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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47화 (347/416)

내 안에 마교있다 347

후미 쪽에서 왕철양과 나란히 경공을 펼치고 있는데, 앞에서 달리고 있던 제갈수광이 속도를 늦추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왕철양이 눈치껏 측면으로 빠지며 내 옆자리를 내줬다.

어차피 귀주에 진입하려면 한참 남았기에, 그전까지는 편하게 이동해도 되는 상황이다.

[어서 오십시오.]

내가 전음을 건네자 제갈수광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전음을 보내왔다.

[오랜만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너, 동갑도에서 눈동자 색이 바뀌던 그 현상 말이다. 이번에 광서 수복전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발현된 적이 없었나? 주변의 동료들이 너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다거나.]

[없었습니다.]

[확실해?]

[예.]

제갈수광이 말한 현상이 일어나면 나는 전신에 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엄청난 무위를 보이게 된다.

하지만 동갑도 이후로 그 묘한 이질감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대꾸한 것이다.

참고로 제갈수광이 저 현상에 대해 말해줬던 이후로, 나는 싸울 때 최대한 눈을 가리기 위해 애썼다. 항상 눈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죽립을 눌러썼고, 동시에 머리카락으로도 가리고자 노력했다.

매번 그토록 신경 쓰며 대비했는데, 정작 그 현상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동안 힘겨운 싸움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제갈수광의 전음이 들려왔다.

[청여홍의 장원 사건 직후에도 그곳에 있었던 녀석들에게 은근슬쩍 확인했었다. 네 눈동자 색이 변했던 징후는 없더군. 우리가 함께했던 혈교의 대규모 거점 타격 작전 당시에도 그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었고.]

제갈수광이 전음을 이었다.

[이번에도 그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제는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으려나? 동갑도 사건 이후로 이미 여러 해가 지나기도 했고.]

동갑도에서 사유 증운생 제거 작전을 완수한 후로 거의 사 년이 다 돼가고 있다. 그 사 년간 묘한 이질감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제갈수광의 말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나도 앞으로는 머리카락까지 이용해서 가릴 필요 없이, 죽립을 눌러쓰는 정도로만 대비할까 싶다.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소를 보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제갈수광은 내게 한 차례 시선을 주더니, 대꾸 없이 다시금 전방을 바라보며 묵묵히 경공을 펼칠 뿐이었다.

그다운 반응이라서 더 미소를 짓게 된다.

제갈수광의 말을 듣고 나니 묘한 이질감을 느끼던 때의 일이 다시 떠오른다.

동갑도에서의 일을 돌이켜보면, 그 묘한 이질감은 치열하거나 절박한 상황에서 발동됐었다.

그래서 의아하다.

치열하거나 절박한 전투는 동갑도 이후에도 많았기 때문이다.

청여홍의 장원에서 싸울 때도 치열했었고, 그곳에서 탈출하며 부리부리한 눈매의 사내와 싸울 때는 매우 절박했었다.

혈교의 대규모 거점을 타격할 당시에도 치열하고 절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동굴의 잔도에서 벽력탄이 터지던 상황과, 추락하던 남궁설을 구하던 즈음의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했었다.

이번 광서 수복전에서도 치열한 상황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렇듯 묘한 이질감이 발동될 만한 조건은 많고도 많았는데, 왜 동갑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은 걸까.

동갑도 때와 뭐가 달라진 걸까.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세세히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지금은 어차피 묵묵히 경공만 펼치는 상황이니까.

동갑도에서 증운생 제거 작전이 실행되었던 시기는 내가 스무 살이었던 해, 정월 하순이었다.

그리고 그해 여름 방학을 맞아, 나는 친우들과 함께 청여홍의 장원에서 합숙했었다.

그 합숙이 끝나가던 칠월 중순께에 길초량이 크게 다친 도예주를 업고 청여홍의 장원으로 왔었다. 그 직후에 혈교 놈들에게 습격을 받았었다.

당시에 나는 매우 어려운 싸움을 했었다. 호수구를 쓰던 부리부리한 눈매의 사내에게 죽을 뻔했다.

그 정도로 위험하고 처절한 상황이었는데도, 그때는 묘한 이질감이 전혀 발동하지 않았었다.

동갑도 이후로 불과 반년밖에 안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동갑도 시절에 내 경지는 절정의 초반이었고, 청여홍의 장원 사건 때 내 경지는 절정의 초중반이었다.

상식적으로 겨우 그 정도 차이가 묘한 이질감의 발동 조건을 가를 것 같지는 않다.

