 때문이다.

우리는 정예들인데다가 귀갑강시공에 대비해서 훈련까지 해왔지만, 일반 무인들은 그렇지 않다. 일반 무인들에게는 귀갑강시공이 당연히 버거울 수밖에 없다.

전선의 좌익 쪽에 다다르자 무림맹 측의 무인들도, 적도들도 매우 경계하는 기색으로 우리를 주시했다.

우리가 흑의를 입은 채 죽립까지 눌러쓰고 있다 보니, 양 진영 모두 우리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행동으로 우리의 소속을 증명할 수밖에 없다.

즉시 조원들을 이끌고 적도들을 공격하며 횡으로 늘어선 전선을 따라 전진했다.

이쪽은 전선의 서쪽이니, 이대로 동쪽 전선까지 전진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는 두 줄 돌파 대형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가 최선봉의 꼭짓점이고, 이 열은 단목강과 선우린, 삼 열은 남궁설과 심산화, 사 열은 단목홍신과 우문직, 그리고 마지막 열에는 임려현 혼자 자리 잡고 있다.

원래 나는 후열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지금은 내가 최선봉에서 길을 뚫어야 전투 효율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참고로 단목강, 남궁설, 단목홍신이 있는 왼쪽 줄이 적도들 방향이고, 선우린, 심산화, 우문직이 있는 오른쪽 줄이 비교적 안전한 아군 방향이다.

선두에서 섬혼검을 휘두르며 길을 뚫었다.

이렇듯 많은 적들을 상대로 직접 검을 휘두르며 싸우는 건 오랜만의 일인데, 매우 편한 느낌이다.

사실, 후열에서 암기를 지원하다 보면 신경 쓸 게 많다.

후열에서는 기본적으로 적들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전열에 있는 동료들의 움직임까지도 항시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격 지원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아군을 엄호해야 할 상황에서도 즉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저 본능에 따라 검을 휘두르고 있을 뿐이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기감과 주변시를 통해 내 근처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나를 공격해오는 적들의 움직임을 열심히 살필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전장의 상황을 넓게 파악하면서 틈틈이 뒤에 있는 조원들에게 전음으로 지시를 내리는 중이다.

[조장님, 좌전방 이 장 거리, 갈의褐衣 사내!]

[설 매, 좌측, 도를 휘두르고 있는 텁석부리!]

[단목 공자, 좌측, 회의灰衣 사내!]

내 전음을 들은 단목강, 남궁설, 단목홍신이 목표를 향해 튀어 나갔다. 그러자 선우린, 우문직, 임려현이 즉시 암기를 발출하며 동료들을 엄호했다.

심산화는 다룰 수 있는 암기가 소비도뿐이기에, 급한 상황이 아니면 암기를 날리지 말라고 지시해 뒀다. 그래서 그녀는 동료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곧 단목강, 남궁설, 단목홍신이 각자의 목표를 어렵지 않게 처치하고 대열로 복귀했다.

방금 세 사람이 처치한 자들은 모두 귀갑강시공을 운용하고 있던 자들이다.

일부러 귀갑강시공을 익힌 자들만 솎아낸 것이다.

“우와!”

“대단한 실력자들……!”

우리의 실력을 확인한 무림맹의 무인들이 환호하는 소리다.

“겨우겨우 끌어모은 전력이라더니, 저런 최정예들이 포함되어 있었을 줄이야!”

“신룡댄가?”

“그럴 수도……!”

백도에서 강력한 최정예의 무력 조직의 대명사 같은 이들이 바로 신룡대다. 그렇다 보니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간 정찰대일 수도 있어! 내가 얼핏 듣기로 그들의 실력도 상당하다고 하더라고! 그들이 일전에 육매령 경계 지점도 깔끔하게 정리했던 거, 알잖아?”

“물론 그들도 정예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저들은 딱 봐도 최정옌데?”

확실히 주 전력 쪽의 무인들은 특전반과 특무강습대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주 전력의 지휘부에서 입단속을 잘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우리의 존재로 인해 아군의 사기가 올라가고 있으니 잘된 일이다. 이게 바로 전투 상황에서 고수 또는 최정예 조직의 존재가 끼치는 영향력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쯤이면 제갈수광과 남궁묵 쪽에서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후방과 측면에서 엄청나게 괴롭혀댈 테니, 적진이 흔들리게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 하겠다.

