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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36화 (336/416)

내 안에 마교있다 336

임려현 혼자서는 저 암기들을 막아내기 어렵다.

순찰대 쪽 고수들의 암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한데 그런 상황에서 무음시까지 날아들고 있다.

아까 제갈건이 절정에 오른 후에 구사한 무음시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무음시다.

임려현의 경지에서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무음시들이지만, 암기들을 막기에도 버거운 상태에서 무음시까지 날아들면 곤란할 수밖에 없다. 저 상황에서 임려현이 쳐낼 수 있는 무음시는 잘해야 하나 정도일 것이다.

임려현을 지원하러 가려는데, 강습조의 전방에서 달리던 단목강과 남궁설이 매우 빠른 속도로 후방으로 이동하는 게 보였다.

임려현 혼자면 모르겠지만 저 두 사람이 함께라면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

굳이 조원들에게 합류할 필요가 없어진 만큼, 나는 적 순찰대의 선봉 쪽으로 달리며 왼손으로 소비도 세 개를 뽑아 들었다.

이 상황에서는 추격자들을 견제해주는 편이 강습조에게 더 도움이 된다.

천섬무를 담아서 소비도 세 개를 날린 후, 오른손으로는 은밀히 쇠구슬을 튕겨냈다.

소비도 세 개가 쾌속하게 적의 선봉으로 날아갔고, 쇠구슬은 셋 중에서 중앙으로 날아가고 있는 소비도의 뒤를 따라 날아갔다.

선봉에 있는 적 고수들의 경지는 절정의 중반이다.

상당한 고수들인 만큼, 지금처럼 다소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날아드는 소비도라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 명에게라도 타격을 주고자 쇠구슬 하나를 숨겨서 날린 것이다.

순찰대의 선봉에서 달리고 있는 다섯 명의 고수 중에서 두 명이 우측으로 상체를 살짝 틀고 있다.

내가 날린 소비도들을 인식하고 쳐내려는 것이다.

둘 중에서 앞쪽에 있는 자가 왼쪽 소비도와 중앙의 소비도를 쳐내려는 듯하고, 뒤에 있는 자가 오른쪽 소비도를 쳐내려는 듯하다.

곧 두 사람이 소비도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채쟁! 챙!

그 순간, 소비도 두 개를 쳐냈던 고수의 우측 쇄골 아래에 쇠구슬이 박혔다.

파악!

관통력이 아니라 파쇄력을 담아서 날린 쇠구슬이다.

“컥……! 끄아악!”

그가 가슴 위쪽에 손바닥을 대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부상이 제법 심각한 만큼, 이후에는 아마도 정상적인 전투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소 먼 거리에서, 저 수준의 고수에게, 암기로 저런 피해를 준 건 적지 않은 성과다.

소비도와 쇠구슬을 날린 직후부터 나는 양손의 손가락 사이에 독침을 잔뜩 끼우며 순찰대의 선봉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천섬무를 중상 단계로 펼친 상태에서 금세 적들의 근처에 다다랐다.

적의 최선봉에 있던 고수가 내게 시선을 둔 채로 외쳤다.

“오른쪽! 저지해! 그리고 모두 조심!”

저들도 내가 고수라는 사실을 충분히 확인했을 것이다. 그래서 조심하라는 말을 덧붙인 것이다.

그 외침이 끝나자마자 적들로부터 각종 암기가 일제히 날아오기 시작했다. 암기들에 이어 무음시 세 대도 발사된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곧 암기들이 코앞에 이르렀고, 그 순간 나는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끌어올렸다.

시야에 보이는 광경이 느려지자, 모든 암기와 화살의 궤적이 자연스럽게 읽혔다.

그렇다 보니 암기와 화살을 어떻게 피해야 최단 경로로 전진할 수 있을지도 금세 파악되었다.

그대로 암기와 화살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때로는 신형을 완전히 낮추기도 하고, 때로는 신형을 기묘한 방향으로 틀기도 하며 전진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각종 암기와 화살들이 내 무복에 닿을락말락 스쳐 지나갔다. 어떤 것들은 내 겨드랑이 사이나 가랑이 사이로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펼치고 있다고는 해도 지금과 같은 시도는 사실, 극도로 위험한 시도다.

