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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46화 (346/416)

내 안에 마교있다 346

이야기가 대충 정리된 듯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직접 식사를 챙겨다 줄 생각으로 한 말이다.

“내일 올 때는 술 좀 더 가져오너라.”

“알겠습니다. 저잣거리에 나가서라도 구해보겠습니다.”

“최소 열 병은 되어야 하느니라.”

“헛! 열 병이라니요. 이거 한 병 가지고 들어온 것도 원래는 규정 위반입니다. 관계자들이 적당히 봐줘서 가능했던 건데, 그분들이 봐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않겠습니까.”

“흥, 못난 놈.”

그가 해준 얘기가 있다 보니 저 툴툴거리는 모습도 전혀 밉지 않다.

“하핫,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그럼 쉬십시오.”

내 대꾸에 오태흥이 미소를 지었다.

이후에는 간수가 들어와서 식사 투입구를 열었고, 나는 그곳에서 소반을 꺼내어 뇌옥을 벗어났다.

식당에 소반을 반납한 후 간이 막사로 돌아왔다.

황보충이 잠든 채로 코를 상당히 시끄럽게 골고 있다.

피식 웃어 보인 후, 정좌한 채로 운기를 시작했다.

회회심공의 회복력 효율을 높이려면, 피곤해도 운기를 몇 차례 취한 후에 잠드는 편이 낫다. 공력도 좀 보충해둬야 한다.

천섬무의 경지와 회회심공의 경지가 점점 상승하다 보니, 일 회의 운기조식에 걸리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같은 시간을 운기해도 과거보다 더 많은 양의 공력이 채워지고 있다.

일곱 차례 운기한 후 조용히 자리에 누웠다.

피풍의를 덮고 눈을 감으니 아까 오태흥과 나눴던 용마검에 대한 대화가 떠올랐다.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내 소검이 사대마천의 신물인 용마검이라니.

그 생각을 하던 중에 오태흥이 얘기했던 용마검의 기능들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웃음이 난다.

높은 내공 경지에서 검에 공력을 주입하면 검신에 뭔가가 드러난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있나.

근접 범위 안에서 마공의 폭주를 제어해준다는 내용 또한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 오태흥도 그 내용에 대해 그다지 신뢰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기능이 있든 없든, 사대마천의 신물이면 천마신교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물건이다.

앞으로는 좀 더 소중하게 다뤄줘야겠다.

* * *

이튿날에는 제갈수광과 남궁묵으로부터 활동을 자제하고 휴식을 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에 나도 오전에는 간이 막사에서 황보충과 함께 뒹굴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오후에는 황보충과 함께 조용히 합산현의 저잣거리로 나갔다.

술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원래는 혼자 움직이고 싶었지만 황보충이 꼬치꼬치 캐묻는 바람에 동행시킬 수밖에 없었다.

황보충도 절정에 오르며 경공술 속도가 크게 상승했다 보니 같이 움직이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

합산 읍내는 뒤숭숭한 분위기라서 문을 연 가게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해서 합산지부의 숙수들에게 미리 물어보고 나왔기 때문이다.

숙수들이 얘기해준 곳은 민가로 보이는 허름한 건물이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식당임을 알 수 있었다.

아는 사람들만 다니는 맛집 느낌이라고 할까.

소개해준 숙수들의 이름을 얘기하자 주인이 반가워하며 우리를 맞았다.

술이 들어 있는 죽통 서른 개를 사서 두 개의 행낭에 나눠 담은 후, 하나씩 짊어지고는 곧장 합산지부의 막사로 복귀했다.

간이 막사로 돌아와 행낭을 벗어 놓은 후, 보따리에 죽통 열 개를 챙겨서 제갈수광과 남궁묵이 머무는 막사로 향했다.

제갈수광은 두말할 것도 없는 주당이고, 남궁묵도 만만치 않은 애주가다. 그래서 술을 넉넉히 챙긴 것이다.

두 사람의 간이 막사는 우리가 쓰는 것보다 훨씬 큰 지휘관용이며, 우리의 막사동에서 약간 떨어진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막사의 출입구 앞에 도착하자 황보충이 입구에 대고 물었다.

“교관님, 계십니까?”

그러자 안에서 제갈수광이 아닌 남궁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충이구나, 들어와.”

이에 황보충과 같이 안으로 들어섰다.

남궁묵과 제갈수광은 좌탁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남궁묵이 내게 말했다.

“유겸이도 왔네.”

이에 우리는 허리 숙여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러자 남궁묵이 제갈수광의 옆으로 옮겨 앉으며 자리를 권했다.