정찰조는 전선의 좌익 끝에서 출발해서 우익 끝에 이르렀다가 다시 좌익 끝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무림맹 무인들의 환호를 들었다.

다들 귀갑강시공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던 상황에서, 우리가 귀갑강시공을 운용하는 자들을 솎아내줬기 때문이다.

귀갑강시공을 펼치는 자들만 없어도 무림맹 측의 일반 무인들이 적들을 훨씬 쉽게 상대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아군의 전선도 처음보다 전진해 있는 상태다.

참고로 우리는 왕복하는 과정에서 적측 절정고수도 열 명 남짓 처치했다. 그 많은 수를 한꺼번에 처치한 건 아니고, 이동 중에 한두 명씩 마주친 자들을 처치한 것이다.

또다시 전선을 따라 우익 쪽으로 향하는데 다수의 강한 기운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절정고수들이다.

열두 명쯤 된다.

적진의 후방으로부터 전선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슬슬 적측 지휘부에서도 조치를 취할 것이라 예상하고는 있었다. 우리에 대해 들었으면 그냥 놔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여덞 명에 불과한 우리에게 저 많은 절정고수들을 보낸 걸 보면, 적 지휘부에서 우리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만하다.

뒤에 있는 선우린에게 전음을 보냈다.

[다수의 적 절정고수들이 접근 중이야. 열두 명쯤 돼. 모두에게 대비하라고 일러. 근처의 무림맹 무인들도 물러나게 하고.]

[네!]

내가 선우린에게 알리면 선우린은 단목강과 임려현에게 알리게 되어 있다. 이후에는 두 사람을 통해 나머지 인원들에게도 차례차례 전달될 것이다.

목갑에서 독침들을 꺼내어 왼손의 손가락 사이에 쥐었다.

절정고수들의 수가 많으니 이 정도 준비는 해둬야 한다.

그러면서 다가오고 있는 절정고수들의 기운에 더 집중했다.

몇 명은 절정의 초중반 이상으로 보이고, 나머지는 절정의 초반 수준으로 보인다.

저 절정고수들에게서도 천마신교, 혈교, 사파의 기운이 두루두루 전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수일수록 천마신교와 혈교 쪽의 기운이고 하수일수록 사파 쪽의 기운이다.

곧 절정고수들의 모습이 시야에 보이기 시작했다.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이윽고 용모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격이 가까워졌을 때쯤, 나는 눈매를 좁히지 않을 수 없었다.

절정고수들 중 맨 앞에서 달려오고 있는 자의 얼굴이 매우 낯익었기 때문이다.

죽립 아래로 보이는 저 얼굴은 분명히, 내가 일반 마인이었을 당시부터 알고 지냈던 이의 얼굴이다.

그의 이름은 이효극이다.

천마신교의 무력 조직은 특수 편제와 정규 편제로 나뉜다.

특수 편제는 기밀 임무 수행 조직인 흑풍대와 맹주 호위대인 혈영대 같은 조직들이다.

정규 편제에 속하지 않은 조직들이 대부분 특수 편제에 속하기에, 흑풍대와 혈영대 외에도 다른 특수 조직들이 여럿 존재한다.

군사를 호위하는 조직, 대공자를 호위하는 조직, 천마의 가족을 호위하는 조직 등등, 많다. 다른 조직들은 흑풍대와 혈영대만 한 최정예가 아닐 뿐이다.

정규 편제는 정예 무력 조직과 일반 무력 조직으로 나뉜다.

정예 무력 조직은 수라단, 명황단, 마룡단 같은 곳들이다.

일반 무력 조직은 이른바 삼혈단이라고 부르는 세 개의 조직으로, 각각 혈혼단, 혈풍단, 혈랑단이다.

일반 무력 조직 중에서는 혈혼단의 실력이 가장 좋으며, 다음이 혈풍단, 마지막이 혈랑단이다.

내가 천마신교에서 흑풍대로 차출되기 전에 속해 있었던 조직이 바로 혈혼단이었다.

이효극은 그 당시 나와 친했던 동료의 친구였다.

쉽게 표현하면 친구의 친구였다고 할까.

