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마교있다 342
풍세학의 스승은 진현자고, 그는 현 무당파의 장문제자다.
장문제자란 문파의 장문인 또는 문주의 제자로, 다음 대 장문인 또는 문주로 예약된 제자다.
천마신교에서 봤던 자료에 따르면 진현자의 사형제 중에서 세 번째 서열의 사제가 바로 저 진허자다. 그러니 진허자는 풍세학에게는 사숙이다.
진(珍) 자 배분인 현 무당파의 일대제자 중에서 무공 경지가 가장 높은 인물이 바로 저 진허자다.
그는 젊어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장문제자인 진현자의 성취를 일찌감치 추월했고, 마흔 살 무렵에 최절정에 이르며 그 천재성을 완벽하게 입증하기까지 했다.
장차 무당제일검으로 등극할 게 확실시되는 실력자인 만큼, 일대제자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무당사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무당사검武當四劍 중에서는 말석인 사검四劍이다.
현송자는 현 무당 장문인인 현문진인의 바로 아래 사제다. 그러니 진허자에게는 사숙이 되고 풍세학에게는 사숙조가 된다.
그는 현문진인과 함께 젊어서부터 무공이 빼어나기로 유명하여 무당의 미래로 불렸었는데, 역시나 무당의 기둥이 되었다. 현재 무당사검 중 삼검三劍이다.
내가 천마신교에서 현송자에 대한 자료를 봤던 게 이미 수년 전이니, 아마도 그동안 ‘진인’ 칭호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의 자료에는 현송자의 경지가 최절정이고, 실력은 중상위권쯤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상위권일 것이다.
한마디로 대단한 고수라 하겠다.
‘진허’와 ‘현송’이라는 도호가 나오자 남궁묵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곧장 아홉 명의 흑의인들 쪽으로 다가가더니, 전체를 향해 포권하며 말했다.
“후배 남궁묵이 무당의 선배님들께 인사 올립니다.”
그러자 흑의인들이 반색하며 인사를 받았다.
“오!”
“남궁세가의 둘째 공자……!”
그러는 동안 흑의인들의 맨 뒤에 있던 두 사람이 남궁묵의 앞으로 나서며 죽립을 벗었다.
용모가 드러나니 정체를 확실히 알 것 같다.
두 사람이 바로 현송자와 진허자다.
환갑 남짓의 나이로 보이는 인물이 바로 현송자다. 겉으로는 저렇게 보여도 실상 그의 나이는 이미 고희다. 높은 내공 경지로 인해 저렇듯 젊어 보이는 것이다.
현송자는 보통 신장에 체구도 보통이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이며, 반백의 머리 색이 인상적이다.
진허자는 마흔 즈음으로 보이는데, 실상 그의 나이는 사십 대 중반이다. 역시나 내공 경지가 높다 보니 젊어 보이는 것이다.
날카롭게 뻗은 눈썹과 무심해 보이는 눈매가 인상적이다.
남궁묵이 현송자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진인님.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남궁묵의 저 인사를 통해 역시나 현송자가 진인의 호칭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무량수불, 잘 지냈다네. 남궁 공자도 잘 지냈는가?”
“예, 진인님.”
“공자와 공자의 형은 볼 때마다 쑥쑥 성장해 있군. 가주께서 얼마나 흐뭇하실까.”
무공 경지 얘기다.
“과찬이십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가주와 부인께서도 잘 지내시지?”
“예.”
남궁묵이 대꾸하자 현송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묵이 이번에는 진허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진허자 선배님, 그간 무탈하셨지요?”
“무탈했네. 그나저나 올해 자네 나이가 몇이었지?”
“서른셋입니다.”
“음……, 내가 그 나이였을 때보다 자네가 더 나은 것 같군.”
오랜만에 만났으니 덕담해주듯 말한 건데, 진허자의 눈빛을 보니 마냥 덕담은 아니다. 눈빛에 감탄한 기색이 서려 있다.
갑작스러운 칭찬에 남궁묵이 곧바로 양손을 내저었다.
“헛,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한참 부족합니다.”
상대가 무당파의 천재라 불리는 진허자이니 남궁묵으로서도 저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서른세 살을 기준으로 과거의 진허자가 더 강했는지, 지금의 남궁묵이 더 강한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시기의 진허자를 직접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절정에 오르는 시기만큼은 남궁묵이 진허자보다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그때쯤, 잠시 합산지부 내의 정리 상황을 점검하러 갔던 종리표가 돌아왔다.
종리표가 현송진인과 진허자를 발견하고는 두 사람을 불렀다.
“어? 현송 선배님! 진허 후배!”
“오오, 종리 각주, 오랜만일세.”
“오랜만입니다, 종리 선배.”
현송진인과 진허자가 차례로 인사를 건네자 종리표가 현송진인에게 말했다.