적의 암기와 화살들에는 독이 묻어 있어, 미세한 실수로 인해 그것들이 내 살갗을 스치기만 해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듯 위험을 감수해야만 적들의 의표를 찌르며 최단 거리로 빠르게 짓쳐들 수 있다.

참고로 피독주를 지니고 있기는 한데 방금 상황에서는 그것을 꺼내서 입에 물 시간이 없었다.

이윽고 나는 적의 선봉에 있는 고수들의 코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고수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게 보인다.

내가 이렇듯 엄청난 속도로, 그것도 암기와 화살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공간을 뚫고 다가오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다.

근처의 고수 두 명이 나를 향해 반사적으로 병장기를 뻗고는 있기는 한데, 당황한 게 빤히 보인다.

게다가 이 시점부터 반응하기 시작해 봐야 이미 늦었다.

좌전방의 고수는 내 하체를 향해 도를 휘두르고 있고, 우전방의 고수는 내 가슴을 향해 검을 찌르고 있다. 두 공격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두 사람의 공격이 내 몸에 매우 가까워진 찰나, 나는 전방을 향해 헤엄치듯 수평으로 도약하며 신형을 비틀었다.

그렇듯 순간적으로 몸이 땅바닥과 수평을 이루며 눕는 자세가 되자 검이 내 배 위로, 도가 내 등 아래로 스쳐 지나갔다.

두 고수가 다급히 도와 검의 방향을 틀고 있지만, 내 몸은 이미 그들을 거의 지나친 상황이다.

그쯤에서 나는 회전축을 바꾸며 격렬하게 신형을 비틀었다. 그러면서 그 회전력을 이용하여 양손의 독침을 강하게 털어냈다.

천섬무를 최상 단계로 운용하는 상태다 보니, 왼손과 오른손에 쥐고 있던 수십 개의 독침이 순간적으로 터지듯 팔방으로 퍼져나갔다.

독침을 털어내자마자 철비정을 뽑기 위해 즉시 양손을 움직이며 또다시 신형을 비틀었다. 허공에서 너무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안정적인 착지를 생각해야 할 때다.

회전하는 중에 적들의 몸에 독침이 박히는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최소 열 명의 몸에 독침이 박히고 있고, 방금 나를 공격했던 두 고수 중에서 도를 든 자의 몸에도 독침이 박히고 있다.

나를 향해 휘둘렀던 도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탓에 결국 독침을 모두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내가 날아가고 있는 방향의 정면에 있는 절정고수도 하복부에 독침에 맞았다. 그래서인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하복부를 내려다보는 중이다.

나는 허공에서 가까스로 신형을 튼 후, 오른발로 그의 가슴을 강하게 디디며 전진을 멈출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절정고수의 몸은 튕기듯 날아갔지만.

발로 땅바닥을 디딤과 동시에 엎드리듯 자세를 낮췄다.

선봉 쪽의 고수들이 뒤돌아서며 나를 향해 암기를 날렸기 때문이다.

참고로 적의 선봉에 있던 고수들 다섯 명 중에서 남아 있는 자들은 세 명이다. 도를 휘두르던 자는 독침에 맞았고, 그전에 쇄골에 쇠구슬을 맞았던 자도 결국 독침에 맞았기 때문이다.

내 등 위로 암기들이 스쳐 지나가는 게 느껴지던 찰나, 나는 엎드린 상태에서 한쪽 무릎을 바닥에 박고 그 무릎을 축으로 삼아 낮은 자세에서 빙글 회전했다.

내 한쪽 무릎이 팽이의 심 역할을 한 덕분에 짧은 순간에도 강력한 회전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 회전력을 담아 오른손을 털어내자, 철비정 몇 개가 선봉의 고수 세 명을 향해 날아갔다.

선봉의 고수들이 나를 마음껏 공격하게 둬서는 안 되기에, 어떻게든 견제할 목적으로 철비정을 날린 것이다.

철비정들을 털어낸 직후, 나는 양손과 양다리로 바닥을 강하게 밀어내는 방식으로 신형을 일으키며 옆으로 이동했다.

신형을 일으키자마자 방금 내가 엎드려 있던 위치로 화살 세 대가 지나가더니 땅바닥에 박혔다.

