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26
전투가 마무리되어갈 때쯤 우리는 죽립을 눌러쓴 채로 서둘러 움직였다.
전선을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계속 머물러 있으면 주 전력 측의 무인들에게 둘러싸일 테고, 그러다 보면 우리의 정체가 탄로 날 수 있다.
정찰조에는 명문세가의 자손들이 속해 있다. 그리고 나도 강호의 유명인사 중 한 사람이다. 그러니 죽립을 눌러쓰고 있다고 해도, 용모가 오래 노출되면 우리를 알아보는 이들이 생길 것이다.
우리가 광서에 투입되어있다는 사실이 퍼져서 좋을 건 없다.
이동하는 내내 우리는 주 전력의 무인들로부터 칭찬이 담긴 인사를 들었다.
“멋진 활약이었소!”
“수고들 많으셨소!”
그런가 하면 우리의 정체를 묻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귀하들은 어디 소속이시오?”
“혹여 신룡대시오?”
대꾸하지 않은 채로 경공만 펼쳤지만, 신룡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조원들은 기분 좋은 표정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신룡대 소리가 나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칭찬과 다름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도 우리 정찰조는 그런 소리를 들을 만했다.
양측의 대규모 전력이 격돌한 전투에서 모두가 유기적인 조직력을 보이며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냈기 때문이다.
특히 심산화가 위기에 처했던 순간에 조원들이 대처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마 조원들도 그 당시의 모습을 통해 우리 조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확인했을 것이다.
덕분에 우리 조에 대한 신뢰감이 더 깊어졌을 테니, 그 신뢰감이 앞으로의 작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는 곧 합류 지점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보니 남궁묵과 몇 명의 선임 특전반원들만이 우리를 맞이할 뿐, 대부분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아마도 추격전에 나선 게 아닌가 싶다.
보고하기 위해 남궁묵에게 다가가자 그가 내게 말했다.
“주 전력 쪽에서 너희들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더라. 활약이 대단했다지?”
대견스럽다는 표정이다.
“조원들이 잘해줬습니다.”
“네가 잘 이끈 덕분이겠지.”
“하하, 그런 조원들이면 누구라도 잘 이끌 수 있을 겁니다.”
내 말에 남궁묵이 미소를 짓더니 물었다.
“다친 사람은 없고?”
“예.”
“그래, 수고 많았다.”
“이쪽 인원들도 다들 무사하지요?”
“경상자는 있어. 특전반에도 두 명 있고, 금무랑 충이도 살짝 베이고 찔렸어. 다들 동료들 보호해주려다가 조금씩 다친 거야.”
“많이 다치지 않았다니 다행입니다.”
“은림이랑 조혁이가 약 발라주고 치료해줬으니 금방 괜찮아질 거야. 움직이는 데는 별 지장 없고, 싸우는 데도 크게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야. 그래서 추격전에도 따라간 거고. 아, 제갈 형님이 추격전 경험도 필요하다며 모두를 끌고 갔거든.”
역시나 내 예상대로 추격전을 펼치러 갔던 것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묵이 말했다.
“그보다도 유겸아, 유하 말인데, 정말 훌륭하더라.”
“아하하, 누이의 궁술 실력이야 뭐, 새삼스러운 것도 없잖습니까.”
“궁술 말고.”
“예……?”
“이번에는 제갈 형님이 유하에게 활을 쏘지 말라고 지시했거든. 우리에게 명궁수가 있다는 사실을 굳이 이번 전투에서 드러낼 필요는 없다면서. 물론 형님도 활을 안 쏘셨고.”
좋은 판단이기는 하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건 합산지부에 진을 치고 있는 적도들이다. 제갈수광과 송유하가 이곳에서 궁술 실력을 드러내면, 도주한 적들이 합산지부에 가서 그 사실을 보고할 것이다.
적의 본대가 우리 쪽에 명궁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비하는 것과 전혀 모른 채로 당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남궁묵이 다시 입을 열었다.
“결국 유하도 검을 들고 근접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제갈 형님이 유하를 나한테 맡기셨거든. 유하가 실전 검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주라면서.”
제갈수광은 왕철양, 공은림, 하조혁을 신경 써야 하기에 남궁묵에게 송유하를 맡겼을 것이다.
