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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37화 (337/416)

내 안에 마교있다 337

황성락의 대꾸에 광동의 무인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후부터는 다들 유명인이라도 만난 듯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평소에는 내가 유명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사는데, 이럴 때마다 한 차례씩 자각하게 된다.

“동천비룡 송유겸 공자였다니…….”

여기저기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릴 때쯤, 낙문월, 진종정, 요수번이 한달음에 내 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세 사람을 향해 포권하며 먼저 인사했다.

“곤경에 처해 있었는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생 무림말학 송유겸이 광동의 선배님들께 인사 올립니다.”

“오오!”

“정말로 송유겸 공자군!”

“오오오!”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탄성을 흘렸다.

진종정이 말했다.

“딸아이한테서 얘기로만 전해 듣던 송유겸 공자를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진심으로 반갑네. 나, 운령이 아비일세.”

“아아, 진 가주님이셨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내가 반가워하며 포권하자 진종정이 환한 웃음을 띤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종정은 평균 이상의 키에 매우 다부진 체격이다.

얼굴은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무난한 인상인데, 눈동자가 매우 또렷한 편이라 소신이 강한 느낌을 준다. 진운령이 부친을 많이 닮았음을 알 것 같다.

“우리 운령이가 여러모로 신세 지고 있다고 들었네. 잘 챙겨줘서 고맙네.”

진운령은 아직 잠룡관도 신분으로, 현재 육 년 차다.

그녀는 방학을 이용해서 비룡장에 자주 놀러 오고 있다. 동갑내기인 송유하와 매우 친하기도 하고, 나와도 친분이 깊다 보니 우리 장원에서 편하게 머물다 가곤 하는 것이다.

진종정의 얘기는 그 얘기다.

그에게 대꾸했다.

“가까운 친우 사이에 신세는 무슨 신세겠습니까. 진 소저라면 항상 환영입니다.”

내 말에 진종정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을 때쯤, 이번에는 낙문월이 입을 열었다.

“만나서 정말 반갑네, 송 공자. 나는 충광이 사부일세.”

나는 이번에도 포권하며 대꾸했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낙 문주님.”

낙문월은 호리호리한 체형에 키가 큰 편이다.

얼굴은 인자한 인상인데, 전체적으로는 무인이라고 하기보다는 문사처럼 생겼다. 저 무복 대신 문사복을 입고, 저 검 대신 책을 들면 영락없는 서생이다.

“충광이 그 녀석이 어찌나 송 공자 얘기를 많이 하던지, 초면인데도 어색한 느낌이 별로 들지 않을 정도군.”

“저도 소 공자로부터 사문 얘기와 문주님 얘기를 종종 전해 들었습니다.”

내 대꾸에 낙문월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이번에는 요수번이 말했다.

“반갑네, 송 공자. 나는 상평이의 사부일세. 상평이 저 아이도 송 공자 얘기를 종종 했었지.”

이에 요수번에게도 포권하며 대꾸해줬다.

“안녕하십니까, 요 문주님. 저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요수번은 키가 작은 편에 체구는 통통하며, 다소 고집스러워 보이는 인상의 소유자다.

우리가 짧게 인사를 주고받았을 때쯤 엄상평과 황성락이 다가왔다.

황성락은 한 사람을 대동하고 다가왔는데, 아까 봤던 깡마른 체구의 고수다.

엄상평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와아! 세상에! 이게 얼마 만이오, 송 공자!”

“하핫, 정말 오랜만이구려, 엄 공자.”

내가 환한 표정으로 대꾸하자 이번에는 황성락이 말했다.

“여기에서 이렇듯 송 공자와 만나다니, 꿈인가 생시인가 싶구려.”

“하하, 나야말로 황 공자를 보고 깜짝 놀랐소. 한데…….”

내가 그렇게 대꾸하며 깡마른 체구의 중년인에게 시선을 두자 황성락이 입을 열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소개해드릴 참이었소. 이분은 우리 표국의 총표두님이시오.”

황성락이 말을 마치자마자 깡마른 체구의 중년인이 나를 향해 짧게 포권해 보이며 말했다.

“국해건이라 하오. 큰 공자님한테서 송 공자 얘기를 하도 많이 듣고 살다 보니, 언젠가는 송 공자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소. 그래도 여러 상황상 만나기가 쉽지 않으리라 여겼는데 엉뚱하게도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는구려.”

황성락은 청원표국의 장남이다. 그래서 국해건이 ‘큰 공자님’이라는 호칭을 쓴 것이다.

“아, 국 총표두님이셨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거, 황 공자가 저에 대해 좋은 얘기만 했기를 바라야겠군요.”

“허허헛.”

내 가벼운 농담에 국해건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국해건은 눈매가 상당히 강렬한 편인데, 웃을 때는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얼굴이다.