적측 궁수들이 날린 무음시들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선봉에 있는 세 고수가 철비정을 쳐내거나 피하며 나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독침으로 인해 십여 명의 적들이 쓰러지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나는 지금 적진 속에 홀로 들어와 있는 형국이다. 세 고수는 그런 상태의 나를 정리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 더 다가오지 못하고 곧장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임려현이 그들을 뒤쫓으며 예리한 각도로 소비도를 날렸기 때문이다.

임려현의 경지는 절정의 중후반이다.

세 고수의 경지는 절정의 중반이니, 그들의 수준에서는 임려현의 암기술이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임려현의 암기술 실력이 어디 보통 실력인가 말이다.

소비도를 날린 임려현이 곧장 세 명의 고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고, 그녀의 뒤를 단목강과 남궁설이 따랐다.

임려현의 판단일 것이다.

강습조가 포위될 상황은 일단 면했으니, 지금은 나를 엄호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즉시 움직인 것이다. 적의 무음시에 확실하게 대처할 수 있는 단목강과 남궁설만 대동한 채로.

굳이 의사소통하지 않아도 상황에 따라 알아서 판단하고 대응해 주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참고로 단목강과 남궁설의 경지도 절정의 중반에 가깝기에 선봉의 세 고수를 상대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 우리가 돌파했던 적측 별동대도 이쪽으로 합류하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었다.

별동대 쪽에도 만만치 않은 고수들이 끼어 있다. 이곳에서 계속 싸운다면, 현 상황에서 그들을 맡아야 하는 사람은 나뿐이다. 임려현, 단목강, 남궁설은 이미 순찰대 쪽의 세 고수를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펼치면 어떻게든 별동대 쪽의 고수들을 상대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체내의 공력이다.

이 밤의 전투가 시작된 후로 나는 높은 단계의 천섬무를 여러 차례 펼쳤었다. 그로 인한 공력 소모가 적지 않았다.

이 상태에서 별동대 쪽의 고수들까지 상대하면 또다시 상당량의 공력이 증발할 것이다.

한데 합산지부 수복전은 이제 시작이다. 밤새 전투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일정 이상의 공력은 남겨둬야 한다.

결국 이 상황에서는 일단 도주하여 주 전력과 합류한 후, 주 전력을 끼고 저 별동대와 순찰대를 상대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생각을 정리한 후 곧장 움직이려던 순간, 나는 멀리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여러 개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파악해 보니 천마신교, 혈교, 사파 쪽의 기운들이 아니었다.

백도의 기운들이었다.

처음에는 열 명쯤인 줄 알았는데, 그들만이 아니었다. 추가로 스무 명가량의 인원이 후발대의 형태로 멀리서 뒤따라오는 게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총 서른 명에 달하는 인원이다.

그들이 정확히 이쪽 전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선발대의 열 명은 경공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절정고수들인 것이다.

그 열 명 중에서 선두에 있는 서너 명의 경지는 절정의 중반 이상으로 느껴지며, 그중 최선봉에서 달리고 있는 인물의 경지는 절정의 후반쯤 되는 듯하다. 대단한 고수다.

주 전력 측에는 절정의 중후반인 고수가 서너 명 있고, 절정의 후반인 고수는 딱 한 명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쯤 주 전력을 지휘하고 있을 상황이다.

이곳에 나타날 리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저들은 대체 누굴까.

어쨌거나 백도의 전력이 달려오고 있는 만큼, 우리로서는 도주할 필요가 없어졌다. 앞서서 달려오고 있는 선발대 열 명만으로도 강력한 전력이라, 그들만 합류해도 전세가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비룡검을 휘두르고 철비정을 던지며 순찰대의 후열에 있는 적들 사이를 누볐다.

참고로 아까 내가 뿌렸던 독침에 쓰러진 열 명 남짓의 적들은 모두 순찰대의 선봉 쪽에 있던 자들이었고, 그 선봉 쪽에 상대적으로 고수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추격전에서는 경공이 빠른 자들이 앞장설 수밖에 없고, 경공이 빠를수록 웬만하면 고수다.

그렇기에 남아 있는 순찰대원들은 최선봉의 고수 세 명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하수들이었다.

그렇다 보니 후열 쪽의 적들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내게 딱히 위협이 될 만한 요소는 없었다.

게다가 제갈건이 연달아 무음시를 날리며 나를 도운 덕분에, 우리는 짧은 시간에 열댓 명의 적들을 처치할 수 있었다.