하면 다른 이유일 텐데, 그 반년간 달라진 게 뭘까.

아무리 되짚어봐도 반년간 특별한 변화는 없었다.

그 기간에 나는 한동안 단목세가에 머물렀었고, 잠룡관으로 복귀한 후부터는 포연월, 원추엽, 명호운, 심산화, 왕철양을 지도하기 시작했었다. 그러면서 녀석들을 가르칠 무공들을 창안하는 작업에 몰두했었다.

한데 그 모든 과정에서 내게 변화라고 생각될 만한 요소는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뇌리를 스쳤다.

그해 삼월, 단목세가에서 잠룡관으로 복귀하고 나서 며칠 후, 나는 제갈수광을 따라 전리품을 수령하러 갔었다. 동갑도에서 공을 세운 데 대한 보상이었다.

당시에 골랐던 전리품이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소검이다. 엊그제 오태흥이 용마검이라고 알려준, 바로 그 소검이다.

이어서 자연스럽게 또 한 가지 사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용마검을 전리품으로 획득한 후, 전투 때마다 그걸 항상 지니고 다녔던 사실이다.

이쯤 되면 공교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연이어 머릿속에 떠오른 건, 오태흥이 말해줬던 용마검의 첫 번째 기능이다.

바로, 마공의 폭주를 억제해주는 기능.

말을 해준 오태흥도 그 부분에 대해 믿지 않는 눈치였고 나도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생각해 볼 여지가 생겼다.

제갈수광이 말하길, 묘한 이질감을 느낄 때 내 눈동자에는 일곱 가지 색이 맺힌다고 했었다.

그 색이 칠채마주의 색과 정확히 일치했기에, 나는 묘한 이질감이 칠채마주의 영향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칠채마주는 천마신교에서 전설상의 영단으로 회자되던 물건인 만큼, 나는 서무욱의 혼이 송유겸의 육신에 깃든 이유도 칠채마주 때문일 수밖에 없다고 잠정적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렇듯 칠채마주의 영향력이 내 혼에 작용했다면, 그 영향력이 묘한 이질감을 일으켰을 개연성 또한 존재한다.

묘한 이질감으로 인해 작동되는 힘은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용마검에 마공의 폭주를 억제해주는 기능이 실재한다고 가정하면, 칠채마주로 인해 발산되는 힘을 용마검이 마공의 폭주로 인식하여 억제했을 개연성도 생긴다.

다소 개연성이 약하기는 하나, 확인해 볼 가치가 있는 가설이기는 하다.

확인이 어렵지도 않다.

용마검을 내 몸에 지니지 않은 채로 치열한 전투를 여러 차례 치러보면 될 일이다.

단, 묘한 이질감으로 인해 발동되는 강력한 무위를 다수가 목격해서는 곤란하니, 그 부분은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설이 사실일지 아닐지, 은근히 기대되기 시작했다.

* * *

빼곡한 산지가 계속 이어졌기에 우리는 날이 밝은 후에도 계속 이동했다.

그런 식으로 이동하다가 신시 초(오후 3시) 무렵이 되자, 선두에서 길을 이끌던 남궁묵이 모두를 멈춰 세웠다.

“전방은 의주현 인근으로, 평지가 가로로 길게 펼쳐져 있습니다. 평소에도 인마의 이동량이 많은 편이라, 대낮에 그곳을 지나가면 우리의 행적이 고스란히 노출될 겁니다. 충분히 어두워진 후, 인적이 없을 때 지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이곳에 은신한 채로 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묵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단목세가와 검각의 여러분들께서 동행하게 되셨으니 잠시 지휘부 회의를 열겠습니다. 단목세가주님, 검후님, 제갈 형님, 임 선배님은 지금 바로 저쪽으로 모이시지요. 유겸이도.”

이에 호명된 이들이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나머지 인원들은 휴식을 위해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휘부 여섯 명이 따로 모여서 둘러앉자 남궁묵이 말했다.

“이미 들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의 일차 목적지는 귀주의 태강현 인근입니다. 현 위치에서 태강현은 북북서 방향이며, 경로는 대부분 산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은밀하게 이동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좋은 여건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묵이 말을 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인원수가 적지 않습니다. 산지라고 해도 주의하지 않으면 적의 척후조에게 발각될 겁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고자, 그동안 특전반과 특무강습대에서는 정찰조를 운용해왔습니다. 이동 시에 소수의 정찰조를 앞세운 후, 본대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뒤따르는 방식이었습니다.”

