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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마교있다-354화 (354/416)

내 안에 마교있다 354

“적측 절정고수 다수, 우리의 전진 방향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서른 명쯤 되는 듯합니다.”

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단목진과 문숙경이 전투 중에 고개만 한 차례 끄덕여 보였다.

역시나 피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물론 피해서도 안 된다. 우리가 피해버리면 이쪽 전선이 밀리게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귀주 수복전단의 절정고수들이 이쪽을 지원하러 올 때까지는 우리가 적측 절정고수들을 맡고 있어야 한다.

잠시 후, 여러 명의 적측 절정고수들이 증원되고 있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열 명가량이다.

“적측 절정고수가 열 명 더 증원되었습니다. 그쪽 전선이 위험할 테니 조금 더 서두르는 게 좋겠습니다.”

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단목진과 문숙경이 또다시 고개만 끄덕이더니 더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했다.

둘 다 무덤덤한 느낌이다.

우리가 강하긴 해도, 현실적으로 셋이서 마흔 명이나 되는 절정고수를 상대하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일 인당 절정고수 열서너 명씩을 상대해야 하는 꼴이니까.

최절정고수라 해도 그 정도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초절정은 절정을 초월한 경지지만, 최절정은 절정의 범주 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저렇듯 무덤덤한 반응이라니.

더 믿음직하다.

참고로 내 경우에는 천섬무를 높은 단계로 운용하면 홀로 열 명 넘는 절정고수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가 있다. 단, 그 경우에는 공력이 순식간에 증발하는 게 문제지만.

멀리 적측 절정고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등장한 후로 시간이 조금밖에 안 지났는데도, 그 일대의 우리 측 전선이 많이 후퇴해 있다.

저 정도의 적측 전력이 갑자기 몰려왔으니 당연한 결과다.

단목진은 후퇴해 있는 우리 쪽 전선을 끼고 달렸고, 문숙경과 나는 그 뒤를 바짝 쫓았다.

그 와중에도 단목진과 문숙경 사이에서 미세한 내공이 오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전음을 주고받는 것이다.

한데 둘 다 나한테는 전음을 보내지 않고 있다.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이라는 뜻이다.

내 전투 성향에 대해 미리 들은 게 있는 모양이다.

이윽고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적의 후열에서 암기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한데 이 정도면 날아오는 수준이 아니다.

쏟아지는 수준이다.

온갖 종류의 암기를 다 합하면 수백 개는 되는 듯하다.

게다가 모두가 절정고수들이어서 그런지, 암기술의 수준도 우리가 지금껏 겪어왔던 암기술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순간적으로 단목진이 아군 전선 쪽이 아니라 적측 전선 쪽으로 방향을 틀며 암기들을 부지런히 쳐냈다.

암기가 쏟아지는 범위의 중심부에서 이탈하기 위함이다.

문숙경과 나도 즉시 반응하여 단목진과 같이 움직였다.

참고로 지금처럼 적측 전선 쪽으로 돌면, 아무리 우리라고 해도 자칫 포위되며 고립될 수 있다.

그런데도 단목진이 아군 전선 쪽이 아니라 적측 전선 쪽으로 피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군 전선 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적이 재차 쏟아내는 암기들로 인해 아군이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목진의 성정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문숙경이었어도 마찬가지의 선택을 했을 테고.

나는 두 사람의 뒤를 따르는 중에 오른손으로 철비정을 뿌리며 적들을 견제했다.

오른손으로만 철비정을 뿌리고 있는 이유는 왼손의 손가락들 사이에 독침을 잔뜩 끼워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바깥쪽으로도 끼워뒀고 안쪽으로도 끼워뒀다. 안쪽으로 끼워둔 독침은 순간적으로 오른손으로 옮겨 끼워서 왼손과 동시에 털어낼 수가 있다.

어쨌거나 방향을 살짝 틀었다고는 해도 적측 절정고수들과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는 중이다.

그 상태에서 우리가 피하고 있는 방향을 넓게 덮으며 또다시 암기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한데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바늘들이 섞여 있다.

당연히 독침일 것이다.

짧게 외쳐줬다.

“침!”

외치는 중에 확인해 보니 침의 수가 매우 많았다.

족히 백 개는 넘는 것 같다.

여럿이 날린 독침이다.

처음에 암기가 날아올 때와는 달리, 방금 암기를 날린 자들 속에는 절정의 중반쯤으로 느껴지는 기운이 서너 개 있었다. 아마도 그들이 독침을 날렸을 것이다.

그 정도 고수들이 펼친 비침술이면 조심해야 한다.