친해질 법한 사이인데도 우리는 친해질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나는 혈혼이대에 속해 있었는데, 당시에 이효극은 혈혼십대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막사도 매우 멀었고, 임무 일정 및 훈련 일정도 달랐으며, 휴가 일정도 달랐다.

물론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너무 빨리 흑풍대로 차출되어 혈혼단을 떠난 탓이다.

그래도 우리는 신교 내에서 오가다 마주치면 친근하게 안부를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곤 했었다.

그는 흑풍대원이 된 나를 자랑스러워했었고, 사부님의 제자가 된 나를 응원해줬었다.

그런 이효극과 이런 곳에서 마주친 것이다.

천마신교의 지인들을 만나게 돼도 무정해지자고 다짐했었지만, 막상 이렇듯 현실로 접하고 나니 마음이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과거의 동료가 아니다. 적이다. 적일 뿐이다.

과거의 동료가 아니다. 적이다. 적일 뿐이다.

정신을 다잡고자 속으로 계속해서 같은 말을 되뇌었다.

그러던 중에 임려현의 전음이 들려왔다.

[적 절정고수들의 수가 많아서 저들이 모두 우리에게 붙으면 조원들이 위험해질 거예요. 그러니 저들의 선두가 우리에게 달라붙은 순간에, 내가 잠시 저들의 측면으로 돌아가서 후열의 절정고수들을 노릴게요. 그들이 제대로 합류할 수 없도록.]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왼손의 손가락들 사이에 은침이 빼곡하게 끼워져 있었다.

역시나 신룡대 출신의 노련한 고수라,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독침을 저렇게나 많이 준비했다는 건, 순간적으로 일부를 오른손으로 옮겨 쥐고 양손으로 비침술을 펼치겠다는 의도다.

참고로 현재 임려현의 오른손에는 검이 들려 있다. 검을 들고 달려드는 척하면서 틈을 노려 비침술을 펼치려는 모양이다.

그녀에게 대꾸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제가 먼저 오른쪽으로 돌며 뒤쪽에 있는 절정고수들의 시선을 끌 테니 선배님께서는 은밀히 왼쪽으로 돌아주십시오.]

[알겠어요.]

임려현이 대꾸하자마자 이번에는 단목강에게 전음을 보냈다.

[조원들과 함께 선두의 절정고수들을 잠시 막고 계십시오. 그러는 사이에 저는 임 선배님과 함께 옆으로 돌아가서 후열의 절정고수들을 노릴 겁니다.]

[알았소.]

[참고로 선두의 중앙에서 다가오고 있는 자는 기도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조심하십시오.]

이효극은 경험이 매우 많은 무인이다. 그래서 주의하라고 일러준 것이다.

[조심하리다.]

물론 실전 경험이라면 단목강도 많다.

단목강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이효극이 우리 앞에 다다랐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반가운 마음이 든다. 서글프게도.

단목강이 즉시 이효극을 막아섰다.

다른 절정고수 세 명도 같이 도착하여 각각 이효극의 왼쪽에 한 명, 오른쪽에 두 명이 자리 잡았다.

우문직과 단목홍신이 왼쪽의 절정고수 한 명을 막아섰고 남궁설과 선우린이 오른쪽의 절정고수 두 명을 막아섰다.

후열에 빠져 있던 나는 그 순간에 우전방으로 튀어 나갔다.

천섬무는 중하 단계로 펼쳤다.

내 경지가 절정의 후반에 이른 탓에 천섬무를 중하 단계로만 펼쳐도 상당히 빠르다.

곧 이효극의 뒤를 따라오는 적 절정고수들과 마주쳤다.

이에 나는 가속하여 천섬무를 중 단계로 펼치며 곧장 그들을 향해 짓쳐 들었다. 그러면서 오른손에 쥐고 있던 다량의 철비정을 경쾌하게 털어냈다. 최대한 많은 절정고수들을 노리려고 일부러 넓은 범위로 뿌렸다.

피비비비비빗!

열댓 개의 철비정이 범위 안에 있는 여섯 명의 절정고수를 향해 날아갔다.

철비정이 예리한 각도로 빠르게 날아들자 절정고수들이 화들짝 놀라며 피했다.

