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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49화 (349/416)

내 안에 마교있다 349

귀주로 향하는 산지는 험준했다.

산지가 워낙 험하고 빽빽하다 보니 일류고수인 우문직, 선우린, 송유하는 매우 힘겨워했다. 세 사람은 이동하는 내내 호흡이 매우 거칠었고, 의복은 땀으로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

세 사람을 생각해서 틈틈이 충분한 휴식을 부여할 법도 한데, 우리의 제갈수광은 전혀 배려해주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우문직, 선우린, 송유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녹초가 되어갔다.

제갈수광이 세 사람을 배려하지 않은 이유는 빤하다.

경신술 훈련을 시키기에 적절한 지형이니, 훈련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보아하니 본대를 이끌고 뒤따르는 남궁묵과도 이미 얘기가 된 모양이다.

정찰조의 일류고수들이 이런 상태면 본대 쪽 일류고수들의 상태는 더 심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지도하던 녀석들의 경지가 가장 낮다 보니 염려가 좀 된다.

심산화는 그나마 경신술이 빼어나기에 염려도 덜 되지만 왕철양, 공은림, 하조혁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 아닐까.

다행스러운 점은 공은림과 하조혁이 침술에 능하다는 사실이다. 취침 전에 침술을 통해 회복력을 높이면 그나마도 버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찰조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한 후로 꼬박 사흘 남짓 지났을 무렵, 우리는 귀주 용강현 남부의 고산지에 이르렀다. 용강현은 귀주의 동남부에 있는 현이다.

밤새 이동한 후 점심에 가까워지던 시각, 제갈수광이 조원들을 멈춰 세우더니 말했다.

“며칠간 쉴 새 없이 이동하느라 고생 많았다. 특히 우문직, 송유하, 선우린은 매우 힘겨웠겠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잘 알 것이다.”

언급된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으며, 의복은 온통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다.

제갈수광이 말을 이었다.

“지도로 확인해 보니 이곳에서부터 일차 목적지인 태강현까지는 서둘러서 가면 이삼일이면 도착할 거리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언제 적측의 정찰조나 첩보조와 마주칠지 모르는 만큼, 주변을 주의 깊게 살피며 조심스럽게 이동할 것이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전에 체력부터 비축해야겠지. 마침 이곳은 고산지라서 주변을 경계하기에도 좋고, 인근의 삼림이 빽빽해서 당분간 머물기에도 적합하다. 그래서 이곳에서 이삼일 정도 머물다가 출발할 계획이다. 아, 그리고 우문직과 송유하와 선우린은 오늘부터 내일까지는 번에서 열외할 것이다. 그러니 회복에만 집중하도록.”

언급된 세 사람의 얼굴이 환해졌다.

참고로 우리는 그간 훈련을 겸해 빠르게 이동해 왔던 만큼, 이삼일 정도는 푹 쉬어도 시간상으로 전혀 손해가 아니다.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이 길로 본대에 다녀올 테니 다들 근처의 적당한 지점에 은신처를 잡고 있도록. 마실 물도 필요하고 씻을 물도 필요하니 계곡물 근처가 좋겠지.”

“예.”

우리가 조용한 목소리로 대꾸하자 제갈수광이 등짐을 벗어서 내게 넘기더니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두세 명씩 나뉘어 인근을 탐색하여 적당한 은신처를 잡았다. 제갈수광의 주문대로 계곡에서 멀지 않은 위치다.

여자들이 먼저 계곡에 내려가서 씻고 온 후, 남자들도 씻고 은신처로 복귀했다.

이후에는 다 함께 은신처 주변을 정리하고 위장도 보완했다.

이어서 각자 머물 자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제갈수광이 은신처로 찾아왔다.

아까 헤어졌던 곳으로부터 이곳까지의 경로에 간단한 표식들을 남겼었는데, 그 표식들을 보고 찾아온 것이다.

임려현이 제갈수광에게 말했다.