그렇듯 국해건과도 인사를 나누자 낙문월이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송 공자뿐만 아니라 그쪽 일행 모두와 인사를 나누고 싶고, 우리 쪽의 인원들도 한바탕 소개해주고 싶네. 그러나 한가하게 인사나 나누고 있을 상황은 아닌 듯하군.”

“옳은 말씀이십니다.”

내가 대꾸하자 낙문월이 곧바로 물었다.

“송 공자의 일행도 광서 수복전을 수행 중인 전력에 속해 있는가?”

“그렇습니다. 저희도 그쪽 전력에 속해서 특수 임무를 수행해왔습니다. 방금도 임무를 수행하며 이동하던 중에 다소의 곤경에 처했던 겁니다.”

“하면 이후에는 임무를 위해 또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가, 아니면 전장으로 합류하는가?”

“전장으로 합류합니다.”

“같이 움직이면 되겠군.”

“예.”

“그럼 어서 가지.”

이후에는 나, 낙문월, 진종정, 요수번, 국해건, 임려현이 앞장서고, 강습조가 우리의 뒤를 따르고, 광동의 무인들이 그 뒤를 따르는 형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낙문월과 함께 최선봉에서 나란히 경공을 펼쳤다.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낙문월의 전음이 들려왔다.

[충광이 그 녀석과 관련해서 송 공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직접 하고 싶었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녀석이 말하길, 자신의 무공이 발전해나가는 데 있어 직간접적으로 송 공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군. 무학 전반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데도 매우 큰 도움이 됐다고 하고.]

[소 공자는 원래 뛰어났던지라 딱히 제가 도움을 주고 말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워낙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러자 낙문월이 미소 띤 얼굴로 대꾸했다.

[그 녀석의 자질이 좋은 편이기는 하나, 통합 잠룡대전에서 팔강에 들 수 있을 정도의 재목까지는 아니었네. 사강 진출전에서 황보세가의 소가주와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을 정도는 더더욱 아니었지. 사부인 내가 잘 아네.]

스승인 그가 저렇다고 하니 대꾸할 말이 없다.

내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낙문월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결국 송 공자가 아니었다면 그 녀석은 제대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을 테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면 남궁찬 지부장이 수행 전령으로 뽑을 일도 없었겠지. 남궁 지부장이 참 좋은 사람이기는 해도, 역량이 안 되는 이를 그런 자리에 기용할 정도로 허술한 사람은 아니거든.]

남궁찬에 관한 말은 맞는 말이다.

아무리 소충광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해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결코 그를 수행 전령으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 실력과 발전 가능성을 봤기에 차출한 것이다.

[딱히 한 일도 없이 문주님으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니 민망합니다. 어쨌거나 소 공자도 수행 전령 역할을 잘하고 있는 모양이고, 남궁 지부장님도 소 공자를 매우 신뢰하고 있는 듯하니 잘된 일입니다.]

[잘된 일이지. 다른 사람도 아닌 남궁 지부장을 가까이서 수행하다 보면 배우는 게 많을 테니. 남궁 지부장이 충광이 녀석의 수련도 종종 봐주는 모양이니 더 잘된 일이고.]

[예.]

소충광에 관한 얘기가 정리된 후에는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문주님과 같이 오신 분들은 모두 광동 분들이시지요?]

[그렇네. 우리 남천검문과 광주진가, 정호문, 청원표국 등이 주축이 되었고 중소 문파들에서도 소수가 참여했지.]

[상부로부터 문주님을 포함한 광동 쪽의 전력이 합류한다는 언질은 전혀 없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지. 우리는 본맹 쪽과 연락을 주고받다가, 상황을 봐서 자체적으로 도우러 온 것이니.]

[아.]

[가까운 광서 땅에서 무림맹 측의 수복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빤히 알고 있는데도 섣불리 지원하러 올 수가 없었네. 광서가 초토화된 마당이라 우리 광동 쪽도 언제 위험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그로 인해 한동안은 비상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대기할 수밖에 없었거든.]

광동 무림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판단이다.

낙문월의 전음이 이어졌다.

[광동 무림은 과거 해적들의 침공을 겪으며 오랜 기간 환란을 겪었지만,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는 모두가 합심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체득했지. 그래서 비상 경계 태세를 유지하는 중에도 무림맹 광동지부와 각 무림세력들이 연계하여 온 방향으로 정찰을 보냈네. 그런 과정을 통해 당분간은 광동 땅이 위험해질 일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지.]

과거에 소충광한테서 광동 무림의 위기 대응 체제가 매우 잘 구축되어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그 사실을 낙문월이 확인해준 셈이다.

낙문월이 언급했던 무림맹 광동지부는 광주에 자리 잡고 있으며, 현 광동지부장은 낙문월의 사제인 양계척이라는 무인이다.