“하핫. 선배님, 이곳에서는 단주입니다.”
“아! 허허, 그랬지.”
세 사람 다 친해 보인다.
무당파와 종리세가는 모두 호북의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교류가 잦기 때문일 것이다.
종리표가 두 사람과 무당의 다른 도사들을 향해 말했다.
“그나저나 먼 길 오시느라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무당과 검각과 단목세가에서 적절한 순간에 지원해주신 덕분에 마지막 전투에서 수월하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진허자가 대꾸했다.
“검각과 단목세가 쪽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쪽은 시간을 맞추기가 다소 간당간당했습니다. 어쨌거나 늦지 않았으니 다행이지요.”
종리표는 총지휘관인 만큼, 무당파와 검각과 단목세가가 지원하러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수복전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수시로 본맹과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현송진인이 종리표에게 말했다.
“그간 광서 수복전단을 지휘하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았나? 이번 적은 머릿수만 많았던 게 아니라 전력의 질도 높았다고 하던데. 그 외의 여러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았을 테고.”
현송진인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귀주 수복전단, 광서 수복전단, 운남 수복전단 중에서 광서 수복전단의 전과가 압도적으로 좋다고 들었네. 내가 들었을 당시를 기준으로 진군 속도도 이쪽이 압도적으로 빠르고, 처치한 적의 수도 가장 많고, 그 와중에 아군의 전력 손실은 극도로 적은 수준이라고 하더군. 오늘도 이렇듯 대승을 거뒀으니 뭐,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한 게지.”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내가 이끈 정찰조의 움직임은 치밀했고, 이후 특전반과 특무강습대의 활약은 모든 전투에서 결정적이었다. 그 덕분에 주 전력 측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종리표가 환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말입니까?”
질문에 대한 대답은 현송진인이 아닌 진허자에게서 나왔다.
“다른 수복전단들은 아직 지부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한쪽은 적의 중간 방어선을 뚫어내지 못한 상태고, 다른 한쪽은 적의 기습과 매복에 심하게 당한 탓에 증원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 들은 내용입니다.”
그러자 현송진인이 종리표에게 말했다.
“한데 이곳만 제대로 결과를 낸 게지. 잘해주었네.”
종리표가 대꾸했다.
“물론 저는 열심히 지휘해왔습니다만, 결정적인 공로자들은 따로 있습니다. 제가 꼽는 최대 공로자는 네 명인데, 마침 그중 두 명이 이 앞에 있군요.”
말을 마친 종리표가 남궁묵을 일별했다가 이후에는 내게 시선을 두었다.
그러자 무당파 도사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향했다. 남궁묵과는 앞서서 이미 인사를 나눴던 탓이다.
도사들의 눈빛에 의문이 떠오르고 있다.
내가 누군지 궁금한 것이다.
그러자 풍세학이 현송진인과 진허자를 비롯한 무당의 도사들에게 말했다.
“아, 이 공자가 바로 그 송유겸 공자입니다.”
도사들의 눈이 커지고 있는 게 보인다.
“헛! 저 공자가……!”
“동천비룡……!”
“송유겸 공자……!”
도사들이 다소 놀란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리고 있다.
이에 곧장 그들을 향해 포권해 보였다.
“소생 무림말학 송유겸이 대무당파의 여러 선배님께 인사 올립니다.”
그러자마자 현송진인이 한달음에 내 앞으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포권하고 있던 내 양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감싸 쥐었다.
“공자가 바로 송유겸 공자였구먼!”
“아……, 예.”
“반갑네! 참으로 반갑네!”
너무 격하게 인사를 받아주니 당황스럽다.
“아하하, 저야말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러자 현송진인에 이어서 다가온 진허자도 내게 인사를 건넸다.
“소문으로만 듣던 동천비룡을 이렇게 보는군. 정말 반갑네.”
“처음 뵙겠습니다.”
내가 짧게 고개 숙여 인사하자, 진허자가 나를 가만히 보더니 말했다.
“듣던 대로 대단한 미남이군.”
“아하하……, 과찬이십니다.”
“세학이가 신세 많이 지고 있다지?”
“친우끼리 신세고 뭐고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현송진인이 말했다.
“직접 보니 아직 많이 앳된 느낌이군. 이렇게 앳된데도 대단한 실전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감탄한 표정이다.
“저에 관련된 소문은 과장된 바가 많습니다.”
약간은 겸손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을 듯해서 그렇게 대꾸해줬다. 그러자 현송진인이 풍세학, 선의림, 제갈건 쪽을 일별하며 말했다.
“소문 얘기가 아닐세. 이 아이들로부터 전해 들은 목격담을 얘기하는 걸세.”
추격전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풍세학 등으로부터 여러 가지를 들은 모양이다.