“앞서 은신처를 탐색하면서 보니 산열매들이 좀 있더군요. 먹을 만해 보였어요. 주변 탐사도 할 겸, 그것들을 적당히 채집해 오면 좋을 듯해요. 인위적으로 채집한 흔적만 안 남게끔 조심하면 될 테고요.”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저는 우문직, 송유하, 선우린의 다리에 침을 좀 놔 줘야 할 듯하니, 나머지 인원들과 같이 움직이시면 될 듯합니다.”

이에 우리 네 사람은 조용히 은신처를 벗어났다.

하산하며 은신처에서 어느 정도 멀어진 후에 임려현이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들 고수이니 둘로 나눠서 움직이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송 공자와 내가 갈라지는 식으로.”

“그렇게 하시죠.”

내가 대꾸하자마자 남궁설이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송 오라버니와 함께 움직일게요. 마침 할 얘기도 있고 해서요.”

그 말에 임려현이 금방 수긍하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내가 단목 공자와 같이 움직여야겠군요. 우리가 동쪽으로 갈게요.”

임려현에게 대꾸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서쪽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이따가 봐요. 아까도 말했듯 인위적으로 채집한 흔적이 남지 않도록 주의해 주고요.”

말을 마친 임려현이 특유의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단목강과 함께 동쪽으로 향했다.

남궁설이 말했다.

“우리도 가요.”

이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 후 가볍게 경공을 펼치기 시작하자 남궁설이 내 옆으로 따라붙었다.

나란히 경공을 펼쳤다.

곁눈질로 보니 남궁설의 옆얼굴에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할 얘기라는 건 뭐야?]

전음으로 묻자 남궁설이 대꾸했다.

[딱히 없어요. 그냥 송 오라버니랑 둘이서 평범한 대화를 나눠본 지도 제법 오래된 것 같아서.]

[하긴, 그러네.]

내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하자 남궁설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평소의 남궁설은 송유하만큼은 아니더라도 얼굴에 표정을 많이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기본적인 분위기는 다소 차가운 느낌인데, 저런 식의 미소를 지을 때는 눈꽃이 햇살에 반짝이는 듯 찬란한 느낌을 준다.

참고로 남궁설은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저런 느낌의 미소를 보이는 적이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그렇다. 지금껏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가까이 지내왔는데 한 번도 못 봤다.

남궁설의 전음이 들려왔다.

[조장님과 송 언니 말이에요.]

[응.]

[전에 보니 조장님은 매우 진심이던데 두 사람, 나중에 잘 이어지겠죠? 천마신교와 혈교로 인한 이 환란이 끝나면.]

며칠 전의 일 때문에 저 얘기를 하는 것이다.

단목강의 송유하에 대한 연심을, 당사자의 입을 통해 확실히 알아냈으니까.

[글쎄. 누이의 마음이 어떠한지가 중요하겠지.]

[예전에 린아랑 송 언니랑 한잔하다가 마침 남자 얘기가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조장님의 마음을 대강 눈치채고 있을 때라서, 린아하고 함께 송 언니를 슬쩍 떠봤었거든요. 친한 공자들 몇 명을 언급하면서 은근슬쩍 조장님도 끼워 넣어봤는데, 다른 공자들에 대한 반응과 똑같더라구요.]

남궁설이 전음을 이었다.

[알잖아요. 송 언니의 그 표정, 눈빛, 어조 같은 거. 당최 그 속내를 파악할 수가 있어야 말이죠.]

[하하, 알지.]

송유하의 그 미묘한 표정 변화를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은 나 외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송 언니가 송 오라버니한테는 그런 얘기, 한 적 없어요?]

[하하, 있겠어? 설 매도 설 매의 오라버니들하고 그런 얘기는 안 할 거 아냐.]

[아, 참. 그렇지. 히히.]

금세 수긍하며 민망해하는 모습이 귀엽다.

참고로 나는 남궁설이 남들 앞에서 저런 식의 귀여운 표정을 짓는 모습 또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 말을 끝으로 남궁설은 말이 없었다.

우리는 한동안 조용히 경공만 펼쳤다.

남궁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기분 좋은 표정이다.

산열매들이 떨어져 있는 지점에 이르러 상태가 좋은 것들을 줍는데 남궁설이 다시금 전음을 보내왔다.

