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안에 마교있다-360화 (360/416)

내 안에 마교있다 360

모두가 집합하자 제갈수광이 낮게 외치듯 말했다.

“남궁 지부장과 동부지맹 잠룡관 전투지원대가 합류하여 우리의 총원은 아흔네 명에 이릅니다. 인원이 많아졌으니 간단하게 조를 구분하겠습니다. 크게 타격조와 지원조로 분류합니다. 타격조는 다시 특수타격조, 타격일조, 타격이조, 타격삼조로 분류하고, 나머지는 지원조 역할을 맡겠습니다. 타격일조는 특전반, 타격이조는 검풍대와 해천대, 타격삼조는 특무강습대의 강습조 인원들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들어보니 귀주 수복전단 쪽의 전투는 능선을 따라 전선이 길게 형성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타격일조가 먼저 달려들어서 전선의 한 구역을 공격하면, 타격이조가 이어지는 다음 구역을 공격하고, 타격삼조가 그다음 구역을 공격합니다. 그 형식을 반복하며 전선을 따라 전진하는 겁니다. 지원조는 타격조들을 순차적으로 지원하며 전진합니다.”

전장의 상황에 따른 매우 적절한 공략 방식이다.

참고로 조금 전에 제갈수광이 전장의 상황을 묻길래 간단히 설명해줬었다. 한데 그 짧은 순간에 저렇듯 적절한 공략 방식을 내놓은 것이다.

역시 칠절사군님.

“특수타격조는 타격조들이 더 쉽게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끔 일대의 적진을 흔드는 역할입니다. 단, 전선에서 너무 멀어져서 적진 깊숙이 들어가지는 말고, 언제든 전선 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의 간격을 유지해야 합니다. 위험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인 만큼, 특수타격조에는 최절정고수 세 분과 송유겸, 그리고 잠룡관 전투지원대의 고수 여섯 분이 포함됩니다.”

제갈수광이 말을 마치자 누군가가 손을 들며 말했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저희의 최우선 임무는 전투지원대의 관도들을 호위하는 일입니다. 제갈 교관님의 말씀대로 특수타격조에 속하면 관도들을 호위할 수 없게 됩니다만…….”

그러자 제갈수광이 대꾸했다.

“전투지원대의 관도들은 이번 전투에 참여하지 않을 겁니다. 관도들은 오늘, 따라다니며 전투를 지켜보기만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굳이 호위하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 말에 관도들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갈수광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말했다.

“내게 따로 질문이 있다면 방금 보았듯 손을 들고 질문하도록 한다. 앞으로는 절대, 이러한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웅성거리는 일이 없도록 한다.”

특유의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서릿발 같은 기운만을 담아서 말하니, 갑자기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비 내리는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시간이 잠시 이어진 후, 제갈수광이 관도들 쪽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실전은 장난이 아니다. 전장은 너희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곳이 아니다. 언제든 너희 옆에 있던 친우가 죽고, 너희들 자신도 죽을 수 있는 곳이다.”

제갈수광이 말을 이었다.

“또한 전장에서는 누군가의 어설픈 전투 행위 하나로 인해, 그 민폐를 엄호해주려던 동료들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기에 이곳의 어른들과 너희의 선배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한동안은 차분히 지켜보라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나중에 실제로 전투에 투입되었을 때, 어떤 동선으로 어떻게 움직이며 어떻게 싸워야 할지, 실전을 직접 보면서 각자 머릿속으로 그려보라는 의미이다. 알아들었나.”

“예!”

“예!”

관도들의 목소리가 통일되지 않자 제갈수광이 다시 입을 열었다.

“대답은 낮고, 짧게, 한목소리로 한다. 알아들었나.”

“예!”

“알아들었나.”

“예!”

짧은 순간에 군기가 바짝 들었다.

역시 관도들 쥐락펴락하는 건 우리 칠절사군님만 한 사람이 없지. 암만.

“포연월, 원추엽, 명호운. 너희 셋은 제대로 된 실전 경험이 있는 만큼, 지원조에서 전투에 참여하도록 한다.”

“예!”

셋이 한목소리다.

역시 우리 애들이라니까.

이어서 제갈수광이 임려현에게 말했다.

“들어보니 적측에 자객이 섞여 있다고 합니다. 임 선배님이 관도들 곁을 지켜주십시오.”

“알았어요.”

최절정고수들과 나를 제외하면, 자객에 가장 잘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임려현이다. 제갈수광도 이 부분에서는 임려현보다 살짝 아래다.

따라다니며 전투를 지켜봐야 할 관도들 쪽에는 유진금도 포함되어 있으니, 모자가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제갈수광이 이번에는 묘청상에게 말했다.