그때쯤 적의 별동대가 도착하여 순찰대와 완전히 합류했고, 백도 측의 선발대 열 명도 전장에 근접했다.

나는 암기술로 적들을 견제하며 백도인들에게 호응할 수 있는 위치로 점점 이동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는 내심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후발대로 따라오고 있는 백도인들 이십여 명 중에 내게 익숙한 기운 두 개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황성락과 엄상평의 기운이다.

황성락은 작년 초에 졸업한 후 본가인 광동 청원표국으로 내려갔었다. 그 후로 그의 얼굴을 못 본 지가 일 년 반이 훌쩍 넘었다.

그간 우리는 서신을 통해서만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었다.

그는 우리 장원에 놀러 오고 싶은데 가전 무공을 집중적으로 배우느라 움직일 수가 없다며 서신에 대고 투정하곤 했었다.

엄상평과는 몇 년 전에 예비 명단으로 함께 통합 잠룡대전에 참가했던 인연이 있다. 내가 우승했었던 바로 그 통합 잠룡대전이다. 우리는 그 계기로 제법 친분을 쌓았었다.

엄상평은 졸업하기 전에 나와 인사를 나누고 떠났었다.

사문으로 돌아가서 더 열심히 수련하겠다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는데, 그 후로는 어쩌다 보니 서로 연락이 닿지 않았었다.

그런 두 사람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광동에 있어야 할 두 사람이 이곳에 있다면, 그들과 함께 온 이들도 광동의 무인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윽고 백도의 고수들 열 명이 적 진형의 측면으로 짓쳐 들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모두가 죽립을 쓰고 있다 보니 멀리에서는 용모를 확인하기가 어려웠었다. 하지만 지금은 용모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가까워진 상태다.

열 명 모두 초면이긴 하나, 그중 세 명의 정체만큼은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천마신교에서 용모파기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최선봉의 인물과 그의 뒤쪽 좌우에 있는 두 사람이다.

최선봉에 있는 인물은 남천검문의 문주인 낙문월이다. 참고로 남천검문의 소문주가 바로 소충광이다. 즉, 낙문월은 소충광의 사부다.

낙문월의 좌측 후방에 있는 인물은 광주진가의 가주인 진종정이다. 그는 진운령의 부친이다.

낙문월의 우측 후방에 도를 들고 있는 인물은 정호문의 문주인 요수번이다. 요수번의 제자가 바로 엄상평이다.

남천검문과 광주진가와 정호문은 광동을 대표하는 삼대 무림 세력이다.

그 삼대 무림 세력의 문주와 가주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남천검문주 낙문월의 모습이 단연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노도와 같은 검술로 적측 고수들을 쉽게 쉽게 밀어붙이는 중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시원한 검술이다.

아까 멀리에 있을 때는 낙문월의 경지가 절정의 후반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최절정의 초입인 듯하다.

빼어난 고수가 전장에 합류한 것이다.

낙문월의 뒤에 있는 고수들 세 명의 경지는 절정의 중후반이다. 세 명이란 광주진가주 진종정과 정호문주 요수번, 그리고 요수번의 옆에 있는 깡마른 체구의 중년인이다.

마른 체구의 중년인은 천마신교의 용모파기에서 본 적이 없어서 누군지 모르겠다. 궁금하다.

선발대 열 명 중에서 나머지 여섯 명의 경지는 모두 절정의 초중반이다.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전력이다.

낙문월 등이 워낙 기세 좋게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나는 가볍게 철비정을 던지며 그들을 지원했다.

최소한의 공력과 최소한의 힘만 사용해서 던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정교한 암기술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다.

적재적소에 시의적절하게 철비정을 던져주니, 낙문월, 진종정, 요수번 등이 눈에 이채를 띠며 내게 한 차례씩 시선을 주곤 했다.

그러는 사이에 황성락, 엄상평 등이 포함된 스무 명의 후발대 인원들도 전장에 합류했다.

낙문월 등이 압도적인 무력을 보인 덕분에 기세가 완전히 넘어왔는데, 그 상태에서 추가 전력까지 합류해버렸다.

아직은 적의 수가 더 많다고 해도 결국 우리 쪽에 의해 정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임려현, 단목강, 남궁설과 싸우고 있던 순찰대의 고수 세 명도 나와 비슷한 판단을 내렸는지, 갑자기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마자 낙문월이 즉시 반응하며 한 방향을 맡았고, 이어서 임려현이 다른 한 방향을 맡았다. 나머지 한 방향은 진종정과 마른 체구의 중년인이 함께 맡았다.