[합산지부에 머물 당시에 작은 오라버니하고 비무했었어요. 그전에 기혈에 충격받았던 건 다 나았다고 하더라구요.]

[아.]

내상은 쉽게 완치되지 않지만, 기혈에 충격을 받은 건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짧게는 이삼일 안에도 완치될 수 있다.

남궁묵은 합산지부에 머물 당시에 운기조식에 집중했었다고 들었다. 또한 치료를 위해 공은림과 하조혁이 여러 차례 침을 놔줬었고, 약도 달여줬었다. 충분히 완치될 만하다.

남궁설이 말했다.

[그래서 이전에도 늘 그랬듯, 전력으로 임했죠.]

[오호.]

[결과적으로 제가 패하기는 했지만, 끝나고 나서 작은 오라버니가 놀라워하며 칭찬해주셨어요. 검법의 성취도 많이 높아졌고, 공력을 운용하는 능력도 크게 향상됐고, 움직임도 매우 좋아졌다고……. 무엇보다도, 제 속도가 너무 빨라져서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면서, 언제 그렇게 빨라진 거냐고 물어보더라구요.]

남궁설이 전음을 이었다.

[그래서 송 오라버니와 오랫동안 수련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다고 대답했죠. 사실이니까요. 그랬더니 곧바로 납득하면서 앞으로도 송 오라버니와의 수련, 꾸준히 이어가라고 하더라구요.]

남궁설은 원래 속도에 강점이 있었다.

내 주변 친우 중에서 경지 대비 속도가 가장 빨랐던 게 남궁설이다. 남궁묵이라 해도 남궁설과 비슷한 경지였을 당시에 그녀만큼 빠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뿌듯했겠네?]

[네. 그런데 더 뿌듯했던 건, 작은 오라버니를 두 번이나 궁지에 몰았다는 사실이에요. 비룡장에서도 작은 오라버니가 방문할 때마다 비슷한 방식으로 비무했는데, 지금껏 단 한 번도 궁지로 몰아본 적이 없었거든요.]

목소리와 표정이 상기되어 있다.

다시 생각해도 흥분되는 모양이다.

이에 남궁설에게 농담조로 말했다.

[에이. 묵 형님이 봐줬겠지.]

[아니라구요. 내가 궁지로 몰았을 때 작은 오라버니도 정말로 화들짝 놀랐었다구요.]

억울해하는 투다.

이에 또다시 농담조로 물었다.

[묵 형님, 아직 다 안 나은 거 아니야?]

[아니라니깐요? 호흡도, 혈색도, 다 정상이었다구요. 당사자인 작은 오라버니도 인정했구요.]

더 억울해하고 있다.

[호오.]

내 대꾸에 남궁설이 허리춤에 양손을 얹고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나, 최근 들어 스스로 체감될 정도로 쾌자결의 성취가 늘었다구요. 남들 앞에서 내 최고 속도를 보여줄 만한 상황이 별로 없었을 뿐이지.]

[최근 들어?]

[합산지부 수복전 때부터였어요. 강습조원들과 움직이던 때.]

합산지부 수복전은 광서 수복전의 대미였으니 정말로 최근이다.

나도 강습조에서 남궁설과 같이 움직였었다.

하지만 당시에 남궁설의 움직임을 굳이 유심히 살펴보지는 않았었다. 애초에 단목강과 남궁설은 내가 따로 신경을 써줄 필요가 없는 수준의 무인들이기 때문이다.

[전투를 치르던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러더니 신기하게도 시야에 보이는 광경이 그전보다 느려지는 거예요.]

남궁설이 전음을 이었다.

[전열에서 늘 합을 맞춰온 조장님의 움직임마저도 느리게 보이더라구요. 그전에는 서둘러 보조를 맞추거나 엄호해야 했던 상황인데, 다소 여유롭게 반응해도 될 정도로.]

저건 확실히 쾌자결의 성취가 상승한 게 맞다.

아까 남궁설도 말했었지만, 남궁설과 나는 비룡장에 있을 때도 둘이서 비무 형식의 수련을 꾸준히 해왔었다.