가뜩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넓은 범위로 암기가 쏟아지고 있기에, 이전처럼 방향을 틀어서 피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는 상황이다.

단목진이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단목진이 아닌 문숙경이 앞으로 나서고 있다.

그 직후, 그녀의 검이 우리의 전방에 검광을 빼곡하게 수놓기 시작했다.

아름답다. 감탄이 나올 정도로.

문숙경이 펼쳐낸 것은 검막.

채쟁챙! 태대대댕! 티디디디디디디디딩-

수백 개의 암기가 검막에 모두 튕겨 나가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문숙경의 검술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검막은 내공 소모가 크다.

문숙경의 내공이 소모된 만큼의 대가는 챙겨야 한다.

적의 암기들이 검막에 의해 거의 막혀가던 순간, 문숙경의 뒤에 있던 단목진이 적들 쪽으로 튀어 나갔다.

산발적으로 날아오는 암기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전진하는 모습인데,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후열에 있는 적들이 재차 암기를 날리기 직전의 시점을 노린 것이다.

특히 독침 같은 경우에는 곧바로 다시 날리기가 더 어렵다. 빠르게 준비하다가 자기 손이 찔릴 수도 있다 보니 조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내 경우에는 비룡수투 덕분에 매우 빠른 속도로 독침을 다시 준비할 수 있지만.

나도 왼손에 준비해둔 철비정을 오른손에 옮겨 쥐면서 즉시 단목진의 뒤를 따랐다.

단목진의 전신에 기운이 강하게 활성화된 게 느껴진다.

그의 검에도 강력한 기운이 맺히고 있다.

문숙경이 만들어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전해지는 듯하다.

적의 후열에서 일부 암기들이 다시금 날아들기 시작한 가운데, 단목진이 낮고 빠르게 도약했다.

그 직후, 단목진의 검이 검광을 잔뜩 토해냈다.

수많은 검기가 사선 아래로 쏟아지며 전방의 넓은 범위에 빠르게 내리꽂히고 있다.

멋지다. 정말 멋지다.

자세히 보니 스물네 줄기의 검기다.

저게 바로 그 유명한 단목세가의 절기, 낙성검법일 것이다.

나는 낙성검법을 보며 감탄하는 중에도 적측 절정고수들의 상황을 자세히 살폈다.

다들 화들짝 놀란 분위기다. 갑자기 저 정도로 대단한 검법이 펼쳐지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모양이다.

낙성검법에서 발출된 검기들이 적측 절정고수들에게 닿기 시작했다.

“크아악!”

“아악!”

온갖 비명이 울려 퍼지고 있다.

개중 경지가 높은 몇 명은 단목진이 발출한 검기를 쳐내기도 했다. 낙성검법이 빠르고 강력하기는 하나, 아무래도 정면에서 대놓고 구사했다 보니 나름의 한계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단목진의 활약 덕분에 적측 절정고수들의 진형은 많이 무너진 상태다.

그들로서도 상황이 다급했던 만큼, 어떤 곳은 듬성듬성하고 어떤 곳은 밀집될 수밖에 없다.

나는 밀집된 위치를 파악하자마자 단목진의 후방에서 벗어나며 즉시 튀어 나갔다. 천섬무는 중상 단계로 운용하면서, 빙글 돌아 적진의 측면으로 향했다.

현재의 내 경지에서는 천섬무를 중상 단계로만 펼쳐도 절대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적들 중에서 경지가 높은 자들은 절정의 중반이거나 중반 남짓인 듯한데, 그들로서는 현재의 내 속도마저도 매우 빠르다고 느낄 것이다.

적진의 측면으로 파고들려는 이유는 적들의 시선을 내 쪽으로 집중시키기 위함이다. 그것만으로도 단목진과 문숙경에게는 도움이 된다.

내가 접근하자 몇 명이 암기를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암기 견제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았다.

아직 허공에 떠 있는 단목진에게 시선을 빼앗긴 자들이 적지 않은 데다가, 낙성검법으로 인해 진형이 흐트러진 탓이다.

그 와중에도 가까운 곳에 있는 적 세 명이 뛰쳐나오며 내게 병장기를 휘둘러왔다.

두 놈은 검을 들었고 한 놈은 도를 들었다.

도를 든 놈이 중앙, 검을 든 놈들이 좌우다.

수준은 셋 다 절정의 초중반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도를 든 놈이 쾌도술을 펼치며 사선으로 베어왔다. 허리 어림에서 무릎까지 비스듬히 베는 궤적이다.

동시에 검을 든 두 놈이 양쪽에서 내 가슴께를 찔러왔다.

그쯤에서 나는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마침 발 앞에 작은 돌부리 하나가 보인다.