단목진이 대꾸했다.

“그때보다 인원이 더 많아졌으니 정찰조의 중요성도 더 커질 수밖에 없겠군.”

문숙경도 말을 보탰다.

“그때는 누가 정찰조에 속했었나요? 중요한 역할이니 최정예들로 구성했을 것 같은데.”

이에 남궁묵이 문숙경에게 대꾸했다.

“유겸이에게 일임했었습니다. 임 선배님께서 함께하셨고, 나머지 구성원은 유겸이가 알아서 선발했습니다. 총 여덟 명으로, 강이, 설아, 린아, 직이, 홍신이, 산화가 속했었습니다.”

“최정예들로만 구성했을 줄 알았는데 의외군요. 가뜩이나 그 당시에는 단목홍신 공자도 절정이 아니었을 시기인데.”

“당시에는 유겸이가 본인과 손발이 잘 맞는 인원들로만 구성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고요.”

남궁묵이 대꾸하자 문숙경이 대견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민망함을 담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남궁묵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전 정찰조원들은 임무를 수행하며 경험을 많이 쌓았을 겁니다. 그러니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인원들로 정찰조를 구성하고 유겸이에게 지휘를 맡길까 합니다. 단, 이번에는 두 분의 초고수께서 합류하신 만큼, 한 분은 정찰조에 합류하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입니다. 두 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단목진과 문숙경에게 물은 것이다.

남궁묵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문숙경이 미소 띤 얼굴로 단목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본 후가 합류하고 싶군요.”

그러자 단목진도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로 문숙경에게 대꾸했다.

“허헛, 본 가주가 합류하는 게 나을 듯싶은데…….”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짓고는 있는데, 눈동자를 보니 둘 다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체 정찰조가 뭐가 좋다고 저러는 거야?

남궁묵이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저……, 두 분, 정찰조는 역할이 역할인지라 본대보다 훨씬 더 고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점도 고려하셔야…….”

남궁묵도 두 사람 사이의 기류를 눈치챈 듯하다.

문숙경이 말했다.

“고생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송 공자와 함께 작전을 수행해볼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단목진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저게 이유였을 줄이야.

문숙경이 단목진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가주께서 욕심이 다소 과하신걸요? 어차피 단목세가에서는 이미 단목강 공자와 단목홍신 공자가 정찰조에 포함되어 있는데, 남은 한 자리마저 가주께서 차지하려 하신다니요.”

여전히 미소를 짓고는 있는데, 평소보다 미소가 짙다.

“허허헛. 잘 생각해 보시오. 지금이야말로 나는 아들·조카와, 검후께서는 제자와 함께하며 심득을 전하기에 좋은 조건이오. 그러니 본 가주는 아들과 조카가 속한 정찰조에 합류하고, 검후께서는 제자가 속한 본대에 합류하는 편이 합리적이지 않겠소?”

“하면 본 후와 제자가 정찰조에 속하고, 단목세가 쪽에서 본대로 가도 별 상관은 없을 일이겠군요?”

“허나 안타깝게도,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정찰조로서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잖소. 본 가주의 아들과 조카가 앞서 정찰조로서 경험을 쌓아둔 것을 어쩌겠소.”

두 사람 다 분명히 미소를 짓고는 있는데, 눈은 웃지 않고 있다.

내로라하는 강호명숙들이 별것도 아닌 일로 저러는 모습을 보니 기가 찬다.

황당한 속내를 속으로 감추고 있는데 문숙경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럼 공정하게 송 공자에게 선택을 맡기고 우리가 그 결정에 따르는 것으로 해요. 어찌 되었든 정찰조의 지휘권자는 송 공자니까요.”

저기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끄응…….”

단목진이 고민하는 듯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알았소. 그럼 그렇게 합시다. 어차피 우리 둘이 서로 더 낫다고 주장해봐야 끝이 없을 테니.”

이보쇼들! 지금 그런 선택을 나한테 강요한다고?

당신들 제정신이야? 엉?

이런 흉악한 사람들이 다 있나.

두 사람이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중이다.

그런데 네 개의 눈동자에 모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둘 다 본인을 고르라며 눈으로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이보쇼들, 그러다 눈알에 핏발 서겠소.

다행스럽게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쩔 수 없지 뭐. 정찰조인 만큼, 두 사람 중에서 은신술이 더 뛰어난 쪽을 고를 수밖에.