낙문월이 미소를 띤 채로 전음을 이어갔다.

[그래서 이렇듯 늦게나마 지원하러 올 수 있었던 걸세. 광서 수복전을 수행 중인 무림맹의 전력이 합산지부에 다다를 때쯤에라도 합류하고자 신속하게 움직였지. 이틀 전에 이 인근에 도착해서 북서부 산지로 이동하여 은신하고 있었다네. 무림맹의 전력이 합산지부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아.]

[아까 저녁 무렵에 먼 산지 쪽에서 전투가 시작됐다는 걸 알겠더군. 그때부터 우리도 언제든 합산지부 쪽으로 합류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네. 그러다가 마침내 합산지부 방향에서 전투가 시작된 듯하여 은밀히 이동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중에 송 공자 일행을 발견한 것이지.]

[아까도 말씀드렸듯, 적시에 도와주신 덕분에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내가 대꾸하자 낙문월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보아하니 송 공자 일행은 소수지만 다들 수준이 높아서, 우리가 도와주지 않았어도 별문제는 없었을 것 같았지만 말이야.]

[아하하, 아닙니다.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데요.]

최절정에 이른 고수인 만큼, 강습조원들의 수준을 금방 꿰뚫어 본 모양이다.

[얼핏 봐도 알 듯한 얼굴들이 많더군. 송 공자의 장원에 유명 후기지수들이 모여 있다고 알고 있는데, 그들이겠지?]

소충광을 통해서 전해 들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내가 대꾸하자 낙문월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었다.

[임 여협은 어떤 분인가? 진 가주, 요 문주, 국 총표두보다 내공 경지는 약간 뒤처지는 듯한데, 아까 보니 움직임은 오히려 세 사람을 능가하는 느낌이었거든. 그 정도 여고수라면 이름이 제법 널리 알려졌을 법한데, 아무리 떠올려봐도 정체가 추측이 안 돼서 말이야.]

사실은 내공 경지도 임려현이 진종정 등보다 더 높다. 한데 임려현이 익힌 내공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성질을 지녔기에 낙문월이 저런 식으로 파악한 것이다.

잠시 뜸을 들였다가 대꾸해줬다.

[신룡대의 부조장 출신이십니다.]

[오호! 신룡대의 부조장 출신!]

[임 선배님께서는 본인의 과거 경력을 드러내는 걸 꺼리십니다. 그래서 과거에 무림맹의 천풍단에서 근무했었다는 식으로만 알리신 상태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낙문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꾸하더니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본맹에서 그러더군. 운남, 귀주, 광서를 수복하기 위해 파견된 무림맹의 전력들 중에서 광서 수복전을 수행하고 있는 전력이 가장 잘 해내고 있다고. 전력 손실도 매우 적고, 성과도 가장 좋다고.]

[아, 그렇습니까.]

[송 공자와 임 여협 같은 무인들이 잘해준 덕분이겠지.]

[하핫, 저희는 상관인 제갈수광 교관님과 남궁묵 형님의 지시에 열심히 따랐을 뿐입니다.]

[역시 제갈 교관도 오셨군. 제갈 교관의 거처가 송 공자의 장원 바로 옆이라고 들어서, 송 공자가 왔으니 제갈 교관도 오셨으리라 짐작은 했었네. 거기에 남궁세가의 둘째 공자까지 동행하고 있었던 것이군.]

그렇게 말하며 홀로 서너 차례 고개를 끄덕인 낙문월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제갈 교관, 남궁세가의 둘째 공자, 임 여협, 송 공자 같은 고수들과 함께 싸우게 된다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군.]

[그건 저희 쪽에서 드릴 말씀입니다. 문주님과 광동 무인들이 합류해주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겠지. 언제든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으니.]

방심하지 않으려는 저 태도는 오랜 기간 해적들과 싸워오며 직접 체득한 교훈일 것이다.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낙문월이 정리하듯 말했다.

[합산지부에 슬슬 가까워지고 있으니 이제부터는 집중해서 가지.]

힘주어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대꾸해줬다.

[예.]

우리는 빠르게 이동하여 합산현 분지의 중앙에 있는 작은 산지에 점점 가까워졌다.

무림맹 합산지부는 저 작은 산지의 서쪽에서 중앙의 일부 구역에 이르는 평평한 지형에 자리 잡고 있다. 그 평평한 지형 외에는 산지라서, 마치 남쪽, 북쪽, 동쪽의 산지가 합산지부를 감싸 안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합산지부에 가까워질수록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 호각 소리, 각종 고함, 온갖 비명 등으로 매우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은 역시, 서쪽 산자락에 있는 합산지부의 정문 쪽이었다.