현송진인이 말을 이었다.
“송 공자가 매우 중요한 활약을 펼쳤다고 하더군. 송 공자와 정찰조가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해준 덕에 모두가 안전하게 진군할 수 있었고, 전투 상황에서도 송 공자 덕분에 여러 차례의 위기 상황을 피해 없이 극복할 수 있었다고 들었네.”
종리표가 거들었다.
“선배님의 말씀 대롭니다. 이후에 제가 작성할 보고서에 상세히 기록할 겁니다만, 이번 광서 수복전은 송 공자, 임 여협, 남궁 조카, 제갈 교관의 공이 지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송 공자의 공훈이 가장 큽니다. 이는 남궁 조카와 제갈 교관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종리표의 옆에 있는 남궁묵이 나를 향해 씩 웃고 있다.
제갈수광과 함께 지휘부 회의에 가서 내 활약에 대해 소상히 보고한 모양이다.
현송진인이 말했다.
“한데 신기하단 말이지.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송 공자가 대단한 고수로 보이지 않거든. 겉보기에는 절정의 초반, 초중반 정도로밖에 안 보인단 말이야.”
내공 경지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게 바로 회회심공의 장점이다. 내 회회심공의 성취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보니 그 장점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 그래서 현송진인이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이다.
내가 엷은 미소만 지어 보이자 진허자가 동조하며 말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심법들은 내공 경지를 매우 잘 감춰준다고 들었는데, 그런 종류의 심법을 익힌 게 아닌가 합니다.”
“……추측하신 대롭니다.”
내가 그렇게 대꾸하자 현송진인이 말했다.
“그렇게까지 경지를 많이 감춰준다면 보통 심법은 아니겠군. 하긴, 보통 심법이 아니니 아직 어린 나이에 그런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그 말에 진허자와 종리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민망함을 담아 미소만 지어 보였다.
이후 현송진인은 더 이상 내 심법에 관해 묻지 않았다. 그런 걸 깊이 캐묻는 게 실례임을 모를 리 없다.
그즈음, 멀리 특전반과 특무강습대의 인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광동의 무인들도 함께하고 있다.
곧 그쪽에서도 우리를 발견하고는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들의 모습을 확인한 현송진인이 종리표에게 말했다.
“저들과는 아까 인사를 나눴으니 우리는 세학이와 같이 가서 밀린 담소나 잔뜩 나눠야겠네. 나중에 보세.”
종리표가 대꾸했다.
“지금쯤이면 임시 지휘 막사가 완성되었을 겁니다. 보고가 잔뜩 올라올 테고 처리해야 할 업무도 많을 테니 저도 그곳으로 가봐야 합니다.”
그러자 현송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궁묵과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나중에 보자꾸나.”
“예, 나중에 뵙겠습니다.”
남궁묵이 한 차례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대꾸했고, 나도 그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
무당파의 인원들과 종리표가 멀어져갔다.
서서히 동이 터오고 있다.
특전반과 특무강습대의 인원들은 천천히 걸어오는 중인데, 유독 한 사람만은 경공을 펼치며 다가오는 중이다.
황보충이다.
“송 혀엉!”
절정에 오르더니 경공부터 완전히 달라져 있다.
황보충이 곧 내 앞에 다다랐다.
“송 형! 나……!”
“알고 있소. 축하하오.”
내가 대꾸하자 남궁묵도 축하의 말을 건넸다.
“축하한다, 충아.”
“감사합니다!”
황보충이 남궁묵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대꾸했다.
그에게 물었다.
“기분이 어떻소?”
“좋소! 너무너무 좋소! 육체도, 내공도, 모두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느낌이오! 이전까지 내가 살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랄까?”
희열에 차 있는 모습이다.
근래 황보충은 절정에 닿을 듯, 닿을 듯 하면서도 못 닿고 있던 터라 고민이 컸었다.
가뜩이나 자신보다 살짝 뒤처져 있다고 여겼던 강하령이 먼저 절정에 오르고, 은근한 경쟁 관계였던 제갈건이 아까 먼저 절정에 올랐으니 내심으로는 답답한 마음도 컸을 것이다.
그러니 이 순간이 얼마나 기쁘겠는가.
황보충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송 형 덕이 컸소. 송 형을 보며 많이 배운 덕분이기도 하고, 송 형이 옆에서 많이 격려해주고 응원해준 덕분이기도 하고.”
“풋! 황보 형 본인이 잘한 덕분이지, 거기에 뭘 또 나를 끼워 넣으시오.”
내가 그렇게 대꾸하자마자 갑자기 다른 목소리 하나가 끼어들었다.
“황보가의 아이야, 솔직해지거라. 네가 오늘 절정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노부 덕분 아니냐.”
오태흥이다.