내가 그 생각으로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지금껏 조용히 있던 제갈수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분보다는 제가 정찰조에 속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제갈수광 쪽으로 집중되었다.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이전에 정찰조가 어떻게 활동했는지에 대해 전부 보고받았습니다. 복기해본바, 정찰조에는 빼어난 궁수가 포함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말을 마친 제갈수광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지, 송유겸?”

“그렇긴 합니다. 정찰조에서 궁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건 저뿐이었는데, 다른 빼어난 궁수가 있으면 작전 수행 역량이 훨씬 커질 건 분명합니다.”

내가 그렇게 대꾸하자 문숙경과 단목진이 침음했다.

“음…….”

“흐음…….”

분위기를 보니 두 사람은 궁술에 조예가 있지는 않은 듯하다. 궁술에 조예가 있었으면 이 상황에서 저런 반응을 보일 리 없으니까.

제갈수광이 단목진과 문숙경에게 말했다.

“게다가 저는 송유겸과 함께 수많은 전투를 치러왔기에 합이 매우 잘 맞습니다. 저와 임 선배님과 송유겸이 함께하면 누구에게도 쉽게 당하지 않을 겁니다.”

제갈수광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두 분이 송유겸이와 같이 움직이시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한데 그리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되는 게, 저희는 어차피 제대로 된 전투를 앞두고는 전력을 다시 편제해왔습니다. 두 분께서도 그때 얼마든지 송유겸이와 함께 움직이며 전투를 치르실 수 있습니다.”

문숙경과 단목진은 따로 대꾸하지는 않았지만, 눈치를 보니 제갈수광의 말에 수긍한 듯하다.

제갈수광이 이번에는 남궁묵에게 말했다.

“특무강습대의 인원들은 장 교관이 통솔하며 이동하다가, 전투 상황에서 합류하면 그때부터 내가 지휘해도 되잖아?”

장 교관이란 장호산이다.

“그렇기는 하죠.”

남궁묵이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찰조에 나 외에도 빼어난 궁수가 한 명쯤 더 추가돼도 괜찮을 것 같고.”

“그러면 정찰조가 총 열 명이 됩니다. 정찰조의 인원이 늘어나는 것에는 다소 회의적입니다만…….”

“단목홍신과 심산화를 본대로 돌리면 될 듯한데.”

제갈수광이 그렇게 대꾸하더니 단목진에게 말했다.

“홍신이는 절정에 오른 직후이니, 지금은 가주님께서 본대에서 함께하며 차분히 이끌어주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그래서 홍신이를 본대로 보내려는 겁니다.”

단목진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수광이 이번에는 나를 보며 말했다.

“너는 이전에 산화를 본대와의 연락책으로 쓰겠다고 했었지만, 실상은 그럴 상황이 거의 없었지. 산화도 철양이, 은림이, 조혁이와 함께 본대에 남기는 게 좋겠다.”

“예. 산화에 대해서는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대꾸하자 남궁묵이 제갈수광에게 물었다.

“형님과 함께 정찰조에 포함될 궁수는 누구로 생각하고 있어요?”

제갈수광이 고민하는 기색 없이 바로 대꾸했다.

“송유하.”

“건이가 더 낫지 않아요? 궁술 실력도 매우 빼어난 데다가 절정고수인데.”

“건이도 절정에 오른 지 얼마 안 됐잖아. 당분간은 무리해서 움직이기보다는 본대와 함께하면서 성취를 안정시키는 게 나아. 경지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가주님과 검후님에게 여쭤볼 수도 있을 거고.”

“하긴.”

“은잠술 수준도 송유하 쪽이 더 나아. 그리고 송유하가 의외로 경지 대비 경신술 실력도 훌륭하고, 전투 시의 움직임도 상당히 좋다는 거, 묵 아우도 봤잖아?”

“그건 그렇죠.”

남궁묵이 수긍하자 제갈수광이 단목진과 문숙경에게 말했다.

“제가 너무 나선 듯해서 두 분께 송구한 마음입니다.”

“호홋, 무슨 그런 말씀을. 애초에 너무 나섰던 건 우리였잖아요.”

문숙경이 대꾸하자 단목진도 입을 열었다.

“허헛. 제갈 교관께서 어련히 잘 판단하셨겠소. 우리는 그 뜻에 따르겠소.”

내로라하는 강호의 두 명숙이 저렇듯 순순히 수긍하는 이유는 제갈수광의 역량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삼청산 사건 때부터 지금까지, 제갈수광은 본인의 지휘 역량을 차곡차곡 증명해 왔으니까.

단목진과 문숙경은 그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회의는 끝났고, 그렇게 새로운 정찰조가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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