합산지부의 정문 쪽에 있는 긴 담장을 끼고 무림맹 측의 전력과 적 전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전선의 측면부터 지원하기로 하고 움직이던 중에,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던 적들과 마주쳤다.

백오십여 명으로, 정예들은 아니었다.

우리가 소수여서인지, 적측 지휘관들이 금세 공격 결정을 내렸다. 우리는 강습조와 광동의 무인들을 합해서 마흔다섯 명에 불과하다.

“적이다!”

“쳐라!”

만약 저들이 정예였다면, 우리의 수준을 알아보고 일단은 회피하며 동료들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렸을 것이다. 그러나 정예가 아니다 보니 본인들의 수적 우세만 믿고 달려든 것이다.

적의 머릿수를 하나라도 더 줄여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광동의 무인들이 즉시 전투 진형을 펼치며 적들에게 달려들었고, 강습조는 광동의 무인들을 보조하는 형태로 움직였다.

나는 굳이 전열에 나서지 않은 채 엄상평과 황성락의 뒤에서 암기술을 펼치며 지원했다.

내가 뒤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엄상평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간 온 강호에 이름을 날릴 정도로 유명해진 내가, 자신의 바로 뒤에서 암기 지원을 해주고 있다 보니 흥분되는 모양이다. 내 앞에서 더 잘하고 싶은 것이다.

황성락도 매우 신난 표정이다.

우리 친우들은 대부분 나와 함께 실전을 치러본 경험이 있는데, 황성락과 진운령은 그런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다른 친우들이 나와 함께 싸웠던 경험담을 들으며 항상 부러워만 했었다.

그런데 드디어 이렇듯 함께 싸우게 되니 신난 것이다.

엄상평의 현재 경지는 일류의 중후반인데, 뒤에서 지켜보니 확실히 몇 년 전보다 많이 발전한 모습이었다.

도법에 담긴 기세는 더 호쾌해졌는데, 도를 휘두르는 움직임 자체는 훨씬 더 간결해졌다.

엄상평이 지난 몇 년간 얼마나 열심히 수련해왔는지 잘 알 것 같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도의 위력을 자연스럽게 증가시키는 형태의 도법이라, 앞으로 경지가 상승할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게 될 듯하다.

황성락은 훨씬 더 큰 폭으로 성장해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아는 그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일단 공력 자체가 엄청나게 늘어, 내공 경지가 일류의 중반에 이르러 있었다.

이 년도 안 되는 기간에 공력이 저렇게 많이 늘었으면 영약 같은 걸 복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황성락이 광동제일표국인 청원표국의 장남임을 고려하면 개연성도 충분하다. 다음 대의 청원표국주가 되어야 할 가문의 기둥이니, 현 표국주의 입장에서 그런 투자가 아까울 일도 없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내공만 상승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검술을 비롯한 무공의 성취도 전체적으로 많이 상승해 있다.

내공은 영약 같은 것들로 상승시킬 수 있지만, 무공의 성취를 상승시키려면 본인의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저 정도로 성취가 많이 상승했다는 건, 황성락 본인의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되었다는 뜻이다. 가전 무공을 집중적으로 익히고 있다더니, 실제로 엄청나게 열심히 수련한 것이다.

친한 친우인 황성락이 이렇듯 성장한 모습을 보니 매우 대견스럽다.

광동의 무인들과 강습조의 연합은 매우 강력하여, 우리에게 달려들었던 백오십여 명의 적들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녹았다.

적들은 상대의 수준을 가늠하지 못하고 달려든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이후에 우리는 합산지부의 정면으로 길게 늘어선 전선의 남쪽 끝으로 이동했다. 참고로 합산지부 정문 앞에 펼쳐진 전선은 북에서 남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전선의 남쪽 끝부분은 적의 매서운 공격으로 인해 다소 밀리는 양상이었는데, 우리가 한차례 지원하자 오래지 않아 역으로 밀고 올라가는 양상으로 변했다.

그 후, 우리는 전선 곳곳을 지원하며 전선의 중앙 쪽으로 점점 이동했다.

특전반과 지원조를 찾아 합류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듯 전선의 중앙에 가까워지던 어느 순간, 나는 멀리에서 상당히 강력한 기운들이 격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합산지부를 감싸고 있는 산지 중에서 북동쪽이다.

집중해 보니 격돌하고 있는 기운들 속에 우리 특전반 인원들의 기운과 지원조 인원들의 기운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 사실까지 파악한 직후에 낙문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도 이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북동쪽 산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들이 격돌하고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동료들의 기운입니다.]

내가 전음을 보내자마자 낙문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꾸해왔다.

[어서 가세.]

전음을 마친 낙문월이 광동의 무인들을 이끌고 앞장섰고, 나는 강습조원들을 이끌고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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