절정고수는 절정고수라, 다들 피하는 중에도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날린 철비정을 피하자마자 절정고수 여섯 명이 동시에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철비정술 실력을 통해 내가 수준급의 고수임을 확인했을 테니 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그래서 협공으로 나를 빠르게 제거하고 이효극 쪽으로 합류하려는 것이다.

내가 겁먹은 척 뒤로 돌아 도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절정고수들이 더 매섭게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임려현이 절정고수들의 후방에서 짓쳐 들었다.

“뒤! 조심!”

누군가가 경고했을 때는 이미, 임려현이 나를 쫓던 절정고수들 쪽으로 도약한 상태였다.

그녀가 허공에서 맹렬하게 회전하며 양손을 털어냈다.

퓨뷰뷰뷰븃!

철비정과 독침이 섞여서 절정고수들을 넓게 덮쳤다.

철비정을 섞은 이유는 약간의 착시 효과를 주기 위함일 것이다.

누구라도 당황하면 순간적으로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에 더 신경을 쓰게 되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작고 가느다란 바늘보다 철비정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러한 착시 효과로 인해 적들이 독침을 조금이라도 늦게 발견하면 대처도 그만큼 늦어진다. 임려현은 그걸 노리고 철비정을 섞은 것이다.

임려현의 암기가 워낙 넓은 범위를 뒤덮다 보니, 나를 쫓던 절정고수들 모두가 그 범위에서 제대로 이탈하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신형을 돌려 암기들을 부지런히 쳐낼 수밖에 없었다.

티딩! 티디디디디딩!

그 순간, 이번에는 내가 절정고수들의 뒤에서 양손을 간결하게 털어냈다.

후방의 근거리에서 발출된 내 독침들이 절정고수들의 뒤로 빠르게 날아들었다.

저들이 아무리 절정고수들이라 해도 이 독침들을 피해내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반대편의 암기를 막느라 정신이 팔려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윽!”

“헛!”

“큭!”

짧은 신음들이 연이어서 들려왔다.

네 명은 내 독침에 당했고 두 명은 내 독침이 닿기 전에 임려현의 독침에 먼저 당했다.

뒤따르던 여덟 명 중에서 여섯 명이 우리의 독침에 당했으니, 이제 뒤쪽에 남은 절정고수는 두 명이다.

그 두 명이 임려현을 양옆에서 공격하고 있다.

허공으로 도약했던 임려현은 아직 착지 전이라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그 순간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한데 임려현은 허공에서 교묘하게 몸을 비틀며 양손에 몰래 철비정을 꺼내 쥐고 있다.

저런 식의 유연한 대처라니.

역시 임려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그녀를 돕기 위해 즉시 소비도 두 자루를 꺼내어 두 절정고수에게 하나씩 던졌다.

천섬무의 기운이 담긴 소비도가 갑자기 날아드니 두 절정고수가 깜짝 놀랐다.

“헙!”

“엇……!”

둘 다 신형을 기울이며 검을 들어 올리고 있다.

소비도를 쳐내기 위함이다.

카강!

두 절정고수의 검이 거의 동시에 소비도를 쳐낸 순간, 그들의 상체로 각각 세 개씩의 철비정이 날아들었다.

절묘한 시점에 근거리에서 날아든 철비정이라, 두 절정고수 모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두 절정고수의 신형이 천천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 명은 옆머리에 박힌 철비정이 결정적이었고, 다른 한 명은 심장에 박힌 철비정이 결정적이었다.

임려현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전음을 보냈다.

[신룡대에서도 동료 중 누군가와 이렇게까지 손발이 완벽하게 맞아본 적은 없었어요. 가뜩이나 전투 중에 의사소통을 한 게 아닌데도 말이에요. 정말이지 송 공자와 둘이서라면 불가능한 임무가 없을 것 같은 느낌…….]

조원들 쪽에 시선을 둔 채로 그렇게 말하던 임려현의 눈매가 급속도로 좁혀졌다.

나도 서둘러 조원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심산화가 한 절정고수의 자세를 낮춘 채로 기회를 노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용케도 다른 절정고수들 몰래 후방으로 잘 이동한 것 같긴 한데, 보아하니 이효극이 심산화의 존재를 눈치챈 모양새다.

아니나 다를까 이효극이 전방으로 암기를 강하게 털어내는가 싶더니 심산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심산화에게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이효극은 가깝다.

즉시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펼치며 심산화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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