“솔직히 유하의 검술에 대한 기대는 없었어. 그냥 유하도 나름대로 경지가 있으니 검술도 기본은 하겠거니, 정도로만 예상했지. 그런데 웬걸, 유하가 처음 마주친 적에게 검을 뻗는데, 검이 망설임 없이 경쾌하게 나가는 거야. 이후에도 쭉 지켜보니 검로가 전체적으로 간결하면서도 쾌속하고, 보법을 포함한 근접전의 움직임들도 군더더기가 없더라고. 실전에 최적화된 움직임이라고 할까.”
남궁묵이 말을 이었다.
“놀라서 물어보니까 실전은 딱 한 번밖에 못 겪어봤다네? 그게 더 놀라웠어. 들어보니 그냥 너한테 열심히 배웠을 뿐이라고 하더라. 아니, 넌 대체 어떻게 가르쳤길래 실전 경험도 별로 없는 애가 저렇게나 잘 싸울 수 있게 만든 거야?”
“아하하……, 그냥 뭐, 누이가 감각이 좋은 모양이라…….”
송유하는 나로 인해 연승휴의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부터 늘 실전 적용을 염두에 두고 송유하에게 무공을 가르쳤었다.
오랜 기간 그렇게 배워 오다 보니 실전적인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것이다.
가뜩이나 풍우비룡무는 실전 지향적인 무공이다.
송유하는 현재 일류의 중반인 만큼, 본인이 원하는 움직임을 웬만큼은 구현해낼 수가 있을 것이다.
남궁묵이 말했다.
“그 궁술 실력에 그런 실전 역량이라면 유하는 우리 특전반에 꼭 필요한 인재야. 그래서 말인데 유겸아, 유하한테 특전반에 들어오라고 권유하면 받아들일까?”
확실히 송유하 정도의 궁술 실력자는 정예 조직에서도 탐낼 만하다. 명궁수가 있으면 작전 수행 역량이 적잖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 길초량 놈도 송유하의 궁술을 보고는 신룡대의 묵룡조로 영입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이다.
“권유하시는 거야 상관없지만 아마도 긍정적인 답변을 듣기는 어려울 겁니다. 누이가 림아를 많이 예뻐하고, 림아도 워낙 누이를 잘 따르는지라…….”
“아! 맞다. 림아가 한창 클 때지, 참.”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
송유하가 이렇듯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 뭔가 보람차다.
남궁묵과 그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쯤, 추격전에 나섰던 인원들이 복귀하는 모습이 보였다.
예상보다 일찍 복귀하고 있다.
아마도 안전상의 이유로 멀리까지 추격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들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보니 제갈수광과 묘청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장호산과 육화현이 모두를 이끌고 있었다.
“제갈 교관님과 묘 선배님이 안 보이는군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남궁묵이 대꾸했다.
“아, 제갈 형님과 묘 조장은 추격전이 끝난 후에 주 전력의 지휘부를 만나고 온다고 했거든.”
“아.”
큰 전투가 끝났으니 결과 보고도 해야 할 것이고, 앞으로의 작전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잠시 후, 장호산이 남궁묵 앞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다녀왔어.”
“수고하셨습니다. 벌써 복귀한 걸 보니 멀리까지 추격하지는 않았던 모양이군요?”
“어. 제갈 교관님께서 적절한 시점에 추격 중지 명령을 내리셔서.”
“굳이 무리할 필요 없죠. 어쨌든 다들 무사하죠?”
“어. 추격전 과정에서의 부상자는 없었어.”
두 사람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내 시선은 강하령에게 향해 있는 상태였다.
그녀가 풍기는 기운이 이전과 확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강 소저, 혹시…….”
“역시 송 공자님은 금방 알아보시네요.”
강하령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꾸했다.
“오오오! 소저가 정말로 절정에 올랐구려! 축하드리오!”
다소 의외긴 하다.
다음에 절정에 오를 사람은 제갈건이나 황보충일 것으로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강하령 또한 절정을 목전에 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먼저 절정에 올랐어도 전혀 이상할 건 없다.
“감사해요.”
강하령이 민망한 듯 미소를 지으며 대꾸하자 내 뒤에서 남궁설과 선우린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아! 하령 언니! 축하해요!”
“정말 축하해요, 하령 언니!”
“고마워, 설아, 린아.”
이어서 임려현을 비롯한 다른 조원들의 축하가 이어졌고, 마지막으로 단목강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진심으로 축하드리오, 강 소저. 해내셨구려.”