아까 종리표가 점혈법을 펼친 이후로 기절해 있었는데, 어느 순간 깨어난 모양이다. 종리표가 점혈법을 그리 강하게 펼치지 않았기에 저렇듯 오래지 않아 깨어난 것이다.
황보충이 흠칫하며 뒤돌아보자, 들것 위에 누워 있던 오태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권법의 고수인 노부의 움직임을 보면서 안계가 확 넓어진 게 계기 아니냐.”
오태흥은 재미 삼아 저러는 것인데, 황보충의 입장에서는 부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 그렇기는 합니다만…….”
황보충이 대꾸하자 오태흥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면, 양심이 있으면 노부에게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 그게…….”
“왜? 큰 도움을 받았지만 전대 마두에게는 고맙다고 말해줄 가치도 없다는 게냐? 그 잘난 백도의 양심과 도리가 겨우 그런 것이냐?”
“가, 가, 감사했습니다.”
황보충이 마지못해 그렇게 대꾸하자 오태흥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훗.”
하여튼 못 말리는 사람이다.
단목진, 문숙경, 낙문월, 진종정, 요수번, 국해건, 제갈수광, 임려현 등이 대화를 나누며 앞서서 다가왔고, 나머지 인원들이 뒤따랐다.
남궁묵이 어른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도 같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단목진이 대꾸했다.
“이 정도로 수고는 무슨 수고겠나. 우리야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정돈데.”
그러자 남궁묵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는 경황 중이라 많은 분께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후에 남궁묵은 단목진과 문숙경 그리고 낙문월을 비롯한 광동의 명숙들과 인사를 나눴다.
나는 일단 단목진, 문숙경과는 간단하게 눈인사만 나눈 후, 단목홍신의 옆으로 가서 축하 인사를 건넸다.
“단목 공자, 진심으로 축하드리오.”
“고맙소, 송 공자.”
“기분이 어떻소?”
“그야말로 날아갈 듯하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준 후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
[어떻게 하다가 절정에 오르게 된 것이오?]
단목세가의 검법에 관련된 내용이 나올 수 있기에 전음으로 물은 것이다.
[나는 백부님과 강이 형을 따라다니며 싸웠소. 그러는 중에도 백부님의 검술을 유심히 살폈소. 세가의 최고 고수인 백부께서 실전에서 세가의 검법을 어떻게 풀어내시나 해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단목홍신이 말을 이었다.
[그간 강이 형의 실전 검법을 보면서도 늘 감탄했었는데, 백부님의 실전 검법은 완전히 신세계더구려. 내가 익히고 있는 검법이 저렇게나 대단한 검법이었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떨릴 정도였소.]
아까 오태흥을 상대하던 단목진의 신위는 대단했었다.
그런 신위로 펼친 가전 검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을 테니, 단목강과 단목홍신에게는 의미가 매우 컸을 것이다.
[그렇듯 감탄을 거듭하던 중에 백부님께서 전음을 보내어 현재의 제 검술에 대해 몇 가지 조언해주시더구려. 어떤 부분이 아쉽고, 그 부분을 어떤 방식으로 개선하면 좋을지에 관한 조언이셨소. 백부님이 근래 얻으신 깨달음을 적용해서 개선점을 얘기하신 것이라, 이후부터는 최대한 그 조언에 따라 검술을 펼쳤소.]
단목홍신의 전음이 이어졌다.
[신기하더구려. 십수 년간, 매일 반복 수련해온 검법인데도 느낌이 매우 달랐소. 뭐라고 할까, 이전에는 검로를 따르기 위해 다소 억지스럽게 근력을 써야 하는 부분들이 여러 군데 있었는데, 백부님의 말씀대로 하니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검이 자연스럽게 검로를 찾아가는 느낌이었소. 검법의 여러 곳이 그런 식으로 바뀌니 검을 휘두르는 게 재밌더구려. 그 재미에 빠져서 신나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는데, 몸이 점점 가벼운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이렇게 된 것이오.]
들어보니 대강의 과정을 알 것 같았다.
[그랬구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 축하드리오.]
[이제 절정에 올랐으니 비룡장에 더 자주 놀러 가서 송 공자에게 비무 형식의 수련을 요청할 생각이오. 피하시기 없기요?]
[하하, 얼마든지 와서 얘기하시오. 원하시는 만큼 응해드릴 테니.]
내 대꾸에 단목홍신이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실전은 무인을 성장시킨다.
치열한 실전에서는 목숨이 위태롭지만, 그만큼 무인이 급속도로 성장하기도 한다.
이번 광서 수복전은 치열한 전투의 연속이었다.
광서 수복전이 진행되는 동안 가장 열심히 움직이며 활약한 게 바로 특전반원들과 특무강습대원들이니, 다들 이번 경험을 통해 크게 성장할 것이다.
벌써 다음 출정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