“앉아.”

곧 황보충이 원래 남궁묵이 앉아 있던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오우, 묵 형님의 온기라니.”

사석이니 반장님이라는 호칭을 안 쓰고 형님이라는 호칭을 쓴 것이다. 오대세가의 자제들인 만큼, 원래 친분이 있는 사이니까.

남궁묵이 진저리를 치며 대꾸했다.

“으이구, 그러지 좀 마라. 변태야, 뭐야.”

“으헤헤헤.”

황보충이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자 남궁묵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능청스러움이 과하면 꼴 보기가 싫을 텐데, 황보충은 늘 적당한 선을 지킨다. 그래서 꺼려지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저런 성격 때문에 나도 자연스럽게 그의 벗이 된 것이고.

제갈수광이 내가 들고 있는 보따리에 시선을 두며 물었다.

“그건 뭔가?”

“아, 술입니다. 두 분 드리려고 가져왔습니다.”

얼핏 보면 표정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제갈수광의 눈동자는 이미 환호하고 있다.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안다.

“여러 병 되는 것 같은데, 어디에서 그만큼이나 구했나? 지금은 구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속으로 저렇게 좋아하면서도 어조는 완전히 사무적이다.

어떤 면으로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읍내 저잣거리에 나가서 사 왔습니다.”

내가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눈매를 찡그리며 말했다.

“뭐야. 활동 자제하고 쉬랬더니, 읍내까지 나갔다 왔다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어쨌거나 교관님께서 딱히 안 내키시는 듯하니 제자는 그럼 이만.”

내가 그 말과 함께 보따리를 챙겨서 뒤도 안 돌아보고 일어서는 척을 할 때였다.

턱!

제갈수광의 손아귀가 보따리를 쥔 내 오른손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

푸흡!

당연히 저럴 수밖에 없지.

고양이가 생선을 마다할 리가 있나.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아픕니다.”

“앉아. 갈 거면 놓고 가든가.”

푸흐흡!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내가 자리에 앉자 제갈수광이 내 손에 있는 보따리를 잡아당겼다.

그냥 놔줄까 하다가 장난기가 발동해서 나도 잡아당겼다.

그러자 제갈수광이 양미간을 좁히며 더 세게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나도 태연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며 손아귀에 힘을 더 줬다.

그쯤 되자 제갈수광의 눈동자에 고압적인 기색이 담기기 시작했다.

‘이 자식, 안 놔?’

눈으로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그래, 이 정도까지만 하자.

내가 씩 웃으며 손아귀에서 힘을 풀자 제갈수광이 빼앗듯이 보따리를 가져가서 반대편에 놓았다.

우리의 모습을 다 지켜본 남궁묵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푸하하! 가만 보면 둘이 진짜 웃겨. 하하하하!”

그러자 제갈수광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탄하듯 말했다.

“후……, 제자가 아니라 웬수야, 웬수. 으휴…….”

제갈수광이 웬수라는 표현까지 쓰는 건 나뿐이다.

그래서 나는 저 표현을 들으면 친근감을 느낀다.

남궁묵이 말했다.

“아, 참. 이왕 온 김에 미리 알려줄 게 있어. 향후 일정에 관한 거야.”

“예.”

황보충이 대꾸하자 남궁묵이 말했다.

“특전반과 특무강습대는 이틀 더 휴식을 취한 후에 은밀히 귀주로 향하게 될 거야. 아마도 글피 새벽에 출발하지 않을까 싶고.”

“귀주라면……, 혹시 귀주 수복전단을 지원하러 가는 겁니까?”

황보충이 묻자 남궁묵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

현송진인과 진허자에 따르면 귀주 수복전단과 운남 수복전단 쪽은 고전 중이며, 증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했었다.

특전반과 특무강습대는 정예인 만큼, 둘 중 한 곳을 지원하러 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긴 했다.

우리는 강서로 돌아가야 하는데, 귀주를 지원하고 나서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장강에 닿을 수 있다. 일단 장강에만 닿으면 포양호까지는 편하게 뱃길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런 식의 복귀 동선까지 고려한 결정일 것이다.

남궁묵이 말을 이었다.

“단목세가주님과 검풍대, 검후님과 해천대도 우리와 동행하실 거고.”

단목세가와 검각의 인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장강에만 닿으면 뱃길로 편하게 귀가할 수 있다.

“아, 그리고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상평이하고 성락이는 우리와 같이 움직이게 될 거야. 두 사람이 이번에 특전반에 신입으로 들어왔거든.”

“헛! 그렇습니까?”