그 돌부리를 강하게 디디며 낮게 도약하여 도의 궤적을 뛰어넘었다. 동시에 몸을 비틀어 양쪽의 검이 다가오기 전에 그 공간을 빠져나갔다.

세 놈을 뛰어넘자마자 수많은 암기가 날아왔다.

당연하게도 나를 견제하기 위함인데, 참 잔인한 놈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으로 암기를 날리면 방금 내가 스쳐 지나쳐왔던 세 명의 절정고수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아군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적진 쪽으로 방향을 틀었던 단목진과는 완벽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나는 오른쪽으로 부드럽게 방향을 틀었다.

어차피 천섬무가 최상 단계로 운용되고 있기에, 방향을 살짝만 틀어도 암기가 쏟아지는 범위에서 금세 벗어날 수 있다.

내 측면으로 암기들이 스쳐 지나간 직후.

“크윽!”

“아아악!”

“끄어억……!”

뒤에서 괴로움에 가득 찬 비명과 신음이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 역시나 내가 지나쳤던 세 명의 절정고수들이 같은 편의 암기에 당한 것이다.

그즈음 나는 밀집된 적들에게 매우 가까워진 상태.

잠시 자세를 극도로 낮추자, 앞쪽에 있는 적들이 병장기로 하단을 공격해왔다.

이제 바닥을 박차고 신형을 비틀며 낮게 도약하면 된다.

그렇듯 적이 밀집된 곳의 위쪽으로 날아올라, 회전하며 양손의 독침을 뿌릴 것이다. 최대한 많은 놈들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

천섬무를 최대한으로 운용하고 있는 만큼, 낮게 도약하면 빠른 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그 속도만으로도 적들의 견제를 무시할 수 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위쪽으로 날아서 지나갈 테니까.

탓!

그렇게 바닥을 박찼을 때였다.

촥!

갑자기 디딤발이 미끄러졌다.

이런 옘병!

바닥에 물기가 가득한 상태에서 최대 속도로 움직이며 발을 디디다 보니 접지력이 약해진 것이다.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순간적으로 속도도 느려졌다.

이런 상태로 낮게 도약해서 적들의 위로 날아 봐야, 그들의 공격을 무시할 정도의 속도는 더 이상 안 나온다.

나는 곧장 다른 발로 바닥을 강하게 디디며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발아래로 적의 병장기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다.

떠오르기 시작한 직후, 나는 양손의 손가락 사이에 쥐고 있던 독침들을 적들의 머리 위로 강하게 뿌렸다.

독침을 뿌리자마자 결과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양손에 철비정을 가득 뽑아 쥐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중에 그것들을 또다시 아래로 뿌렸다. 독침을 뿌린 범위와 겹치지 않게끔 신경 쓰면서.

그 후에는 왼손으로 비룡검을 뽑고, 오른손에는 소비도 세 자루를 뽑아 들었다.

왼손으로 비룡검을 뽑은 이유는 아래에서 날아올 암기들을 쳐내기 위함이고, 오른손으로 소비도 세 자루를 뽑은 이유는 암기술이 뛰어난 자들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나는 왼손 암기술도 빼어나지만, 오른손잡이라서 오른손 암기술이 더 정확하고 위력도 높다.

나는 계속 떠오르는 중이다.

어차피 처음의 계획이 틀어졌으니, 어설프게 도약하기보다는 최대한 높이 도약하여 단목진과 문숙경이 개입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이러면 적들의 시야가 대부분 내게로 쏠릴 수밖에 없어, 단목진과 문숙경이 개입하기에도 더 좋다.

떠오르면서 보니 괴로운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풀썩풀썩 쓰러지는 적들이 제법 많았다.

얼추 열서너 명은 되는 듯하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짧은 순간에 어쩔 수 없이 비침술과 철비정술을 맹렬히 펼쳐낼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기대 이상의 성과다.

어쨌거나 적의 진형은 내 암기술로 인해 또다시 엉망이 된 상태다.

그곳으로 단목진과 문숙경이 빠르게 짓쳐 들고 있다.

참고로 낙성검법과 내 암기술로 인해 적측 절정고수들의 수는 많이 줄어든 상태다. 십수 명밖에 남지 않았다.

즉, 착지하는 나를 단목진과 문숙경이 충분히 엄호해줄 만한 상황이 된 것이다.

다행이다.

실은 아까 미끄러졌을 때 다소 당황했었다. 나도 사람이라 그런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당황한 중에도 빠르게 냉정을 되찾고, 최선의 판단을 내리며 즉시 행동한 덕에 이렇듯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만 발전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 또한 거듭된 전투를 통해 실전 역량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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