낙문월의 빠른 속도를 보니 굳이 나까지 저들을 추격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강습조원들을 이끌고 남은 적들을 상대하며 틈틈이 낙문월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그는 도주 중인 순찰대의 고수 한 명을 금세 추격하여 어렵지 않게 처리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초입이라고는 해도 역시 최절정은 최절정인 것이다.

낙문월은 고수 한 명을 처리하자마자 곧장 임려현 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또다시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낙문월이 가까워지자 임려현이 정교한 암기술로 적 고수의 도주를 방해했고, 낙문월은 그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도주자를 처치했다. 훌륭한 연계다.

다른 방향에서는 진종정과 마른 체구의 중년인이 도주하는 적 고수와의 거리를 점점 좁혀가는 중이었다.

금방 따라잡을 것이다.

순찰대의 세 고수가 도주하는 모습을 확인해서인지, 남아 있는 적들이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적진 안에서 퇴각 명령이 떨어졌다.

“산개해서 퇴각해!”

승산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니 당연한 귀결이다.

수십 명의 적도들이 여러 방향으로 도주하기 시작했고 광동의 무인들이 즉시 추격하기 시작했다.

강습조도 한 방향을 맡아 추격에 나섰다.

임려현이 빠르게 달려와서 합류했다.

강습조는 도주하는 적도들 열두세 명을 처치하고 돌아섰다.

그 후 원래의 장소로 복귀하면서 보니, 광동의 무인들도 복귀하며 한데 모여들고 있었다.

우리가 그들 쪽으로 다가가자 그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무렵, 정호문주 요수번이 임려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고들 많으셨소. 한데 귀하들께서는 어디 소속이시오?”

강습조의 구성원은 임려현 외에는 모두 청년들이다. 그렇다 보니 임려현을 지휘관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광동의 낙 문주님, 진 가주님, 요 문주님을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말을 마친 임려현이 죽립을 벗었다.

그녀는 신룡대의 부조장 출신이니 강호 주요 인사들의 용모와 특징에 대해 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들의 정체도 금방 알아본 것이다.

임려현이 자신들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봐서인지, 낙문월, 진종정, 요수번의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다.

이윽고 광주진가주 진종정이 죽립을 벗으며 말했다.

“허어, 여협께서 우리 같은 변방의 인사들을 금방 알아봐 주시니 놀랍구려. 한데 강호에 대한 견식이 짧은 본 가주는 여협을 몰라뵈어 송구할 따름이오. 여협의 위명을 여쭙고 싶소.”

진종정이 그렇게 말하는 동안 낙문월과 요수번도 죽립을 벗었다. 임려현이 죽립을 벗으며 용모를 드러낸 만큼, 그녀에 의해 호명된 이들도 죽립을 벗어 예를 보인 것이다.

임려현이 대꾸했다.

“저는 강서에 사는 임 아무개라고 해요. 당연히 제가 누군지를 말씀드려야겠지만, 그에 앞서 이쪽의 지휘관을 먼저 소개해드리는 게 순서일 듯하군요.”

그 말에 낙문월, 진종정, 요수번의 눈동자에 의문이 담겼다.

지휘관인 줄 알았던 그녀가 저런 말을 하니 의아한 것이다.

말을 마친 임려현이 나를 바라보자 낙문월 등의 시선도 내 쪽으로 향했다.

이쯤이면 나도 죽립을 벗을 수밖에 없다.

내가 죽립을 벗자마자 광동 무인들의 뒤쪽에서 황성락과 엄상평의 목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

“송 공자……?”

“소, 송 공자……!”

어둠 속인 데다가 죽립까지 쓰고 있었다 보니 두 사람의 경지에서는 지금껏 내 용모를 알아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다가 죽립을 벗자 이제야 알아본 것이고.

“두 분, 오랜만이오.”

내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자, 진종정이 고개를 뒤로 돌리더니 두 사람에게 물었다.

“아는 사이냐?”

황성락이 대꾸했다.

“알 뿐이겠습니까. 얼마나 친한 친우인데요. 저 공자가 바로 그 송유겸 공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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