황보충이 살짝 놀라며 묻자 남궁묵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황보충도 두 사람과 친분이 있다.

엄상평과는 내가 우승하던 해의 통합 잠룡대전에 참가하며 장강 사건까지 같이 겪은 사이이고, 황성락과는 비룡장에서 친분을 쌓은 사이다.

남궁묵이 말했다.

“무당파의 도사님들과 광동의 정예 분들은 운남 수복전단을 지원하러 가실 거고.”

“아.”

“광서 수복전단은 합산지부가 어느 정도 정상화될 때까지 이곳에 남게 될 거야. 그래야 이리저리 흩어졌던 광서 무림이 합산지부를 중심으로 모여들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겠지요.”

“운남과 귀주를 지원하러 가는 사안은, 관련 인원들 외에는 대외비야. 그렇게 알고 있어.”

“예.”

특전반과 특무강습대의 인원들이 이번 기회에 실전 경험 하나는 제대로 쌓고 돌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잘된 일이다.

단목진과 검풍대, 문숙경과 해천대가 합류하면 안정감도 훨씬 더 커질 테니까.

우리는 이후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막사를 벗어났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는 전날처럼 소반을 들고 오태흥을 찾아갔다.

감춰서 챙겨 가야 하다 보니 술이 들어 있는 죽통은 다섯 개밖에 챙겨 가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오태흥은 매우 좋아했다.

오늘은 식사하는 동안 오태흥이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에, 적당한 선에서 대꾸해줬다.

간이 막사로 복귀하니 황보충이 술을 마시자고 졸라댔다.

황보충도 워낙 술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안 마셔줄 수가 없었다.

어차피 우리는 글피 새벽에 떠나야 하니, 내가 오태흥의 저녁 식사를 챙겨야 하는 건 앞으로 두 번뿐이다. 갈 때마다 죽통을 다섯 개씩 챙겨 가는 걸 계산하면 다섯 병이 남는다.

이에 둘이서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죽통 다섯 개를 비운 후에 잠들었다.

* * *

시월 초닷샛날 인시 정(새벽 4시) 무렵, 수십 명의 인원이 합산현 북부 산지에 집합했다.

귀주와 운남을 지원하러 가는 인원들이다.

종리표를 포함한 합산지부의 임시 지휘부도 모두를 배웅하기 위해 나왔다.

모두가 여기저기에서 조용히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내 주변에는 광동의 명숙들이 모여있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는데 참으로 아쉽군. 이 난리가 좀 진정되면, 남창지부에 들르는 길에 송풍장에도 꼭 들름세.”

낙문월의 작별 인사다.

소충광이 남창지부에서 남궁찬의 수행 전령을 맡고 있다 보니 저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가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진종정이 말했다.

“나는 우리 운령이 졸업할 즈음에 한번 갈 생각이네. 그때 보세.”

참고로 진운령은 올해 잠룡관 육 년 차다.

그러자 이번에는 요수번이 말했다.

“나도 상평이 면회하러 강서에 가면 꼭 들르겠네.”

엄상평이 동부지맹 특수전투수행반의 일원이 되었기에 저렇게 말한 것이다. 동부지맹 특전반의 주둔지가 강서에 있으니까.

국해건도 곧바로 말을 보탰다.

“나도 우리 공자님 면회하러 갈 때 들르겠소.”

그가 말하는 ‘우리 공자님’이란 황성락이다. 황성락 역시 동부지맹 특수전투수행반의 일원이 되었기에 저렇게 말한 것이다.

네 사람에게 말했다.

“언제든 환영입니다. 저 또한 혹시라도 광동 쪽에 가게 되면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네 분의 무운을 빕니다.”

네 사람이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 위해 이동했다.

이후, 근처에 있던 종리표와 시선이 마주쳤다.

내가 그에게 다가가자 그가 미소 띤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드려줬다.

[송 공자 덕분에 내가 출세하게 생겼군.]

광서 수복전단이 큰 성과를 냈으니 단주인 종리표가 출세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전음으로 대꾸했다.

[헛! 그게 어찌 제 덕분이겠습니까. 단주님께서 잘 이끄신 덕분이지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광서 수복전단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사람이 바로 송 공자이니 하는 말 아닌가.]

[당치 않으십니다. 제갈 교관님과 남궁 반장님, 임 선배님 같은 분들도 저 못지않게…….]

그러자 종리표가 내 말을 끊으며 어깨를 툭 쳤다.

[으휴, 알았네. 알았어.]

종리표가 그렇게 대꾸하더니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나는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리 생각해둔 게 있어 그에게 말했다.