“감사해요, 단목 공자님. 지금껏 함께해온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인데, 특히 단목 공자님과 송 공자님에게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이에 단목강이 나를 일별하더니 강하령에게 물었다.
“하하, 우리가 뭘 했다고…….”
“저는 비룡장에서 수련하며 무공이 크게 발전했어요. 그런데 제가 잠룡관을 오 년 차에 졸업하고 곧장 비룡장으로 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단목 공자님 덕분이었잖아요. 단목 공자님이 아니었다면 그런 과감한 결정, 내리지 못했을 거예요.”
“하하, 뭘 그런 걸로.”
단목강이 손을 내저으며 대꾸하자 강하령이 이번에는 나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송 공자님 덕분에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고, 무공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어요. 그게 제 무공 발전에 큰 도움이 됐죠.”
그녀에게 빙그레 웃어준 후에 물었다.
“전투 중에 절정에 오른 것이오?”
“네. 정말 신기한 경험이더라구요.”
눈동자에 환희하는 빛이 담겨 있다. 그 순간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 모양이다.
검후 문숙경의 얼굴이 생각난다. 제자가 절정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으면 매우 기뻐할 것이다. 내 사부님이 그랬듯.
어쨌거나 강하령이 절정에 오르면서 특무강습대의 전력도 더 강해졌으니 잘된 일이다.
또한 절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 제갈건, 황보충, 악미조, 모용리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날이 어두워졌다.
제갈수광과 묘청상은 상당히 늦게 복귀했다.
복귀한 두 사람한테서 주 전력 측의 피해 상황에 대해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사망자는 사십여 명, 중상자는 약 칠십 명, 경상자는 백이십여 명이라고 한다.
경상자들은 약간의 치료만 받아도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이들이니, 이번 전투에서 주 전력이 입은 전력 손실은 백십 명쯤이라고 봐야 한다.
살아서 도주한 적도들이 오륙십 명에 불과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아군이 대승을 거둔 것이다.
이후에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은 원래 잠복하고 있었던 무선현 북부의 산지로 복귀하여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 * *
이틀 후, 밤.
나는 열 명 남짓의 인원들과 함께 강줄기 근처의 숲속에 몸을 숨긴 상태다.
전방으로 흐르는 저 강줄기는 일전에 우리가 도하 작전 계획을 세웠던 검강黔江이다.
당시에 내가 잠시 조사한 바로는 강폭이 가장 좁은 부분이 오십 장쯤이었는데, 지난 이틀간 넓은 범위를 수색해 보니 더 좁은 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이곳이다.
토사가 퇴적된 지형이 있어, 이쪽 강폭은 삼십 장쯤밖에 되지 않는다.
삼십 장이면 일반인이 헤엄쳐서 가기에는 멀지 몰라도 정예 무인들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다.
나와 함께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은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의 최고 고수들이다.
우리는 잠수를 통해 강 건너로 가서 적을 직접 타격해야 한다. 그래서 조의 이름도 임시로나마 타격조라 명명했다.
타격조의 인원은 총 열두 명이며, 지휘관은 남궁묵이다.
특전반에서 타격조에 차출된 건 네 명으로, 묘청상, 육화현, 배낙균, 금분옥이다.
배낙균은 이십 대 후반의 사내로, 사문은 의룡문이다. 의룡문은 복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문파다.
그는 천무대에서 복무하다가 특전반에 합류했다.
동부지맹 잠룡관 재학 당시 남궁묵의 후배였고, 그렇다 보니 묘청상, 육화현과도 친했다고 한다.
금분옥은 이십 대 후반의 여인이다.
황산파 소속으로, 종금무의 스승의 막내 사매라고 한다.
즉, 종금무에게는 사고師姑다. 윤단영이 선의림의 사고인 것처럼.
금분옥은 동부지맹의 동협당에서 근무하다가 남궁묵의 권유를 받고 특전반에 합류했다. 동협당에서는 당시의 부당주였던 남궁찬의 휘하에서 근무했었다는 모양이다.
그녀도 잠룡관 재학 시절에 남궁묵과 친분이 깊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묘청상, 육화현, 배낙균 등과도 두루 친한 사이다.
특무강습대에서 타격조에 차출된 인원은 일곱 명이다.
나, 남궁설, 임려현, 단목강, 추소륵, 풍세학, 선의림이다.