“묘 조장도 임 선배님과 함께하게.”

“예!”

묘청상은 아직 내상이 완치되지 않았다. 무리해서는 안 되기에 관도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제갈수광이 이어서 소충광에게 말했다.

“소충광은 타격삼조와 같이 움직이도록.”

“예!”

타격삼조에는 우리 친우들이 많기에 소충광을 그쪽으로 배치했을 것이다.

이윽고 제갈수광이 모두를 향해 말했다.

“저는 지원조와 같이 다니며 지휘할 겁니다. 그 외에 질문 있으신 분.”

잠시 기다렸는데도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제갈수광이 말했다.

“그럼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특수타격조, 타격일조, 타격이조, 타격삼조, 지원조, 관도들의 순서로 이동하겠습니다. 조별로, 위치로.”

특수타격조가 선두에 자리를 잡자 그 뒤로 각 조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각 조가 위치를 잡는 동안 단목진이 잠룡관 전투지원조의 고수들에게 말했다.

“같은 조의 전우인데 서로 이름은 알고 갑시다. 여태 동행했으니 남궁 지부장은 아실 테고, 나는 단목…….”

그러자 전투지원조의 고수 중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머리카락 색이 반백인 초로의 인물이 말했다.

“저희 모두 단목 가주님, 검후님, 동천비룡 소협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니 지금은 저희 소개만 하면 될 듯합니다. 또한 곧 출발할 모양새이니 정식 인사는 나중으로 미루고 이름만 짧게 말씀드려야 할 듯합니다. 저는 모승언입니다.”

그러자 나머지 다섯 사람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

“여문광입니다.”

“최자경입니다.”

“국청현이라 합니다.”

“이영소입니다.”

“장휘택이라 합니다.”

여섯 명이 차례로 소개를 마치자 단목진이 말했다.

“여섯 분, 만나게 되어 매우 반갑소. 잘 부탁드리오.”

“모두 반가워요. 잘 부탁드려요.”

문숙경도 미소 띤 얼굴로 인사를 건넸고, 이에 나도 여섯 사람을 향해 포권하며 인사했다.

“최정예 조직 출신의 선배님들이라고 들었습니다. 함께하게 되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다. 저에 대한 호칭은 ‘송 공자’ 정도로 편하게 불러주십사 합니다.”

여섯 명이 눈을 빛내며 나를 관찰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때쯤 귓전으로 임려현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모승언 선배는 적룡조의 선임조원 출신, 문광이는 백룡조에서 무공 서열로 중상위권, 자경이는 황룡조에서 내 직속 부하였고 역시나 무공 서열로 중상위권이었어요. 청현이는 내가 신룡대에 있을 때 청룡조의 신참이어서 얼굴 정도만 아는 사이였지만, 당시에도 청룡조의 기대주라고 알려져 있었어요.]

특수작전조가 서로 소개하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내가 참고할 수 있도록 조용히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다. 고마운 사람이다.

임려현의 전음이 이어졌다.

[이영소, 장휘택 두 사람은 백영대 출신이라서, 역시 얼굴 정도만 아는 사이였어요. 부조장 시절, 조장님과 같이 맹주님 뵈러 갈 때 간혹 마주치곤 했으니까.]

내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임려현이 다시 전음을 보내왔다.

[참고로 내 직속 부하였던 자경이는 암기술이 매우 뛰어나요. 암기술 재능을 알아채고, 자경이가 신참이었던 시절부터 내가 직접 지도했었거든요. 잠시 한 가지 자랑하자면, 당시에 신룡대 전체에서 나는 암기술로 세 손가락 안에 꼽혔고 자경이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어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신룡대의 총원은 백 명가량인데, 그중에서 암기술로 세 손가락,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면 정말 대단한 실력이다. 전원이 기본적으로 최소 하나의 암기는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곳이 바로 신룡대와 흑풍대 같은 곳들이기 때문이다.

암기술 고수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내 입장에서는 최자경이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어쨌거나 임려현의 말대로라면, 과거에 각자가 속한 집단에서 무공 서열로 중간도 못 갔다고 했다던 저들의 말은 거짓이다. 적어도 신룡대 출신들에 한해서는.

내가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을 때쯤, 뒤쪽에서 제갈수광의 외침이 들려왔다.

“선두, 출발하십시오!”

그러자 단목진과 문숙경이 앞장서서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고, 여섯 명의 무인들이 둘씩 줄지어 따랐다. 나는 남궁찬과 함께 특수타격조의 마지막 열인 오 열에서 뒤쫓았다.

빗방울이 다소 가늘어져 있다.