[마교의 전대 권마 말입니다. 이런 말씀,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는데…….]

[송 공자가 무슨 말을 하든 내가 곡해해서 들을 일은 없을 걸세. 그러니 편하게 말해보게.]

[제가 며칠 식사를 챙겨다 주며 얘기를 나눠보니, 성격이 다소 괴팍하기는 하나 꽉 막힌 사람은 아닌 듯했습니다. 연륜을 고려하여 적정선에서 예를 갖춰 대해주면 나중에 우리에게 도움 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뇌옥의 특실에 수용한 걸 보면 알겠지만, 나도 적정선의 배려는 이어갈 계획일세. 아, 그리고 송 공자에게만 귀띔해주자면, 포로는 조만간 바닷길을 통해 무림맹으로 이감할 계획이네.]

[아, 그렇군요.]

남쪽 바다와 동쪽 바다를 거쳐, 장강을 타고 호북의 무림맹에 이감시킨다는 뜻이다. 육로로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안전하게 이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종리표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어쨌거나 이렇듯 친분이 생겼으니 나도 여건이 되면 송 공자의 장원에 들르곤 하겠네. 송 공자도 우리 세가 근처에 오면 언제든 편하게 들러주게. 내, 세가에 미리 말해놓겠네.]

[하핫, 그리하겠습니다.]

[그럼, 귀주에서도 수고해주게. 무운을 비네.]

[감사합니다. 단주님께서도 이곳에서의 일정, 잘 마무리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내가 대꾸하자 종리표가 내 어깨를 두 차례 토닥이더니 자리를 비켜줬다.

그가 비켜주고 있는 이유는 현송진인과 진허자가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풍세학도 두 사람을 따르고 있다.

이에 나도 그들 쪽으로 다가갔다.

진허자가 내게 말했다.

“아쉽군. 이렇게 빨리 작별하게 되다니. 한데 작별하는 것보다 송 공자와 함께 싸워 보지 못한 게 더 아쉽군. 송 공자가 어떻게 싸우는지 보고 싶었거든. 세학이한테서 어느 정도 듣기는 했네만, 직접 보는 것만 못하니.”

“하핫, 제가 싸우는 모습이라고 해 봐야 별것도 없습니다. 저야말로 두 분과 같이 싸워 보지 못해서 너무 아쉽습니다. 안계를 크게 넓힐 수 있었을 텐데…….”

그러자 이번에는 현송진인이 인자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지금은 여러모로 상황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으니, 이후에 사정이 여유로워지면 더 많이 교류하며 지내세. 일단 내가 먼저 송풍장에 한번 들러야겠군.”

“언제든 편하게 들러주십시오. 포양호가 잘 보이는 쾌적한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허허! 허허허! 그런 곳에서 편한 마음으로 좋은 차 한잔 마시면, 그만큼 운치 있는 일도 없겠지.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네.”

“예. 저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내가 대꾸하자 현송진인과 진허자가 차례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럼 또 보세.”

“무운을 비네.”

이에 곧바로 두 사람을 향해 포권하며 대꾸했다.

“또 뵙겠습니다. 선배님들의 무운을 빕니다.”

현송진인과 진허자가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풍세학의 어깨를 두드려주고는 멀어져갔다.

옆에 남은 풍세학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그러고 보니 풍 공자의 도호는 무엇이오?]

[아, 청풍淸風이오. 우리 대는 청(淸)자배고.]

[호오.]

풍세학의 성이 풍風씨인데 그 글자가 도호에 들어가 있어서 놀람을 표한 것이다.

내 의도를 알아들었다는 듯 풍세학이 말했다.

[하핫, 내가 강력히 원했소. 그래야 내 도호에 더 애정이 갈 것 같고, 남들이 기억하기에도 편할 것 같아서. 성에 쓰는 글자를 도호에 쓰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았지만, 결국 사조께서 허해주셨소. 억지로 배제하려 하는 게 오히려 도道와 멀다고 하시면서.]

풍세학의 사조는 현 무당파의 장문인인 현문진인이다.

[정말 멋진 도호 같소. 풍 공자의 사형제들이 샘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딱히 그렇지도 않소. 청자배가 사실, 대충 붙여도 괜찮은 도호들이 줄줄 나오거든. 청천, 청명, 청운, 청강, 청무, 청경, 청류, 청심, 청담 등등등.]

[하하, 듣고 보니 그렇구려.]

반 각 후, 운남으로 향하는 인원들이 먼저 떠나갔고, 우리도 특전반원들을 따라 서서히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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