사실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에는 추소륵, 풍세학, 선의림보다 고수인 이들이 서너 명 더 있다. 당장 장호산만 해도 세 사람보다 경지가 높다.
그런데도 추소륵, 풍세학, 선의림을 차출한 이유는 경험을 쌓게 해주기 위함이다. 제갈수광과 남궁묵이 이전 전투에서 세 사람의 실력을 관찰한 후에 내린 결정이다.
나는 장원에서 세 사람과도 꾸준히 비무를 해왔기에 그들의 역량을 잘 알고 있다. 그 세 사람이라면 별문제 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타격조는 강 건너에서 적 경계조를 소탕해야 하고, 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되면 강을 헤엄쳐서 이쪽으로 퇴각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여 제갈수광과 송유하가 이쪽 강변에서 궁술로 우리를 엄호해주기로 했다.
그렇기에 우리가 강 건너에서 이동하면 제갈수광과 송유하도 이쪽 강변을 따라, 우리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된다.
왕철양과 심산화가 여분의 화살을 들고 두 사람을 따라다니기로 했다.
강습대와 특전반의 나머지 인원들은 두 부대로 나뉘어 우리가 잠복해 있는 지점의 상류와 하류에서 대기 중이다. 거리는 둘 다 이곳으로부터 이삼십 장쯤이다.
작전이 시작되면 두 부대는 각각 강줄기를 따라 상류와 하류로 이동하게 된다.
두 부대의 임무는 강 건너로 화시를 날리는 일이다.
특전반원들도 그렇지만 특무강습대원들도 그동안 장원에서 기본 궁술 정도는 배워둔 상태다.
그렇다 보니 궁술에 조예가 없는 인원들이라 해도, 목표를 정확하게 맞추지만 못할 뿐 대충 목표 근처로 날릴 수는 있다.
그리고 지금은 궁술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져도 화시로 적잖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이다.
강변에 마른 풀이 자라나 있고, 산지나 숲인 곳도 대부분 땅이 말라 있기 때문이다. 즉, 화시가 어디에 떨어져도 불이 붙기 쉬운 환경이다.
특무강습대와 특전반의 구성원들은 대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들이라, 내공을 이용해서 화살을 날리는 게 가능하다. 내공을 이용해서 화살을 발사하면 더 멀리까지 날릴 수 있다.
그러니 강폭이 너무 넓은 부분만 아니면, 웬만한 곳은 사거리가 닿을 것이다.
부족한 활과 화살은 주 전력 쪽 무인들에게서 빌린 것들이다.
참고로 무림맹의 주 전력도 두 부대로 나뉘어, 이곳을 기준으로 상류 쪽 삼십 리 거리와 하류 쪽 사십 리 거리에서 대기 중이다.
상류 쪽에 배치된 전력은 백이십여 명으로, 이전 전투에서 경상을 입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수행해야 할 임무는 주 전력이 그쪽에 모여 있는 것처럼 꾸미는 일이다. 그래서 아마 그쪽에서는 다수의 뗏목을 만들며 도하를 준비하는 듯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멀쩡한 주 전력 수백 명은 하류 쪽에 숨어서 실제로 도하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타격조가 강을 건너가서 적의 경계선을 한바탕 흔들다 보면 적도들이 우리에게 몰려들 테니, 그 시점에 안전하게 도하하려는 것이다.
주 전력의 안전한 도하를 위해 전체적인 작전 계획을 세운 이는 제갈수광이며, 화시를 통한 화공을 제안한 사람은 제갈건이다.
조용히 대기하고 있던 어느 순간, 옆에서 남궁설의 전음이 들려왔다.
[곧 작전이 시작될 거래요.]
지휘관인 남궁묵으로부터 전달되어 온 전음이다.
참고로 나는 우리 쪽 전달망의 마지막 순번이기에 따로 전음을 전달할 필요가 없다.
공격 개시 시점이 좋다.
바람이 마침 좋기 때문이다. 적들 쪽으로 불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상류 쪽과 하류 쪽에서 화시가 건너편 강변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건너편이 소란스러워지고 있다.
호각 소리가 이어지며 각종 고함이 울려 퍼지고 있다.
화시로 인해 건너편 강변 이곳저곳에 불이 붙기 시작했을 때쯤, 타격조는 신형을 낮게 깐 채로 모래사장을 지나 조용히 강물 속으로 입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