경공을 펼치기 시작한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남궁찬의 전음이 들려왔다.

[유겸이 너는 경지가 겉으로 잘 안 나타나니까 볼 때마다 발전했는지, 안 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실제로는 무시무시하게 발전해 있겠지?]

[아하하, 아닙니다. 꾸역꾸역 나아가고 있는 정도입니다.]

그러자 남궁찬이 눈동자를 날카롭게 빛내며 말했다.

[방금 묵이 얘기 들어보니까 조금씩이 아닌 것 같던데.]

[아하하…….]

제길, 대충 둘러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남궁묵은 광서 수복전 때부터 내 활약을 대부분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그 나이에 그 정도 경지라니, 넌 대체 어떻게 된 녀석인 거야? 내가 진짜, 자다가도 꿈에 네가 나오면 벌떡 일어나서 바로 수련하고 싶을 정도라니까?]

남궁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마쳤다.

그에게 농담조로 대꾸했다.

[최절정에 진입하자마자 강기를 그 정도로 다루시는 분께서 뭘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쾌자결과 암기술 말고는 딱히 볼 것도 없습니다.]

[쾌자결과 암기술도 너 정도로 빼어나면 상대방에게는 그냥 재앙이야. 그리고 네 검술도 보통이 아니라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너랑 비무를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닌데?]

이에 나는 빙그레 웃어 보이기만 했다.

남궁찬도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유겸이 네 발전 속도야 뭐, 이미 상식선을 초월한 지 오래니 그렇다 치고, 설아 걔는 뭐냐? 어떻게 볼 때마다 기도가 확확 바뀌어 있어?]

[보면서 저도 놀랍니다. 실전을 거듭할 때마다 쑥쑥 성장하는 느낌이라.]

[아까 묵이랑 잠깐 전음으로 대화하는데 환장할 노릇이라고 하더라. 자기도 결코 수련을 게을리한 적이 없는데, 까딱 잘못하면 어린 누이한테 경지를 따라잡힐 판이라면서. 근데 그게 묵이 문제만이 아니라니까? 묵이 다음은 내가 될 수 있어. 가뜩이나 나는 소가주라고. 체면이 있다고.]

남궁찬이 전음을 이었다.

[아니, 생각할수록 황당하네. 저 나이에 벌써 절정의 중반이라는 게 말이 돼?]

말은 황당하다고 하고 있지만, 얼굴은 기분 좋은 표정이다.

나이 차 많은 어린 누이가 그렇듯 쑥쑥 성장해가는데, 시기하고 질투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저 기특하고 흐뭇하겠지.

[이따가 설아가 어떻게 싸우는지 눈여겨 봐둬야겠어.]

기대된다는 투다.

아마도 남궁설은 저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남궁찬과 남궁묵도 실전 경험이 많다 보니 무공이 실전 친화적인데, 남궁설의 무공은 더 실전적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요새는 철비정술도 수준급인 데다가 쾌자결의 경지마저 상승해서, 보고 있으면 여간 잘 싸우는 게 아니다.

참고로 남궁설은 비침술도 기본 틀이 잡혔다. 재미가 붙었는지, 틈만 나면 나한테 와서 비침술을 봐달라고 한다.

남궁찬이 말했다.

[설아가 지금 저렇게 된 건 전적으로 유겸이 네 덕분일 거야. 설아가 성장할 수 있도록 네가 잘 이끌어준 덕분이고, 그때 네가 목숨 걸고 설아를 구해준 덕분이겠지. 그래서 네게는 늘 고마워하고 있어.]

기실, 남궁찬과 남궁묵이 내게 매우 관대한 이유도 바로 남궁설 때문이다.

[아하하, 뭘 또 그 얘기까지 하십니까.]

[그냥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는 걸 어떡해?]

내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이자 남궁찬이 의미심장한 어조로 물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때, 지하 공간에서 설아와 둘만 있었을 때,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

[아닛! 없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오!]

[참 이상하단 말이야. 다 큰 남녀가 왜…….]

아쉽다는 투다.

이보쇼! 대체 뭐가 아쉬운 거냔 말이오!

남궁찬이 씩 웃어 보이더니 말했다.

[역시 유겸이랑 함께 있으니까 즐겁다.]

놀리니까 즐겁겠지! 나중에 역으로 놀릴 거리만 생겨봐라, 내가 아주 그냥!

남궁찬이 잠시 말없이 달리다가 다시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전음을 보내왔다.

[그리고 비 오니까 좋다.]

실제로 기분 좋은 표정이다.

나도 빙그레 웃으며 대꾸해줬다.

[예, 좋네요.]

1