수련 때마다 남궁설은 내 앞에서 항상 최대 속도를 냈었다. 내가 남궁설의 속도에 맞춰서 반 단계 내지는 한 단계씩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그녀로서도 최대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 그게 우리의 수련 목적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나는 남궁설의 최고 속도를 잘 알고 있다.

그 상태에서 쾌자결의 성취가 스스로 체감될 정도로 늘었다면, 남궁설이 남궁묵을 약간이나마 궁지로 몰았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남궁설도 이번 광서 수복전을 치르며 적잖이 성장했다는 거겠지.

생각해 보면 그 수많은 실전에서 남궁설은 항상 든든하게 전열을 맡아왔다.

전열은 후열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하게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형을 갖출 때 웬만하면 고수들 위주로 전열에 배치되는 것이다.

대신,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훨씬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위치가 바로 전열이기도 하다.

그리고 남궁설 같은 천재라면, 그러한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것들도 남들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문득 예전에 남궁설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남궁세가 무학의 궁극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무인으로 남고 싶어요. 검황이라 불렸던 증조부를 넘어서.」

「남들은 이런 내 목표가 허황되다고 여길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내게는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내 한계와 싸울 거예요. 내 한계를 넘을 거예요.」

「목숨 걸고 도전하려는 마음 없이 어찌 감히 검황의 성취를 넘어설 생각을 하겠어요.」

남궁설은 추호의 흔들림도 없는, 또렷하고 당당한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남궁설의 그릇이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저 말을 할 당시의 남궁설에게 다소 부족한 부분은 공력이었는데, 그것도 기연을 통해 해결됐다. 은설영지와 삼령천선초와 자심행과를 복용했을 뿐만 아니라, 이각빙혼사의 내단까지 복용하게 된 것이다.

그 후부터는 본인이 목표했던 대로, 자신의 증조부인 검황을 넘기 위해 정진해왔으리라.

[역시 설 매네.]

내 칭찬에 남궁설이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다음에는 작은 오라버니를 더 많이 놀라게 할 거예요.]

[물론이지. 설 매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지.]

내 말에 남궁설의 표정이 더 환해졌다.

곧 그녀가 지금껏 주운 열매들을 의복의 주머니에 넣으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에 나도 지금까지 주운 열매들을 주머니에 넣는데, 남궁설이 갑자기 옆에서 내 팔짱을 꼈다.

사실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하면 이 상황이 곱게는 안 끝날 것 같아서 피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생긋 웃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다른 열매 찾으러 가요.]

어이구야, 저렇게 웃으며 올려다보니 정말이지 정신이 아찔하다.

이렇게 예쁠 수가 있나 싶다.

저 얼굴 그대로 화폭에 옮겨 영원히 보관하고 싶을 만큼.

[가는 건 가는 건데, 이 상태로는 경공을 펼치기가 좀 불편할 텐데.]

남궁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렇게 대꾸하자 그녀가 조금 더 세게 팔짱을 꼈다.

야, 야, 야! 지금 네가 팔짱 낀 쪽의 내 팔뚝이 푹신하다고!

너도 알 것 아니냐!

남궁설이 고개를 살짝 내려서 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그래도 조금만 이렇게 가요.]

부끄러운 듯, 볼에 홍조가 피어 있다.

남궁설의 전음이 이어졌다.

[이거면……, 되니까.]

지하 동굴에서의 일을 겪은 뒤로, 남궁설이 내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물론 그녀가 그 마음을 대놓고 드러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나를 보는 눈빛부터가 그전과 완전히 달라졌는데.

내 앞에서만 무인이 아닌, 여자가 되는데.

다만 내게 방해되지 않고자, 자신의 마음을 최대한 억눌러 왔으리라.

그렇기에 그녀의 마지막 말이 큰 여운으로 남는다.

이거면 된다는 그 말이.

[가자.]

내 말에 남궁설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내 얼굴에 걸린 미소를 확인하고는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에 나도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발을 뗐다.

남궁설이 나와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렇듯 팔짱을 낀 채로 천천히 경공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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